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7) -의 : 같은 이름의 괴물

 

그리스 신화에도 같은 이름의 괴물이 나와. 신화 속 히드라는 수십 개의 머리가 달린 뱀이지

《노정임·안경자-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14쪽

 

 같은 이름의 괴물

→ 같은 이름인 괴물

→ 이름이 같은 괴물

→ 같은 괴물

 …

 

 

  “동명(同名)의 괴물”이라 하지 않고 “같은 이름의 괴물”처럼 적으니, 어느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토씨 ‘-의’를 털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국 말투로 올바르게 쓰자면 “이름이 같은 괴물”입니다.

 

  토씨 ‘-의’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다 보니, 곧바로 “수십 개의 머리가 달린”처럼 잘못 써요. “한 권의 책”이나 “한 잔의 차”가 영어를 잘못 옮긴 말투인 줄 깨닫는다면, 이런 말투도 잘못 쓰는 번역 말투인 줄 알아채리라 생각합니다. 4347.5.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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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옛이야기에도 이름이 같은 괴물이 나와.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는 머리가 수십 개 달린 뱀이지

 

‘신화(神話)’는 “거룩한 이야기”를 뜻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다만, ‘그리스 옛이야기’처럼 쓸 수 있습니다. ‘단군 신화’도 ‘단군 옛이야기’처럼 쓸 수 있어요. 거룩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신화 속 히드라”는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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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1] 바람과 나무



  바람이 불어 꽃내음이 흐르고
  꽃내음이 흘러 바람이 푸르며
  내 가슴에 꽃바람 살포시.


  바람과 나무는 언제나 함께 흐르면서 푸릅니다. 바람이 있어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있어 바람이 푸릅니다. 나무는 나무만 덩그러니 자라지 못합니다. 나무가 자라는 데에는 반드시 풀밭이 있습니다. 풀이 우거지면서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푸르면서 풀이 우거져요. 풀은 조물조물 밭을 이루면서 겉흙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나무는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속흙을 돌봅니다. 풀과 나무는 흙을 살찌웁니다. 나무가 잘 자라는 숲에 깃들면 흙내음이 고소한 까닭은 풀이랑 나무가 서로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흙을 보살피기 때문입니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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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아버지한테 꽃을



  함께 들마실을 하던 산들보라가 문득 노란 꽃 한 송이를 꺾는다. 누나와 놀면서 꽃꺾기를 배웠구나. 그런데, 꽃을 꺾은 아이가 불쑥 내민다. “자, 아버지, 받아요.” 어쩜 너는 네가 꺾은 꽃을 나한테 줄 수 있니. 네 머리에 꽂아도 되고, 네 손가락에 돌돌 싸매도 되는데. 또는 네 입에 넣고 살근살근 씹을 수 있어. 민들레는 뿌리도 줄기도 잎도 먹을 뿐 아니라 꽃도 먹지. 너는 아니? 지난해에는 민들레꽃이나 동백꽃도 지짐이에 섞어서, 때로는 달걀말이에 섞어서 넣기도 했는걸.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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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빈손을 들어 무언가 새롭게 만든다. 일곱 살 큰아이가 먼저 “아버지 케익 드셔요.” 하고 한손으로 받치고 한손으로 건넨다. 나는 손을 펼쳐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다. 그러면 네 살 동생이 누나를 따라 ‘빈손 케익’을 건넨다. ‘빈손 우유’도 준다. 때로는 ‘빈손 돈’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 나도 빈손에 무언가를 담아 아이들한테 준다. 즐거운 놀이는 장난감이 있어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삶이 즐거우면 언제나 놀이가 깨어나고 이야기가 태어난다. 아이들 옷가지와 자그마한 살림살이로 인형을 꾸며 보여주는 《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은 하나도 남다르지 않다. 즐겁게 생각하고 마음을 기울이면 누구라도 만들면서 놀 만하다.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 삶을 즐기려는 매무새라면 신나게 마음껏 온갖 이야기가 샘솟으리라 느낀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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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
주경호 지음 / 보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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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남이 차려서 주는 밥과 내가 차리는 밥은 맛이 얼마나 다를까. 손수 일구어 거두는 남새와 가게에서 사다가 먹는 남새는 맛이 얼마나 다를까. 사회에서 만든 얼거리를 고스란히 따르는 삶과 내가 손수 짓는 삶은 얼마나 다를까. 봄에는 봄맛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맛이 있으며 가을에는 가을맛이 있다. 다 다른 맛을 우리들은 얼마나 누리면서 살아가는가. 어쩌면, 철마다 다른 맛을 모르고, 달마다 다른 맛을 모르며, 날마다 다른 맛을 모르는 채, 늘 쳇바퀴를 돌듯이 살아가지는 않는가. 만화책 《키친》 넷째 권은 수많은 맛 가운데 ‘삶맛’을 이야기한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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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4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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