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두 권


  기차에서 책을 읽는다. 두 아이는 서로 얼크러져 논다. 노래도 부르고 복닥거린다. 나는 가만히 이야기로 스며든다. 책 하나에는 어떤 숨결이 깃들었을까. 문득문득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 눈짓과 몸짓과 말짓은 늘 책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뛰노는 책이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사람은 하루 사이에도 책을 수십 권 읽는다. 아니 백과사전을 읽는다고 할 만하다.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배고프지 않을 뿐더러 심심하지 않다. 아이와 지내느라 종이책을 쥐기 빠듯하지만, 종이책에 담지 못할 만큼 넓고 깊은 책을 읽으니 이 즐거움을 늘 곱씹으며 생각에 젖곤 한다.

  산문책 하나 마치고 시집 하나 마친다. 아이들 책을 잇달아 읽는다. 언제나 빛이요 노래인 고운 책을 마음에 갈무리한다. 곧 순천에 닿겠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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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캑캑


  작은아이가 쉬 마렵다 한다. 그래 쉬 해야지. 두 아이를 이끌고 기차 뒷간으로 간다. 그런데 어느 분이 뒷간에서 나오면서 냄새를 확 피운다. 아, 담배를 피웠네. 담배가 좋거나 나쁘거나 느끼지 않는다. 좁고 막힌 데에 한 가지 냄새가 연기와 가득하면 살짝 숨이 막힌다. 담배를 꼭 태울 만큼 힘드시니 태웠을 텐데, 다른 이웃을 살필 틈이 없었겠지.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쉬를 눈다. 됐다.ㅇ그러면 됐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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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혼자 쉬하기


  일곱 살 사름벼리는 오늘 기차에서 처음으로 혼자 쉬를 누고 온다. 동생은 까무룩 잠들어 아버지 무릎에 누웠다. 아버지가 뒷간까지 함께 가서 문을 열어 줄 수 없다. 벼리야, 저기에 혼자 다녀올 수 있겠니, 응, 그래 다녀와 보렴. 참말 혼자 뒷간으로 가고 무거운 문을 힘껏 민다. 잘했어. 너는 앞으로 아주 많은 일을 혼자 하겠구나.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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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돌아가는 길


  이제 ‘치과 치료 나들이’를 마치고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일산에서 여러 날 묵었고, 어제 인천으로 와서 큰아버지 댁에 들렀다. 큰아버지는 국과 밥을 차려 주었고, 큰아이는 똥을 시원하게 누고 즐겁게 먹는다. 작은아이도 똥을 시원하게 누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한결 느긋할 테지. 오늘은 모처럼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한다. 아이들이 시외버스에서 참 많이 시달렸기에, 오늘만큼은 천천히 기차로 가려 한다. 혼자 두 아이를 건사하며 돌아가는 길이기도 해서, 기차에서 두 아이를 재우거나 놀리기에 한결 수월하기도 하다. 아이들아, 큰아버지하고 조잘조잘 이야기꽃 피우니 재미있지? 너희가 마음속에서 말꽃을 더 피우면 피울수록 큰아버지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늘어나리라 생각해. 우리 시골집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바람꽃과 풀노래와 구름빛을 가슴에 담으면서 놀자.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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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두 살 적까지

속눈썹 짧던 작은아이는

세 살 넘어서면서

속눈썹이 차츰 길어진다.


네 살로 접어들며

이 아이 얼굴은

내 어릴 적 얼굴인지

큰아버지 얼굴인지

음성 할머니 얼굴인지

음성 할아버지 얼굴인지

또는

일산 할머니나

용현동 할머니 얼굴인지

가만히 가늠해 본다.


아무래도

어머니 얼굴도 아버지 얼굴도

누나 얼굴도 모두 담아

제 빛이 되었겠지.


하늘에서 찾아온 얼굴일 테지.



4347.6.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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