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79. 2014.6.13. 풀물을 먹자



  풀을 뜯어서 물을 짠다. 우리 집 둘레에서 돋는 풀이 우리 식구 몸을 튼튼하게 가꾸어 주리라 생각하면서 물을 짠다. 풀물을 유리병에 담고 물을 섞는다. 아이들이 앞으로 입에 익숙할 무렵 물을 조금씩 섞을 생각이다. 큰아이는 스스로 천천히 풀물을 마신다. 작은아이는 내가 입에 대고 먹여야 마신다. 앞으로 아이들이 제법 크면, 아이들이 손수 뜯은 풀로 물을 짜서 마실 수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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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땅바닥에서 무엇을 보니


  어머니가 꽃밭 한쪽을 치우는 동안 산들보라는 맨발로 마당에 서서 무엇을 내려다본다. 살그마니 쪼그려앉는다. 아이 키높이에서 무엇이 보일까. 아이는 무엇을 보느라 한참 쪼그려앉을까. 개미가 지나갈까. 지렁이가 있을까. 낯선 벌레가 있을까. 4347.6.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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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혼자 대문 열고 싶어



  자전거마실을 나가려면 대문을 열어야 하지. 대문을 누가 열까. 아버지가 열까. 사름벼리는 혼자 열어 보겠다면서 대문에 매달린다. 척척 딛고 잡고 올라가서 손을 뻗으나 아직 안 닿는다. 그래, 아직 안 되네. 그러나 머잖아 손에 닿겠네. 네가 이렇게 애를 쓰고 마음을 쓰니까 말이야.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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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를 먹을 때


  뽕나무에 잎이 돋으면 진딧물과 온갖 벌레가 모여든다. 뽕잎이 맛있는 줄 아는가 보다. 뽕나무에 꽃이 피면 또 진딧물과 숱한 벌레가 달려든다. 뽕꽃이 맛나는 줄 아는구나 싶다. 뽕나무에 열매가 맺히면 새삼스레 진딧물이랑 엄청난 벌레가 붙는다. 오디가 얼마나 달달하게 좋은 맛인가 알지 싶다.

  오디를 맛보려면 수많은 벌레와 다투어야 한다. 또는 벌레가 맛나게 먹고 남긴 열매를 기다리면 된다. 커다란 뽕나무에 몇 안 남은 오디를 훑는다. 작은아이는 작은 통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오디를 하나씩 훑어서 통에 넣으면, 작은아이는 얼른 집어서 먹는다. 몇 알 없으니 누나랑 어머니하고 나누어 먹자고 하기도 힘들지만, 한 알씩이라도 나누어 먹으면 좋겠는데, 작은아이가 몽땅 먹는다.

  우리가 오디를 넉넉하게 먹으려면 뽕나무가 몇 그루쯤 있어야 할까. 또는 뽕나무 둘레에 어떤 이웃나무가 있어야 할까. 또는 뽕나무 곁에 어떤 이웃풀이 자라야 할까. 자그마한 오디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생각에 잠긴다.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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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55. 2014.6.13. 잠든 책순이


  책순이가 곯아떨어진다. 몸이 많이 고단하니까 스스로 잠자리로 갔는데, 잠자리에 만화책 두 권을 가져가서 살짝 들추다가 그만 손에서 책을 톡 놓치고 잠든 듯하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불을 여미고 만화책을 치운다. 잠이 들면 더울 테니 웃옷을 한 벌 벗긴다. 아이는 자면서 손을 빼내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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