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웅 님이 그린 만화책이라서 《나는 공산주의자다》 첫째 권을 읽는다. 그런데, 이 만화책은 만화책이 아니다. 허영철 님이 쓴 수기를 고스란히 옮긴 ‘해설서’가 되고 만다. 왜 만화책이 아닌 해설서를 그렸을까? 해설을 하려면 그냥 허영철 님 수기책만 있으면 될 텐데, 왜 만화로 새롭게 빚어서 이야기를 펼치지 못하고, 해설에 머물고 말까? 프랑스만화처럼 칸마다 깨알같은 말이 너무 많기도 하다. 한국만화도 프랑스만화도 아닌 어설픈 버무리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글밥만으로 해설을 따로 붙여야 하지 않겠는가. 만화를 그리는 까닭은 만화이기 때문이다. 글로 쓰면 될 이야기를 굳이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을 까닭이 없다.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은 이야기를 굳이 글로 다시 옮길 까닭이 없다. 박건웅 님이 박건웅 님답게 ‘만화를 그려’서 ‘박건웅 님 삶과 넋과 사랑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기를 빈다. 4347.2.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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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주의자다 1
허영철 원작, 박건웅 만화 / 보리 / 2010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4년 02월 1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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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는 ‘영웅’ 아닌 ‘빅토르’

 


  얼음을 지치는 선수를 두고 ‘황제’라고도 부르다가 ‘영웅’이라고도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황제’는 엉터리 같은 시설에서 훈련을 하다가 크게 다쳤다. ‘황제’가 엉터리 같은 시설에서 훈련을 하다가 크게 다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부터 ‘소모품’이나 ‘1회용품’으로 여겨 내다 버리면 될까?


  군대로 끌려간 사내가 군대에서 의문사로 죽는다든지 훈련을 뛰다가 심장마비로 죽는다든지 최전방이나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밟고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 아닌 ‘10종 보급품’으로 처리하면 될까?


  한쪽에서는 ‘황제’라고 부르더니, 황제를 골방에 여덟 시간 가두어 두들겨패는 일은 어떻게 여겨야 할까? 황제쯤 되니 여덟 시간쯤 가볍게 두들겨맞아도 될까?


  군대에서뿐 아니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누군가한테 여덟 시간이 아닌 딱 팔 분쯤 두들겨맞는다고 하면 어떨까? 길을 가던 사람을 갑자기 붙잡아 두들겨패는 일은 무엇인가? 귀여워서 선물하는 꿀밤인가? 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 맞는 셈인가?


  한국에서 태어나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살던 운동선수는, 도무지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더는 살 수가 없어서, 한국을 떠났다. 이제 이녁은 ‘빅토르 안’이다. 러시아에서 록음악을 하던 ‘빅토르 최’를 기리는 뜻으로 ‘현수’를 내려놓고 ‘빅토르’가 되었다. 빅토르 최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최씨와 안씨는 서로 ‘빅토르’이기를 꿈꾼다. 파벌뿐 아니라 폭력과 뇌물과 부정부패와 비리와 강압이 날뛰지 않는 ‘빅토르’이기를 꿈꾼다. 빅토르 안이 러시아로 건너가서 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이녁한테 손뼉을 치지 않는다. 현수이든 빅토르이든, 아름답게 살아갈 길을 찾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손뼉을 친다.


  메달을 따야 하는 올림픽인가? 메달을 따라고 만든 올림픽인가? 모든 사람이 1등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 나라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몬다. 입시지옥에서 허덕인 아이들은 죽어라 동무들을 밟고 올라서서 대학생이 된다. 애써 대학생이 되었지만 어른들이 만든 바보스러운 곳에서 끔찍하게 목숨을 빼앗기기도 한다. 어째 이럴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 참다운 민주도 평등도 평화도 사랑도 꿈도 빛도 깃들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만 아픈 일이 터진다.


  ‘국가주의’ 도깨비를 내세워서 사람 하나를 물먹이는 짓을 저지르는 사람은 스스로 바보가 되는 셈이다. ‘애국주의’ 껍데기를 뒤집어씌워 사람 하나를 깔아뭉개는 짓을 일삼는 사람은 스스로 멍청이가 되는 셈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가 학교에서 꿋꿋하게 버텨야만 할까?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조용한 곳에서 살아가면 안 될까? 한국 사회에서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으니, 핀란드나 스웨덴으로 떠나서 학교를 다니면 안 될까? 학교폭력을 버젓이 두면서, 이 사회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죽이는 짓을 해대면서, 어째 아이들더러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드는가? 한국에서는 폭력과 거짓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다고 여겨 한국을 떠난다면, 폭력을 파헤쳐서 없애야 하지 않는가?


  대추리 사람이 대추리를 떠나야 하는 아픔을 생각할 노릇이다. 강정 사람이 강정을 떠나야 하는 생채기를 생각할 노릇이다. 밀양 사람이 밀양을 떠나야 하는 슬픔을 생각할 노릇이다. 영광이나 울진이나 고리에서 얼마나 많은 시골사람이 고향을 빼앗겼는가. 우주기지 있는 전남 고흥 나로섬에서도 적잖은 시골사람이 고향을 빼앗겼다. 지난날 거제섬에 전쟁포로 수용소를 만들면서 거제섬을 비롯해 수많은 섬마을 사람들이 고향을 빼앗겨야 했다. 폭력이 춤추는데 폭력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폭력하고 한통속일 뿐이다. 4347.2.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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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빼는 책

 


  고흥읍 버스역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산골 마을 아이들》을 읽는다. 멧골자락에 깃든 조그마한 학교에서 조그마한 아이들과 지내면서 겪고 듣고 보고 마주한 이야기를 조촐하게 담은 동화책이다. 열서너 해만에 다시 읽는다. 마실길에 문득 생각나서 새삼스레 챙겼다. 겨울해가 아직 따사롭게 드리우지 않는 이른아침에 손을 녹이고 발을 구르면서 읽는다. 시외버스가 언제 들어오나 기다리며 한 장 두 장 넘기다가 코끝이 찡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열서너 해 앞서도 읽었고 오늘도 읽으니, 앞으로 또 언제쯤 다시 읽으려나 헤아려 본다. 우리 집 큰아이가 혼자서 동화책을 읽을 나이가 되면 넌지시 건넬 만하겠지. 그때에 큰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또 눈물을 지으려나. 스물 끝자락에 눈물을 빼며 읽던 책을 마흔 고개에서 눈물을 다시 빼며 읽는다. 앞으로 쉰 고개에도, 또 예순 고개와 일흔 고개에도 동화책 하나에 서린 삶과 사랑과 꿈이 눈물을 쏙 빼리라 느낀다. 연속극 소리로 귀가 따가운 시외버스에서 하염없이 동화책에 사로잡히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먼 멧골마을 아이들 모습을 그린다. 4347.2.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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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9 08:18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어머니께서 딸(제 동생)네 가시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용산에서 순천까지 KTX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버스로.. 연락도 하지 않으시는 불시 방문을 하시려 하는 듯 합니다. 고흥. 저는 일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요. 정겨운 고흥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파란놀 2014-02-19 08:44   좋아요 0 | URL
헛. 불시방문!

저희 집에는 불시방문을 하지 말아 주셔요 ^^;;;;
아이들이 어지르고 제가 어지른 모습을...
좀 치울 수 있도록,
불시방문 말고
예고방문을 추천합니다 ^^;;;;;
 

한글노래 5. 풀숲에서 풀꽃

 


나는 사름벼리.
풀숲에서 풀꽃 피고
바다에서 바다 노래
숲에서는 숲 이야기.
우리 집은 우리 살림
고운 동생 마당에서
나와 함께 뛰놀면서
겨울 햇살 포근하게
물끄러미 바라보는
도란도란 기쁜 놀이.

 


2014.1.2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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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실 글쓰기

 


  석 달째 다달이 서울마실을 한다. 오늘로 서울 일감은 마무리를 지으니 다음달부터는 먼 마실을 안 해도 될까 모르겠다. 석 달째 이은 일감은 마무리를 짓지만, 다음주에 새로운 책이 하나 나오기에, 이 책과 얽혀 새로운 일거리가 생길는지 모른다. 어쨌든 서울마실을 가기 앞서 방을 좀 치운다. 씻는방에 빨랫감이 남지 않도록 빨래를 한다. 엊저녁부터 말린버섯과 다시마를 불렸기에 새벽에 국을 끓인다. 밥물을 안치고 달걀을 여섯 알 삶는다. 이렇게 안 하고 가도 될 테지만, 내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 요모조모 손을 쓰고서 새벽길을 떠난다.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서 즐겁게 놀다가 맛나게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빈다. 오늘 날씨는 어떨까? 지난밤에 우리 집에 안 들어온 떠돌이 개가 새벽녘에 들어와서 밥을 먹은 듯하다. 새벽에 밥그릇 건드린 소리를 들었다.


  삼십 분 뒤에 군내버스 타러 나가야 하니, 짐을 꾸리자. 서울마실을 하는 동안 쓸 글을 갈무리하자. 시외버스로 고흥과 서울을 오가는 아홉 시간 남짓 읽을 책 여러 권을 챙기자. 갈아입을 옷 한 벌 꾸린다. 서울에서 마실 물을 두 통 담는다. 빈 통도 하나 가져가야지. 4347.2.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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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4-02-18 19:12   좋아요 0 | URL
제가 함께살기님 반만큼이라도 부지런했으면...
올해는 달라지리라 다짐해봅니다+_+;

파란놀 2014-02-19 08:32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부지런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요.
모모 님은 모모 님대로 부지런하면서
무개와 같이 아름답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