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8) 존재 178 : 올챙이 같은 존재


청소년은 꼭 올챙이 같은 존재다. 사람이면서도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에 여러 가지로 제약 사항이 많은 존재

《박상률-청소년문학의 자리》(나라말,2011) 17쪽


 올챙이 같은 존재다

→ 올챙이 같다

→ 올챙이 같은 숨결이다

→ 올챙이 같은 모습이다

 …



  옛날에는 ‘청소년’이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아이 티를 벗으면 어른이라고 했습니다. 열세 살이건 열다섯 살이건, 아이 티를 벗으면 제몫을 단단히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여겼습니다. 나이는 많지만 제몫을 단단히 하지 못한다면 ‘철부지’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아니지만 철을 모르니 철부지요, 철모르쟁이입니다.


  보기글을 살피면 앞뒤로 ‘존재’가 나타납니다. 앞쪽에서는 ‘존재’를 덜면 됩니다. 뒤쪽에서는 ‘숨결’이나 ‘모습’ 같은 낱말로 손보면 됩니다. 앞쪽과 뒤쪽에 나란히 ‘숨결’이나 ‘모습’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7.4.28.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청소년은 꼭 올챙이 같다. 사람이면서도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에 여러 가지로 걸림돌이 많은 숨결


‘제약(制約)’은 “조건을 붙여 내용을 제한함”을 뜻합니다. ‘제한(制限)’은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을 뜻합니다. “제약 사항(事項)이 많은”이라 할 때에는 “막히는 사항이 많은”을 가리킵니다. 막히는 것이란 사회에서 어른이 청소년한테 막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걸림돌이 많은”으로 손볼 만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9) 존재 179 :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이 등장인물은 작가가 끙끙거리며 고민하기도 전에 먼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재빨리 뛰쳐나왔습니다

《마쓰타니 미요코/햇살과나무꾼 옮김-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양철북,2005) 180쪽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 제 모습을 드러내며

→ 제 얼굴을 드러내며

→ 제 이름을 외치며

→ 나 여기 있다고 외치며

 …



  보기글을 헤아리면,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외치며 뛰쳐나왔다”는 소리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일이란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일입니다. ‘나를 보라고 외치’는 일입니다.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모습은 ‘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됩니다. 번역을 하거나 창작을 할 적에 아이들 눈빛을 살피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문학을 쓰거나 옮길 적에 아이들 말빛을 헤아리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처럼 말하면 얼마나 알아들을까요. 아이들이 알아듣도록 쓰는 글은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까요. 4347.4.28.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아이들은 내가 끙끙거리며 생각하기 앞서 먼저 제 모습을 드러내며 재빨리 뛰쳐나왔습니다


‘등장인물(登場人物)’ 같은 낱말은 한자말로 여기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만, 글흐름을 보면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이니 ‘아이들’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고민(苦悶)하기도 전(前)에”는 “생각하기 앞서”나 “애태우기 앞서”로 손질하고, ‘자신(自身)의’는 ‘제’로 손질하며, ‘주장(主張)하며’는 ‘외치며’나 ‘드러내며’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기와 글쓰기, 몽실 언니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 깃든 책을 읽고 나면 저절로 연필을 손에 쥔다. 이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를 가슴속으로 삭혀서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어느 책은 책을 덮자마자 글이 터져서 곧바로 느낌글을 쓴다. 어느 책은 책을 덮고 몇 해가 흐르고 흐른 뒤에 비로소 글이 열려서 찬찬히 느낌글을 쓴다. 열 차례 넘게 되읽고 나서야 글이 트일 때가 있다. 꼭 한 번을 읽을 뿐이지만 여러 가지 느낌글을 쓰고 싶은 책이 있다.


  오늘 《몽실 언니》 느낌글을 쓰면서 온갖 생각이 뒤엉킨다. 1984년에 처음 나온 이 동화책을 나는 1994년에 처음 알아보았고 2014년에 비로소 느낌글을 쓴다. 스무 해만에 쓴 느낌글이다. 스무 해 동안 이 책 하나를 놓고 이 생각과 저 생각이 갈마들었다. 1984년에 이 동화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을 오래도록 떠올렸고, 1994년에 이 책을 손에 쥐다가 내려놓고 군대에 끌려가던 일이 떠올랐으며, 2014년에 두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며 도란도란 피우는 꽃넋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린다.


  처음 《몽실 언니》를 만나던 때에는 갓 스무 살 언저리였나. 열 살 때에 만나지 못한 《몽실 언니》인데, 느낌글을 쓴 마흔 살에 돌아보니, 동화책에 나오는 ‘몽실이’ 나이가 여러모로 애틋하다. 어린 몽실이는 우리 집 큰아이와 비슷한 나이요, 아줌마가 되어 동생 난남이한테 다녀오는 마지막 대목은 오늘 나와 비슷한 나이이다. 동화책에 나온 몽실이는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 아이를 낳고 살림을 꾸리며 살아갈까. 동화책을 손에 쥔 나는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 오늘과 같이 살아올까.


  작은아이는 오늘 내 무릎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곯아떨어지기에 자는 채로 쉬를 누인 다음 자리에 살며시 눕혔다. 큰아이는 내가 내민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스스로 쉬를 누고 물을 마신 뒤 자리에 누워서 내가 이불을 덮어 주기를 기다린다. 혼자서 이불을 덮을 수 있지만 내 손길을 기다린다. 그러더니 “아버지, 노래 불러 주세요.” 하면서 웃는다. 얘, 잘 녀석이 무슨 노래람, 하면서도 큰아이 곁에 누워서 한참 노래를 부른다. 한참 노래를 부르는 사이 큰아이는 어느새 곯아떨어진다. 이불깃을 여미고는 조용히 일어난다. 우리 아이들도 몽실이처럼 앞으로 씩씩하게 저희 삶길을 걸어가리라.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말을 읽는 책읽기



  시골에서는 이제 너나없이 농약과 비료를 듬뿍 쓴다. 시골에서는 이제 너도나도 텔레비전으로 날씨를 살핀다. 시골에서는 이제 아이들을 도시로 보내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 여기고, 시골에서 흙을 만지고 살아가면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오는 사람을 보면, 시골에서는 이제 돈 좀 번 사람으로 보거나 어디 아픈 사람으로 보거나 어디 머리가 돈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오는 사람이 농약하고 비료를 안 쓴다고 하면, 그야말로 미친 놈이 시골을 망가뜨리려고 뻘짓을 한다고 여긴다.


  시골에서는 이제 슬기로운 사람을 만나기 몹시 어렵다. 농약과 비료를 쓰는 시골 할배와 할매는 이제 풀을 모른다. 풀이름을 모르고, 풀마다 어느 때와 곳에 알맞게 쓰는가를 모른다. 이런 흐름은 새마을운동 무렵부터 퍼졌다. 새마을운동을 일으킨 독재자는 시골사람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도록 해서 공장 일꾼으로 값싸게 부리려 했다. 깊은 두멧자락마다 학교를 빽빽하게 지은 까닭은, 시골내기한테 ‘도시에서 살아갈 기초 소양교육’을 시키면서 ‘시골은 나쁘고 도시는 좋다’는 제도권교육을 머릿속에 집어넣어 하루 빨리 도시로 가도록 부추기려는 뜻이었다. 국민학교만 마치면 공장에 집어넣거나 버스 차장을 시키거나 애보개나 밥어미를 시키려는 뜻이었다.


  지난날에는 책도 방송도 신문도 모를 뿐 아니라 글조차 모르던 시골내기가 하늘과 바람과 흙과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를 살피면서 날씨를 읽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스스로 물때를 살폈고 물고기 흐름을 읽었다. 지난날 사람들은 전파탐지기가 아니라 마음으로 물고기를 알았다. 지난날 사람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슬기로운 길을 스스로 깨우쳤고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았으며 동무하고 나누었다.


  지난날에는 밥과 집과 옷을 누구나 스스로 지었다. 지난날 사람은 도면을 그리지 않았고 설계를 하지 않았다. 모든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흘렀다. 줄을 긋지 않고도 어긋나지 않게 톱질을 했고, 치수를 따지지 않아도 기둥과 들보를 척척 맞추면서 뼈대를 이루었다.


  예부터 시골내기는 대통령 이름이든 임금 이름이든 학자 이름이든 하나도 알지 않았다. 알 까닭이 없으며 알아야 할 보람이 없다. 예부터 시골내기는 풀과 꽃과 나무한테 이름을 붙여 주었다. 예부터 시골내기는 물고기와 벌레와 새한테 이름을 붙여 주었다. 곰한테 곰이라는 이름, 여우한테 여우라는 이름, 범한테 범이라는 이름, 토끼한테 토끼라는 이름, 이런 이름을 모두 시골내기가 붙였다. 꾀꼬리는 왜 꾀꼬리이고 소쩍새는 왜 소쩍새이며 참새는 왜 참새일까. 시골에서 살면 스스로 알 수 있다. 다만, 생각 없이 살면서 방송과 책과 신문에 기댄다든지, 생각을 길어올리지 않고 농약과 비료에 얽매인다면, 제비가 왜 제비인가를 알 길이 없다.


  빼어난 지식인이나 사회운동가 몇 사람이 있어야 참모습을 꿰뚫어보지 않는다. 훌륭한 방송인이나 기자 몇 사람이 있어야 거짓모습을 알아채지 않는다. 참모습을 알아보려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참모습을 알아본다. 거짓모습에 휘둘리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짓모습에 휘둘린다.


  오늘날 시골에서, 작은 마을을 돌며 유세를 하는 군수 후보나 군의원 후보는 참말 얼굴만 봐도 이이가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잘 알 만하다. 억지로 굽신거리는지 참말 허리를 숙이며 이야기를 귀여겨들으려 하는지 환히 드러난다.


  몇 가지 방송이나 신문이나 책에 참모습이 깃들지 않는다. 참모습을 살짝 건드릴 뿐이다. 참모습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 있다. 참모습은 햇볕과 빗물과 바람과 흙과 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 있다. 참모습을 알고 싶으면 눈을 뜨고 해를 마주할 노릇이다. 거짓모습에 사로잡히고 싶다면 눈을 감고 해와 등지면 된다.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끄고, 책도 신문도 덮을 때에, 시나브로 참빛이 우리 가슴으로 곱다라니 스며들 수 있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겉그림은 책꽃



  책겉을 이루는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들여다보면 꼭 꽃과 같구나 싶다. 더할 나위 없이 고운 꽃이 모여서 책빛을 이루는구나 싶다. 이 꽃 저 꽃 그 꽃이 모여서 아름드리 책꽃이 되는구나 싶다. 다 다른 사람들 손길을 타면서 태어난 다 다른 책들은 다 같은 자리에 모여 책방도 되고 도서관도 되고 서재도 되면서 다 다른 사람들 마음속에 어여쁜 책씨가 되리라 느낀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