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와 손전화

 


  어제 아침, 서울에 닿아 녹음기 팔 만한 곳을 여러 군데 다니지만 끝내 녹음기를 장만하지 못한다. 문득 떠올라 손전화 기계에 있는 녹음기를 쓰면 될까 하고 써 본다. 잘 녹음이 되지 싶다. 그런데, 두 시간쯤 녹음하고 저장을 하려는데 저장이 안 되고 하늘나라로 사라진다. 왜 저장이 안 되지? 다시 두 시간을 녹음하고 저장하려는데 똑같이 하늘나라로 사라진다.


  처음에 하늘나라로 사라질 적에 ‘내가 잘못 눌렀나?’ 하고 요모조모 살폈는데, 잘못 누르지 않았다. 이래서 소리를 담을 적에는 ‘소리만 담는 기계’를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끼기도 한다. 디지털파일이 아닌 테이프를 썼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 두 시간 더하기 두 시간, 곧 네 시간 동안 신나게 이야기한 소리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서 한참 생각한다. 네 시간 이야기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내 마음속에 이 얘기가 싸목싸목 스며들었다. 나중에 다시 소리를 담기로 하고, 마음으로 담은 이야기를 예쁘게 삭히기로 한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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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 통째로

 


  헌책방에서 일하는 분들은 곧잘 ‘아도 치기’라는 말을 씁니다. 책방 한 곳이 문을 닫을 적에 ‘통째’로 넘겨받는다든지, 한꺼번에 많이 쏟아진 책을 ‘모두’ 사들인다고 할 적에 이런 말을 써요. 헌책방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도’라는 일본말을 제법 널리 써요.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일흔 해 가까이 되건만, 이런 일본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셈인데, 어떤 분은 이런 말을 써야 무언가 말맛이 나고 말느낌이 확 와닿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말투에 익숙하거나 길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아이들을 생각해 봐요. 아이들한테는 일본말 ‘아도’를 쓸 수 없어요. 아이들한테는 “얘야, 이것 ‘다(모두)’ 너 줄게.” 해야 곧바로 알아듣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모두 아이가 되어야 말맛을 살리고 말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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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 별집

 


  까만 찻물을 마시려는 한국사람은 처음에 ‘스타벅스’를 다녔습니다. 얼마 뒤 ‘별다방’을 다닙니다. 어떤 이는 ‘콩다방’을 다닙니다. 나는 까만 찻물도 빨간 찻물도 푸른 찻물도 마시지 않습니다. 맑은 냇물만 마십니다. ‘별집’이니 ‘콩집’이니 하고 말할 적에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시골마을 시골집에서 살아가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무늬를 박은 찻집이니 별집이에요. 콩 볶는 고소한 내음처럼 예쁜 열매를 살살 볶아 코를 간질이는 좋은 찻내음이 흐르는 찻집이니 콩집입니다. ‘스타’라는 이름을 붙인 어느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늘 ‘별’을 느끼면서 찻물을 즐깁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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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이라는 이름을 마무리짓고 ‘말이랑 놀자’라는 이름으로 글을 씁니다. 예전 글이나 새로운 글이나 넋은 한 가지입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살아가며 이웃과 나누는 말을 아름답게 살찌우고 사랑스레 즐기자는 뜻입니다. 재미나게 노래하고 신나게 춤출 수 있는 밑바탕이 될 말넋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글이름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데, “함께 살아가는” 길을 그동안 말하려 했고, 이제부터는 “즐겁게 노는” 길을 말하려고 해요. 함께 살아가며 즐겁게 놀듯이 말을 아끼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2014.3.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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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9일에 첫 글을 쓴 ‘함께 살아가는 말’ 이야기를 2014년 3월 21에 200째 글을 쓰면서 마무리짓습니다. 네 해에 걸쳐 차곡차곡 띄운 글이 어느새 200 꼭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이름을 그대로 붙이며 한국말 살찌우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만, 나는 딱 200 가지 글을 쓰고 마무리지을 생각이었습니다. 첫 글을 쓸 적에는 한 해 동안 쓰자 마음을 먹었는데, 네 해가 걸렸어요. 앞으로 다른 말넋을 바탕으로 새롭게 글을 쓰려 합니다. 새로운 말넋으로 다시금 200 꼭지가 되는 글을 쓰려 해요. 이제부터 새롭게 쓸 글은 몇 해에 걸쳐 쓸 수 있을까요. 한 가지를 매듭짓고 새 매듭을 짓고자 짚을 찬찬히 그러모읍니다. ‘함께 살아가는 말’ 200 꼭지를 꾸준히 읽어 주신 분들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새로 쓸 글은 ‘말이랑 놀자’입니다. 2014.3.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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