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고 책을 펴내기

 


  글쓰기란 참 쉽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돌보는 삶을 헤아려 보면 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놀리고 씻기고 가르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내는 삶을 돌아본다면, 글쓰기란 아주 쉽다. 책을 펴내는 일도 더할 나위 없이 쉽다.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일이란 더없이 조그마한 조각맞추기라고 느낀다. 그러니, 즐겁게 생각하며 글을 쓰면 되고, 기쁘게 헤아리며 책을 내면 된다. 아이들하고 놀듯이. 아이들한테 맛난 밥 차려서 함께 먹듯이. 아이들을 놀리고 노래를 불러 주면서 하루를 맑게 가꾸듯이.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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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쓰는 넋

 


  동화란 무엇일까요.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웃음과 눈물을 듬뿍 쏟아내게 이끄는 동화나 문학을 읽으면서 가슴이 후련하다고 느낍니다. 웃고 울면서 기쁘게 누리는 동화나 문학을 즐기면서 마음속에서 사랑이 자란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 지구별에는 아직 전쟁이 있어요. 서로 죽이고 죽는 짓이 끊이지 않아요. 동화와 문학에서도, 영화와 연속극에서도, 만화와 그림책에서도, 치고받으며 다투거나 괴롭히거나 할퀴는 이야기가 흘러요. ‘현실은 이렇다’ 하고 말하면서 자꾸자꾸 ‘현실 보여주기’만 한다고 덧붙여요.


  그러면, 그러면 말입니다, 현실이 이러하다면 ‘꿈은 이렇다’ 하고 말하면서 한결같이 ‘꿈 들려주기’로 나아가는 동화나 문학은 나올 수 없을까요. 아프거나 괴롭거나 슬프거나 못나거나 짓궂은 현실에서만 맴돌지 말고, 삐삐처럼 호빗처럼 앤처럼 코난처럼 아톰처럼 밍키처럼, 꿈을 맑고 밝으면서 환하게 지필 수 있는 이야기를 동화나 문학으로 빚을 수 없을까요.


  책보다 놀이를 말하고, 숲과 들을 말하며, 어른과 함께 일하고 놀며 삶을 짓는 하루를 짚고 이야기하는 비평을 선보였던 이오덕 님을 곰곰이 떠올립니다. 아이들한테 꼭 동화를 읽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삶이라면, 동화책이나 그림책은 없어도 됩니다. 아이들이 숲과 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돌보는 삶 누린다면, 영화나 연속극은 없어도 됩니다.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일하고 놀며 삶을 지을 수 있으면, 만화책 하나 없더라도 늘 웃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동화쓰기’는 어렵지 않다고 느낍니다. ‘동화읽기’도 어렵지 않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동화란, 어린이와 함께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사랑을 그리는 이야기이거든요. ‘동화쓰기’가 어려울 까닭이 없어요. 아이들과 활짝 웃으며 싱그럽게 놀며 일하는 어른은, 동화를 ‘쉽게’ 써요. 아이와 놀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좋은 작품 선물’하려는 마음이라면, ‘창작’을 하거나 ‘문학’을 한달지라도 즐겁게 웃지 못합니다. 아름답게 노래하지 못합니다. 즐겁게 누리는 삶처럼 즐겁게 쓰고 읽으며 나누는 동화요 이야기이며 문학입니다.


  문학강좌를 듣거나 창작강의를 듣거나 대학교를 다니면서 동화를 쓰거나 읽으려는 분이 나오지 않기를 빌어요. 아이와 사귀고, 아이와 놀며,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면서, 삶 그대로 동화를 쓰고 읽으며 웃는 어른이 차츰 늘어나기를 빌어요. 글솜씨가 어리숙할 수 있어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릴 수 있어요. 아이들은 설거지를 거들다가 접시나 그릇을 깰 수 있어요.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질 수 있어요. 그런데, 놀다가 무릎이 깨져야지요. 어른들이 마구 모는 자동차에 받혀 다치지는 말아야지요. 어른들이 저지르는 전쟁과 막개발 때문에 아이들이 다치거나 아프지는 말아야지요.


  동화를 쓰는 넋은 삶을 사랑하는 넋이라고 느껴요. 동화작가 스스로 일구는 삶이 동화작품에 고스란히 스민다고 느껴요. 동화작가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빛이 동화작품에 시나브로 깃든다고 느껴요. ‘좋거나 착한 이야기’만 동화로 써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에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 길에서, 아이와 어떤 삶을 일구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 하는 꿈과 사랑과 노래를 담아야 비로소 ‘동화가 된다’고 느껴요.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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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4-01-15 07:58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읽고나니 왜 갑자기 동화를 쓰고 싶어지는지? ^^

파란놀 2014-01-15 12:06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이 쓰실 동화 두근두근 기다리겠습니다~ ^^
 
엄마는 거짓말쟁이 다림창작동화 1
김리리 지음, 한지예 그림 / 다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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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55

 


생활동화란 무엇일까
― 엄마는 거짓말쟁이
 김리리 글
 한지예 그림
 다림 펴냄, 2003.11.16.

 


  생활동화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삶을 그리면 생활동화가 된다 하겠지요. 그러면, 삶이란 무엇일까요. 어디에서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 모습을 그릴 때에 생활동화가 된다 할까요. 아이들한테 읽힐 동화책에 담는 ‘삶 이야기’는 어디에서 마주하고 어떻게 갈무리해서 어떠한 빛으로 그릴 때에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거울 수 있을까요.


  김리리 님이 쓴 생활동화인 《엄마는 거짓말쟁이》(다림,2003)를 읽었습니다.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우리 집 큰아이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만 살피면서 ‘왜 이래?’ 하고 묻습니다. 나도 우리 집 큰아이처럼 ‘글을 모르는 사람’인 듯 여기면서 글은 잊고 그림만 따로 들여다봅니다. 그림으로만 볼 적에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와 어머니와 아버지와 교사와 동무들은 그리 사랑스럽지 못합니다. 아이가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거짓말하기’를 물려받거나 배웠다고도 할 테지만, 이보다, 주인공 아이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왜 살아가나?’ 하는 대목이 아리송합니다.


.. “치! 그런데 왜 내가 말을 안 했다고 그래? 난 분명히 엄마한테 말했는데…….” “알았어. 빨리 책이나 읽어 봐.” 나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잘못했다고 해서 화가 나는데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요 ..  (11쪽)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아이가 어리니 으레 꾸짖으며, 어른들끼리 속닥거리면서 놀고, 어른이라면서 하루 내내 컴퓨터게임만 하는 모습을 꼭 동화책에 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이런 모습을 비판하려는 뜻에서 동화책에 담을 수 있습니다만, 굳이 비판을 하려고 동화책으로 담아서 보여주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하면서 거짓말 이야기만 잔뜩 보여주는 생활동화는 이 동화책 읽을 아이들한테 어떻게 스며들는지 궁금합니다.


  이 동화책에 흐르는 이야기대로 살펴본다면, 주인공 아이는 어머니나 아버지한테서 아름다운 모습이나 사랑스러운 빛을 하나도 물려받지 못합니다. 하나도 겪지 못하고 느끼지 못해요. 그래도 제법 씩씩하고 대견스레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달리 착하고 예쁘며 참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다가 그만, 여느 때에 늘 겪고 보며 마주하는 어버이 모습이 아이한테서도 드러나요. 아이는 이런 모습이 드러날 때에 무척 부끄러워 하면서 어쩔 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 동화책을 읽을 아이들도 ‘아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얄궂은 거짓말과 매무새에 젖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뒤집기를 하면서 무언가 가르치거나 보여줄 수 있습니다만, 굳이 뒤집기를 해야 할까 아리송해요. 그리고, 뒤집기를 하려 한다면, 주인공 아이네 어버이와는 사뭇 다른 ‘수수하면서 착하고 참다운 이웃이나 동무’를 함께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야 알맞겠다고 느낍니다.


.. “엄마! 그냥 지나치면 어떻게 해?” “내가 뭘?” “지금 사람들이 건널 차례인데 엄마가 그냥 지나쳤잖아.” “건너는 사람이 없으니깐 그렇지. 운전할 때 말 시키지 말고 입 좀 다물고 있어.” ..  (16∼17쪽)


  아이들은 어른들이 여느 때에 으레 하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먹습니다. 어른들 말이 곧 아이들 말이 됩니다. 어른들이 범죄를 일으키니 아이들도 범죄를 일으킵니다. 어른들이 사회에서 계급과 신분과 재산과 학력 따위로 금을 긋고 푸대접과 따돌리기와 괴롭히기를 일삼으니, 아이들도 학교와 마을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아이들이 ‘외계어’나 ‘통신체’를 쓴다고 나무랄 수 없어요. 모두 어른한테서 배우는 말투입니다. 둘레 어른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말하면, 아이들도 저절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말해요. 그렇지만 어른들은 ‘어른이니까’라는 핑계로 아무 말이나 내뱉습니다. 아이들이 보거나 말거나 짓궂은 말을 내뱉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어른 흉내를 내지 말라 윽박지릅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부터 어른과 똑같이 거친 말을 마구 내뱉거나 지껄여요. 중·고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아주 ‘어른 말투’로 거칠거나 짓궂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절주절 떠들곤 합니다.


.. 아빠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요. “그게 뭐 어렵냐? 눈 딱 감고 그냥 예쁘다고 하면 되는 거지!” “정말? 그럼 아빠도 거짓말한 거네!” “내가 하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으니깐 하는 거지!” ..  (22쪽)


  생활동화는 어떤 삶을 그릴 때에 생활동화일까요. 어떤 사람들 어떤 삶을 그리면서 아이들과 따사로운 사랑과 꿈을 품을 때에 동화책이 될까요.


  아이를 밥상 앞에 앉히고 ‘나쁜 밥’과 ‘좋은 밥’을 함께 올리고는, 아이더러 ‘좋은 밥’만 먹으라 하고는 어른들은 ‘나쁜 밥’만 먹으면,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울까요. 이때에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과 슬기를 빛내어 ‘그래 그래, 좋은 밥만 먹어야지’ 하고 몸가짐을 추스를는지요.


  생활동화가 ‘착한’ 모습만 그리면서 ‘착한’ 이야기만 들려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막판에 짠 하고 뒤집기를 하려는 얼거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얄궂은 모습들만 잔뜩 보여주는 얼거리로 쓰는 생활동화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얼마나 즐거울 만한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 나도 이렇지!’ 하면서, 어머니들 누구나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쾌감’을 맛보도록 하는 뜻이 생활동화인지 묻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어머니가 이렇게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지 않아요. 모든 아버지가 집에서 아이하고 안 놀면서 인터넷게임에만 빠지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비추면서 생활동화로 어떤 이야기와 생각을 깨우치려 한다 할 적에도, ‘가벼운 뒤집기’로 끝낼 노릇이 아니라, ‘그러면, 어떤 삶이 아이한테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울까’ 하는 대목을 함께 보여주거나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부끄러운 줄 느끼면 어른도 아이도 하루아침에 깨달아 새 사람이 될까요? 참말 궁금합니다. 마지막에 뒤집기 한 판을 짠 보여주면 ‘동화문학’이 된다고 할 만한지 궁금합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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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4-01-15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 무척 공감갑니다. '가벼운 뒤집기' 한 판을 위해서 앞 쪽에서 너무 억지스럽고 곱지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건, 저도 반대예요. 잘 읽었어요. ^^ 요즘 유아 관련된 이야기를 꾸미고 있어서 더 새겨 읽었습니다.

파란놀 2014-01-15 12:07   좋아요 0 | URL
'뒤집기'보다는,
처음부터 사랑스레 흐르는 이야기라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우리들이 '명작'이라 손꼽는
나라 안팎 수많은 어린이문학은 모두 '뒤집기'를 쓰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고이 흐르는 사랑이 있답니다.
사랑을 담아 쓰면 되는 일이라고 느껴요.

페크pek0501 2014-01-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님이 동화를 쓰시는 날이 오기를...^^

파란놀 2014-01-15 13:32   좋아요 0 | URL
아, 네, 동시부터 좀... 책이 나올 수 있기를 빌고,
동화는 찬찬히 찬찬히
쉰 살 즈음부터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종이 책 동물과 더불어 그림동화 3
투시타 라나싱헤 지음, 류장현.조창준 옮김, 로샨 마르티스 그림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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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2

 


똥종이, 흰종이, 빛종이
―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투시타 라나싱헤 글
 로샨 마르티스 그림
 류장현·조창주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2013.10.3.

 


  어릴 적 일을 떠올리면, 어머니는 종이 한 장 허투루 버린 적이 없습니다. 버릴 종이가 없습니다. 신문종이가 되든 광고종이가 되든 모두 모읍니다. 학교에서는 다달이 폐품수집을 한다며 신문과 책과 종이를 내도록 시켰습니다. 이때에 내야 하는 종이를 여느 때에 바지런히 모으기도 해야 했지만, 종이는 요모조모 쓸 곳이 많습니다. 한 쪽이 빈 종이이든 두 쪽 모두 이것저것 꽉 찬 종이이든 모두 건사합니다. 찬장이나 옷장을 받칠 적에 종이를 댑니다. 나물을 다듬으면서 마룻바닥에 종이를 댑니다. 달력종이는 책싸개로 씁니다. 새 학기철이 되면 학교에서 받은 교과서를 달력종이로 싸느라 부산합니다. 달력종이로 교과서를 싼 뒤 겉에 정갈한 글씨로 교과서 이름과 숫자와 이름을 적습니다.


  나는 나대로 종이 쓸 곳이 많습니다. 딱지를 접어야 합니다. 요모조모 종이접기를 합니다. 껌을 씹건 과자를 먹건, 겉종이를 하나도 안 버립니다. 껌종이는 종이접기로 쓰고, 과자상자는 딱지를 접거나 다른 만들기를 할 적에 알뜰히 씁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에 구르는 종이를 보면 얼른 줍습니다.


  이웃들도 종이를 알뜰히 건사합니다. 동무들도 종이 한 장을 아쉽게 여깁니다. 스케치북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동무가 있습니다. 미술 수업 있을 적에 그림종이 하나 5원 주고 산다든지, 두꺼운종이 하나 20원 주고 사는 동무가 있습니다. 그림종이를 살 돈이 없어 종이를 빌리는 동무가 있었어요.


  딱지치기를 하려고 빈 우유곽을 잘 펼쳐서 쓰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며 받아서 마시게 하는 우유가 있는데, 우유를 다 마신 뒤 잘 씻어서 말린 뒤 손으로 예쁘게 뜯습니다. 우유곽은 두꺼우니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딱지를 접습니다. 때로는 개구리를 접습니다. 우유곽 딱지나 개구리는 무척 힘이 세고 잘 나갑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니 동무들이 딱지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구리는 곧잘 접습니다. 학교 앞에서 학원 광고종이 따위를 나눠 주면 잘 받아서 모은 다음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수북하게 쌓이는 학원 광고종이를 모아서 종이비행기를 잔뜩 접습니다. 학교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화학공장 쪽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았어요.

 

 


..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숲이 파괴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나무를 너무 많이 베고 있거든요. 우리의 먹을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  (7쪽)


  어릴 적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종이 한 장’ 만들어서 얻는 이야기를 곧잘 들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얻어 쓰면서 늘 이 대목을 헤아렸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적에 종이그림 한 장 함부로 쓰지 못했어요. 그러나 누가 종이를 아껴서 쓰라고 시키지는 않았어요. 종이를 함부로 쓰는 동무도 있었으니까요. 국민학교에서는 종이를 마구 쓰거나 버리는 동무를 못 봤지만, 중학교부터는 종이쓰레기가 학교에 넘쳐요. 무엇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폐품 모으기를 안 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어떻게 얻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무엇보다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나무를 베어야 합니다. 벤 나무를 짐차로 끌어서 날라야 합니다. 공장에서 나무를 알맞게 자릅니다. 알맞게 자른 나무를 다스립니다. 이동안 기계를 움직여야 할 텐데, 기계를 움직이자면 전기나 석유가 있어야 합니다. 전기는 발전소를 돌려서 얻습니다. 발전소는 석유나 석탄이나 우라늄으로 돌리는데, 발전소에서 전기를 얻기까지 발전소라는 건물을 짓느라 또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쓰고 전기를 씁니다. 석유를 얻을 적에도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쓰고 전기를 써야 해요. 마지막으로 종이공장에서 종이를 만들 적에도 전기와 석유를 많이 씁니다. 그리고, 공장을 돌리는 만큼 쓰레기와 매연이 나옵니다.


  이렇게 만든 종이를 우리가 쓰려면, 종이공장에서 짐차에 실어서 가게로 나릅니다. 문방구로든 백화점으로든 할인마트로든 나릅니다. 가게에서 종이를 사려고 걸어서 가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고,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갈 수 있어요. 택배로 종이를 산다면 누군가 짐차를 몰아서 우리 집까지 올 테지요.


  그냥 얻어서 쓰는 종이가 없듯이, 그냥 얻어서 쓰는 물건은 없습니다. 어느 물건이든 공산품을 쓴다면 엄청나게 많은 자원과 물과 전기를 씁니다. 이러면서 바람과 물과 숲을 더럽히는 쓰레기와 매연을 내놓아요. 한낱 종이 한 장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 먹을 것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다가 코끼리도 사람도 많이 죽었어요. 사람과 코끼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11쪽)


  투시타 라나싱헤 님이 글을 쓰고 로샨 마르티스 님이 그림을 그린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책공장더불어,201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책이름처럼 ‘똥으로 만든 종이’로 만들었습니다. 똥 가운데 코끼리가 눈 똥으로 만든 종이로 책을 만들었어요. 코끼리 가운데에서 스리랑카에서 살아가는 코끼리가 눈 똥으로 종이를 만들었고, 또 스리랑카에서 책으로 묶어서 한국으로 왔다고 합니다.


  스리랑카에는 ‘사회 기업 막시무스’가 있다고 해요. 이 회사에서는 코끼리가 누는 똥으로 종이와 책과 여러 물품을 만든다고 해요. 스리랑카에서는 이렇게 코끼리똥으로 종이와 책을 만든다는데, 코끼리가 많이 사는 태국에서도 코끼리똥으로 종이와 책을 만든다고 하네요.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하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코끼리는 풀을 먹어요. 종이는 섬유질이에요. 나무로 종이를 만들 적에는 섬유질로 만드는 셈입니다.


  그러면, 옛날 옛적에 살던 시골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종이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우리 겨레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들은 흙밥을 먹었어요. 풀밥을 먹었습니다. 고기 먹을 일이 거의 없거나 고기를 아예 안 먹고 흙을 일구어 밥을 먹었어요. 오늘날까지도 풀밥을 먹고 풀똥을 눈다면, 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이 누는 똥으로는 흙기운을 되살려서 다시 흙을 일구는 거름으로 씁니다.


.. 어린이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말해 주세요. 사람들이 우리 똥으로 종이나 물건을 만들면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코끼리를 죽이면 안 된다고요. 그러면 사람과 코끼리 모두 평화롭게 오래 함께 살 수 있을 거예요 ..  (27쪽)

 

 


  옛날에 시골에 살던 사람들한테는 굳이 종이를 만들어야 할 까닭이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종이를 만드느라 ‘아까운 똥’을 쓸 수 없었으리라 여겼지 싶어요. 참말, 지난날에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글을 쓰지도 않았어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이 읽도록 ‘한국말을 한국글에 담아 책을 엮은’ 일도 없어요. 세종 큰임금이 훈민정음을 만들기는 했어도, 시골사람이 읽도록 글을 쓰거나 책을 묶은 일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골사람이 읽을 만한 글이나 책이 나왔어요. 이를테면, 윤봉길 님이 쓴 《농민독본》이 있어요.


  오늘날에도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이 읽을 만한 책을 묶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이 수없이 쏟아지지만, 이 가운데 시골 할매와 할배가 읽을 만한 책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어린이책은 엄청나게 나오지만, 이 어린이책 가운데 시골마을 시골아이가 즐겁게 읽을 이야기책은 매우 드물어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흙을 만지고 살아갈 아이를 헤아리면서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예나 이제나 시골사람은 따로 종이를 만들지 않고, 따로 종이책을 누리지 않습니다. 나무나 풀이나 똥으로 종이를 만들어 책을 묶을 만하지만, 종이에 글을 써서 책을 누리기보다는 나무를 나무대로 누리고 풀을 풀대로 누리며 똥을 똥대로 누립니다.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무를 읽어요. 흙을 만지면서 흙을 읽습니다. 하늘을 읽고 바다를 읽습니다. 날씨를 읽고 철을 읽습니다. 마음을 읽고 사랑을 읽어요.


  책은 종이책만 책이 아닙니다. 삶책이 있고 사람책이 있습니다. 마음책과 사랑책이 있어요. 풀책과 꽃책이 있습니다. 온누리를 그득 밝히는 온갖 책이 있어요.


  똥종이로 밑을 닦을 수 있지만, 풀잎으로 밑을 닦을 수 있습니다. 흰종이에 연필이나 물감이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나뭇가지로 흙바닥이나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빛종이를 곱게 접어 예쁜 놀잇감 꾸밀 수 있지만, 풀잎과 풀줄기로 인형을 만들고 목걸이와 반지와 팔찌를 만들어 놀잇감 즐길 수 있습니다.


  종이에 깃드는 숨결이란 푸른 바람입니다. 종이에 감도는 내음이란 빗물과 흙이 얼크러진 내음입니다. 종이에 서리는 무늬란 햇볕이 베푼 무늬입니다. 종이에 흐르는 빛이란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나누는 사랑이 밝히는 빛입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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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15 13:27   좋아요 0 | URL
사람과 코끼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님의 닉네임처럼 함께살기를 지향합니다. ^^

파란놀 2014-01-15 13:32   좋아요 0 | URL
둘이 함께,
또 코끼리뿐 아니라
풀과 나무도 사이좋게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삶이 언제나 사진이 된다. 삶은 늘 이야기가 된다. 삶이기에 노상 꿈이고 사랑이면서 웃음이다. 멀리 둘러보지 않아도 좋다. 사진이 될 삶은 바로 우리 곁에 있으니. 이야기가 될 삶은 바로 나 스스로 일구는 삶이니. 꿈이면서 사랑이요 웃음인 삶이란 서로서로 가꾸고 일구니. 사진책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은 어떤 사진을 어떤 눈빛으로 마주하면서 담은 이야기를 들려줄까. 바로 우리 곁 삶을 들려주고,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나날을 보여준다. 오늘 이곳에 있는 삶을 노래하고, 오늘 우리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하고 손을 잡는다. 예술이 되어야 할 사진이 아니라, 삶으로 넉넉하면 즐거운 사진이다. 문화가 되어야 할 사진이 아니라, 사랑이 그득그득 숨쉬면 아름다운 사진이다. 즐거운 삶이니 예술과 같고, 아름다운 사랑이니 문화와 같다. 삶을 삶 그대로 누리면서 사진을 사진 그대로 즐길 때에 함께 어깨를 겯으면서 웃고 노래한다. 4347.1.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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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께끼 파는 여인- 박대원 사진집
박대원 사진, 박태희 글 / 안목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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