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31. 2014.4.6. 정구지 책읽기

 


  갓난쟁이일 적부터 곁님이 갈아서 준 풀물을 마신 큰아이는 시골에서 지내며 밥상에 풀만 올리는 반찬을 이럭저럭 잘 먹는다. 이 가운데 돌나물과 정구지를 제법 잘 먹는데, 밥을 다 먹고 난 뒤 만화책을 밥상맡에서 읽으면서 슬그머니 정구지 하나를 손에 쥐고 잘근잘근 씹는다. 참 이쁘구나. 우리 집 마당에서 나는 정구지가 참 맛있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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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힘 문학동네 동시집 21
김용택 지음, 이경석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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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5

 


할머니는 시골에서
― 할머니의 힘
 김용택 글
 이경석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2.5.4.

 


  인천에서 살며 골목마실을 할 적에 언제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골목집 어디에서나 할머니는 골목밭을 일굽니다. 골목동네 어디에서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골목꽃을 보듬고 골목나무를 쓰다듬습니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살아도 시골내음을 물씬 풍기고, 할머니는 도시에서 살아도 시골빛을 듬뿍 길어올리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 이웃집 할아버지는 / 혼자 산다. / 소 키운다. / 지게 지고 나무해 오고 / 지게 지고 / 풀 베어 온다. / 불 때서 소죽 끓이고 / 콩 타작도 혼자 하고 / 고추도 혼자 딴다 ..  (할아버지와 소)


  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할머니입니다. 한 번 할머니가 되면 한결같이 할머니입니다. 예순 살부터 할머니이든, 일흔 살부터 할머니이든, 또는 쉰 살부터 할머니이든, 앞으로 여든과 아흔에도 할머니요, 백에도 백열이나 백스물에도 할머니입니다.


  할머니이기 앞서는 어머니입니다. 우리 어머니요 이웃 어머님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어머니가 아니라 할 테지만, 어머니 자리에 있건 아주머니 자리에 있건 모두 어머니와 같다고 느껴요. 뭇 목숨을 따스하게 품고, 뭇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싸며, 뭇 살림을 정갈하게 갈무리합니다.


  할아버지는 어떤 손길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따스한 품이고 포근한 눈길이며 정갈한 손길이리라 생각해요.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이기 앞서 아버지이고 아저씨일 적에도 언제나 따스함과 포근함과 정갈함을 넉넉히 나누며 살았으리라 생각해요.


.. 오늘 저녁 할머니 혼자 자겠지. / 텔레비전 틀어 놓고 혼자 자겠지 ..  (수학여행)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예순에도 일흔에도 여든에도 똑같이 새벽을 맞이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즐겁게 일하고 느긋하게 쉽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기운차게 일하고 두 다리 뻗으며 잠들며, 가끔 술 한 잔을 기울이면서 밤바람과 밤별을 노래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어떤 빛이 될까요. 예순이나 예순다섯 언저리에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면, 도시에서 할아버지는 어떤 숨결이 될까요. 정년퇴직을 하고서 연금으로 끝삶을 누린다면 할아버지는 어떤 나날을 누릴까요.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일자리를 찾아서 아둥바둥해야 한다면 할아버지는 어떤 노래를 부를 만할까요.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듯이 아침저녁으로 흙을 만지면서 새 숨결을 얻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을 마시듯이 아침저녁으로 풀을 쓰다듬으면서 새 이야기를 얻습니다.


  흙에서 나무가 자랍니다. 나무에서 꽃이 핍니다. 꽃에서 열매를 맺습니다. 풀에서 잎이 돋고, 잎에서 푸른 내음이 퍼지며, 푸른 내음에서 이야기밥이 열립니다.


.. 귀뚜라미가 울면은 / 가을 오고요 // 부엉이가 울면은 / 겨울 오고요 / 우리 아기 울면은 / 엄마가 달려오지요 ..  (울면 온다)


  김용택 님이 쓴 동시를 그러모은 《할머니의 힘》(문학동네,2012)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김용택 님은 곧 일흔 문턱을 넘습니다. 할배 나이입니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김용택 님은 할배가 아니라고 해요. 왜냐하면, 어느 시골마을에서든 고작 일흔 나이는 ‘젊은이’입니다. 일흔 나이인 할배가 마을에서 ‘청년회장’을 해요.


  할배이지만 할배라 할 수 없는 자리에 서는 시인 김용택 님이 시골마을에서 할매를 만납니다. 할매는 할매요, 김용택 님은 할배가 아닙니다. 할매는 할매이고, 김용택 님은 시골마을에서 아직도 ‘젊은이’이거나 ‘아이’입니다. 그래서 김용택 님은 할매들 사이에서 젊은이나 아이로서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할매가 들려주는 노래를 조곤조곤 듣습니다.


.. 동생을 함부로 하면 /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한다. / 우리 집 강아지도 / 우리가 귀하게 대해 줘야 / 밖에 나가면 / 동네 사람들도 / 귀여워한다 ..  (싸워야 큰다)


  시집을 덮고 생각에 잠깁니다. 할배라 할 시인 아저씨가 시골마을 할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노래를 부르듯이 시를 써도 아름다운데, 스스로 시골마을 할배로서 새롭게 이야기를 지어서 나긋나긋 불러도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아직 시골에서는 할배다운 할배 자리가 아닌 만큼 이웃 할매 목소리를 노래로 담는 이야기도 사랑스러운데, 시골마을에서 시골빛을 가꾸면서 시골노래를 따사로우면서 포근하게 짓는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사랑스러우리라 느낍니다.


  이웃 이야기를 적바림할 때에도 노래이고, 내 이야기를 빚을 때에도 노래입니다. 살가운 이웃이 살아가는 예쁜 이야기를 적바림할 적에도 노래이며, 내 이야기를 펼쳐서 내 이웃이 내 이야기를 듣고 활짝 웃음을 지어도 노래입니다.


.. 해 뜨기 전에 / 일찍 일어나 밭매고 논매라고 / 논매 밭매 논매 밭매 운다. // 빨리빨리 일 추리라고 / 일추개 일추개 / 일추개 매미 운다 ..  (매미)


  봄꽃이 핍니다. 봄꽃이 저 보라고 핍니다. 봄꽃이 얼른 저 뜯어먹고 새봄에 새빛을 가슴에 담으라고 부릅니다. 봄꽃이 피는 나무마다 푸른 잎이 새로 돋습니다. 봄꽃으로 가득한 들과 숲이 푸른 빛깔로 물결칩니다.


  봄은 시골에서 태어납니다. 봄은 시골에서 무르익습니다. 봄은 시골에서 곱다시 피어납니다. 봄은 시골에서 도시로 퍼지고, 봄은 시골에서 지구별 골골샅샅 흐르면서 보드라운 햇살이 드리웁니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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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달못》을 읽는다. 어릴 적에는 이런 그림책을 본 일이 없다. 어린이를 지나고 푸름이를 지나 스물대여섯 즈음 되어서야 비로소 이 그림책을 보았다. 왜 나는 어린이와 푸름이였을 적에 이런 그림책을 만날 수 없었을까. 왜 내가 어릴 적에는 둘레에서 이런 그림책을 보여주거나 알려주거나 읽히려는 어른이 없었을까. 1983년에 한국말로 나온 그림책 《달못》은 새책방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헌책방 나들이를 해야 어쩌다가 만날 수 있다. 이 예쁘며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건사한 도서관은 전국에 몇 군데쯤 될까. 이 따스하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누릴 수 있는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는 전국에 몇 곳쯤 될까. 그림책이라고 해서 중·고등학교에는 건사하지 않는 바보스러운 짓을 하지는 않을까. 그림책이니 아이들한테만 읽히면 된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마음이 있지는 않을까. 어느 그림책이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는 책이지만, 《달못》도 다 함께 읽으며 가슴속에 별빛과 달빛과 햇빛을 담는 이야기밥이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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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못
이반 간체프 / 분도출판사 / 198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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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로운 아이를 낳는다. 새로운 아이는 어느덧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되고, 새로운 어른이 된 아이는 다시금 새로운 아이를 낳는다. 이야기 하나는 어른이 아이한테 물려준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이야기를 물려받는다.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롭게 낳은 아이한테 이야기를 새로 물려준다. 새로운 아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물려받고는 다시 새로운 어른이 되어 거듭 새로 태어난 아이한테 새삼스럽게 새로운 이야기를 물려준다. 이렇게 흐르고 흐른 이야기 하나가 모이니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시집 하나로 선보이는구나.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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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직 따뜻하다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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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독서신문>이라는 곳에 서정홍 님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이야기를

쓰셨다는 소식을 엊그제 들었다.

인터넷에서 그 글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서 한번 살펴보았다.

서정홍 님이 쓰는 산문과 시를 오랫동안 즐겁게 지켜보기만 했을 뿐

서정홍 님을 스치듯 만난 적조차 아직 없는데

이렇게 따사로운 글을 써 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경상도 시골에서 전라도 시골 바람을

살가이 맞아들이셨을까.

 

우리 아이들과 흙내와 풀내와 꽃내를 누리려고 쓴 글을

즐거이 읽으셨구나 하고 느끼면서 괜히 눈가가 짠했다.

이 글을 실어 준 <아침독서신문>을 어디에서 한 부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

 

 

아이고 어른이고 꼭 읽어야 할 소중한 책
이달의 책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글 / 강우근 그림 / 208쪽 / 13,000원 / 철수와영희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한겨레』(2014. 3. 3)와 『경남도민일보』(2014. 3. 7)에 실린 서평을 보고 알았습니다. 꼭 읽어봐야지 마음먹었는데, 서평을 써 달라고 하기에 스스럼없이 쓰겠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서평이 아니라, 스스로 쓰고 싶어서 쓰는 서평이라 책을 펼칠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아내와 산밭에서 하루 내내 감자를 심고 돌아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이 글을 씁니다. 최종규 선생이 아니면 아무도 쓸 수 없는 귀한 글을 읽으며, 꼭 배워야 할 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말이 흙에서 자라고 꽃처럼 피어나는구나!’ 싶었습니다. 마치 촌놈인 나를 위해 만든 책 같았습니다. 그리고 산골 아이들과 이 책을 돌려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말뿐만 아니라 우리말에 담긴 우리 겨레의 넋을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처럼 하나하나 배우다 보면 누구나 ‘아,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것입니다.

저자인 최종규 선생은 한글학회에서 주는 ‘한글공로상’을 받았고, 『보리 초등 국어사전』 기획·편집자로 일했으며,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책을 갈무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글문화학교 강사와 ‘공공기관 인터넷홈페이지 언어순화 지원단’ 단장을 맡아 공공기관 인터넷용어 순화 작업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펴낸 책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면, 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은 우리말을 하나둘 배우는 어린이들과 우리말 뿌리를 알고 싶은 어른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읽어야 할 책입니다. 숲을 비롯해 우리 삶과 가까운 스물네 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를 가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려주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고 하나하나 배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종규 선생은 교과서를 읽거나 한글을 뗀다고 해서 ‘말 배우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넓히고 슬기를 빛낼 때 비로소 ‘말 배우기’가 된다고 말합니다. 말을 배울 때에는 ‘낱말 하나하나를 지은 사람들이 살아오며 느끼며 겪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넋’을 배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옛사람은 국어사전도 없었지만, 학교도 없었고, 책도 없었어요. 그런데 한두 해 아니고, 백 해나 이백 해도 아닌, 또 천 해나 이천 해도 아닌,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를 아우르면서 말을 빚고 말을 나누며 말을 이었어요. 국어학자는 옛 책을 들추어 말밑을 살피곤 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국어학자도 ‘쑥’이나 ‘마늘’ 같은 낱말을 언제부터 썼는지 몰라요. 말밑뿐만 아니라 말뿌리조차 밝히지 못해요. 그런데 단군 옛이야기에 쑥과 마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쑥이나 마늘 같은 낱말은, 아무리 짧아도 오천 해 가까이 묵은 낱말인 셈이에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깊은 생각과 철학이 배어 있어 저절로 가슴이 찡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냥 쉽게 쓴 책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세상이 아무리 메마르고 힘겨워도,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을 하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며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책이니까요.


“내 밥 그릇에서 고작 밥 한 숟가락을 덜 뿐이지만, 여럿이 이처럼 조금씩 나누면, 배고픈 이웃하고 살가이 어깨동무할 수 있어요.”


“남하고 견줄 까닭은 없어요. 누가 더 높거나 누가 더 낮지 않아요. 모두 같은 자리에 있고, 서로서로 아름다운 숨결이에요.”


이 책에는 읽고 또 읽고 싶은 글이 참 많습니다. 여기저기 밑줄 치고 싶은 구절도 많습니다. 이 책을 입학, 졸업, 생일, 혼인, 집들이와 같은 기념일과 행사 때 선물하면 나라 곳곳에 우리말이 살아나고 우리 넋이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4학년부터)


서정홍_농부시인, 『58년 개띠』,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저자 / 2014-04-01 09:51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4/04/01/2014040109510014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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