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3) 존재 173 : 투룸 같은 존재


시부야의 고급 아파트를 동경하지만, 살고 싶진 않다. 말하자면 내게 슈이치는 익숙한 투룸 같은 존재이다

《히구라시 키노코/최미정 옮김-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3) 153쪽


 투룸 같은 존재이다

→ 투룸 같은 사람이다

→ 투룸 같은 단짝이다

→ 투룸 같은 곁님이다

 …



  슈이치라는 사람을 ‘투룸’이라고 하는 방 두 칸짜리 살림집과 견주어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는 “투룸 같은 사람이다”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어떤 사람을 살림집 모습과 빗대니까요. 이때에 이 사람이 나하고 살가운 사이라 한다면 ‘단짝’이나 ‘곁님’이나 ‘옆지기’나 ‘한식구’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4347.4.20.해.ㅎㄲㅅㄱㄴ



* 보기글 새로 쓰기

시부야에 있는 고급 아파트를 꿈꾸지만, 살고 싶진 않다. 말하자면 내게 슈이치는 익숙한 투룸 같은 사람이다


‘동경(憧憬)하지만’은 ‘바라지만’이나 ‘꿈꾸지만’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투룸(two room)’ 같은 영어는 ‘두칸집’으로 손질할 만하지만, 이 낱말을 고치기는 어렵지 싶어요. 그대로 두어야지 싶은데, 고쳐쓰고 싶은 분들은 고쳐쓰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낙지네 개흙 잔치
안학수 지음, 윤봉선 그림 / 창비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사랑하는 시 28



동시를 어떻게 쓰면 아름다울까

― 낙지네 개흙 잔치

 안학수 글

 창비 펴냄, 2004.11.30.



  경운기가 지나가면 큰소리가 한참 울립니다. 경운기 소리가 퍼지는 동안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트랙터가 땅을 간다든지, 경운기 앞쪽을 떼내어 땅을 뒤집을 적에도 다른 소리를 못 듣습니다. 자동차가 지나가거나 버스가 지나갈 적에도 바람이 나뭇잎을 살랑이는 소리를 못 듣습니다.


  경운기가 멈춥니다. 트랙터가 멎습니다. 자동차도 버스도 이제 길에 없습니다. 새가 지저귀는 노래를 듣습니다. 나뭇잎과 꽃잎이 춤추는 소리를 듣습니다. 봄꽃 곁에 앉으면 꽃송이에 내려앉아 꽃가루를 먹는 벌과 나비가 날갯짓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봄은 온통 소리입니다. 맑은 소리가 흐릅니다. 밝은 꽃내음은 산뜻한 꽃노래와 같습니다. 꽃노래를 듣는 사람들 마음에서 저절로 삶노래가 흘러나옵니다.



.. 핥아먹고 키가 크는 고둥 조개들 / 찍어먹고 모래 빚는 칠게 방개들 / 갯지렁이 개불 쏙 짱뚱어까지 / 개흙을 좋아하면 아무나 오라 ..  (낙지네 개흙 잔치)



  시골에 농기계가 들어선 뒤로 시골에서 노래가 사라집니다. 시골에 노래가 있을 적에는 농기계가 없었습니다. 농기계를 좋게 보거나 나쁘게 볼 일은 없습니다. 다만, 농기계가 들어서면서 시골은 노래를 잃고, 노래를 잃은 시골에서는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은 이야기를 낳지 않거든요. 손전화도 이야기를 낳지 않아요. 컴퓨터도 이야기를 낳지 않습니다. 자가용도 경운기도 이야기를 낳지 않습니다. 콤바인과 이앙기가 이야기를 낳는 일은 없습니다.


  이야기는 삶이 낳습니다. 이야기는 삶에서 샘솟습니다. 이야기는 빙그레 마주보며 웃는 얼굴에서 태어납니다. 이야기는 흙에서 자라고 풀빛으로 싱그럽습니다. 이야기는 도란도란 나즈막하게 속삭일 수 있는 곳에서 기지개를 켭니다.



.. 진흙 속에 살아도 / 나는 안다 ..  (참갯지렁이)



  이제는 시골에서 일노래를 캐지 못합니다. 모내기노래가 없고 베틀노래가 없습니다. 방아노래라든지 빨래노래가 없습니다. 자장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아직 있으나, 먼먼 옛날부터 내려온 자장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어요. 스스로 삶에서 새로운 자장노래를 빚어서 부르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어요.


  삶에서 노래가 사라진 까닭은 살아가며 노래를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며 노래를 부르지 않는 까닭은 노래를 부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계가 척척 일을 끝내는데 언제 노래를 부를까요. 농약으로 풀을 다 죽이는데 무슨 풀베기노래를 부를까요. 소를 뜯기지 않고 사료를 먹이는데 무슨 소먹이노래를 부를까요. 지게를 지지 않고 짐차로 실어 나르는데 무슨 노래가 나올까요.


  노래란 몸으로 움직이고 손으로 일하는 어른이 부릅니다. 노래란 몸으로 뛰고 손으로 노는 아이가 부릅니다. 노래란 어른이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노래란 아이 스스로 동무들과 어울리면서 짓습니다.



.. 깨어진 유리 조각들이 / 조가비처럼 파도랑 노는 건 / 고운 자개 빛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  (소문난 바닷가)



  예부터 노래가 이야기요 시입니다. 예부터 이야기가 시요 노래입니다. 예부터 시가 노래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한테 따로 동시를 읽어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따로 동시책을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동시책을 꼭 사다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꼭 동시를 써서 읽혀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이 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두 노래이면서 시입니다. 아이가 동무하고 어울리며 나누는 이야기는 모두 노래이면서 시입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언제나 노래이면서 시입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 이야기가 늘 노래이면서 시예요.


  곧, 모든 어른이 시인입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가 시인입니다. 모든 어른은 아이와 함께 시를 쓰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릅니다. 모든 아이는 어버이와 함께 시를 쓰듯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 오빠도 가지런한 / 밀알 글씨 또박또박 // 언니도 곱다라니 / 깨알 글씨 조솜조솜 // 나도 시원시원 / 콩알 글씨 사삭사삭 ..  (글씨 쓰기)



  안학수 님이 쓴 동시를 그러모은 《낙지네 개흙 잔치》(창비,2004)를 읽습니다. 낙지는 개흙에서 언제나 잔치입니다. 게도 쏙도 조개도 모두 개흙에서 잔치입니다. 물고기도 바다도 개흙에서 잔치요, 갈매기도 바닷새도 개흙에서 잔치예요.


  언제나 잔치이니 잔칫날 이야기가 감돕니다. 언제나 잔치이니 잔치노래를 부릅니다. 너도 나도 잔치를 생각합니다. 너와 함께 잔치를 즐기고, 나도 같이 잔치에 섞입니다.



.. 공기알이 춤춘다 / 손 따라 콩당꽁 / 한 알 따기 조막손은 / 모이 쪼는 꼬꼬닭 ..  (공기놀이)



  동시를 쓸 적에 이래저래 꾸미지 않아도 됩니다. 동시를 쓰면서 글잣수를 맞춘다거나 예쁘장한 낱말을 넣어야 하지 않습니다. 시골살이를 도시 아이한테 꼭 보여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도시 아이가 하나도 모르는 숲과 들과 바다 이야기를 굳이 섞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넋을 들려주면 될 이야기요 노래이며 시입니다. 삶을 아끼는 꿈을 보여주면 될 이야기요 노래이며 시입니다. 삶을 즐기는 웃음을 함께 나누면 될 이야기요 노래이며 시입니다. 삶을 가꾸는 땀방울을 서로 북돋우면 될 이야기요 노래이며 시입니다.


  안학수 님이 책상맡에서 동시를 썼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뛰놀고 조금 더 웃으며 조금 더 노래하면서 동시를 쓰면 한결 홀가분하면서 싱그러우리라 생각합니다. 깔깔 웃고 노래하는 하루를 스스럼없이 또박또박 적다가 새근새근 잠들면 한결 아름다우면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동시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들이 다 재미있다 재미있다 노래할 적에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고는 들여다보지 않던 만화책 가운데 《서양골동양과자점》이 있다. 아무리 재미있다 하더라도 나한테는 ‘골동’과 ‘양과자’ 두 가지 취미는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내 취미가 아니더라도 골프 만화를 보기도 하면서 왜 이 만화책은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곰곰이 돌아보면, 내 취미하고 동떨어진 줄거리로 흐르기 때문이 아니라, 나로서는 아직 이 만화책을 받아들일 마음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싶다. 즐겁게 살아가고픈 꿈을 키우고, 재미있게 살아가려는 사랑을 가꾸면, 누구나 하루하루 아름답게 가꿀 테지. 회사를 그대로 다닐 수 있으나,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 가벼운 일을 할 수 있고, 케익가게를 열 수 있다. 케익을 구울 수 있고, 케익을 팔 수 있다. 신문기자를 할 수 있으나, 신문배달을 할 수 있다. 우유배달을 하거나 쌀집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즐거운 자리를 살피면서 환하게 웃을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삶이 된다고 느낀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2014년 04월 20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배가 뒤집어진 뒤

배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모두 죽었으리라 느낍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숨기려고
일부러 늑장을 부리고
민간잠수부가 물에 못 들어가게 막고
여러 날 똑같은 화면만 보여주고
물속과 배 안쪽 상황은 찍지 못하게 하고
민간인과 기자는 접근을 못하게 막고
실종자 숫자와 죽은 사람 숫자를
마치 스포츠 중계 하듯이
화면에 척척 붙이고,
여러 날 지나서
도무지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질 때에
비로소 주검을 배에서 꺼내는...
이런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숨을 쉬면서
일요일 낮을 보내는데,
뜻밖에 오늘
제비가 우리 집 처마 밑으로 찾아옵니다.

지난해에 마을마다 아주 모질고 끔찍하도록
농약바람이었는데
제비가 그예 살아남아
우리 집에 다시 돌아와 주는군요.

한숨만 쉴 노릇은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희망이란 무엇이고
꿈과 사랑을 어떻게 다스릴 때에 아름다운지

곰곰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 알아본 뒤에는 (사진책도서관 2014.4.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은 읽으려고 만든다. 도서관은 책을 건사하려는 곳이다. 우리는 책을 쓰고 만들며 사고팔고 읽으며 갈무리한다. 그러면, 책은 왜 쓰고 왜 읽는가. 책을 쓴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책을 읽은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책을 쓰는 사람은 책을 쓰면서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책을 건사하는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은 책을 건사하고 도서관을 지키면서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지난날에는 도서관이 공공도서관뿐이었고, 공공도서관을 지키는 이는 공무원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에는 공공도서관 아닌 사립도서관이 생기고, 개인도서관이 태어난다. 사립도서관과 개인도서관을 꾸리는 이들은 저마다 삶을 어떻게 가꾼다고 할 수 있을까.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우리들은 왜 사립도서관이나 개인도서관을 스스로 돈과 품을 잔뜩 들여서 열고 가꾸며 꾸리는가.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에도 가지만 사립도서관이나 개인도서관에도 간다. 우리 ‘사진책도서관’ 같은 전문도서관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고, 자그마한 동네도서관으로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 더 많은 책이 더 가지런하게 놓인 곳을 바라면 공공도서관을 가면 될 일인데, 왜 굳이 작은 개인도서관까지 찾아가서 책을 보려고 할까.


  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를 놓고 말한다면, 한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이 책을 버린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오래오래 품지 못한다.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사들여 갖추는 일은 반가우면서 고맙지만, 애써 사들여 갖추는 책을 두고두고 건사하지 못한다. 사립도서관이나 개인도서관이 생기는 까닭은 ‘공공도서관에 책이 없’고 ‘공공도서관이 책을 버리’기 때문 아닐까 싶다. 공공도서관에 책이 있을 뿐 아니라, 공공도서관이 책을 알뜰살뜰 건사하면서 지키는 몫을 톡톡히 한다면, 굳이 개인도서관을 열 까닭이 있을까.


  동네나 시골에 조그맣게 도서관을 가꾸면서 책쉼터에다가 책배움터를 일구고 싶으면 따로 개인도서관을 열 만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책이 책답게 자리를 못 잡는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안타깝거나 슬픈 까닭이 뒤엉키기에, 곳곳에서 자그맣게 도서관을 여는 책이웃이 늘어나지 싶다.


  책을 알아본 뒤에는 무엇을 해야 아름다울까? 책을 알아본 뒤에는 책에 깃든 이야기를 마음 깊이 아로새겨서 삶을 새롭게 가꿀 때에 아름답겠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