묶음표 한자말 184 : 삼가촌三家村

 


지금은 주문진에서 들어온 노인 부부와 우리에게 땅을 판 아랫집, 새로 생긴 우리 집까지 해서 겨우 삼가촌(三家村)이 된 곳이다
《유소림-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 16쪽

 

  ‘지금(只今)’은 ‘이제는’으로 다듬습니다. “노인(老人) 부부”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나이든 부부”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살피면 ‘삼가촌’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글쓴이가 새롭게 지어서 쓴 낱말입니다. 세 집이 마을 하나를 이루었다는 뜻으로 썼구나 싶어요

 

 삼가촌(三家村)이 된 곳
→ 세집마을이 된 곳
→ 세 집으로 마을이 된 곳
→ 세 집이 한 마을이 된 곳
 …

 

  글쓴이가 어차피 새롭게 말을 지어서 쓰려 했다면 ‘세집마을’로 지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삼가촌’이라 해 놓고, 이 낱말을 못 알아들을 사람 있을까 싶어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거든요. 처음부터 쉽게 알아듣도록 낱말을 짓고 글을 쓸 때에 한결 아름답습니다. 4346.1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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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문진에서 들어온 나이든 부부와 우리한테 땅을 판 아랫집, 새로 생긴 우리 집까지 해서 겨우 세집마을이 된 곳이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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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나무 꽃송이

 


  도시에도 오리나무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도시 어디에서 오리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오리나무를 약으로 삼는 이들도 있지만, 막상 우리 삶자리 둘레에 오리나무를 건사하기란 쉽지 않다. 오리나무뿐 아니라 뽕나무나 대추나무나 감나무나 능금나무 한 그루 느긋하게 자랄 틈을 내주지 않는 도시 사회 얼거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세울 자리 마련하려고 엄청난 돈과 품을 쓰는 도시 정책이고 행정일 뿐, 오리나무이든 잣나무이든 잘 자라도록 숲과 들을 살리는 도시 정책이나 행정은 찾아볼 수 없다.


  삼월이 무르익을 무렵 복실복실 부푸는 송이가 오리나무 꽃일까. 잎사귀 아직 돋지 않았는데 꽃부터 맺는 오리나무일까. 그러고 보면 느티나무나 초피나무도 꽃인지 잎인지 선뜻 알아보기 어렵게 푸른 빛깔로 조그마한 꽃송이 맺는다. 모두들 이른봄에 푸른 꽃이 피고, 어느새 꽃이 지면서 잎사귀만 더 푸르게 남는다.


  들판에 조그마한 꽃들이 맑게 돋아도 봄인 줄 느끼고, 숲에 복실복실 소담스럽게 꽃송이 다닌 오리나무를 보아도 봄인 줄 느낀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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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미역국과 가스불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으레 가만히 지켜본다. 아이들한테 이것저것 시키지 않는다. 다만, 쉬를 누라고 말하곤 하지만, 요새는 이런 말도 굳이 안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쉬를 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새롭게 하루 여는 놀이를 잘 찾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집 아이 아닌 어느 집 아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놀이를 찾아 스스로 즐기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모두들 시설과 어린이집과 놀이방과 학교와 학원이라는 울타리를 씌우는 바람에, 아이들은 스스로 할 놀이를 잃거나 잊으리라 느낀다. 굳이 어른들이 무언가 시키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 해야겠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심심하도록 두면,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하지?’ 하고 생각해서 놀이를 생각하도록 두면, 아이들은 참말 재미나게 하루를 열고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두 시간쯤 흐른 뒤 고구마를 깎는다. 엊그네 이웃 할머니가 주신 고구마이다. 따순 자리에 두었다 여겼으나 벌써 곪는 데 있다. 곪은 자리 바지런히 파낸다. 굵다란 알이 얼마 안 남는다. 접시에 담아 두 아이 노는 마루에 내려놓는다.


  아침으로 미역국 끓이려고 마른미역을 불린다. 예전에는 잘린미역이 미역국 끓이기에 낫다고 생각했지만, 생협 미역이든 여느 미역이든 찬물에 여러 차례 잘 헹구고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잘린미역은 쓰기에 참 나쁘다고 깨닫는다. 지난해에 잘린미역 선물받아 거의 안 쓴 채 있어 모처럼 뜯어서 불리는데, 헹구면서 여러모로 번거롭다. 적잖은 집에서는 미역을 안 헹구고 그냥 끓이려나. 채반을 쓰려나. 채반을 쓰면 채반을 설거지하느라 또 손이 가야 하는데.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사뭇 다르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없고, 또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없으면, 아마 가스불을 켜면서 창문을 안 열리라 본다. 겨울에는 더더욱 창문을 안 열리라. 가스불을 켜면서 창문을 여는 집은 얼마쯤 될까. 가스불을 쓸 적에 창문을 열어야 하고, 찬바람을 쐬어야 하며, 밥을 짓고 도마질을 하는 동안 늘 찬물을 만져야 하는 줄 ‘한 집안 아저씨’는 얼마나 살필까. 찬물을 쓰며 밥을 하는 동안 손이 얼마나 얼어붙는지, 여름에는 시원하다 하지만, 여름에도 한두 시간 찬물을 만지면 시원함을 넘어 차가움이 되는 줄 얼마나 헤아릴까.


  아이들은 놀고 아버지는 밥을 차린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새롭게 놀이를 지어내고, 아버지는 오늘은 어떤 밥과 국과 찬거리를 새롭게 지어서 차릴까 하고 생각을 거듭한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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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아이

 


  저녁 여덟 시 즈음부터 두 아이 재우려고 눕히는데 잘락 말락 하면서 안 잔다. 자장노래를 부르니, 외려 아이들이 자꾸 새로 노래를 부르며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래서야 아이들 재울 수 없어 서로 다른 방으로 흩어진다. 두 아이는 어머니 있는 방으로 달라붙어 이불을 뒤집어쓰다가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지고 큰아이는 다시 아버지한테 와서 머뭇거린다. “졸립지? 졸리면 어서 자야지. 왜 안 자고 그러니.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서 새로 놀아야지.” 큰아이는 마루에 서서 안 들어간다. 그래, 안아서 눕혀 달라는 뜻이로구나. 안아서 자리에 눕힌다. 이불깃 여민다. 어머니 곁에 달라붙어 곯아떨어진 작은아이를 안아서 잠자리로 옮긴다. 얘들아, 이렇게 쉬 곯아떨어질 녀석들이 안 잔다며 이렇게 한참 엉겨붙니. 두 아이 모두 잠자리에 눕혀 이불깃 여미니 10초만에 코를 곤다.


  여섯 살 세 살이라는 나이를 문득 생각한다. 큰아이는 어느새 이십 킬로그램 몸무게가 되는데, 두 아이 더해도 사십 킬로그램이 되지 않아, 두 아이를 한꺼번에 들 수 있다. 한 아이씩 안으면 참 가볍다. 가벼운 아이들은 언제나 가볍게 날고, 가볍게 뛰며, 가볍게 노래한다. 가볍게 웃고, 가볍게 숟가락질하며, 가볍게 조잘조잘 떠든다.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두 손에 아무것도 안 쥐면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숨결이 아이들이라고 할까. 어른들은 무거운 마음과 몸으로 두 손에 이것저것 꽉 움켜쥐면서 하늘을 못 날고 꿈을 잃거나 잊는 넋이라고 할까. 이 아이들은 가방을 메려면 멀었다. 이 아이들은 가방을 안 메도 된다. 이 아이들은 가슴에 책이나 가방 아닌 다른 빛을 담을 때에 아름답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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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과 개미 과학은 내친구 6
모리타 타츠요시 그림, 야자마 요시코 글, 윤태랑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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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21

 


작은 꽃 사랑하는 눈길
― 제비꽃과 개미
 야자마 요시코 글·그림
 윤태랑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4.5.20.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듯이 조그맣게 피어나는 제비꽃이 있습니다. 제비꽃은 더없이 자그마한 봄맞이꽃인데, 제비꽃 둘레에서 피어나는 봄까지꽃과 코딱지나물꽃은 더 자그마한 봄맞이꽃입니다. 이 곁에서 피어나는 별꽃은 더욱 자그마한 봄맞이꽃입니다. 그리고, 별꽃 둘레에서 피고 지는 꽃다지꽃이랑 꽃마리꽃은 훨씬 자그마한 봄맞이꽃이에요.


  냉이꽃도 조그마한 봄맞이꽃입니다. 꽃마리 가운데 좀꽃마리꽃은 그야말로 작은 봄맞이꽃입니다. 할미꽃이나 참꽃처럼 제법 알아보기 쉬운 커다란 꽃이 있고, 현호색이나 복수초처럼 환하게 빛나는 꽃이 있어요.


  제비꽃과 같은 앉은뱅이꽃이라 할 민들레도 꽃송이가 눈에 잘 뜨여요. 푸릇푸릇 돋는 풀밭에서 보랏빛 제비꽃은 좀처럼 안 보인다 할 테지만, 아직 풀이 우거지지 않은 봄숲에서는 보랏빛 꽃송이도 꽤 잘 보입니다.


.. 봄기운이 가득한 길가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어요. 보랏빛 꽃이 제비꽃이에요 ..  (2쪽)


  민들레는 꽃이 지고 나서 꽃대가 껑충 오릅니다. 멀리멀리 씨앗을 날리려고 고개를 높이높이 뻗습니다. 바람이 분다든지, 아이들이 꽃대를 꺽어 후후 날립니다. 민들레는 그야말로 멀리멀리 새끼들을 보내어 새롭게 뿌리내려 자라도록 합니다.


  제비꽃은 꽃이 지고 나더라도 꽃대가 오르지 못합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제비꽃 작은 송이마냥 작은 씨주머니를 맺고, 깨알보다 더 작은 씨톨을 내놓아요.


  민들레꽃씨 날리는 아이들은 많아도, 제비꽃씨 터뜨리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제비꽃이 진 뒤 제비꽃씨 맺은 줄 알아차리는 아이들부터 드물다고 할 만해요. 제비꽃씨 있는 줄 모르니, 제비꽃씨 터뜨리며 놀지 못할 만해요.


.. 벌이 제비꽃 꽃잎에 앉았어요. 머리를 꽃 속에 깊숙이 들이밀고 기다란 입을 꿀샘에 넣고 있어요 ..  (10쪽)

 

 

 


  어느 누구도 민들레를 따로 심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냉이를 따로 심지 않습니다. 씀바귀 씨앗이나 고들빼기 씨앗을 뿌려서 퍼뜨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질경이 씨앗이나 쑥 씨앗을 받아 뿌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상추씨를 뿌리고 시금치씨를 뿌립니다. 무씨를 심고 배추씨를 심어요. 이들 씨앗은 참말 따로 심어야 잘 자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누군가 꼭 심는 씨앗이 자라야 밥을 얻나요. 누군가 꼭 심는 씨앗이 없으면 굶어야 할까요.


.. 높다란 돌담을 기어오르는 개미가 있어요. 제비꽃 씨앗을 입에 물고 있네요. 떨어뜨리지 말고 나르렴. 가까운 곳에 개미집이 있나 보구나 ..  (23쪽)


  야자마 요시코 님이 빚은 그림책 《제비꽃과 개미》(한림출판사,2004)를 읽습니다. 조그마한 제비꽃 한살이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곱게 담은 그림책을 읽습니다. 제비꽃이 처음 작은 떡잎 내놓고 자라는 모습부터, 어미 제비꽃이 시들고 새끼 제비꽃이 새롭게 자라는 모습까지,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제비꽃 둘레에는 제비꽃한테서 꿀을 얻는 작은 벌이 있고, 제비꽃 씨앗을 물어 먹이로 삼으려는 개미가 있습니다.


  벌이 있어 제비꽃은 씨앗을 맺을 수 있습니다. 개미가 씨앗을 물어 나르다가 그만 톡 떨어뜨리는 바람에 이곳저곳에서 제비꽃은 새롭게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제비꽃은 벌과 개미가 있어 고맙습니다. 벌과 개미는 제비꽃이 있어 고맙습니다.


  사람은 제비꽃이 고마울까요. 제비꽃은 사람이 고마울까요. 사람은 제비꽃을 곱다 여기며 빙그레 웃으며 들여다보나요. 제비꽃은 사람이 반갑기에 봉오리 활짝 벌려 방긋방긋 인사를 할까요.


.. 엄마 제비꽃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곳에도 싹을 틔웠구나 ..  (26쪽)


  작은 꽃 사랑하는 눈길이 되어 이 땅을 사랑합니다. 작은 꽃 아끼는 손길이 되어 이웃을 아낍니다. 작은 꽃 쓰다듬는 마음길이 되어 마을과 고을과 고장을 얼싸안아요. 작은 빛이 모여 아름다운 빛 되고, 작은 꿈이 모여 아름다운 삶 됩니다.


  천천히 길을 걸어요. 천천히 길을 걷다가도 살며시 멈추어요.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내려다봐요. 나뭇줄기를 가만히 품에 안아요. 조그마한 꽃송이나 잎사귀를 보드랍게 쓰다듬어요.


  꽃을 바라보는 눈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됩니다. 꽃내음 맡는 매무새가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매무새가 됩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온갖 들꽃이 들내음 듬뿍 베푸는 따사로운 이야기 펼칩니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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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11 15:41   좋아요 0 | URL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그런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겁니다.
사람이니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겠으나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겠죠.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게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도시 아이들에겐요...

파란놀 2013-12-11 17:3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런 책들 모두 도시 아이들 읽히려고 나와요.
다만, 이 아름다운 웬만한 자연그림책은 거의 다
일본에서 1950~80년대에 만든 책들이에요.
2000년대에 접어들고 2010년대가 되어도
아직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창작 자연그림책'이 잘 태어나지 못해요.
애써 나와도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 못하고요.

이 제비꽃 그림책은 일본에서 1995년에 처음 나왔군요.
시골 아이들은 자연그림책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만했지만,
이제는 시골에서도 참말 시골아이는 드물고
거의 다 읍내나 면내 아이가 되다 보니,
시골에서도 이런 자연그림책 읽히면서 '자연을 알도록' 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