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45] 봄꽃마당
― 봄까지꽃, 봄내꽃, 봄파랑꽃, 봄꽃

 


  고장마다 말씨가 다릅니다. 고을마다 말투가 다릅니다. 어디에서나 똑같이 있는 물고기라 하더라도, 고장마다 이름을 달리 붙입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는 풀이라 하더라도, 고을마다 이름을 새롭게 붙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입니다. 먼먼 옛날 전라도와 경상도를 오가는 일이 없으니,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쓰는 말이 달라요. 먼먼 옛날 평안도와 경기도를 오가는 일이 드무니, 평안도와 경기도에서 쓰는 말이 달라요. 같은 충청도에서도 보은과 제천 사이를 오갈 일이 없습니다. 보은에서 났으면 보은에서 살고, 제천에서 났으면 제천에서 살아요. 제천에서 났어도 읍내가 있고 면소재지가 있어요. 이쪽 두멧마을이 있고 저쪽 두멧마을이 있습니다. 읍내와 면소재지마다 말투가 다를밖에 없는 한편, 이쪽 마을과 저쪽 마을이 다를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고장에서 살아가는 대로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나눠요. 이 마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살아온 대로 이름을 달며 이야기를 주고받지요.


  오늘날은 서울부터 부산까지 두 시간이면 달린다 하고, 서울과 제주 사이를 한 시간만에 오간다 해요. 길이 아주 빠르게 열려요. 서로 멀디먼 고장이었을 적에는 저마다 쓰는 말이 사뭇 달랐어요. 서로 가까이 오갈 수 있은 뒤부터 차츰 비슷하게 말하면서 지내요. 어디에서든 똑같은 교과서를 쓰고, 똑같은 학교를 다니며, 똑같은 책을 보는 한편, 똑같은 방송을 봅니다. 사람들 말씨는 다 달랐으나 다 비슷하게 됩니다.


  봄꽃이 앙증맞게 피어나는 마당에 서며 바람노래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봄볕을 누리면서 뛰놉니다. 시멘트로 덮인 마당 곳곳은 갈라져서 틈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틈마다 푸른 싹이 고개를 내밀더니, 어느새 파릇파릇 조그마한 꽃송이가 터집니다. 조그마한 꽃송이를 바라보려고 쪼그려앉습니다.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봅니다. 이 작은 꽃을 이 고장에서는 예부터 어떤 이름으로 가리켰을까 궁금합니다. 이 예쁜 봄꽃을 이 마을에서는 예부터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궁금합니다.


  어쩌면 ‘나물’이나 ‘봄나물’이나 ‘봄풀’이나 ‘봄꽃’이라고만 했을 수 있어요. 겨울이 저물 무렵 피어나 봄이 끝나면 저문다고 해서 ‘봄까지꽃’이나 ‘봄내꽃’이라 했을 수 있어요. 봄날 파랗게 물드는 빛깔이 곱구나 싶어 ‘봄파랑꽃’이라 했을 수 있어요.


  꼭 한 가지 이름만 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느끼는 대로 가리키고, 떠오르는 대로 붙였으리라 느껴요. 이런 느낌과 생각도 고장마다 다르고 마을마다 달랐으리라 느껴요. 즐겁게 피어나는 사랑을 담아서 이름을 지었겠지요. 기쁘게 샘솟는 꿈을 실어서 이름을 주었겠지요. 삼월 십일을 지나면서 봄까지꽃, 또는 봄내꽃, 또는 봄파랑꽃은 활짝활짝 번집니다. 봄햇살이 기우는 흐름에 따라 마당에 조그마한 꽃그림자를 만듭니다. 한참 동안 봄꽃내음을 맡습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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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날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볕살이 퍽 보드랍다. 겨울날 이무렵에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볕살이 이렇게 보드랍구나’ 하고 느낄 만하다. 다만, 동짓날 언저리에는 다섯 시만 되어도 해가 까무룩 떨어지니, 이때에는 어두컴컴한 빛이 사진에 스며든다. 봄가을에는 저녁 다섯 시 볕살이 참 보드랍다. 여름에는 저녁 여섯 시를 넘으면서 볕살이 몹시 보드랍다. 보드라운 볕살은 마음을 포근히 어루만진다.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드리우는 볕살은 우리들 마음을 살찌우는 이야기와 같다. 도종환 님이 들려주는 세 시와 다섯 시 사이 이야기는 어떤 빛이 될 수 있을까.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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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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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3.10. 큰아이―뒷간 벽그림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온 시골집에서 두 아이는 하루 내내 마당에서 뛰논다. 마당에서 이 놀이 저 놀이 두루 즐기는데, 어느 날 돌조각 주워서 뒷간 벽에 슥슥 무언가를 그린다. 종이로는 모자랐니? 종이는 너무 작고, 커다란 벽쯤 되어야 멋지게 그릴 수 있니? 큰아이는 거의 제 키와 맞먹을 만한 그림을 그린다. 그래, 여기는 우리 집이니 네가 실컷 벽그림을 그려도 돼. 헛간이든 뒷간이든 다 좋아. 네 마음 가는 대로 실컷 그려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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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3-16 23:21   좋아요 0 | URL
파란대문과 돌조각으로 그린 그림이 참 잘 어울려요.
언젠가 벼리와 함께 담벼락에 이쁜 그림을 그려 색을 칠하셔서 좋을것 같아요. ^^

파란놀 2014-03-16 23:29   좋아요 0 | URL
네, 아이하고 그림 그릴 데는 아주 많으니...
도서관 벽에도!
신나게 그림놀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책아이 119. 2014.3.6.ㄷ 놀이방에서 책을

 


  아버지 책이 새로 나왔다. 네 식구가 함께 책잔치에 찾아간다. 책마을 일꾼과 여러 이웃이 모여 도란도란 밥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작은아이는 어머니 품에서 떨어지지 않고, 큰아이는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밥집 놀이방’에 들어간다. 밥집 놀이방에서 실컷 뛰놀 수 있지만, 큰아이는 뛰놀지 않는다. 몸이 힘든가 보다. 큰아니는 몸이 좋을 적에는 쉬잖고 뛰놀지만, 몸이 힘들 적에는 으레 책을 펼친다. 가만히 눕거나 쉬기를 즐기지 않다 보니, 손에 책을 쥐면서 쉰다고 할까. 꽤나 시끌벅적한 밥집이지만, 큰아이는 어떠한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홀로 책을 바닥에 펼치고는 깊이 빠져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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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18. 2014.3.6.ㄴ 출판사 책상에서

 


  아이와 함께 출판사에 나들이를 한다. 아이와 함께 찾아간 지 얼마만인지 헤아려 보는데, 일곱 살 큰아이가 출판사 문을 열고 들어가며 문득 하는 말. “나 여기 와 본 적 있는데.” 그래, 생각을 해내는구나. 네 머릿속에 고이 새겨진 이야기로구나.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곳이니 빙 둘러 책이다. 빙 둘러 책일 뿐 아니라, 그림책도 만드니 아이가 들여다볼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하나를 손에 쥐고는 손가락으로 척척척 짚으면서 이것은 뭐고 저것은 뭐라면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스스로 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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