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94. 2013.12.24.ㄴ 벼리 발가락 책읽기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리도 쑥쑥 길어진다. 어릴 적에는 만화책 하나 다리에 얹으면 무릎과 정강이를 모두 덮었으나, 큰아이 사름벼리는 이제 무릎과 허벅지만 살짝 덮는다. 앞으로는 무릎에만 살며시 올려놓을 만큼 키가 자랄 테지. 아이가 책에 얼마나 사로잡혔는가는 언제나 발가락 꼬물거림으로 알아챈다. 깊이 빠질 적에는 얌전히 있는다. 뭔가 고빗사위에 이르거나 안타까운 대목이나 재미난 모습이 나오면 발가락을 쉴새없이 움직인다. 얼굴뿐 아니라 발가락에도 아이 느낌과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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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93. 2013.12.24.ㄱ 보라 발가락 책읽기

 


  누나도 어머니도 책을 손에 쥔다. 산들보라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붙지 못하다가, 저도 책을 하나 쥐어 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림은 얼마 없고 글이 많은 이야기책을 집더니, 이마저 거꾸로 쥐어 무릎과 정강이에 척 올린다. 책 보는 척하기만 하는 산들보라는 발가락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논다. 그렇지. 너한테는 그저 책놀이일 뿐이야. 책을 읽는 놀이가 아닌, 책을 갖고 즐기는 놀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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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1
후지무라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97

 


남다른 빛이 흘러
―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1
 후지무라 마리 글·그림
 송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6.15.

 


  남다른 빛이 흘러 사랑이 됩니다. 똑같은 빛이 흘러도 사랑이 될 텐데, 저마다 다른 고장에서 저마다 다른 꿈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마음자리로 스며드는 남다른 빛 한 줄기 있어 사랑을 느낍니다.


  사랑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거나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랑이든 따사롭습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사랑은 포근합니다. 남쪽이건 북쪽이건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든 사회주의 사회이든, 사랑은 다를 일이 없습니다. 군인이 정치꾼 명령을 받고 서로 치고받으며 죽이는 북새통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똑같아요.


  온누리에 골고루 드리우는 햇볕처럼 모든 사람한테 따사롭게 비추는 사랑입니다. 모든 풀한테 똑같이 찾아드는 햇볕처럼 모든 사람한테 아름답게 스며드는 사랑이에요.


- ‘그래도 솔로 경력은 물론 처녀 경력도 33년이라는 걸 알면, 다들 기겁하겠지. 33년이나 되다니.’ (8년)
- “아, 안녕.” “어젯밤부터 계속 헤어지잔 얘기로 다투느라 힘들어 죽겠어요.” “그런 일로 죽으면 쓰나.” “풋. 아오이시 씨는 참 특이한 것 같아요.” (16∼17쪽)
- ‘남자의 마음을 공부하고 계속 관찰하면서 난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사귈 거라면 성실한 사람을 만나야 해. 마음이 착하고 거짓말 안 하고, 여자를 소중히 여기고, 도박도 안 하고, 씀씀이도 헤프지 않고, 대범하고 …….” (18쪽)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니, 오늘날과 같은 제도권 학교 울타리에서는 어느 누구도 사랑을 가르치지 않을 뿐더러, 사랑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입시지옥인 학교에서 어떻게 사랑을 가르치나요. 아니, 사랑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할 교사가 있을까요.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아이한테 ‘얘야, 우리 교과서는 좀 덮고 사랑을 생각하자.’ 하고 이야기할 어버이가 있을까요. ‘얘야, 너 대학교는 안 가도 되니까, 참다운 사랑부터 제대로 알자.’ 하고 아이 손을 붙잡을 어버이가 있을까요.


  대학교는 안 가도 됩니다. 대학교에 안 간대서 죽는 사람 없습니다. 대학교에 안 가더라도 굶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안 들어갔기에 일자리 못 얻는 사람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모르면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기 마련입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면, 학력이 높고 재산이 많으며 이름값이 높다 한들 삶이 재미나지 않아요. 사랑을 배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둘레 이웃이나 아이한테 사랑을 가르칠 수 있는 마음밭이 아니라면, 아름다운 하루를 누리지 못해요.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사랑으로 짓습니다. 우리가 입는 모든 옷은 사랑으로 깁고 손질하며 빨래합니다. 우리가 잠자고 쉬는 모든 집은 사랑으로 마련하며 돌보고 가꿉니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요. 사랑이 있어야 아이를 낳지요. 사랑이 있을 때에 어머니가 뱃속에 아기를 열 달 동안 고이 품어요. 사랑이 있기에 아기한테 젖을 물리고, 사랑이 즐겁기에 아이와 하루 내내 살을 부비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어요.


- ‘아오이시 하나에, 33살 생일에 처녀딱지를 떼어버렸다. 아마도. 말도 안 돼. 띠동갑인 연하남이랑, 이런 식으로, 게다가 거의 기억도 없는 상황. 나 진짜 바보 아냐?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첫 경험. 그 경험을 했는지 어땠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끝내다니.’ (46∼47쪽)
- “안경 벗고 먹는 게 낫지 않아요?” “응.” “전 안경 안 쓴 아오이시 씨가 더 좋아요.” (74쪽)
- ‘기분이 이상해. 지금까지 최대한 다른 사람한테 기대지 않고 살아왔는데, 타노쿠라가 다정하게 대해 주니까 응석을 부리고 싶어진다. 역시 남자친구는 특별한 존재구나.’ (101쪽)

 

 


  사랑이 없는 채 찍는 영화가 재미있을까요? 사랑이 없는 채 만드는 연속극이 아름다울까요? 사랑이 없기에 상업영화가 됩니다. 사랑이 없으니 표절을 하거나 도용을 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점수를 매기지 않아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몽둥이나 회초리를 들지 않아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오직 사랑으로 이야기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어른은 아이들한테 사랑으로 가르칠 뿐, 손찌검이나 몽둥이질이나 체벌 따위를 하지 않아요.


  사랑이 없는 어른이 정치 얼거리를 아무렇게나 세운 뒤에 입시지옥을 세웁니다. 사랑을 모르는 어른이 입시지옥을 그대로 두면서 제도권교육 울타리에서 ‘학습시장 돈벌이’를 합니다. 사랑하고 등진 어른이 아이들을 ‘인적 자원’이라 여깁니다.


  어느 아이든 부속품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아요. 어느 아이든 공무원 부속품이나 공장 부속품이나 회사 부속품이 아니에요. 어느 아이든 사랑을 받아서 태어난 뒤, 사랑을 누리며 살아갈 숨결이에요.


  책은 안 읽어도 됩니다. 사랑으로 쓴 책이 아니라면, 굳이 책을 읽을 까닭 없어요. 책은 몰라도 됩니다. 사랑을 담은 책이 아니라면, 애써 책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온통 시험지식만 가득한 교과서를 왜 아이 손에 쥐어 주나요? 사랑을 들려주고 속삭이며 꽃피우는 이야기 그득한 아름다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야지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웃음꽃 지으면서 아름다운 책을 읽어야지요.


- ‘처음으로 남자한테 생일 축하를 받았다. 호텔에 처음 가서 처음으로 남자 옆에서 눈을 떴다. 오늘 하루 난 수많은 첫 경험을 했다. 앞으로 난 이 일을 몇 번이고 떠올리겠지? 몇 번이고.’ (84∼85쪽)
- ‘몇 번이고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이번 일도 그럴지 몰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면, 이게 진짜로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면, 무조건 뛰어드는 수밖에 없어.’ (86∼87쪽)
- “날 위해서 돈을 안 썼으면 해서.”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지. 자기가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든, 당신을 위해 쓰든, 그건 그 사람 마음이잖아? 자기가 연상이니까, 혹은 자기가 돈이 더 많다고 그러는 건, 결국 그를 무시하고 있다는 거야. 그 사람도 상처받았을걸.” (161∼162쪽)

 

 


  후지무라 마리 님 만화책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대원씨아이,2013)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서른세 살 아가씨는 사랑을 꿈꾸지만 서른세 살이 되기까지 사랑을 만나지 못한 채 일만 하며 살았습니다. 아니, 사랑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다 할 만하고, 스스로 사랑으로 깊이 파고든 적 없다 해야 옳겠지요. 스스로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아니라 ‘사내는 이래야 해’라든지 ‘이쯤 되는 자격은 있어야지’와 같은 껍데기를 스스로 세우는 바람에 사랑하고는 만나지 못했어요.


  누구라도 그래요. 사랑은 얼굴로 하지 않아요. 사랑은 목소리로 하지 않아요. 사랑은 은행계좌나 자가용으로 하지 않아요.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함께할 수 있어요.


- ‘연애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구나. 지금까지는 나 혼자 그 시간을 다 썼는데. 하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아.’ (114쪽)
- ‘다정하기도 하지. 하지만 난 타노쿠라랑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진짜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140쪽)


  남다른 빛이 흘러 사랑이 됩니다. 남다른 빛이란, 남보다 더 많은 어떤 물질이 아닙니다. 남다른 빛이란, 나를 나답게 아끼는 빛입니다. 나를 나답게 바라보면서 살가이 어루만질 수 있는 손길입니다. 나를 나답게 마주하면서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삶을 바라는 꿈입니다.


  이 나라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사랑이 싹틀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나라 누구나 착한 사랑을 속삭일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나라 사람뿐 아니라, 풀과 꽃과 나무도 사랑스레 뿌리를 내리고 사랑스레 활짝 잎사귀 벌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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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빨래하는 기쁨

 


  손가락이 트는 바람에 며칠 빨래를 못 했다. 오늘 며칠만에 손빨래를 하면서 복복 비비며 아주 즐겁다. 다 마친 빨래를 꾹꾹 짠 다음 마당에 넌다. 바람이 불지 않아 겨울이지만 물기가 잘 마른다. 해가 질 무렵 빨래를 거두어 집안에 옷걸이로 꿰어 넌다. 이제 하룻밤 자고 나면 보송보송 잘 마를 테지.


  손빨래를 할 수 있는 만큼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할 적에도 성가시지 않다. 튼 자리가 갈라져 핏물이 흐르고 따끔거릴 적에는 밴드를 대거나 씌우개로 씌워도 자꾸 성가시다고 느꼈지만, 잘 아물어 아이들 씻기고 빨래를 할 수 있으니 아주 홀가분하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문득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는 왜 이렇게 빨래를 잘 해요? 아버지랑 어머니는 왜 밥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하고 설거지도 잘 해요?” “그렇게 하고 싶다 생각하니까 잘 할 수 있지.” “나도 잘 하고 싶은데.” “벼리도 잘 하고 싶다 생각하면서 밥을 잘 먹고 무럭무럭 크면 앞으로 잘 할 수 있어.” “에잉.” 두 아이 저녁을 다 먹이고 설거지를 마친다. 이튿날 먹을 쌀을 씻어서 불린다. 오늘 하루도 조용히 즐겁게 저문다.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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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57) 동명의 1 : 동명의 만철 하얼빈도서관

 

전술한 바와 같이 하얼빈에는 1923년 창립한 동명의 만철 하얼빈도서관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가토 카즈오,카와타 이코이,토조 후미노리/최석두 옮김-일본의 식민지 도서관》(한울,2009) 177쪽

 

  “전술(前述)한”은 “앞서 말한”이나 “미리 밝힌”으로 다듬고, “1923년 창립(創立)한”은 “1923년 세운”으로 다듬습니다. “이미 존재(存在)하고 있었지만”은 “이미 있었지만”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동명(同名)’은 “같은 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1923년 창립한 동명의 만철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같은 이름으로 지은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똑같은 이름으로 세운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지은 이름이 같은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세운 같은 이름을 쓰는 하얼빈도서관
 …

 

  “같은 이름”이라는 뜻이라면, 말 그대로 이처럼 쓰면 됩니다. 따로 한자말 ‘동명’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사전을 보면 “같은 말”이라는 뜻으로는 ‘同語’를 쓰고, 같은 뜻을 품은 사람을 가리킬 때에는 ‘同志’라 합니다. 설마 싶어 국어사전을 더 뒤적이니 “같은 책”을 뜻한다는 ‘同書’가 실립니다.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同人’ 또한 나란히 실리는군요.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 이 작품은 같은 이름으로 나온 소설을 영화로 담아냈다
→ 이 작품은 같은 이름 소설을 영화로 담았다
→ 이 작품은 이름이 같은 소설을 영화로 찍었다
 …

 

  ‘같은이름’이나 ‘같은말’이나 ‘같은동무’나 ‘같은책’이나 ‘같은사람’ 같은 낱말을 쓰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굳이 한 낱말로 삼아야 하지 않습니다. 한 낱말이 없어도 됩니다. 붙여서 쓰거나 띄어서 쓰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함께 나눌 낱말을 써야 알맞고, 서로 즐겁게 주고받을 낱말을 써야 아름답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나누면서 말삶을 가꿀 만한 말씨와 말투를 헤아리면 됩니다.

 

 같은이름 . 이름같다

 

  다만, 다시금 ‘동명’과 ‘同名’과 ‘같은이름’을 헤아려 본다면, 아직까지는 퍽 힘들지만 앞으로는 ‘같은이름’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 실으면 어떠할까 싶어요. 우리 말살림을 북돋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빕니다. 말차례를 바꾸어 ‘이름같다’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따로 한국말사전에 새 낱말을 싣지 않더라도 ‘같은-’을 앞가지로 삼아서 이런 말 저런 말을 줄줄줄 쏟아내는 틀을 마련해도 돼요.


  ‘같은뜻’이라든지 ‘같은길’이라든지 ‘같은넋’이라든지 ‘같은돈’이라든지 ‘같은사랑’이라든지 ‘같은터’라든지, 때와 곳에 알맞게 여러 가지 낱말을 쓸 수 있어요. 흐름과 앞뒤를 살피며 온갖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2.10.13.불/4346.12.29.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미리 밝힌 바와 같이 하얼빈에는 1923년에 같은 이름으로 세운 만철 하얼빈도서관이 이미 있었지만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15) 동명의 2 : 동명의 영화

 

그가 여행 중에 썼던 일기는 훗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출판되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 110쪽

 

  “여행 중(中)에”는 “여행하는 동안에”나 “여행하면서”나 “여행길에”로 손보고, ‘훗(後)날’은 ‘뒷날’이나 ‘나중에’로 손봅니다. ‘출판(出版)되고’는 ‘나오고’로 손질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앞에서 나오는 말투와 이어 “영화로도 나온다”나 “영화로도 만든다”로 손질해 줍니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 같은 이름으로 영화도 만든다
→ 같은 이름으로 영화도 나온다
 …

 

  문득 궁금해서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니, 한자말 ‘동명’이 모두 다섯 가지입니다. “같은 이름”을 가리키는 ‘同名’을 비롯해서, 역사 낱말인 ‘동명(東明)’이 있고, 어떤 사람 호라고 하는 ‘동명(東溟)’이 있고, 동해를 가리키는 다른 한자말 ‘동명(東溟)’과 ‘동명(洞名)’이 있어요. 마지막 ‘洞名’은 “동네 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한자말 ‘동명’은 한 가지조차 없다고 느껴요. “동네 이름”은 이름 그대로 이처럼 쓰면 돼요. 어떤 사람 호를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까닭이 없으며, 동해는 동해이지 ‘동명’이라고 적을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말글을 담는 사전이라면 우리 말글을 담아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사전은 한자말사전이 아니고, 중국말사전도, 역사사전도, 인물사전도 아닙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아끼고 사랑하면서 북돋울 때에 비로소 한국말사전다울 수 있는 한편, 이 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 말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북돋우는 밑틀이 될 테지요. 4346.12.29.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가 여행하면서 썼던 일기는 나중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책으로 나오고 영화로도 만든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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