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84. 2013.12.10.ㅁ 둘이서 도란도란

 


  만화책 하나를 누나가 펼치니 작은아이가 슬며시 옆에 달라붙는다. 두 아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 하나를 나누어 본다. 작은아이도 책을 넘기고 싶지만, 누나가 “보라야, 내가 넘길 테니까, 넌 거기서 봐.” 하고 말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만화책 함께 보는 듯하다가 이내 딴짓을 한다. 누나랑 나란히 도란도란 책을 즐기기보다는, 누나가 얼른 책을 덮고 저랑 다른 놀이를 하기 바라는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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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83. 2013.12.10.ㄹ 같이 읽기

 


  선물받은 책상자를 마루에 풀어 놓는다. 아니, 두 아이가 저마다 마루에 풀어 놓고, 하나씩 집어서 그림만 골라 읽는다. 그림을 찾아 마음속에 이야기를 담고, 차근차근 줄거리를 엮어 새로운 놀이를 한다. 나도 이 아이들처럼 어릴 적에는 글은 건너뛰고 그림만 훑으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짓곤 했다. 그림을 익숙하게 들여다보노라면, 앞으로 글밥 즐길 무렵에 새삼스레 이 책들 가까이에 두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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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14 07:53   좋아요 0 | URL
그림만 읽었군요. 저는 큰 아이도 아직 어려 보이는데, 이렇게 긴 글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ㅎㅎ~ 곧 읽게 될 날이 오겠지요. 물론 함께살기님은 조바심내며 그 날을 기다리지 않으시겠지만 말이지요.
고운 우리말쓰기에 시간을 들여야 함을 알면서도 많이 게으른 저를 반성해 봅니다.
님의 서재 글을 읽으면서 뜨끔!!! 합니다.
쉽게 글을 쓰면 우리말 쓰기에 가깝게 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항상 풀어쓴다고 쓰면서도 모자랍니다. 배워야겠습니다.

파란놀 2013-12-14 09:03   좋아요 0 | URL
'쉽게' 쓴다고 하면, 늘 '내 눈높이'로만 그렇게 되니까요,
'시골에서 흙 만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헤아리면서
우리 말글을 살피면,
저절로 쉬우면서 아름답고 착한 말이 되어요~
 

[시로 읽는 책 87] 시인 되기

 


  찬찬히 걸을 수 있으면 누구라도 글빛.
  가만히 껴안을 수 있으면 모두 노래빛.
  조용히 그릴 수 있으면 모두 하늘빛.

 


  자가용을 달리는 시인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바쁘게 돈을 버는 노래지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어도, 찬찬히 걸으면 시인이 되어요. 시장이나 군수가 되어도, 풀과 나무를 껴안으면 노래지기가 되어요. 어느 자리에 있는지는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마음이 되는지가 대수롭습니다. 어떤 꿈을 키우고 어떤 빛을 가꾸며 어떤 길을 걸으려 하는가에 따라 목소리와 얼굴이 새롭게 거듭나요.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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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3) 다람쥐 농사

 

“아, 그거, 그건 다람쥐 농사야.” 다람쥐란 놈이 지난가을에 온갖 씨를 다 물어와 밭 여기저기 숨겨 놓은 것들이 저렇게도 싱싱하게 싹이 텄단다 … “아니야, 그냥 둬. 겨울 나면서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니까. 옛날부텀 엄벙덤벙이가 농사 잘한다 했어.”
《유소림-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 18쪽

 

  문득 궁금해 다른 이들도 ‘다람쥐 농사’라는 말을 쓸까 하고 찾아보니, 드문드문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시골에서 다람쥐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이웃으로 지내는 분들은 ‘다람쥐도 농사를 거든다’고 느끼는구나 싶어요. 참말, 다람쥐가 겨우내 먹으려고 모은 온갖 나무열매(나무씨앗)가 흙 품에 안겨 포근하게 깨어날 테니, 다람쥐도 농사를 짓는다고 할 만해요.

 

 다람쥐 농사
 지렁이 농사
 제비 농사
 딱새 농사

 

  다람쥐 못지않게 새들도 농사를 짓습니다. 나무열매를 따먹은 뒤 씨앗을 똥과 함께 뽀직 내놓으면, 이곳저곳에 씨앗을 뿌리는 셈 돼요. 풀열매를 따먹는다면, 또 풀씨를 깃털에 매달고 이것저것 날아다닌다면, 풀씨를 퍼뜨리는 셈 되니, “제비 농사”라든지 “딱새 농사”도 있겠다고 느껴요.


  지렁이는 흙을 살찌우면서 “지렁이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렁이가 없는 흙은 기름지지 못하고, 지렁이가 있는 흙은 기름져요.


  사람들은 흙 농사 말고 “사람 농사”도 짓습니다. 아이를 돌보며 키우는 일을 가리켜 “자식 농사”라고 일컫곤 해요. 이런 삶과 일을 바탕으로 돌아보면, “책 농사”라든지 “글 농사”라든지 “이야기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어요. 삶도 농사요 사랑도 농사가 될 테고요. 흙을 가꾸듯이 마음을 가꾸고, 넋과 얼을 가꾸면서 말을 가꿉니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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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통 놀이터

 


  여름철에 물을 채워 마당 물놀이 즐기는 고무통은 겨울에도 아이들이 들어가서 노는 자리가 된다. 마당은 아이들한테 놀이터가 되는데, 마당 한쪽에 놓은 고무통 또한 새삼스레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한테 놀잇감 아닌 것이 있을까. 아이들한테 놀이터 아닌 곳이 있을까. 아이들은 총알 껍데기로도 놀고, 아이들은 전쟁터에서도 논다. 아이들은 물 한 모금으로도 놀며, 아이들은 피난마을에서도 놀지 않는가.


  무엇이든 놀잇감으로 새로 만들 줄 아는 아이들은 언제나 맑은 빛이 된다. 어디에서든 즐겁게 놀며 웃을 줄 아는 아이들은 늘 밝은 꿈이 된다. 우리 어른은 모두 아기로 태어나 아이들 되어 신나게 놀던 사람이다. 어른들도 아이 마음이 고이 흐르기 마련이다. 어른이 되어 살더라도 맑은 빛과 밝은 꿈을 따사로이 품으면서 살아갈 때에, 보금자리가 포근하고 마을이 아늑하며 지구별이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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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3-12-14 09:54   좋아요 0 | URL
종규님~
오랜만이네요.
제 딸아이도 여름이면 저 고무통에서 물놀이 하면서 놀곤 했어요>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되었네요~ ㅎㅎㅎ

파란놀 2013-12-14 10:05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그렇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