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강아지가 똥을 눈다. 작은 고양이가 똥을 눈다. 작은 아이가 똥을 눈다. 날마다 모든 짐승이 똥을 눈다. 날마다 모든 새와 벌레와 사람이 똥을 눈다. 뭍에서도 바다에서도 저마다 똥을 눈다. 이 똥은 어디로 갈까. 이 똥은 어떤 거름이 되어 지구별을 살릴 수 있을까. 먼먼 옛날부터 얼마 앞서까지 똥은 아무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시골이 줄고 도시가 커지는 사이 똥은 자꾸 걱정거리가 된다. 도시에서는 똥을 어떻게 하나. 엄청나게 늘어나기만 하는 사람들이 누는 똥도 엄청나게 늘어나기만 하는데 이 똥은 모두 어디로 가나. 쓰레기가 되나, 하수처리를 하나, 어떻게 되나. 옛날 같으면 강아지나 고양이나 제비가 똥을 누더라도 흙마당이요 흙길이었으니 어디에 똥을 누더라도 흙에 깃들어 풀과 꽃과 나무가 기운을 북돋우는 거름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도시와 시골 모두 시멘트마당에 시멘트길로 바뀐다. 흙도랑마저 사라지고 시멘트도랑이 된다. 참말 이제 똥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까. 그림책에 나오는 강아지똥 이야기를 마냥 아름답게만 헤아리면서 읽으면 그만일까. 고운 숨결이 깃든 이야기 《강아지똥》은 아이와 어른한테 어떤 빛이 될 수 있을까.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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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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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알 송알송알 맺는다



  꽃이 지면 씨앗이 굵는다. 어느 풀이나 나무나 다 똑같다. 탱자나무에는 마땅히 탱자꽃이 피고, 탱자꽃이 지면 탱자알이 굵는다. 탱자나무는 가시가 커다랗게 뾰족뾰족하기에 탱자꽃이 피거나 질 적에 눈여겨보는 이가 많지 않은데, 탱자알이 맺힐 적에도 눈여겨보는 사람은 매우 적다. 다들 흔히 지나친다. 얼마나 조그마한 알이 맺히면서 날마다 천천히 굵는지 알아차리는 사람이 참으로 적다. 불러세워서 여기를 보라고 알려주어도 못 알아챈다. 뾰족한 가시 사이에 돋은 동글이가 바로 탱자알이요, 이 탱자알이 굵어지면서 노랗게 익는다고 말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면, 내 보금자리에 탱자나무를 심어서 돌보지 않으면 누구라도 탱자꽃이나 탱자알을 알기 어렵다. 내가 살아가는 마을에서 탱자나무를 쉬 만날 수 있지 않으면 탱자꽃이며 탱자알이며 알아채기 어렵다.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이루어 살아가지 않으면 탱자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식물도감을 들춘다고 해서 탱자를 알 만할까. 신문이나 방송으로 본다 한들 탱자를 안다 할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살펴보거나 찾아보니까 탱자를 안다 하겠는가.


  퉁방울만큼 커지면 단단하게 들러붙지만, 막 꽃이 지고 알이 맺힐 무렵에는 무척 여리다. 살살 어루만지지 않고 섣불리 건드리면 툭 하고 떨어진다. 봄볕을 받으며 보드라운 탱자잎이 돋고 봄빛과 함께 예쁘장한 탱자알이 차근차근 굵는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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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찔레꽃



  오월로 접어들이 찔레꽃을 다시 만난다. 싱그러운 오월을 여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찔레꽃은 사월이 끝나고 오월로 접어들면서 활짝 피어난다. 벚꽃이나 매화꽃처럼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아도 오월이면 곱다라니 핀다. 동백꽃이나 장미꽃처럼 곧장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아도 오월에 해맑게 핀다.


  찔레꽃 하얀 잎은 얼마나 맛있을까. 오월에 배를 곯던 옛 아이들한테 반가우면서 고마운 맛이었을까. 새로 돋는 찔레싹을 톡톡 꺾어서 먹으면 꼬르륵거리던 배가 차분히 가라앉았을까.


  하얀 꽃이 터지면서 찔레잎은 보들보들 반짝거리는 새 잎빛이 된다. 꽃빛은 환하고 잎빛은 눈부시다. 오월은 얼마나 아름다운 달인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긴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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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4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3



잊지 않는 이야기

― 신부 이야기 4

 모리 카오루 글·그림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2.7.31.



  글을 쓰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누구나 어릴 적에는 아무것도 적거나 남기지 않습니다. 갓난쟁이였을 적이나 두어 살 적에 글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너 살 적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여섯 살 적에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참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일을 환하게 떠올리곤 합니다. 어릴 적에 겪은 일을 떠올리고, 어릴 적에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어릴 적에 주고받은 이야기를 떠올려요.


  모든 이야기를 다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요모조모 골라서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날마다 먹던 밥까지 떠올릴 수 있고, 남다른 날에 먹던 밥만 떠올릴 수 있어요. 일기를 쓰지 않아도 마음속에 이야기를 새깁니다. 그림으로 옮기지 않아도 마음 깊숙하게 이야기를 남깁니다. 사진으로 찰칵찰칵 그때그때 적바림하지 않아도 마음에 또아리를 튼 이야기가 오래오래 흐릅니다.



- “이런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지. 서로 나눠야 할 이야기도 있을 테고. 아무튼, 그랬단 말이지. 생각보다 아주 씩씩한 아가씨라 다행이야. 그래, 그렇지. 너희 어머니는 아주 조용한 분이셨다만, 몸도 약해서 말이다.” (38쪽)





  혀끝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혀끝에 이야기가 남아서 나이가 많이 든 뒤에도 ‘혀끝에 남은 맛’을 아련하게 떠올리거나 그리곤 합니다. 손끝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손끝에 이야기가 남아서 나이를 많이 먹은 뒤에도 ‘손끝에 남은 느낌’을 애틋하게 떠올리거나 다시 겪고 싶기도 합니다. 갓난쟁이였을 적에 어머니 젖을 빨며 맡은 살내음을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습니다. 어릴 적에 어버이가 몸을 씻기던 느낌을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으며, 깊은 숲에 깃들어 마시던 바람이나 높은 봉우리에 오르며 누린 하늘을 오래오래 되새길 수 있어요.


  잊지 않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잊지 않는 이야기는 사랑이지 싶습니다.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에는 사랑이 감돌지 싶습니다.


  너무 아파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을 테고, 아주 기뻐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 슬퍼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을 테며, 몹시 즐거워서 못 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픈 삶은 아픈 사랑입니다. 기쁜 삶은 기쁜 사랑입니다. 슬픈 삶은 슬픈 노래입니다. 기쁜 삶은 기쁜 노래입니다.



- “아, 음, 들었던 것을 잊지 않게 써 놓는 거죠.” “…….” “잘 까먹어?” “그런 건 아니지만, 잊어버려도 쉽게 기억이 나도록.”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하면 되잖아?” “우린 그러는데.” (55쪽)





  모리 카오루 님 만화책 《신부 이야기》(대원씨아이,2012) 넷째 권을 읽으며 ‘잊지 않는 이야기’를 곰곰이 떠올립니다. 만화책 《신부 이야기》는 중동아시아를 가로지르면서 문화인류학을 살피는 서양사람 눈길로 이야기가 흐릅니다. 중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은 ‘글을 남기’거나 ‘책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서로 만나서 왁자지껄하게 떠들 뿐입니다. 함께 마주하며 소곤소곤 속삭일 뿐입니다.


  녹음기를 쓰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 마음과 마음에 이야기를 아로새깁니다. 잊지 않고 싶은 이야기는 참말 잊지 않습니다. 그러면 잊지 않아요. 잊지 않으려고 종이에 글을 써야 하지 않아요.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새기면 넉넉합니다.



- “속였어?” “마법이 아니었던 거야?” “속이지 않았다. 일을 잘하는 아가씨는 그만큼 누구나 탐을 내는 법이거든. 자자, 식겠구나. 어서 먹으렴.” “누나야, 맛있어.” “당연히 맛있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99쪽)

- “딱히 느닷없이 반할 필요도 없잖아? 걔들은 늘 꿈만 꾸니. 상대가 우리란 걸 알면 아마 실망할걸. 우리보다도 더. 피차일반이니까, 하다못해 소중히 여겨 줘야겠다 생각해. 사미 너도 너무 매정하게 굴진 마라.” (115쪽)




  책이란 무엇일까요.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남을까요. 책에 쓰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읽는 책에는 우리 이야기가 어느 만큼 적힐까요.


  책을 쓰는 사람은 우리 이야기를 어느 만큼 삭히거나 받아들일까요. 책을 엮는 사람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보거나 마주할까요. 우리 삶을 모르는 채 지식으로만 뚝딱뚝딱 만지작거리지는 않나요. 우리 삶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이들이 구경거리 삼아서 아무렇게나 다루지는 않나요.


  신문에 나오는 글과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우리 삶을 얼마나 보여줄는지요. 기자가 취재해서 내보내는 기사는 우리 사랑을 얼마나 담아낼는지요. 정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 이들은 삶을 삶답게 못 보지는 않나 궁금합니다. 수많은 글과 그림과 사진은 아주 조그마한 조각 하나만 겉훑기로 담는 셈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 “언니, 애들 어리광 너무 받아주지 마. 한 번 기어오르면 하늘 높은 줄 모른다니까.” “뭐, 어떠니. 오랜만에 이런 걸 손에 쥐면 나도 젊어지는걸. 게다가, 신부의상은 가능한 여러 사람의 바늘이 들어가야 하는 거야. 그래야 행복해지거든.” “엄마는 그런 말 안 했는데.” “처음부터 말해 줬으면 너희는 그거 믿고 안 했을 거 아냐. 마지막에 여러 사람의 손이 닿으면 돼. 지금 편하게 했다가, 나중에 모르는 게 생기면 어떡할래.” “그럼 물어 보러 올게. 바로 근처인걸.” “그렇게 어정쩡하게 해선 안 돼. 시집가기 전까지 전부 해치워야지. 부모는 언제까지고 있는 게 아니야.” (171∼173쪽)



  예부터 바느질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예부터 흙일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고기잡이를 책으로 배우지 않고, 배를 뭇고 모는 일을 책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도끼질이나 낫질을 책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밥짓기와 국 끓이기를 책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떡을 할 적에 책을 보면서 떡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을 적에 책으로 배우지 않고, 아이를 돌보며 키울 적에 책으로 돌보거나 키우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면서 책을 보던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책으로 합니다.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학교에서 합니다.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기대어 합니다.


  삶이 사라진 채 지식과 정보만 흐르는 오늘날입니다. 삶에 깃든 사랑을 모르는 채 지식하고 정보만 춤추는 오늘날입니다. 삶을 밝히는 이야기는 없는 채 인기와 명예와 재산만 떠도는 오늘날입니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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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일곱 살 어린이와 네 살 어린이가 있다. 여기에 서른다섯 살 어린이와 마흔 살 어린이가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시골집에 상자 하나가 온다.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며 열어 본다. 마침 아이들은 느즈막한 낮잠에 곯아떨어졌다. 조용히 상자를 끌르니 다른 상자가 나오고, 다른 상자에서는 ‘상자에 담긴 책’이 나온다. 상자에 상자에 상자로구나. 상자에 담긴 책은 큰아이 몫 선물. 비닐에 싸인 ‘노래 나오는 책’은 작은아이 몫 선물. 여기에 《밀양을 살다》는 마흔 살 어린이 몫. 어린이날이라든지 5월 5일을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책선물을 받으면서, 나도 어린이가 되고 우리 집 아이들도 어린이가 된다. 두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내내 ‘노래 나오는 책’을 만진다. 귀가 좀 따갑지만 며칠 지켜보기로 한다. 밖으로 마실을 다니기도 하고 도서관에도 가며 자전거도 타야지. 그러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금 ‘노래 나오는 책’을 붙잡는다.






appletreeje님 고맙습니다

선물하는 고운 마음은

널리널리 퍼져

온누리를 따사롭게 보듬습니다~
















세 가지 책이

예쁘게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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