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벚꽃 산 쪽빛그림책 4
마쓰나리 마리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75

 


나무와 이야기하는 아이
― 할아버지의 벚꽃 산
 마쓰나리 마리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2008.3.21.

 


  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키우기까지 오랜 나날이 걸립니다. 그러나, 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게 서면, 오래오래 수많은 사람들한테 열매를 베풀고 푸른 숨결을 베풀며 싱그러운 그늘을 베풉니다. 나무 한 그루는 수많은 새와 벌레와 풀짐승한테도 열매와 숨결과 그늘을 나누어 줍니다. 사람한테는 집을 지을 기둥을 내어주고, 짐승과 풀벌레와 새한테는 포근한 보금자리를 내어주지요.


  나무 한 그루에서 씨앗이 떨어져 커다란 나무가 되기까지 오랜 나날이 걸립니다. 그렇지만,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두 그루가 자라며 세 그루 네 그루 빽빽하게 숲을 이루면, 오래오래 수많은 사람들한테 아름다운 마을을 베풀어요. 사람들은 숲 가까이에서 밥과 옷과 집을 얻습니다. 새와 벌레와 풀짐승도 숲 품에 안겨 사랑스레 살아갑니다.


..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몰래 벚나무를 심었어요. 큼직큼직 자란 벚나무 가지는 이제 하늘까지 닿을 듯해요 ..  (4쪽)


  기계를 써서 도시를 짓습니다. 찻길을 닦고 지하상가를 마련합니다. 공공기관과 회사가 섭니다. 학교가 들어서고 병원이나 극장이나 경기장이 올라섭니다. 문화가 웅성거리고 문명이 복닥거립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얼크러지고 설크러지면서 사회를 이룹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룬 도시에는 사람만 삽니다. 사람 아닌 목숨은 도시에 깃들지 못합니다. 들고양이도 들개도 도시에서 살 수 없습니다. 풀벌레도 멧새도 도시에서 살 수 없습니다. 고기가 되는 돼지와 소와 닭일 뿐, 숲바람을 마시면서 숲내음을 나누는 짐승은 도시에서 살아갈 수 없어요.


  도시가 커지면서 시골은 시골다움을 잃습니다. 도시에서는 쌀도 밀도 얻지 못해요. 도시에서는 옥수수도 수박도 얻지 못합니다. 도시에서는 딸기도 능금도 바나나도 얻지 못해요. 시골은 도시에 자원과 인력과 곡식을 내주는 식민지가 되어야 합니다. 시골에는 문화도 문명도 들어서지 않습니다. 시골에는 대규모 농장과 비닐집이 서야 합니다. 시골에는 발전소와 공장에 들어서야 합니다. 시골에는 관광단지와 호텔과 식당이 있어야 합니다. 시골 사이에는 고속도로가 놓여야 하고, 시골마다 송전탑을 박아 도시로 이어야 합니다.


  도시가 하나둘 생기면서 시골에서도 짐승이 짐승답게 살지 못합니다. 시골에서도 노루와 고라니가 살기 어렵습니다. 시골에서도 수달과 너구리가 살기 벅찹니다. 이리도 늑대도 여우도 씨가 말랐어요. 범과 곰은 자취를 감추었어요. 꾀꼬리가 한국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제비는 앞으로 얼마나 한국에서 둥지를 틀 만할까요.

 

 

 

 
.. 길을 걷다가 할아버지랑 민들레를 뜯어 만든 풀피리. 질경이 끊기 놀이. 조릿대 배. 염주는 엄마의 목걸이 ..  (10쪽)


  마쓰나리 마리코 님이 빚은 그림책 《할아버지의 벚꽃 산》(청어람미디어,2008)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기쁜 일’이 있을 적에 벚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숲에 조용히 심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스스로 꽃을 볼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 벚나무가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할아버지 마음속에 깃든 기쁜 기운이 나무한테 퍼지기를 바랍니다.


  할아버지는 젊은 날부터 나무를 심었고,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숲마실을 하면서 나무를 비롯해 온갖 이웃과 동무를 사귑니다. 숲놀이를 즐기고, 숲바람을 마십니다. 숲빛을 맞아들이고 숲노래를 부릅니다.


  할아버지와 아이는 숲에서 서로 동무가 됩니다.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숲을 물려줍니다. 아니,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숲을 사랑하는 넋’과 ‘숲을 아끼는 손길’과 ‘숲을 노래하는 마음씨’를 물려주어요.

 

 

 


.. “할아버지, 벚꽃 보러 가.” 할아버지는 잠이 든 채 대답이 없어요. 혼자서 산길을 걸어 벚꽃 산에 갔어요. “우리 할아버지를 건강하게 해 주세요.” 벚나무에 빌었어요 ..  (16쪽)


  벚나무는 한 그루씩 늘어 어느새 ‘벚꽃 산’이 됩니다.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가 봄마다 꽃빛이 맑게 눈부시니, 마을에서는 봄마다 꽃잔치를 엽니다. 마을사람은 숲에 벚나무가 꽃잔치를 이루는 까닭을 알까요. 아이는 사람들한테 숲에 벚꽃이 흐드러지는 까닭을 이야기할까요.


  아마 아이는 할아버지처럼 조용히 숲에 벚나무를 한 그루씩 심겠지요. 기쁜 일이 있을 적마다 한 그루씩 심겠지요. 아이가 심은 나무는 무럭무럭 자랄 테고, 무럭무럭 자란 나무에서 씨앗이 떨어져 새롭게 어린나무가 자랄 테지요.


  할아버지가 심은 벚나무에서 맺은 열매는 숲짐승과 새한테 먹이가 됩니다. 우람하게 자란 나무는 숲짐승과 새한테 보금자리가 됩니다.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흙이 살아납니다. 바람이 맑게 불고, 사람들은 싱그러운 바람을 즐겁게 마십니다.


  아이는 곧 할아버지처럼 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누리라 생각해요. 아이는 앞으로 할아버지처럼 나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숲지기가 되고, 숲사람이 되면서, 숲아이를 낳겠지요. 4347.4.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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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민잔치와 선거

 


  군수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곳곳에서 면민잔치를 한다. 왜 이맘때에 면민잔치를 할까 궁금하다. 면민잔치는 언제나 이맘때에 했을까. 처음 면민잔치를 하던 때부터 선거를 헤아렸을까.


  면민잔치에서는 여러 가지 체육행사를 한다. 체육이 아닌 행사이다. 이런 행사는 즐겁게 노는 잔치이기도 하면서, 여러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마당이 되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할매와 할배가 가장 많은데, 면민잔치 자리에서 보면 시골이 참 늙었구나 하고 느낀다.


  초·중·고등학교 아이들하고 할매·할배 사이에 젊은이는 어디에 있을까. 스무 살부터 예순 살 사이인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까. 젊은이한테 예비군훈련이나 민방위훈련을 시키지 말고, 면민잔치에 와서 함께 놀고 노래하도록 할 일 아닌가 싶다. 4347.4.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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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빛

 


햇볕 드리운 곳에
햇볕 머금은 꽃

 

바람 지나는 곳에
바람 들이켠 나무

 

빗물 내리는 곳에
빗물 마시는 풀

 

사랑 자라는 곳에
사랑 가득한 노래

 

웃음 터지는 곳에
웃음 감도는 꿈

 

이야기 속삭이는 곳에
이야기잔치 한마당.

 


4347.4.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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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15 13:13   좋아요 0 | URL
이번 시도 무척 좋습니다~
마음에 와 닿네요.^^

파란놀 2014-04-16 06:45   좋아요 0 | URL
후애 님 마음에
언제나 웃음과 이야기꽃이 자라면서
즐겁게 노래하시기를 빌어요~
 

 


  갓꽃이 피고 유채꽃이 핀다. 모과꽃이 흐드러지다가 천천히 저물고 매화 열매가 굵는다. 딸기꽃이 피고 지면서 하얀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삼월이 지나 사월이 흐르고 오월이 다가온다. 날마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 하늘빛은 새삼스레 파랗고, 구름빛이 하얗게 내려온다. 똑같은 날이란 없고, 똑같은 빛이란 없다. 시를 쓰는 이들은 어떤 삶을 시로 노래하며, 시를 읽는 이는 어떤 삶을 노래로 맞아들일까. 저마다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삶을 더욱 아끼고 보듬으면서 하루를 빛내는 이야기를 엮을 수 있기를 빈다. 4347.4.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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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꽃 책읽기

 


  은행꽃이 핀다. 푸릇푸릇 조그마한 잎이 터지면서 은행꽃도 조물조물 앙증맞은 푸른 빛깔로 피어난다. 은행나무 아래쪽 가지를 섣부리 치지 않으면 은행꽃이 피는 모습을 쉬 알아볼 테지만, 도시에서는 찻길을 따라 은행나무를 심기 마련이요, 동네에 심어도 자동차 드나들기 좋도록 아래쪽 가지를 죄 치니, 사람들은 은행알을 줍느라 바쁘더라도, 은행알이 맺기 앞서 은행꽃이 언제쯤 피는지 어떤 모양새로 피는지 생각하지 못하거나 살피지 못한다. 사월 첫머리에 고개를 내밀면서 웃는 은행꽃을 올려다보면서 나도 함께 웃는다. 4347.4.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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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4-15 22: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은행열매가 맺기 위해서는 꽃이 있어야할텐데, 살필 생각을 못했네요.
이파리 색과 비슷해서 꽃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겠어요. ^^

파란놀 2014-04-16 06:47   좋아요 0 | URL
도시나 시골에서
아래쪽 가지를 모두 치는 터라
은행꽃을 가까이에서 찍지 못해
은행꽃을 더 잘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

은행꽃을 가까이에서 보기는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