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아이들이 많이 고단하겠구나 싶어, 마을 어귀에 닿은 뒤 얼른 짐을 꾸려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방을 내리고 아이들 씻기려고 하면, 여름날 논개구리 노랫소리를 하나도 못 듣는다. 아이들을 다 씻기고, 아이들이 입던 옷을 다 빨래하고, 이 옷가지를 모두 널어서 말린 뒤 기지개를 켜고 한숨을 쉴라치면 비로소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 개구리는 틀림없이 아까도 노래를 했을 텐데, 나는 아까 개구리 노랫소리를 못 들었구나.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을 읽는다. 이 동시집을 내놓은 분은 어떤 소리를 들어서 동시를 썼을까. 이 동시집을 내놓은 분이 못 들은 소리는 무엇이요, 들은 소리는 무엇일까. 도시와 시골에서, 집과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떤 소리를 듣는가. 어른들은 아이한테서 어떤 소리를 듣는가.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을 찬찬히 헤아려 본다. 아무래도 이 동시집에서는 소리와 빛깔과 냄새를 얼마 못 느끼겠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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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까치의 우산
김미혜 지음, 한수진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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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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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숲이 우거지고 푸른 바람이 불며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는 별빛이 늘 잔치를 벌이는 시골에 보금자리를 두어 살아가니 얼마나 즐거운가요.

  도시에서 살기에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습니다. 비록 숲이나 냇물이나 골짜기나 바다가 없다 하더라도 마음 가득 따사롭게 마주하는 눈빛이라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숲집을 누립니다.

  우리는 숲집을 누립니다. 나무와 풀과 꽃이 있는 부동산을 누리지 않습니다. 나한테 있는 돈으로 지구별을 통째로 사들여야 숲이나 바다나 꽃을 누리지 않아요. 마음을 활짝 열어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을 적에 비로소 삶을 누립니다.

  시외버스는 도시를 벗어나고 더 벗어나며 자꾸 벗어납니다. 우리 시골집과 가까울수록 시외버스에서 우리 집 풀내음을 맡습니다. 네 식구가 함께 탄 시외버스에 탄 다른 분들이 시외버스에서는 냄새가 안 좋아 머리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아, 그렇지요. 참말 나도 얼마 앞서까지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달리 말해요. 나는 내가 누리고픈 냄새를 맡아요. 나는 내가 보고픈 빛을 봐요. 나는 내가 먹고픈 밥을 기쁘게 차려서 먹습니다. 돌아갈 시골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시골빛이 사랑스럽습니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살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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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 마음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가를 읽으면서 책을 만난다고 느낍니다. 우리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읽는 동안 책을 알아차린다고 느낍니다. 여느 때에 늘 숲을 마음에 담은 사람은 어느 곳에 가든 숲을 다루는 책을 한눈에 알아봐요. 언제나 시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도서관에서든 학교에서든 시를 노래하는 책을 시나브로 알아내지요.

  구름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도시를 벗어나 너른 들녘을 마주하더라도 구름을 알아보지 못해요. 들꽃을 마음에 심지 않으면 골목에서나 숲에서나 들꽃을 알아채지 못할 뿐 아니라 꽃집 옆에 서더라도 꽃내음을 못 맡습니다.

  마음 가는 곳을 읽습니다. 마음으로 읽기에 줄거리 아닌 글쓴이 넋과 얼을 책에서 헤아립니다. 마음으로 읽으니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아닌 책을, 말 그대로 책을 읽어요. 인기도서나 비인기도서를 읽을 까닭이 없어요. 인문책이나 처세책을 읽을 까닭도 없어요. 그저 책을 읽어요. 오롯이 책을 만나요. 마음이 사랑스레 피어나도록 책을 읽습니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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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바깥마실을 마치고 나서 시외버스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마실길 내내 고단하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갑자기 졸음이 쏟아집니다. 쉼터에 닿는다는 안내말씀을 얼결에 듣고는 부랴부랴 눈을 뜹니다. 곁님과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진 채 못 일어납니다. 전철에서 내 무릎에 누워 자던 큰아이는 말똥말똥 내 무릎을 베고 누워 혼자 노는군요.  큰아이한테 신을 신으라 이르고는 오줌 누러 버스에서 내립니다. 아이 손을 잡습니다. 우리가 탄 버스 번호를 살펴봅니다. 이러고 나서 앞을 보려는데 뒤쪽에서 누가 빵빵거립니다. 하얀 자가용이 우리더러 길을 비키랍니다.

  나는 길을 비키지 않습니다. 다시 앞을 보고 아이 손을 잡고는 두 걸음 내딛습니다. 아이와 내가 두 걸음 내딛은 뒤 우리 뒤에는 아무도 없고, 하얀 자가용이 지나갈 길은 넓게 트입니다.

  나하고 아이가 이 길을 걸어서 지나가는 데에 아마 삼초쯤 걸렸지 싶습니다. 하얀 자가용은 저 뒤에서 왔을 테니 나와 아이를 보았겠지요. 이 자가용은 왜 고속도로 쉼터에서 삼초를 기다리지 않고서, 아이 손을 잡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한테 빵빵거릴까요.

  삼초를 빨리 가면 얼마나 더 빠를까요. 삼분이나 세 시간을 빨리 가지만, 빨리 가고 나서 어떤 일을 하는가요. 아이는 빵빵거림을 이내 잊습니다. 나는 이 흐름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아이와 얘기할 적에 나는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얼마나 귀를 기울이는지, 또 곁님과 얼마나 마음을 쏟아 생각을 주고받는지 되새깁니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빛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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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36] 끈을 잡는다



  내가 바라보는 곳에서 꽃이 피고

  내가 노래하는 곳에서 바람이 불며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해가 뜬다.



  꿈(희망)은 바로 우리 스스로라고 느껴요. 우리 둘레에서 온갖 곳에서 잘못과 바보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우리 스스로 참답고 착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면 샘물과 같은 우리 스스로 이 땅과 나라를 살리며 아이들을 보살피는 빛이 되리라 생각해요.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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