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손님, 도서관 옮길까? (사진책도서관 2014.4.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 신안군청에서 전화 한 통 온다. 신안군에 있는 섬(이제 다리가 놓여 섬이 아닌 곳이 되었지만)에 도서관을 하나 꾸리려 하는데, 우리한테 도움말을 듣고 싶다 하신다. 오가는 길이 가깝지 않을 테지만 즐겁게 오시라 이야기한다. 그러고 오늘 아침, 신안군청에서 오신 손님을 도서관에서 만난다. 아이들 먹을 밥을 차리고 나서 일찌감치 도서관에 나와서 창문을 열고 골마루를 쓸고 닦으면서 생각한다. 신안군에서 꾀하는 ‘도서관 만들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도움이 될까?


  도서관은 건물로만 도서관이 될 수 없다. 도서관은 무엇보다 책이 있어야 도서관이다. 그리고, 도서관이 도서관다울 수 있자면, 도서관 건물 둘레로 숲이 있어야 한다. 주차장보다 숲이다. 주차장이 아닌 숲이다. 도서관에 찾아와 책을 살펴 읽을 분들은 숲에서 퍼지는 푸른 숨결을 마시고, 숲에 깃드는 멧새가 지저귀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무로 만든 책’을 손에 쥐어 이야기 한 자락을 누릴 때에 마음 가득 사랑스러움과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퍼질 만하리라 느낀다. 우리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살피면, ‘책을 손에 쥐지 않고 창밖에서 퍼지는 풀내음과 새소리’를 누리면서 좋다고들 한다. 책도 책이지만, 책 못지않게 숲바람과 숲노래가 우리 마음을 포근히 적시거나 어루만지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책은 지식만 담지 않는다. 책에는 지식만 넣을 수 없다. 책은 삶을 가꾸는 슬기를 담는다. 책에는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넣으면서 빛난다.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인천에 있을 적에는 오로지 책만 있었다. 다만, 도서관 손님과 함께 인천 골목마실을 자주 즐겼다. 종이책에 있는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맛보고, 종이책에 없는 이야기는 두 다리로 골목을 두 시간 남짓 거닐면서 맛볼 수 있기를 바랐다.


  시골자락에 도서관을 옮겨 뿌리를 내리는 동안 날마다 새삼스레 생각한다. 도서관 한 곳이 설 적에는 도서관 건물 넓이와 견주면 열 곱이나 스무 곱쯤 넓게 숲을 이루어야 한다고. 도서관 건물 넓이와 견주어 백 곱쯤 숲을 이루면 참으로 좋으리라 생각한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자동차를 댈 자리는? 도서관 바깥, 그러니까 도서관을 이루는 숲 바깥 빈터에 자동차를 세우고 도서관까지 십 분 즈음 천천히 풀바람과 풀노래(숲바람과 숲노래)를 누리면서 걸어와야지. 푸른 숨결을 마시면서 도서관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푸른 내음을 먹으면서 도서관에 첫발을 내딛도록 한다.


  숲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일 때에는, 숲땅을 두 발로 밟으면서 ‘흙이란 이렇게 보송보송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보송보송한 흙에 ‘풀이 아름답게 돋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 큰나무를 옮겨심는대서 숲이 되지 않는다. 씨앗을 심어 나무가 자라도록 할 때에 가장 아름답다. 씨앗을 심어서 돌보기 조금 빠듯하다면 다섯 살 어린이 키높이로 자란 조그마한 나무를 심어서 돌보면 된다. 나무는 참 빠르게 자란다. 다섯 해쯤 기다리면 된다. 다섯 해쯤 기다리는 동안 나무가 자라고, 나무 둘레 풀밭이 살아난다. 나무가 살아나고 풀밭이 살아난다. 나무가 해마다 내놓는 가랑잎을 먹으면서 흙이 새롭게 깨어난다. 빈터에서 퍼지는 풀이 뿌리를 내리고 널리 퍼지면서 흙이 깨어나도록 북돋운다. 풀과 나무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차근차근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난다. 다섯 해가 지나고 열 해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빛나고 눈부신 숲이 되고, 열다섯 해를 지나 스무 해가 되면, 도서관숲 둘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확 트이고 시원할 수 있는 ‘사랑터’로 자리잡는다.


  스무 해는 어떤 시간인가? 갓 태어난 아기가 어른이 되는 나날이다. 그러니까, 도서관숲을 가꾼다고 할 적에는, 아기를 돌보아 스스로 우뚝 서는 씩씩하고 예쁜 젊은이가 되도록 보듬는 땀방울과 손길을 들인다고 할 만하다.


  도서관에 갖출 책을 생각해 본다. 돈이 있으면 만 권 십만 권 백만 권 갖추기가 우습지 않다. 그런데, 돈을 들여 책을 한꺼번에 잔뜩 갖추면 훌륭한 도서관이 될까? 아니다. 돈을 들여 살 수 있는 책은 ‘새책방에 있는 책’뿐이다. 아름답고 훌륭하다지만 판이 끊어진 책이 얼마나 많은가?


  잘 생각해야 한다. 도서관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대여점이 아니다.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니다. 대여점이나 공부방이 할 몫을 도서관이 맡을 일이 아니다.


  도서관이 도서관답게 뿌리를 내리자면, 새로 나오는 책 못지않게 ‘사라진 책을 알뜰살뜰 찾아내어 꾸준히 갖추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지키는 도서관이 아니라 ‘삶과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돌보는’ 자리가 도서관이 될 때에 아름다운 책터가 된다.


  우리 네 식구는 책은 책대로 알차게 건사하면서 숲은 숲대로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옮겼다. 인천을 떠나 고흥으로 들어온 해가 2011년이다. 2014년 올해는 우리 도서관이 스스로 빛날 때가 되겠다고 느낀다. 마침 이러할 때에 신안군에서 ‘우리 도서관을 신안으로 옮기면 어떻겠느냐’고 여쭌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내가 도와줄 일이란, 신안군에서 새로운 도서관을 열도록 도움말을 들려주는 일이 아니라, 우리 도서관이 고흥을 떠나 신안으로 가기를 바라는 꿈을 들어주는 일이었구나.


  신안도 시골이니 좋다. 신안은 군청에서 군수와 공무원이 함께 문화에 눈길을 두고 문화를 삶과 얽혀 예쁘게 보듬는 길을 꾸준히 나아가니 멋있다. 신안군처럼 문화와 삶에 마음을 쏟는 지자체는 얼마나 있을까? 문화를 가꾸는 길이란 삶을 가꾸는 길이고, 삶을 가꾸는 길이 바로 복지이다. 이와 같은 얼거리로 문화와 삶과 복지가 한 줄기로 곱게 흐르도록 하는 일이 정치와 경제도 나란히 살린다. 지역 교육에서도 시골 아이들이 모조리 도시로 떠나지 않도록 새 물결을 낼 수 있다.


  고흥군을 돌아보면, 고흥 아이들은 ‘고흥에 남아서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농사짓기도 고기잡이도 양식장에도 마음을 안 둔다. 신안군도 아직 이런 틀과 거의 비슷하리라 느낀다. 그렇지만, 앞으로 신안에서는 신안 아이들이 ‘우리 고향에 남아서 즐겁게 할 일이 많으리라 생각해’ 하고 마음을 돌릴 만하리라 느낀다.


  다만, 신안군은 영광군과 가깝다. 영광 핵발전소와 가깝다. 영광 핵발전소가 하루 빨리 문을 닫도록 신안군이 함께 힘쓸 노릇이라고 느낀다. 고흥군은 군수와 군청에서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이려고 엄청나게 힘을 쏟았지만 주민 반대로 물거품이 되었다. 신안군은 행정에서 ‘생각이 열렸’고 고흥군은 행정에서 ‘생각이 닫혔’다. 신안군은 자연 환경이 고흥만 하지 못하다. 고흥은 자연 환경이 참 훌륭하지만, 고흥군 행정은 막개발과 시멘트공사에 치우치기만 한다. 신안군은 자연 환경과 바다와 섬을 알뜰히 어루만지면서 손님(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고흥군은 자연 환경도 바다도 들도 섬도 거의 팽개치다시피 할 뿐 아니라, 막개발로 망가뜨리기만 하니, 손님(관광객)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조용하고 한갓진 고흥인 터라, 조용히 쉬고 싶은 이들이 찾아올 뿐이다.


  우리 도서관은 어디에 있을 때에 아름다울까. 우리 도서관은 지난 세 해에 걸쳐 ‘숲 가꾸기’ 하는 길을 여러모로 찾기도 하고 조금씩 해 보기도 했다. 신안에서는 ‘책 있는 도서관’을 넘어 ‘숲 가꾸는 도서관’이라는 앞길을 어느 만큼 어루만지면서 빛낼 수 있을까.


  4만 권이 넘는 책과 엄청난 책꽂이를 싸서 옮기는 일이란 너무 고달프며 힘겹다. 그렇지만, 이 책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이웃마을에서 끝없이 뿌리는 농약바다에서 숨을 고르기도 만만하지 않으며 갑갑하기까지 하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우리 앞길을 골라야 한다. 그대로 고흥에서 이 도서관을 지키느냐, 신안으로 옮겨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도서관으로 하느냐. 둘레에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면 고맙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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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4-05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많으시겠습니다.

파란놀 2014-04-05 06:45   좋아요 0 | URL
마음속으로 결정은 다 되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찬찬히 해 봅니다...
 

[말이랑 놀자 13] 뻘빛 바다

 


  파랗게 눈부신 바다를 가리켜 ‘쪽빛 바다’라고 합니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빛깔은 파란 하늘빛을 담아 파랗디파랗게 밝습니다. 갯벌이 너른 서쪽과 남쪽에서는 으레 ‘뻘빛 바다’를 만납니다. 뻘빛은 잿빛을 닮았다고도 할 만합니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얕은 갯벌 둘레에서는 ‘잿빛 바다’를 보겠지요. 속이 비치는 물잔에 바닷물이나 냇물을 담으면, 이때에는 해맑은 물빛을 마주합니다. 물빛은 물빛입니다. 물빛은 물이 흐르는 곳에 따라 다 다릅니다. 도랑에서 내에서 가람에서 바다에서 모두 빛깔이 달라요. 바다빛을 으레 파랑으로 떠올린다면, 아무래도 드넓은 바다가 드넓은 하늘과 마주하기 때문이지 싶어요. 뻘내음 물씬한 곳에서는 뻘빛입니다. 끝없이 파란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는 파랑입니다. 바닷말이 바닷속에서 한창 자랄 적에는 풀빛입니다. 고운 모래밭으로 밀려드는 바다는 속이 환하게 비치는 해맑은 빛입니다.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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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는 우듬지 가까이에 집을 짓는다. 키 작은 나무 우듬지에는 집을 짓지 않고 제법 높이 자란 나무 우듬지 가까이에 집을 짓는다. 새들은 풀벌레와 애벌레를 즐겨 잡아먹으며, 감이나 배나 포도나 능금 같은 열매도 콕콕 쪼아먹기를 좋아한다. 나락이나 콩도 집어먹고 잠자리나 나비도 탁탁 잡아채어 먹는다. 누구나 가만히 지켜보면 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훤히 깨달을 만하리라 본다. 새는 고운 가락으로 노래를 들려주면서 언제나 우리 이웃이었다. 새는 풀밭과 숲에서 벌레를 바지런히 잡으면서 시골사람 일손을 돕는 일벗이곤 했다. 이런 새들은 왜 언제부터 ‘사람한테 피해를 준다’는 허물을 뒤집어써야 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언제부터 새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동무로 삼지 않을까? 그림책 《까치 아빠》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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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아빠
김장성 글, 김병하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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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3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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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65. 2014.4.1.

 


  꽃밥을 먹는다. 아니, 풀밥을 먹지. 지난해 시월을 끝으로 새봄을 기다리던 돌나물을 드디어 뜯어서 풀밥을 먹는다. 통통하게 물이 오르기를 한참 기다렸다. 군침이 돌아도 입맛만 다시면서 더 올라오도록 기다렸다. 물이 한껏 오른 돌나물은 조그맣게 꽃망울을 맺으려 한다. 쑥처럼 쑥쑥 올라온 돌나물에 돌나물꽃 피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꽃이 피어도 먹고, 꽃이 져도 먹는다. 꽃이 피려고 할 적에도 먹고, 언제나 즐겁게 톡톡 끊어서 먹는다. 돌나물과 함께 부추도 비로소 끊어서 먹는다.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한 싱그러운 풀내음이 온 집안에 감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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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04 06:17   좋아요 0 | URL
오~정말 봄기운이 활짝 피어나는 꽃밥이네요~
보기만 해도 싱그럽습니다~*^^*

파란놀 2014-04-04 08:29   좋아요 0 | URL
집에서 돋는 나물은
그야말로 아삭아삭 소리부터 고우면서
아주 맛있어요~

봄에는 손님들 누구라도
참말 맛난 봄맛을 나눌 수 있답니다~

후애(厚愛) 2014-04-04 13:20   좋아요 0 | URL
무척 맛 있어 보이는 꽃밥입니다.^^
시장에 가면 봄나물이 많이 나와서 이제 봄이구나 하는데 날씨가 더울 땐 벌써 여름인가 합니다.ㅎㅎ

파란놀 2014-04-05 06:17   좋아요 0 | URL
맛나고 싱그러운 봄나물과 함께
고운 봄빛을 몸에도 듬뿍 담아 보셔요~
 

사진과 함께 39. 밝은 하루를 느끼며

 


  밝은 아침을 느끼면서 하루를 열면 밝은 기운이 마음과 몸에 그득하게 퍼집니다. 날마다 똑같다 싶은 하루가 되풀이된다고 여기면서 아침을 맞이하면 찌뿌둥한 기운이 마음과 몸에 가득 깃듭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고 여름이며 가을이요 겨울입니다. 섣달이 저물고 설을 맞이할 적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고 여길 수 있지만, 섣달이 지나고 설을 맞이하면 곧 봄이 찾아오면서 봄꽃잔치 이루겠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따순 봄이라 하더라도 햇볕을 쬘 수 없는 건물에서 일하느라 봄볕을 못 느낄 수 있고, 따순 봄이기에 즐겁게 햇볕을 쬐면서 흙을 만지거나 풀을 뜯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 삶이 다릅니다. 도시 한복판에 살림집이 있어 언제나 매캐한 배기가스에 숨막힌다고 여길 수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복닥거리거나 치이느라 고단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이와 달리, 도시 한복판에서도 골목동네에 깃들어 지내면서 골목밭을 가꾸거나 골목꽃을 돌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빈터에 씨앗을 심어 스무 해나 서른 해에 걸쳐 감나무를 건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도 흙하고는 동떨어진 채 지낼 수 있겠지요. 마당을 풀밭이나 잔디밭으로 가꿀 수 있는 한편,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 주차장으로 삼을 수 있어요.


  날마다 동이 틉니다. 동이 트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날마다 햇볕이 조금씩 바뀌고 날마다 바람맛 또한 살짝살짝 다르다고 느낍니다. 봄에 새로 돋는 풀을 바라보며 쪼그려앉아 살살 쓰다듬습니다. 봄에는 봄대로 봄풀을 뜯어서 먹을 수 있기에 고맙다고 풀한테 인사하며 톡톡 끊거나 뜯습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여름풀과 여름열매를 얻고, 가을에는 가을대로 감이며 까마중이며 나락이며 즐겁게 얻을 뿐 아니라, 싱그러운 가을빛이 드리운 들과 숲을 누립니다. 겨울에는 무와 배추와 시래기를 누리면서 차가운 바람과 하얀 눈을 만나요. 달력으로 마주하는 하루가 아닌, 해와 눈비와 바람과 풀빛으로 마주하는 하루입니다.


  겨울이 지나면서 날씨가 포근하니, 아이들과 마당과 평상에서 퍽 오랫동안 놀 수 있습니다. 평상에 종이를 펼쳐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햇볕도 햇살도 햇빛도 밝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느낄 해님은 얼마나 밝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망울은 얼마나 밝을까 하고 곱씹어 봅니다.


  밝은 눈길이 되어 밝은 손길로 밝은 사진을 찍자고 생각합니다. 밝은 마음이 되어 밝은 몸으로 밝은 삶을 일구자고 생각합니다. 삶 그대로 빚는 사진이라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얼싸안느냐에 따라 삶뿐 아니라 사진이 새롭게 빛날 수 있습니다.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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