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유채밭 앞에서

 


  마실을 나가는 길이다. 누나는 훨훨 날듯이 저 앞으로 달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꽁무니를 좇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아버지 얼른 와요.” 하고 부른다. 그래 곧 가마 하고 아이들 뒤를 좇다가, 작은아이 뒤로 펼쳐진 유채밭을 바라본다. 이제 한껏 물드는구나. 산들보라야, 우리 집 좋지? 대문을 열기만 해도 이렇게 유채물결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야.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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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아빠
김장성 글, 김병하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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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71

 


새집과 까치와 나무
― 까치 아빠
 김병하 글
 김장성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2012.5.25.

 


  그림책 《까치 아빠》(한림출판사,2012)를 읽습니다. 김병하 님이 글을 쓰고, 김장성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사람들이 까치집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무를 파내어 먼 데에 팔아치우면서 까치 식구가 겪은 고단한 하루를 들려줍니다.


  참말 그렇지요. 사람들은 까치집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까치집뿐 아니라 새집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집을 짓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제비가 집을 지으면 둥지를 허물기 일쑤예요. 아니, 요즈음은 제비가 돌아오는 시골이 아주 적으니, 허물 제비집을 구경하기조차 어렵겠지요.


.. 공원 울타리 밖에 이런저런 나무들이 모여 있었어요. 키 큰 은행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었지요. 까치집에는 물론 까치가 살았어요 ..  (3쪽)

 

 


  새가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벌레와 나비를 잡아먹는 새가 사라지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개구리가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작은 풀벌레뿐 아니라 모기도 파리도 잡아먹는 개구리가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이제 시골에서는 새가 콩을 파먹고 곡식을 쪼아먹는다고 싫어하지만, 새가 잡아먹을 애벌레도 풀벌레도 날벌레도 사라지니 콩이나 곡식을 쪼아먹으려 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농약을 뿌려대어 새가 살아남기 어렵게 하니 어쩌겠어요. 멧돼지도 고라니도 이와 같아요. 숲에서 살기 어렵도록 숲을 망가뜨리니 숲짐승이 어떻게 하겠어요. 숲짐승은 그예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죽어야 할까요.


..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당신이 올 줄 알았어요.” 까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마음 다 알아요.’ 빙긋 웃으며 이제껏 물고 있던 벌레를 건네주었어요. 그러자, 집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어요 ..  (30쪽)


  그림책 《까치 아빠》는 까치 식구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립니다. 새 한 마리쯤 쳐다볼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까치 식구는 당차게 살림을 꾸립니다.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는 나뭇가지 주워서 집을 짓기 어려웠을 텐데, 까치는 까치집을 어떻게 지었을까요.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까치가 집을 짓기까지 얼마나 힘을 들였을까요.

 

 


  그나저나, 그림책 《까치 아빠》는 그림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까치는 틀림없이 우람한 나무 우듬지 가까이에 둥지를 짓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책으로 보면 나무가 그리 크지 않아요. 이렇게 나즈막한 데에 둥지를 트는 까치가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고개를 자꾸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한편, 수컷 까치가 ‘벌레’를 입에 물고 날아다니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까치가 입에 문 먹을거리는 ‘벌레’가 아닌 ‘지렁이’예요. 말과 그림이 안 맞아요. 까치가 지렁이를 찾아내거나 땅에서 파내어 물 수 있습니다만, 새는 지렁이만 먹지 않고, 나뭇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많이 잡아먹고, 풀벌레도 꽤 잡아먹습니다. 쉬 지나칠 수 있을 법한 대목이지만, 조금 더 찬찬히 살펴서 보듬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대목을 보면,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파낸 나무를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어느 시골마을에 옮겨심습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나무를 옮겨심을 수 있기도 할 테지만,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모습이로구나 싶어요. 시골에 나무가 없어 도시에서 파내어 옮길까요? 시골에서 파낸 나무를 도시로 옮겨심는 그림으로 보여주어야 앞뒤가 맞지 않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 시골마을을 보면, 집집마다 ‘집나무’가 아주 드뭅니다. 마당에 그늘이 드리운다면서 집나무를 거의 다 베어서 없앱니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숲정이를 찾아보기 퍽 힘들어요. 외려 도시에서 나무를 사다가 옮겨심는 모습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골집 마당에 은행나무를 심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집에서도 은행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우리 식구는 이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 여러모로 알쏭달쏭하고 아리송합니다. 은행나무를 아주 좋아한다면 이렇게 심기도 할 테지만, 글쎄요. 줄거리는 뜻있고 재미있으나, 그림 얼거리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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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56. 꽃그늘에서 널판놀이 (2014.4.6.)

 


  동백꽃이 흐드러지는 곁에서 후박나무도 곧 후바꽃을 피우려 한다. 후박나무 곁에서는 초피나무가 푸른 빛깔 조그마한 꽃봉오리를 터뜨리려고 애쓴다. 마당 꽃밭에서는 돌나물과 쑥과 민들레과 제비꽃과 쇠별꽃과 꽃마리꽃이 함께 얼크러진다. 사이사이 괭이밥이 자라지만 다른 풀에 치여 안 보이는데, 정구지조차 쑥잎에 가릴 만큼 쑥이 한창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고들빼기는 언제쯤 고개를 내밀까. 한껏 흐드러진 꽃그늘과 잎그늘 한복판이 되는 평상에 널판을 걸치고 널판걷기를 하는 일곱 살 큰아이는 사월바람을 듬뿍 마시면서 마음껏 노래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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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2. 대문을 열면 유채잔치 2014.4.6.

 


  요즈음 대문을 열기만 하면 집 앞 논이 유채꽃 노란 물결로 눈부시다. 바람이 살랑 불면 유채꽃 내음이 확 풍긴다. 그런데, 대문을 안 열어도 대청마루에서 노란빛을 바라볼 수 있고, 마당에 서기만 하더라도 유채꽃 내음이 솔솔 번진다. 시골집 사월빛은 얼마나 고운가. 이 고운 물결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누리니 얼마나 즐거운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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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잔치를 앞두고

 


  잘 자라던 모과나무를 그대로 두었으면 일찍부터 꽃도 열매도 잔뜩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집 뒤꼍 모과나무 가지를 함부로 자르는 바람에 첫 해에는 고작 꽃 네 송이만 피었고, 이듬해에도 열 몇 송이가 가까스로 피었다. 올해로 세 해째 되는 뒤꼍 모과나무는 그야말로 꽃잔치를 이루려 한다. 가지마다 꽃망울이 맺혔고, 꽃망울마다 곧 피어나려고 기지개를 켠다.


  올해에 꽃잔치를 이루는 모과나무는 이듬해에 어떤 모습이 될까. 무척 궁금하다. 앞으로도 우리 집 모과나무는 해마다 사월에 아리따운 꽃빛으로 우리 집에 고운 꽃내음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꽃잔치를 앞두고 설레며,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사월마다 새로운 꽃잔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집은 그예 꽃집이라 할 만하리라 느낀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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