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피는 꽃 (사진책도서관 2014.4.3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을 알뜰히 간수하면, 책을 읽는 사람들 마음에 이야기꽃이 핀다. 책을 사랑스레 돌보면, 책을 손에 쥐는 사람들 넋에 사랑꽃이 핀다. 책을 곱게 보듬으면, 책을 나누는 사람들 가슴에 웃음꽃이 핀다.


  책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책에 곰팡이꽃이 핀다. 책을 사랑스레 읽지 못하거나 곱게 다루지 못하면, 책을 수천 수만 수십만 권 거느린다 하더라도 마음자락에 노래꽃이 피지 못한다.


  꽃을 피우려고 읽는 책이라고 느낀다. 이야기꽃도 사랑꽃도 웃음꽃도 피우고 싶기에 읽는 책이라고 느낀다. 꽃을 피우려는 뜻으로 꾸리는 도서관이라고 느낀다. 곰팡이꽃이 아니라 노래꽃을 피우고 삶꽃과 꿈꽃을 일구려는 넋으로 도서관을 연다고 느낀다.


  빗물이 우리 도서관 바닥으로 스며서 책꽂이 한쪽이 물에 잠긴 모습을 보았으면서, 나무 책꽂이 바닥을 타고 빗물이 올라가리라 생각하지 못한 채 한참 지냈다. 이제서야 알아챘다. 어쩔끄나. 한 번 곰팡이꽃 핀 책은 돌이키지 못한다. 어쩔끄나. 한 번 들러붙은 책은 되돌리지 못한다.


  작은아이가 아버지더러 밀걸레를 달라고 자꾸 부른다. 저도 밀걸레질 하고 싶단다. 한숨을 폭폭 쉬다가 웃는 얼굴을 쳐다보고는 밀걸레자루를 건넨다. 네 살 작은아이는 밀걸레가 무거워 낑낑거린다. 밀지는 못하고 끈다. 머리 좋네. 작은아이는 콩콩 걸어가면서 밀걸레를 끌고, 밀걸레를 끌면서 골마루에 물자국이 남는다.


  빗물을 다 치운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작은아이가 자물쇠를 걸겠다고 한다. 손이 야무지다. 개구진 몸짓으로 잘 논다. 멋진 아이이다. 이 아이는 어떤 넋을 타고 이곳에 태어나 우리 집 아이로 살아갈까. 아이한테는 아직 책이 대수롭지 않다. 앞으로도 아이한테는 책이 대단할 일이 없을 수 있다. 비에 젖은 채 오래도록 그대로 있느라 곰팡이꽃이 핀 책도 대수롭거나 대단할 일이 없다 할 만하다. 다음부터 더 잘 살피고 다스려야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딸기밭을 살핀다. 꽃은 거의 다 졌다. 새로 꽃이 피기도 한다. 얼마쯤 있으면 하얗게 굵다가 빨갛게 익는 딸기알을 볼 수 있을까.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3minee 2014-05-02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가끔 와서 글을 보는 애독자입니다.
아끼시는 책들에 곰팡이가 펴서 속상하시겠군요.
나무 책꽂이라서 곰팡이가 계속 필것 같네요.
저희집도 습해서 한동안 장롱에 곰팡이가 피길래
안쪽에만 비닐시트지를 붙였더니
더이상 곰팡이가 피지 않았답니다.


파란놀 2014-05-02 06:03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그러나 비닐시트는 땜질이 될밖에 없고, 도서관 그 자리는 빗물이 벽을 타고 들어오는 데라서, 어찌할 수 없기도 해요. 햇볕에 오래오래 잘 말려야지요.

집안이 축축하면 옷에도 곰팡이 기운이 퍼질 텐데, 13minee 님 옷들을 볕 좋은 날 보송보송 햇볕에 말리면서 건사하실 수 있기를 빌어요. 그나저나 옷장에 피는 곰팡이는 참 걱정스럽네요. 옷장을 들어서 바깥에 말리기도 쉽지 않고요 @.@

아무튼~ 반갑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70) 하여


하여 태어나서 세 돌까지의 아기들을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세심한 그림책 육아 안내서가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바람을 일찍부터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박은영-시작하는 그림책》(청출판,2013) 5쪽


 하여

→ 이리하여

→ 그리하여

→ 이래서

→ 그래서

 …



  요즈음 글을 쓰는 분들이 버릇처럼 ‘해서’나 ‘하여’ 같은 말을 톡톡 꺼냅니다. ‘하지만’도 이런 말버릇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두 잘못 쓰는 말입니다. 한국말이 아닌 한국말이요, 어른들이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말버릇입니다.


  올바르게 쓰는 한국말은 ‘이리하여서·이래서(그리하여서·그래서)’요 ‘이리하여(그리하여)’이며 ‘이러하지만·이렇지만(그러하지만·그렇지만)’입니다.


  ‘이리하여서’를 줄여 ‘이래서’로 쓰곤 합니다. ‘그러하지만’을 줄여 ‘그렇지만’으로 쓰곤 합니다. 줄여서 쓰고 싶다면 올바로 줄여서 쓸 노릇입니다. 새로운 말을 멋있게 지어서 쓰는 일은 아름답다 할 만한데, ‘이리하여’에서 ‘이리’를 뚝 잘라 ‘하여’만 쓰는 일이란 새말짓기도 아니고 멋있는 말투도 아니며 아름답다 할 수도 없다고 느낍니다. 4347.5.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리하여, 태어나서 석 돌까지 아기들한테 더 꼼꼼하며 찬찬한 그림책 육아 길잡이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어버이들이 바란다고 일찍부터 느꼈습니다


“태어나서 세 돌까지의 아기들을 위(爲)한”은 앞쪽은 “태어나서 석 돌까지”로 손보고, 뒤쪽은 “아기들한테”로 손봅니다. 둘을 한 글월로 보며 “태어나서 석 돌까지인 아기들한테”로 손볼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具體的)이고 세심(細心)한”은 “더 꼼꼼하며 찬찬한”이나 “한결 깊고 넉넉한”으로 손질하고, ‘안내서(案內書)’는 ‘길잡이책’으로 손질합니다. ‘육아(育兒)’는 ‘아이키우기’로 다듬을 낱말이지만, “그림책 육아”는 그대로 둘 만합니다. 또는 “그림책 키우기”로 다듬을 수 있어요. “안내서가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모(父母)들의 바람”은 글짜임이 올바르지 않습니다. “길잡이책이 있기를 바라는 어버이들이 있다”나 “길잡이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어버이들이 있다”로 고쳐씁니다. “감지(感知)하고 있었습니다”는 “느꼈습니다”나 “알았습니다”로 고쳐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969) 하게 되다(입음꼴·피동) 1 : 있게 되다


무엇보다 아카네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마쓰타니 미요코/햇살과나무꾼 옮김-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양철북,2005) 65쪽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 편지를 쓸 수 있어요

→ 편지를 쓸 줄 알아요

 …



  한국사람은 언제부터 ‘하게 되다’ 같은 말투를 썼을까요. 이런 말투를 먼 옛날부터 썼는지 안 썼는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요즈음 시골이 아닌 예전 시골 말씨를 살피고, 예전 어린이와 할매 할배 말투를 떠올리거나 찾아볼 수 있다면, ‘하게 되다’와 같은 말투라든지 입음꼴은 쓸 일이 없었지 싶어요.

  “일자리를 얻어 밥을 먹게 되다”처럼 쓰지는 않았습니다. “일자리를 얻어 밥을 먹을 수 있다”처럼 썼습니다. “이런 용어가 사용되면서”처럼 쓰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말을 쓰면서”처럼 썼습니다.


  보기글에 나오듯이 어린이가 글을 익혀 처음으로 편지를 쓰는 일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아이는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처럼 말했다고 느낍니다. “아이는 이제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라든지 “아이는 이제 편지를 씁니다”처럼 말했구나 싶어요.


  1980년대 끝무렵에 중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한국말 문법’을 배울 적에, 국어 교사가 알려주기도 했어요. 한국말에는 ‘입음꼴(피동형)이 없다’고 가르쳤어요. 그렇지만, ‘문법 수업’이기 때문에 억지로 입음꼴을 만들어서 ‘문장구조를 짠다’고 가르쳤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국은 일본 식민지를 거쳤고, 서양말과 서양 문법을 하나도 못 거른 채 받아들였어요. 한국말 문법이 제대로 서기 앞서 일본말과 서양말이 잔뜩 들어왔고, 외국말을 옮기는 분들은 한국말을 제대로 익히거나 살피지 못한 채, 일본 문법과 서양 문법을 잘못 받아들이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일본말이나 서양말에는 ‘입음꼴’이 있어요. 한국말에 입음꼴이 없더라도 외국글을 옮기는 사이에 ‘잘 번역하려는 뜻’으로 그만 입음꼴이 엄청나게 들어왔어요. 4347.5.1.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무엇보다 아카네는 편지를 쓸 수 있어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가 임응식 -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 예술가 이야기 3
권태균 지음 / 나무숲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잡지 <포토닷> 2014년 5월에 싣는 글입니다.

어제 <포토닷>이 나왔기에

비로소 이 글을 걸칩니다.


..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78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

―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

 권태균 글

 임응식 사진

 나무숲 펴냄, 2006.9.28.



  사진은 으레 ‘꾸밈없이 찍어 참모습을 밝힌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사진은 ‘거짓을 찍을 수 없다’고도 합니다. 숨김없이 찍고 남김없이 찍는 사진이라고도 합니다.


  이와 같은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말은 맞지 않습니다. 사진은 ‘찍는 일’이지 ‘참을 찍­는다’거나 ‘거짓을 밝힌다’거나 ‘참을 못 찍는다’거나 ‘거짓을 찍는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없던 옛날에는 ‘참을 밝히는 글(붓)’이라고 얘기했어요. 꾸밈없이 써서 참모습을 밝히는 글(붓)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글은 언제나 꾸밈없이 쓰면서 우리 누리에 깃든 참모습뿐 아니라 감춰진 모습까지 밝힌다고 할 만할까요.


  아마 누군가는 거짓을 쓰기도 하겠지요. 아마 누군가는 거짓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겠지요. 꾸민 글이 있고 꾸민 사진이 있습니다. 감추는 글이 있고 감추는 사진이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어떤 매체일까 생각해 봅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올바르게 보도를 하는 매체일까요. ㄱ신문을 읽는 사람은 ㄱ신문이 올바르게 보도한다고 여기겠지요. ㄴ신문을 읽는 사람은 ㄴ신문이 올바르게 보도한다고 여기겠지요. 신문을 놓고 ‘좌 편향 우 편향’이라 나누기도 하고 ‘보수신문 진보신문’이라 가르기도 하는데, 이런 잣대는 얼마나 올바르거나 알맞을는지 궁금합니다. 신문은 ‘새로운 소식을 담는 매체’일 뿐이지 싶습니다. ㄱ신문이건 ㄴ신문이건 다 다른 사람이 일하는 곳이니, 다 다른 눈길로 ‘새소식을 기사로 다룰’ 뿐이지 싶습니다.


  신문사 사진기자가 어느 한 사람을 바라볼 적에 똑같은 눈길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한 사람을 좋아할 적에 찍는 보도사진하고, 어느 한 사람을 안 좋아할 적에 찍는 보도사진은 어떻게 나올까요? 어느 한 사람을 취재하는 기자가 둘 있을 적에, 어느 한 사람을 잘 아는 쪽하고 잘 모르는 쪽은 서로 어떤 사진을 찍을까요?


  느티나무에도 꽃이 핍니다. 느티꽃은 아주 작습니다. 이십 미터나 삼십 미터까지 우람하게 자라는 느티나무인데, 느티꽃은 아기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습니다. 갓난쟁이 코딱지보다도 작다 할 만한 느티꽃입니다. 그런데, 느티나무에 꽃이 피는 줄 알아채는 사람이 아주 드물고, 느티꽃을 두 눈으로 본 사람도 아주 드뭅니다. 느티나무 한 그루를 사진으로 찍는 자리에서, 느티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저마다 찍는 사진은 어떤 빛과 느낌이 될까요? 느티꽃을 잘 아는 사람이 찍는 사진과 느티꽃을 잘 모르는 사람이 찍는 사진은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를까요? 느티꽃을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느티나무 찍은 사진’을 바라볼 적에 이 사진과 얽힌 이야기를 얼마나 길어올릴 수 있을까요?





.. 훗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어서도 임응식은 그날 사진관에서 겪었던 일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사진사 할아버지의 눈빛이었습니다. 사진기 앞에 선 노인의 눈빛은 아주 엄숙하고 경건했지요 … 임응식은 행크 워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가는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충격과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  (8, 23쪽)



  권태균 님이 쓴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나무숲,2006)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무숲’이라는 출판사는 어린이책을 펴내고, 이곳에서는 ‘삶을 그림으로 빚은 사람’ 이야기를 엮습니다. 나무숲 출판사에서 펴낸 책 가운데 ‘삶을 사진으로 빚은 사람’ 이야기는 오직 하나, 임응식 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에서 ‘사진길 걸어온 사람’ 이야기는 매우 드뭅니다. 어린이책을 두루 살피면, 임응식 님과 최민식 님 꼭 두 사람 이야기만 있습니다. 그만큼 두 어른이 한국 사진밭에서 큰 빛이 되었다 할 만하고, 그만큼 ‘위인전에서 사진가를 안 다루거나 못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그림을 그린 분들 이야기는 어린이책으로 꽤 많이 나옵니다. 사진을 찍은 분들 이야기는 어린이책으로 거의 태어나지 못합니다. 한국 사진가뿐 아니라 외국 사진가 이야기도 어린이책으로 태어나지 못합니다. 다큐사진을 찍든 보도사진을 찍든 예술사진을 찍든 패션사진을 찍든, 그러니까 어떤 사진을 찍든 ‘사진가 이야기’는 좀처럼 어린이책으로 나오지 못해요.


  사진가는 아이들한테 보여줄 만한 ‘어른’이나 ‘직업인’이 못 되기 때문일까요. 사진가가 걷는 길은 아이들한테 보여주거나 아이들 손을 잡고 이끌 만한 길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 임응식은 용감하게 촬영을 다녔습니다. 창작의 자유를 빼앗는 통제에 대항한 거지요. 일본 헌병들은 그런 임응식을 따라다니며 감시했고 유치장에 가두기도 했습니다 … 임응식이 태어나고 자란 부산은 지금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곳입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눈 덮인 세상을 대하니 뱃멀미 따위는 씻은 듯이 사라졌지요. 퍼붓는 눈을 맞으며 임응식의 눈과 가슴은 시원하게 열렸습니다. 카메라를 꺼내 든 임응식은 흥분된 가슴을 억누르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  (15, 17쪽)





  어린이가 읽을 만한 사진비평을 쓰는 어른이 없습니다. 어린이가 함께 즐길 만한 사진 이야기를 쓰는 어른이 없습니다. 청소년한테 들려주는 사진빛과 사진삶과 사진길을 책으로 엮는 일도 아직 없습니다.


  사진가는 ‘사진을 찍는 직업인’이기도 하지만, ‘취미로 사진을 노래하는 사람’이기도 하며, ‘직업을 떠나 한길을 파는 이슬떨이’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누가 찍을까요.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요. 사진은 어느 나이에 이른 뒤에 찍을까요. 사진은 어떤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 찍는가요.


  전문과정을 밟거나 유학을 다녀와야 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다가 전문과정을 밟을 수 있고 유학도 다녀올 수 있어요. 어떤 스승한테서 배워야 하거나 책을 많이 파야 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닙니다. 스스로 즐기고 노래하면서 찍는 사진이요, 스스로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사진입니다.



.. 아름다운 창덕궁의 단풍 아래 끝없이 늘어선 핏빛 시체를 보며 임응식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쟁으로 벌어진 끔찍한 상처를 눈앞에 두고 사진을 찍으려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상처를 향해 또 한 번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임응식에게 기록사진가로의 변신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해서 남겨야 한다’는 임무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임응식은 냉정해야 하는 사진가의 자세를 가다듬었습니다 … 임응식은 사진 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의 기록을 통해 진실과 희망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24, 31쪽)





  아이들은 글쓰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그림그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진찍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손에 들어가기 앞서, 여느 손전화였을 적에도 아이들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찍는 사진에 눈길을 보내는 어른이 없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찍는 수많은 사진을 눈여겨보거나 비평하는 어른이 없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아이들한테 사진을 가르치거나 이야기하는 어른조차 없습니다. 아이들은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놓고 여러모로 많이 배웁니다. 아이들은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배울 자리가 무척 넓고, 학원강사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여느 어버이가 아이한테 글쓰기와 한글 익히기와 그림그리기를 이끕니다. 그러면, 여느 집 여느 어버이가 이녁 아이한테 사진찍기와 사진읽기를 이끌까요? 이끌 수 있을까요? 이끌려는 마음이 있을까요?



.. 임응식은 건축사진을 독자적인 예술사진의 하나로 다루었습니다. 건물의 형태를 똑같이 담아내는 틀에서 벗어나, 건물이 가진 세밀한 표정과 이야기를 찾아내 건축사진의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 지금은 누구나 사진의 예술성을 인정하지만, 임응식이 활동하던 시절 우리나라 문화계는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57, 63쪽)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사진을 곁에 두면서 사랑하고 아낄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어릴 적부터 제 둘레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빛을 고운 손길로 착하게 사진으로 담는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권태균 님이 쓴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는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라는 대목을 어린이 눈높이로 들려주려고 첫발을 내딛은 책이라 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아이들한테 ‘너희도 우리(어른)와 함께 사진을 즐기면서 사진빛을 노래하지 않겠니?’ 하고 따사롭게 건네는 이야기까지 뻗지는 못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꾼 아름다운 동화책과 그림책과 만화책을 두루 읽으면서 꿈을 키우고 사랑을 돌봅니다. 아이들이 즐길 아름답고 멋있으며 살가운 사진책이 이제부터 하나씩 둘씩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면 아주 좋겠습니다. 사진길 걷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어른들이 ‘어린이가 함께 읽고 즐기며 나누는 사진책’을 알뜰히 일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삶과 사랑과 꿈을 찍습니다. 4347.4.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고를 적에는



  책을 고를 적에는 내 눈길이 닿아 마음으로 들어오는 책을 집어든다. 내 손길을 닿은 책 가운데 내 마음속으로 이야기 한 자락 들려주는 책을 펼친다. 내 마음길이 닿은 책을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이 책을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사하며 즐기다가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지 생각한다. 먼저 내 눈에 뜨여야 하고, 다음으로 내 손이 닿아야 하며, 이윽고 내 마음으로 들어와서, 마침내 우리 아이한테 곱게 이을 수 있다 싶으면 기쁘게 주머니를 연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