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문장 애지시선 29
서영식 지음 / 애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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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57



시와 한 줄

― 간절한 문장

 서영식 글

 애지 펴냄, 2009.10.10.



  도시에서도 새벽 서너 시는 몹시 조용합니다. 이무렵이 되면 술에 절어 비틀거리는 사람도 잦아들고, 자동차도 거의 다 잠듭니다. 버스도 전철도 다니지 않으니 훨씬 조용합니다. 때로는 고요하다는 생각까지 들어, 도시가 맞나 싶기도 합니다.


  시골에서도 새벽 서너 시는 아주 조용합니다. 이무렵이 되면 개구리 노래잔치까지 잦아들고, 밤에 노래하는 새도 쉬 찾아보지 못합니다. 멧새와 들새 모두 막 깨어나기 앞서이니 더더욱 조용합니다. 드문드문 개구리 한두 마리가 울고, 밤새 노래가 살며시 퍼지기도 하지만, 새벽 서너 시는 시골에서 아주 고요한 때입니다.



.. 문득 홍어에 탁주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 잘 삭힌 그런 안주들은 잘 삭은 술집에서 / 제법 삭은 내를 풍기는 사람들만 먹는 것 같아서 ..  (홍탁)



  아이들 사이에서 자다가 살며시 일어납니다.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차지 않았나 살핍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자는 동안 틈틈이 이불을 살핍니다. 눈을 감고 자면서도 손을 뻗어 이불을 헤아리고, 문득 눈을 떴으면 깜깜한 방에서 밤눈으로 돌아보면서 이불을 추스릅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앞서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깁니다. 자다가도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깁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적에, 자다가, 또 아이들을 재우면서, 아이들한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너희들은 어여쁜 아이들이요 너희들은 튼튼한 아이들이요 너희들은 눈부신 아이들이라고 말을 건넵니다.


  아이들은 이 소리를 들을까요. 아이들은 이 말을 알아차릴까요. 아마 아이들 마음속에서 소리를 들을 테고, 아이들 가슴속에서 말을 듣겠지요.



.. 내 어머니가 준 유산은 / 머리카락이다 곱슬곱슬한 / 쉰 머리 두 개가 전부다 ..  (유산)



  풀을 뜯습니다. 네 식구가 먹을 풀을 뜯습니다. 우리 집 뒤꼍에 온갖 풀이 수북하게 잘 자랐기에 풀을 뜯습니다. 풀은 뜯은 자리에서 입에 넣고 씹어도 맛나지만, 여러 풀을 골고루 뜯어서 잘게 갈면서 물을 내어 마셔도 맛납니다. 풀잎을 하나씩 뜯어서 맛보면 풀마다 다른 기운이 스며듭니다. 풀잎을 찬찬히 갈아서 마시면 여러 가지 풀이 골고루 섞이면서 새롭게 빛나는 냄새가 퍼집니다.


  이름을 아는 풀을 입에 넣고 씹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풀을 입에 넣고 씹습니다. 다 다르게 생긴 풀은 다 다르게 퍼지는 맛입니다. 다 다르게 돋는 풀은 다 다르게 스며드는 맛입니다. 풀은 언제부터 이처럼 다 다른 모습으로 자랐을까요. 풀은 어느 때부터 이렇게 골고루 돋고 자라면서 들과 숲에 푸른 물결을 베풀까요.


  풀밭을 천천히 거닐어 풀을 뜯으며 땅바닥을 살핍니다. 풀밭을 이루는 땅바닥은 까맣습니다. 까만 흙입니다. 풀밭을 이루는 땅바닥은 여러 풀이 뿌리를 내리면서 빗물에 흙이 쓸리지 않습니다. 이만 한 흙이라면 나무가 자라기에도 좋고, 수많은 벌레가 살아가기에도 좋으리라 느낍니다. 참말 우리 집 풀밭에는 갖가지 딱정벌레가 얼크러져 살아갑니다. 농약 등쌀에 숨죽이던 갖가지 딱정벌레가 죄 우리 풀밭으로 찾아와서 지내는구나 싶습니다.



.. 저기요 / 너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  (호칭)



  서영식 님 시집 《간절한 문장》(애지,2009)을 읽습니다. 한자말 ‘간절(懇切)’은 무엇을 뜻하던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한국말사전을 뒤지니, “(1)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다 (2)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정성(精誠)스러움’은 “보기에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 있다”를 뜻한다 하고, ‘지극(至極)’은 “더할 수 없이 극진하다”를 뜻한다 합니다. ‘절실(切實)’은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를 뜻한다 하는군요.


  그러니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요, 알뜰한 마음으로 적는 글 한 줄이며, 참된 빛을 담으려는 이야기 한 자락입니다. 애가 타는 마음이기도 하고, 애를 태우는 넋이기도 합니다.



.. 7번 국도 숲길을 달리다가 / 이쪽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건너던 / 새를 치고 말았다 살아라 죽지 마라 / 뺑소니를 치면서 빌었다 / 차에 있던 사내들도 / 입을 굳게 다물어 주었으나 / 우리는 이미 참담했다 ..  (소나기)



  두 다리로 달리면서 새를 들이받을 사람은 없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다가 새를 들이받을 사람도 없습니다. 자동차를 달리니 새를 들이받습니다. 더욱이, 자동차가 달릴 만한 길을 닦느라 새가 지내던 보금자리를 죄 밀어냅니다. 자동차가 달릴 만한 길을 닦느라 새뿐 아니라 벌레와 숲짐승이 어우러지던 보금자리를 몽땅 망가뜨립니다.


  사람들은 고속도로나 국도에서만 짐승과 벌레를 치어 죽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짐승과 벌레를 밟아 죽입니다. 공장과 발전소에서 내보내는 쓰레기로도 짐승과 벌레가 죽습니다. 골프장과 논밭에서 뿌리는 농약으로도 짐승과 벌레가 죽습니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로도 짐승과 벌레가 죽습니다. 사람들이 만든 전쟁무기로 벌이는 끔찍한 싸움질로도 짐승과 벌레가 죽습니다.


  삶이 삶으로 되자면 삶을 생각하는 사랑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삶을 삶으로 밝히자면 삶을 꿈꾸는 빛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나요.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는가요.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며 하루를 새로 맞이하나요.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기에 도시와 문명과 문화를 자꾸 만들려고 하나요.


  숲이 없어도 삶을 이룰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숲이 없어도 문학을 하거나 교육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숲이 없어도 밥을 먹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4347.6.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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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휘파람새가 노래한다. 휘파람새는 언제부터 휘파람과 같은 소리로 노래를 했을까. 사람들이 휘파람을 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알아보도록 휘파람을 불고, 혼자 숲에 깃들어 나물을 뜯거나 나무를 하면서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은 사람이 숲이랑 새랑 벌레랑 짐승하고 주고받는 노래이다. 휘파람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고운 가락이다. 휘파람은 어떻게 하면 불 수 있을까. 휘파람을 불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는 늘 휘파람을 불며 살았다는 느낌으로, 휘파람은 내 입을 타고 멀리멀리 흩어져서 이야기가 된다는 넋으로, 휙 불면 된다. 그림책 《휘파람을 불어요》에는 휘파람 한 줄기로 웃음과 노래와 빛을 누리는 아이가 이쁘게 나온다. 4347.6.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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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불어요
에즈라 잭 키츠 지음, 김희순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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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0) 시작 44 : 하소연을 시작했다

첫째 딸 갈망이 걱정스럽게 묻자 마라는 딸들에게 하소연을 시작했다
《강호진-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37쪽

 하소연을 시작했다
→ 하소연을 했다
→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 하소연했다
 …


  한자말 ‘시작’ 말뜻을 헤아린다면 이 글월에서는 “하소연을 처음 했다”는 소리가 됩니다. 참말 하소연을 처음으로 했다면 “하소연을 처음 했다”라든지 “하소연을 처음 늘어놓았다”로 손보면 됩니다. 그러나, 그냥 하소연을 했다고 하면 “하소연을 했다”나 “하소연했다”로 손보면 돼요. 4347.6.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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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 갈망이 걱정스럽게 묻자 마라는 딸들한테 하소연을 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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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4) -화化 184 : 화하다


동자는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화하여 유유히 멀어지고 있었다

《강호진-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125쪽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화하여

→ 문수보살 모습으로 바뀌어

→ 문수보살 모습이 되어

 …



  ‘化하다’는 “(1) 어떤 현상이나 상태로 바뀌다 (2) 어떤 일에 아주 익숙하게 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바뀌다’요 ‘되다’인 셈입니다. 보기글에서도 “모습으로 바뀌어”나 “모습이 되어”로 손질하면 돼요.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뱀이 용으로 화하다”나 “큰비로 온 세상이 바다로 화했다”나 “그 외국인 신부는 우리 문화에 흠뻑 취하고 화하였기 때문”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이 글월은 “뱀이 용으로 바뀌다”나 “큰비로 온누리가 바다로 바뀌었다”나 “그 외국인 신부는 우리 문화에 흠뻑 빠져들고 익숙했기 때문”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4347.6.8.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동자는 문수보살 모습이 되어 천천히 멀어졌다


“문수보살의 모습”은 “문수보살 모습”으로 다듬고, ‘유유(悠悠)히’는 ‘천천히’로 다듬습니다. “멀어지고 있었다”는 “멀어졌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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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케익 먹기, 눈 먹기



  나는 1995년 11월 6일에 군대에 갔습니다. 나는 오른눈이 나쁘고 코가 나빠서 현역군대면제 대상이었지만, 내 앞뒤로 ‘미리 면제를 받을’ 누군가 있은 탓에, 오른눈으로는 4급 현역을 받고 코로는 3급 현역을 받았습니다.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기 앞서 내 눈은 ‘1.5(왼눈) + 0.1(오른눈)’이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마땅히 면제가 나오리라 여겼는데, 신체검사를 한 군의관은 30분 동안 ‘눈 검사 기계’에 내 눈을 들이대고 나서 ‘1.0 + 0.1’로 바꾸었습니다(다른 사람은 눈 검사를 1분만에 끝냈으나 저한테만 30분 동안 했습니다). 면제를 안 주려는 숫자였어요. 내 코는 수술을 해도 만성축농증을 고치지 못한다 했고, 그무렵 늘 병원에 다녔으나 이 또한 군의관은 5급이 아닌 3급을 주었습니다. 이때 군의관은 나한테 ‘7급(재검 자격)을 받아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가지고 오면 5급(면제)을 주겠다’고 몰래 얘기했습니다만, 나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려면 그때에 10만 원씩 든다고 했는데, 도무지 이만 한 돈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진단서를 떼어 오면 면제를 주겠다는 말이란, 진단서가 없어도 면제를 주어야 마땅하다는 뜻이니까요. 덧붙여, 그 자리에서 이녁한테 10만 원을 주면 병원에 다녀오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진단서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1995년 11월에 군대에 들어가서도 줄을 잘못 섰는지, 논산에서 18시간을 기차를 타고 이리저리 돌다가 성북역에서 한 차례 쉬면서 오줌을 누었고, 다시 기차를 달려 춘천역에 내렸습니다. 그러고는 춘천에서 군대 짐차를 타고 두 시간 달렸고, 배를 타고 소양강을 가로질렀으며, 다시 군대 짐차를 타고 저녁 내내 달렸습니다. 눈이 워낙 많이 내려서 더디게 가야 했고, 춘천에서 내린 지 이레만에 드디어 내 ‘자대(복무할 부대)’에 닿았습니다. 이동안 밤에 잠을 자던 곳에서 언제나 눈쓸기를 했는데, 태어나서 이토록 많은 눈은 처음 보았습니다. 자대에 닿으니, 곧 지오피(비무장지대)에 들어간다면서 마지막 훈련이 한창이었습니다. 자대에 온 지 하루나 이틀밖에 안 된 이등병은 훈련에서 면제라 했지만, 이때에도 어떤 까닭에서인지 더블백을 풀지도 않았으나 소총부터 받고 겨울훈련(혹한기훈련)을 뛰었습니다.


  제가 배치를 받은 중대를 거느리는 중대장은 ‘똘아이’라고 했습니다. 제풀에 미쳐서 날뛰면 대대장이나 연대장 앞에서도 삿대질을 하는 놈이었습니다. 연대장이 ‘너무 추우니 훈련을 멈추고 어서 천막을 치고 병사를 재우라’고 명령했지만, 중대장은 산속에서 길을 잃은 일 때문에 혼자 창피하고 짜증이 난다면서 밤샘걷기를 했어요. 18시간 동안 강원도 양구 멧골짜기를 쉬지 않고 오줌도 누지 못하는 채 완전군장을 메고 걷기만 했습니다. 먹지도 쉬지도 오줌을 누지도 못하는 채 또 ‘18’(왜 18이라는 숫자가 되풀이되었을까요? 나중에 알아차릴 날이 오겠지요?)시간을 걷다가 문득 눈을 주워서 먹자고 생각했습니다. 옛날에 물이 없으면 하얀 눈을 녹여서 마셨다고 했으니, 물을 마시는 셈치고 눈을 먹자고 했어요.


  병장을 단 고참이 ‘눈을 먹으려면 조금만 먹어야 한다’고, 많이 먹으면 배앓이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듣지 않기로 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팠거든요. 둘레에 가득 쌓인 이 하얀 눈을 눈이 아닌 ‘먹을 것’으로, 먹을 것 가운데 ‘케익’으로 그리기로 하면서 먹었어요(나는 배앓이를 안 했습니다).


  나는 군대에 가기 앞서까지 케익을 못 먹었습니다. 생크림조차 못 먹었습니다. 빵을 먹어도 크림빵은 안 먹고 단팥빵만 먹었어요. 생크림이나 케익을 먹으면 늘 배앓이를 하거나 물똥을 여러 날 누었습니다. 생일잔치를 할 적에 어릴 적에 크림케익을 꼭 한 번 먹고 크게 배앓이를 해서, 그 뒤로 늘 롤케익만 먹었어요. 그런데 왜 크림케익이 떠올라, 크림케익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눈을 집어먹었을까요?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기 앞서 짧게 휴가를 받았습니다. 닷새 말미로 나온 휴가에서 동무들이 “뭐 먹고 싶니? 고기 먹고 싶지? 고깃집 가자?” 하고 말했지만, 나는 “아니, 케익.”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어요. 동무들은 깔깔 웃으면서 나를 고깃집으로 데려갑니다. 동무 하나가 밖에 나가서 생크림케익을 사 주었습니다. 1초쯤? 망설이다가 세겹살 고깃점과 케익을 나란히 먹었습니다. 케익을 먼저 혼자 다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동무들은 케익을 하나 더 사 주었고, 또 혼자서 고깃집에서 케익을 다 먹었습니다.


  군대에서 사회로 돌아온 지 어느덧 스무 해 가까이 됩니다. 이제 나는 생크림케익을 먹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강원도 양구 멧골짝에서 먹은 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고깃집에서 먹은 케익은 무엇이었을까요.


  여느 때에 그냥 물 한 잔을 마실 적하고, 물 한 잔에 이마를 대고 조곤조곤 사랑스러운 말을 속삭인 뒤 마실 적하고, 내 몸은 어떻게 맞아들일까요.


  군대를 마친 뒤 내 눈은 더 나빠졌으나, 내 코는 나아졌습니다. 깊디깊은 멧골짝에서 스물여섯 달을 살았기 때문일까요? 아마 그러하리라 느낍니다.


  좋은 것은 무엇이고 나쁜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길은 무엇이고 나쁜 길은 무엇일까요. 1995년 3월에 신체검사를 받고 11월에 군대에 가기로 했기에, 깊은 멧골에서 스물여섯 달을 오롯이 보낼 수 있었고, 이때 기운이 바탕이 되어 나는 오늘 깊은 시골에서 네 식구 살림을 꾸릴 수 있습니다.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빛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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