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빨래 이야기를

꾸준히 쓴다고 느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

'빨래하는 삶'을 다루는 이야기로

책을 펴내겠다고 생각했다.


진작에 게시판을 따로 두려고 했으나

빨래하느라 바빠

미처 새 게시판을 열지 못하면서

글만 바지런히 쓰다가

비로소 

오늘 새 게시판을 연다.


바깥마실을 다녀오느라

아이들도 지치고 아버지도 고단한 밤에

잠자리에 들지 않고

예전 글을 추스른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좋다.

그동안 빨래와 얽혀 꽤 많이 글을 썼구나 싶다.


다 한 자리에 그러모으지는 못했으나

얼추 200꼭지는 쓴 듯하다.


빨래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쓴 사람이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에

몇이나 있을까?


아무튼, 빨래는 삶을 밝히고 살림을 살찌우는

멋진 일 가운데 하나라고 느낀다.


다른 육아일기보다 빨래일기를 

먼저 갈무리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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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누리는 빨래



  닷새에 걸친 바깥마실에서 돌아온다. 아이들 옷을 벗기고 씻긴다. 아이들이 무척 고단할 테지만 때까지 북북 밀면서 씻긴다. 머리를 감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어때, 개운하니? 아무리 고단해도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너희들이 즐겁게 잠들 수 있단다.


  아이들이 벗은 옷가지는 이튿날에 빨 수 있지만, 오늘 빨기로 한다. 아이들을 먼저 씻긴 뒤, 나는 빨래를 하면서 몸을 씻는다. 복복 비비고 헹군다. 북북 다시 비비고 헹군다. 땟국물이 주르르 흐른다. 말끔히 빨아서 헹군 옷가지가 상큼하다. 시골집으로 돌아와서 시골물로 빨래하니 참으로 기쁘구나. 물냄새가 향긋하고 시원하다. 물빛이 맑고 상큼하다. 더운 여름날 방에 넌 옷가지는 천천히 마르면서 집안에 흐르는 바람이 부드럽게 도울 테지.


  노래를 부르면서 큰아이와 작은아이 몸과 팔다리를 주무른다. 한참 주무른다. 이제 너희들은 도시에서는 할 수 없던 노래하기와 춤추기와 뜀뛰기를 다시 실컷 할 수 있어. 알지? 도시에서는 버스에서나 전철에서나, 또 이모네 집에서나 큰아버지네 집에서나 마음껏 뛰지도 소리지르거나 노래하지도 못했잖아? 그곳에서는 악기를 켤 수도 없었지.


  우리 시골집에는 이모도 없고 큰아버지도 없고 할머니도 없고 삼촌도 할아버지도 없지만, 우리 시골집은 너희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랄 수 있는 곳이야. 앞으로 이 시골집에 이모도 큰아버지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삼촌도 찾아와서 커다란 식구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자. 우리가 즐겁게 꿈꾸어 멋진 삶을 이루자.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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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사진책》을 읽는다. 스스로 ‘재미있다’고 밝히기에 얼마나 재미있는가 싶어 찬찬히 읽어 본다. 이 책에 깃든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여긴다면 재미있으리라. 이 책에 깃든 이야기는 재미와는 그리 가깝지 않다고 느낀다면 재미없으리라. 다만 한 가지를 이야기해 본다면, 사진은 재미로 찍지는 않는다. 삶은 재미로 누리지 않는다. 사랑은 재미로 하지 않는다. 밥은 재미로 짓지 않는다. 숨은 재미로 쉬지 않는다. 물은 재미로 마시지 않는다. 나무는 재미로 자라지 않는다. 꽃은 재미로 피지 않는다. 언제나 모두 똑같다. 사진은 재미로 찍거나 읽을 수 없다. 그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재미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사진책을 사진책답게 알뜰히 엮기 힘들다 할 만하기에 여러 가지를 뒤죽박죽 섞었구나 싶다. 제대로 사진을 이야기할 만한 책으로 묶자면, 《재밌는 사진책》에 흐르는 온갖 이야기를 차분히 갈무리해야지 싶다. ‘이 사진 한 장’을 뽑는 이야기 따로, ‘사진 즐김이’를 다루는 이야기 따로, ‘사진책 비평’을 따로, ‘스스로 즐기면서 누리는 사진’ 이야기 따로, 모두 따로 다루면서 깊고 넓게 들여다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책이 태어났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재밌는 사진책》에 실린 온갖 이야기는 살짝 맛보기를 한다 싶으면 끝이 난다. 그러니까 맛보기로 끝난다. ‘재미를 건드리’고 끝난다고 할까. 그러니, “재밌는 사진책”이라는 이름이 붙는구나 싶은데, 오래도록 읽히면서 이야기씨앗으로 이 땅에 드리울 수 있는 사진과 책을 선보인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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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이상엽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4년 06월 2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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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한국어 더빙 수록
벤자망 르네 외 감독, 장광 외 목소리 / 올라잇픽쳐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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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와 셀레스틴

Ernest & Celestine, 2012



  1928년에 태어나 2000년에 숨을 거둔 가브리엘 벵상 님이 빚은 그림은 여러모로 아름답다. 까만 빛깔로 그린 그림은 까만 빛깔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무지개빛으로 그린 그림은 무지개빛이 온누리를 촉촉히 감싸면서 아름답다. 가브리엘 벵상 님은 창가에 앉아서 창밖으로 사람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웃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숨결을 마주하면서 이녁 그림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러한 빛은 만화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에도 살그마니 녹아든다. 가브리엘 벵상 님은 쥐와 곰 두 마리를 사이에 놓고 둘이 빚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노래와 웃음을 꾸준히 그림책으로 선보였는데, 이 그림빛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림책을 영화로 빚는다니 얼마나 멋진가. 그림책을 영화라는 새 옷을 입혀 선보인다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쥐는 쥐대로 삶을 사랑하고 싶다. 곰은 곰대로 삶을 꿈꾸고 싶다. 사랑하고 싶은 삶과 꿈꾸고 싶은 삶을 찾던 둘은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고단하게 지내야 했는데, 홀가분하게 고향을 떠나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곰은 곰일 뿐 아무것이 아니다. 쥐는 쥐일 뿐 아무것이 아니다. 그리고 곰과 쥐는 몸피도 먹성도 말씨도 모두 다르지만, 둘은 똑같이 밝은 넋이 가슴속에 있다. 겉으로 살피는 몸피나 먹성이나 말씨가 아닌, 속눈으로 들여다보는 넋이라 한다면, 우리는 모두 벗이 된다. 우리는 모두 벗이 되어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사랑하면서 나를 참다이 깨닫는 길을 걸을 수 있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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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팔랑 나비 되어


  영등포에서 다섯 시간 달린 기차가 순천에 닿는다. 이제 아이들과 나는 한시름 놓는다. 얘들아 버스역까지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걸어가자. 십 분 즈음 걸을 무렵 큰아이가 기운을 차리는지 두 팔을 활짝 벌린다. 야야 소리를 지르며 팔랑팔랑 난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나비가 된다. 동생도 누나 따라 나비춤을 춘다. 깔깔 웃음소리가 순천 시내에 퍼진다.

  버스역에 닿아 표를 끊는다. 버스에 오른다. 두 아이가 땀을 들이며 쉰다. 기운이 빠지면 글에서도 기운이 빠진다. 스스로 나비가 되어 팔랑팔랑 춤추면 나비 눈빛과 춤사위를 담아 글빛을 밝힌다. 고운 숨결이 푸르게 흐른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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