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빨래 개며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졌다. 어깨로 안아서 잠자리에 누이고 옷만 갈아입힌다. 작은아이는 누운 채 몸을 맡긴다. 이럴 적에 아버지가 옷을 벗기고 새옷 입히는 손길을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느끼겠지. 하루 내내 맨발로 논 아이인데 아침에 씻겨야지. 큰아이는 이웃 언니랑 오빠랑 동생하고 논다. 늦은 때이지만 졸음을 참는다. 옷을 벗기고 씻기니 잠옷으로 온자 입는다. 베개에 두른 손닦개에 젖은 머리카락을 스스로 펼치고 눕는다. 땀으로 옴팡 젖고 때 많이 낀 아이들 옷가지를 빤다. 어제 빨아서 넌 옷가지는 다 말랐다. 축축한 옷을 넌다. 큰아이 이마를 어루만진다. 오늘도 잘 놀아 주었네. 예쁘 고맙다. 이내 꿈나라로 간 큰아이 옆에 앉아 마른 옷가지를 갠다. 불 끈 방에서 밤눈으로 옷을 갠다. 자는 방 한쪽에 놓는다. 이튿날 새롭게 놀자. 바깥마실 나흘째이구나. 4347.5.30.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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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글을 쓰며


  셈틀이 있으니 집에서는 셈틀을 켜서 글을 쓴다. 집에서 나와 마실을 다니며 공책에 글을 쓴다. 공책에 글을 쓸 적에는 고쳐쓴 자국까지 모두 다시 읽으며 손질한다. 처음부터 다시 새겨읽으며 느끼고, 마음에 닿는 대목을 곰곰이 헤아리하며 마무리짓는다. 요즈음에는 원고지에 글을 썼어도 다시 셈틀에서 파일로 바꾸어서 보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는 공책에 손으로 글을 쓴 뒤 또 거듭 읽으며 셈틀에 글을 옮기니 품이 꽤 드는데, 어느 모로 보면 스스로 내 글을 자꾸 읽으며 스스로 둘째 셋째 넷째 ... 열째 스무째 글손(독자)가 된다. 내 글에 내가 글손이 되면서 내 글을 즐긴 빛을 거듭 담는다. 4347.5.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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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놀 수 있을 때에 아이들이다. 노래할 수 있을 때에 아이들이다. 뛰거나 달릴 수 있을 때에 아이들이다. 춤출 수 있을 때에 아이들이다. 꿈꾸고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아이들이다. 웃을 수 있을 때에, 품에 포근히 안길 수 있을 때에, 꽃을 아끼고 어루만질 수 있을 때에, 냇물에 몸을 맡기거나 하늘을 보고 두 팔을 벌릴 수 있을 때에, 어여쁘게  빛나는 아이들이다. 달게 자고 일어난 작은아이를 가볍게 안고 토닥인 뒤 밥을 먹인다. 4347.5.30.쇠.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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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웃집 토토로


  토토로 이야기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 볼 수 있을까. 우리 집 아이를 보면, 두 살 적부터 일곱 살인 요즈음까지 꾸준히 새로 보고 다시 본다. 네 살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착 달라붙고는 영화가 끝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한다. 곰곰이 헤아리면, 어른인 나도 으레 아이들과 토토로를 또 보고 다시 본다.

  다시 볼 때마다 새 빛을 느낀다. 새로 볼 적마다 새 노래가 흐른다. 그래, 그렁지. 만화이든 영화이든 천 번을 서릴 해에 걸쳐 다시 보고 새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리라. 한 번 보았으니 덮으면 소모품이다. 다시 보기에 영화이다. 새로 읽고 느끼니 이야기이다.

  아이들아, 토토로는 씨앗을 뿌리고 돌보며 거두고 나누면서 즐기는 숨결이란다. 숲에서. 4347.5.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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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8. 나한테 찾아오는 사진


  내가 사진으로 찍을 모습은 늘 나한테 찾아옵니다. 내가 찍지 않을 모습은 나한테 찾아오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사진기를 곁에 둡니다. 곁에 사진기가 있어야 나한테 찾아오는 모습을 바로 그때에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진기가 오늘 이곳에 없어도 돼요. 왜냐하면 나는 사진기라는 기계로 옮기기 앞서 내 두 눈을 거쳐 마음자리에 먼저 담거든요.

  나는 늘 그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렇게 찍고 나면, 내가 찍은 모습은 가볍게 사뿐사뿐 보드라이 흘러서 지나갑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사진을 한 장 더 찍으며, 이 모습은 곧 조용히 지나가며, 이윽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굳이 이것저것 다 찍으려 하지 않아도 돼요. 애써 수없이 찍어야 하지 않아요. 천천히 기다립니다. 오는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넉넉히 느낄 수 있으면 사진이 태어납니다. 오늘 한 장, 이튿날 두 장, 다음날 석 장을 찍습니다. 4347.5.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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