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빛과 책읽기



  아침에 일어날 적에 멧새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며 처마 밑 제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아침부터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오는 자동차 소리를 듣거나 승강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노래나 소리는 없다. 어떤 노래나 소리이든 내 하루를 여는 바탕이 되고, 내 넋과 숨과 빛을 이룬다.


  자동차 소리만 듣더라도 삶을 꿰뚤어볼 가슴이면 삶을 꿰뚫어본다. 제비 노래를 듣더라도 귀와 마음을 닫으면 삶을 못 읽는다.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뭇잎



나뭇잎을 쓰다듬으면

곱게 먹은 햇볕과

시원하게 마신 바람과

달콤히 머금은 빗물과

고소히 받아들인 흙내음이

손끝을 거쳐

물씬

터집니다.



4347.527.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삶빛

 


두 눈으로 숲을 늘 보니
푸른 내음 퍼지는
말 한 마디

 

마음 깊이 사랑을 늘 가꿔
맑은 숨결 흐르는
노래 한 가락

 

손으로 밥을 짓고
발로 땅을 디디고
귀로 이야기를 듣고
입으로 사근사근 속삭이면서
얼굴에는 웃음을 띄워
따순 빛 밝히는
오늘 하루

 


4347.5.27.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32] 찻삿

 


  시외버스를 탑니다. 고흥부터 서울까지 달리는 시외버스에 네 식구가 타니, 네 사람 몫 표를 끊습니다. 어른 두 장을 끊고 어린이 두 장을 끊습니다. 버스에 손님이 거의 없으면 버스 일꾼은 “아이 표는 안 끊어도 되는데.”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버스에 손님이 있을는지 없을는지 우리가 알 길은 없습니다. 네 식구가 움직이면 표를 넉 장 끊으니 버스삯을 만만하지 않게 씁니다. 네 식구가 기차를 타면 기찻삯을 냅니다. 배를 탄다면 뱃삯을 치르고, 비행기를 탄다면 비행기삯을 뭅니다. 택시를 타면 택시삯을 내요. 자가용을 몰지 않기에 누군가 우리 식구를 실어 나릅니다. 누군가 우리 식구를 태워서 옮겨 주면 고맙다는 뜻으로 삯을 치릅니다. 찻삯 얼마를 들이면 어디이든 가뿐하게 나들이를 할 수 있습니다. 4347.5.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외버스 에어컨

 


  시외버스는 에어컨을 켠다. 바깥은 햇볕이 제법 뜨거운데, 시외버스를 타니 에어컨 바람이 흘러, 아이들이 춥다고 말한다. 어른도 춥지 않을까. 어른은 딱히 더 생각하지 않으며 에어컨을 켜지 않는가. 자동차를 몰면 으레 에어컨을 켜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가. 창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쐬려는 어른은 차츰 사라지지 않는가.


  자동차마다 에어컨을 켜니, 자동차를 타면 바깥이 어떤 더위인 줄 잊는다. 건물마다 에어컨을 켤 테니, 건물에 깃들 적에도 바깥에 어떤 햇볕이 흐르는지 알 길이 없다.


  여름에 여름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된다. 겨울에 겨울을 느끼지 않는 나라가 된다. 봄과 가을에도 봄빛과 가을볕을 모르는 사람이 된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