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별꽃 뜯기


  쇠별꽃을 뜯는다. 여러 날 바깥밥을 먹어야 하면서, 속이 더부룩하지 않도록 풀을 찾아 뜯는다. 풀은 스스로 양념을 하지 않는다. 풀 먹는 짐승은 풀에 소금을 치거나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는다. 사람도 풀을 풀 그대로 먹을 적에 풀내음을 맡으면서 풀빛을 받아들인다.

  버무리거나 볶거나 데쳐도 맛나다고 본다. 그리고 날풀을 날풀대로 먹거나 들풀을 들풀대로 먹거나 멧풀을 멧풀대로 먹으면서 바람과 햇볕과 빗물과 흙하고 지구별 이야기를 골고루 먹는다. 아이들한테 쇠별꽃을 준다. 아이들은 쇠별꽃 먹으며 쇠별꽃이 된다. 이웃한테 쇠별꽃을 내민다. 서로 뫼별꽃이 된다. 4347.5.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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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가랑잎을 주우면
갓 진 잎은 짙푸르고
예전에 진 잎은 누렇고
오래된 잎은 까맣게 바스라져
날마다
새 빛이 되는 모습을
두 눈에 고스란히
담습니다.


4347.5.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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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힘이란


  살아가는 힘이란 무엇일까. 갓난쟁이가 있으면 이 아이를 보며 웃고 울며 기운이 난다. 살붙이나 곁님이 있으면 이들을 보며 새로 기운이 난다. 이 힘은 무엇일까. 이 힘은 어디에서 샘솟을까. 뜻이 맞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는 이웃과 있으니 저녁이 무척 재미있다.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미리내까지 보면 더없이 예쁠 텐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미리내는 고흥과 몇 군데 시골서만 보기로 하자. 어여쁜 사람이 나누어 주는 기운을 먹고, 나도 내 기운을 주자. 4347.5.30.쇠.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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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돌이 마음


  네 식구가 함께 강화섬에 왔습니다. 어느덧 네 해째 네 식구 마실을 맞이합니다. 작은아이는 시골서 태어났고, 작은아이는 늘 시골서 나들이를 나옵니다. 큰아이는 네 살이 되는 해에 시골로 보금지리로 옮겼는데 이를 떠올릴까요.

  도시와 가까운 시골이어도 도시마실은 어디나 멉니다. 먼 만큼 힘과 품과 돈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반가운 살붙이와 이웃을 만나려고 씩씩하게 다니지요. 엊그제에 온 강화섬도 시골입니다. 시골이기에 별을 보고 개구리 노래와 멧새 노래가 하루 내내 휘감아요.

  바람을 마시며 눈을 살며시 감아요. 물을 마시며 곰곰이 혀끝에 물을 머금어요. 깜깜하게 어둠이 드리우고, 큰아이부터 잠듭니다. 고요합니다. 삼십 분쯤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그러고 나서 시골 밤노래를 가득 마십니다. 나는 시골돌이입니다.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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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곳에 부는 바람


  책을 읽고 싶다면 늘 읽는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전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책을 읽는다. 책이 무엇이기에 읽는가.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기에? 생각을 가꾸는 숨결이기에? 그러나 어느 책이건 어디에서나 읽는다. 마음이 가면 읽는다. 생각이 열리면 읽는다.

  뜻이 맞는 이웃이 있을 적에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깊은 밤이건 어두운 곳이건 총알이 춤추는 곳이든 이야기꽃은 활짝 핀다. 어떻게 이야기꽃을 피울까? 어떤 넋으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가?

  책을 읽는 곳에 바람이 분다. 따스하게 분다. 보드랍게 분다. 살가이 분다.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손에 책을 쥔 사람한테 바람은 늘 싱그럽다. 사랑이 묻어나며 흐르는 바람이다. 꿈이 녹아들며 퍼지는 바람이다. 

  어느 책을 쥐어도 바람이 분다. 모든 책은 그예 책이다. 어떤 책을 몇 쪽 넘기든 바람이 분다. 살근살 바람이 불어 빙그레 웃는다. 4347.5.29.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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