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78. 2014.6.8.ㄴ 싱그러운 고들빼기


  우리 집 고들배기잎을 톡톡 끊은 뒤 물로 살살 헹구어 밥상에 올린다. 고들빼기잎을 톡 끊으면 하얀 물이 나온다. 하얀 물은 곧 마르고, 잎도 이내 시든다. 고들빼기잎은 밥과 국을 모두 마친 다음 집 둘레를 휘 돌아 바지런히 뜯는다. 뜯자마자 바로 다 먹어야 맛나다. 생각해 보면, 어느 풀이든 뜯고 나서 바로 먹을 때에 가장 맛나다. 싱그러운 풀을 싱그럽게 먹으면서 싱그럽게 새 숨결 얻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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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77. 2014.6.8.ㄱ 풀물을 함께 짜다


  소쿠리에 가득 뜯은 풀을 헹군다. 풀물 짜는 기계를 책상에 올린다. 전기를 넣어 윙 돌린다. 아이들이 달라붙어 서로 풀을 넣겠다고 한다. 다 함께 먹을 풀물이니 너희 손길을 받아 풀을 넣으면 더 재미있겠구나. 올해 들어 첫 풀물을 짠다. 이제부터 날마다 풀물을 짤 생각이다. 싱그럽게 돋은 우리 집 온갖 풀이 고맙다. 풀잎도 나뭇잎도 모두 우리 몸으로 스며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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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1. 오월에는 오월빛



  삼월에는 삼월빛을 마주합니다. 오월에는 오월빛을 마주합니다. 칠월에는 칠월빛이고, 구월에는 구월빛이며, 십일월에는 십일월빛입니다. 섣달에는 섣달빛이지요. 시골에서 살아야 달마다 다른 빛을 느끼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갈 적에도 마음을 열면 다달이 다른 ‘달빛’을 느낍니다. 날마다 다른 ‘날빛’도 얼마든지 느낍니다.


  아침저녁으로 흐르는 바람맛을 보셔요.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햇볕을 쬐셔요. 아침저녁으로 물 한 잔을 들이키셔요. 맛이 언제나 다릅니다. 결이 언제나 다릅니다.


  달빛과 날빛이 언제나 다르구나 하고 느낀다면, 내 삶빛과 이웃 삶빛이 언제나 다른 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한식구라 하더라도 저마다 삶빛이 다르고, 아이들도 저마다 삶빛이 다른 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까닭은, 나와 네가 다르고 너희와 우리가 다르며 이곳과 저곳이 다른 줄 느끼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나와 네가 같다고 느끼면, 또는 나와 네가 어떻게 다른 줄 느끼지 못하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다 똑같아 보이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보나 저것을 보나 모두 똑같다면 사진도 못 찍지만, 그림도 못 그리고, 글도 못 써요. 어느 쪽을 바라보더라도 모두 똑같다면, 노래도 못 부르고 춤도 못 춥니다.


  쳇바퀴란 무섭습니다. 쳇바퀴란 늘 같아요. 언제나 같은 흐름인 쳇바퀴예요. 쳇바퀴에 갇히면 늘 쉴새없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루 내내 쉬지 않으나, 다른 빛이 깃들지 못합니다.


  쳇바퀴이면서 사진을 찍는다면, 이른바 ‘틀에 박힌 사진’이 됩니다.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틀에 박힌 사진’을 찍으면, 소재는 달라도 모두 똑같이 되고 맙니다. 틀에 박힌 사진에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틀에 박힌 사진은 어느 모로 보면 빼어난 솜씨와 손놀림으로 담았구나 싶을 수 있어도, 마음을 움직이거나 사랑을 건드리지 못해요.


  나와 네가 다르면서 서로 아름다운 숨결이라고 느낄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와 너희가 다르지만 서로 사랑스럽게 일구는 삶이라고 깨달을 때에 비로소 사진을 빚습니다.


  오월에 오월빛을 물씬 누리는 이야기를 담아 사진을 찍어요. 유월에는 유월빛을 찍어요. 칠월에는 칠월빛을 엮고, 팔월에는 팔월빛으로 노래해요. 사진 한 장 아름답게 찍으려면 삶을 아름답게 빛내면 됩니다. 4347.5.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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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야 공을 받아라


  방에서 공놀이를 할 적에도 온몸을 쓰던 사름벼리인데, 마당에서 공놀이를 하니 훨씬 큰 몸짓으로 뛴다. 아이가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집집마다 마당이 있어야 한다고 새롭게 느낀다. 어느 집이건 제법 넓게 마당을 누리면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누구나 마당 넓은 집을 꿈꾸고, 마당 넓게 누리는 집에서 살림을 꾸리는 길을 걸어야지 싶다. 아이와 함께 공을 주고받을 만한 넓이로, 아이와 같이 뛰놀 수 있을 만한 자리로. 4347.6.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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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0. 쑥밭에 떨어진 공을 (2014.6.8.)



  일곱 살 누나는 쑥밭에 공이 떨어져도 척척 꺼낸다. 네 살 동생은 쑥밭에 공이 떨어지니 안 보인단다. 그래, 네 키로는 안 보일 만하네. 그렇지만 말야, 산들보라야 너 같은 시골아이는 쑥밭을 헤치고 들어가서 공을 꺼내면 되지. 잘 자란 쑥잎이 네 살갗을 간지르고, 쑥잎내음이 네 몸이 퍼지면서 한결 푸르며 싱그러운 기운을 누릴 수 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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