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50. 제비집과 우리 집 2014.6.21.



  나흘 동안 시골집을 비우고 바깥마실을 다녀온 사이, 제비집이 제법 달라진다. 이제 새끼 제비는 무럭무럭 자라, 새끼 네 마리가 들어앉은 둥지가 좁다고 느낄 만하다. 어미 제비는 다 자란 새끼한테 먹이를 물어 주느라 아직 바쁘다. 새끼 제비는 곧 좁은 둥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날갯짓을 할 수 있겠지. 혼자서 날갯짓을 할 때부터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겠지. 날개를 펼쳐 펄럭일 날까지 조금 더 자랄 테고, 우리 집 아이들은 새끼 제비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올해에도 즐겁게 보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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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하고 너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무엇인가 있기에 서로 다를 테지. 아이와 어버이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둘은 무엇을 사이에 놓고 사랑과 꿈을 속삭일까. 풀과 나무 사이에는, 숲과 바다 사이에는, 시골과 도시 사이에는, 마음과 몸 사이에는, 하늘과 땅 사이에는, 온누리와 지구별 사이에는, 저마다 무엇이 있을까. 삶은 늘 우리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이룬다. 삶은 늘 우리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가르치면서 배운다. 아이들은 학교나 유치원이나 학원이 아닌 보금자리(집)에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며 꿈을 키운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학교나 유치원이나 학원이 아닌 보금자리(집)에서 삶을 가르치고 사랑을 물려주며 꿈을 이룬다. ‘따뜻한그림백과’ 가운데 하나로 나온 《사이》는 이러한 삶을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 ‘나와 남 사이’를 말하고 ‘우리와 나 사이’를 보여주는 《사이》는 아이들 마음에 어떤 빛으로 스며들 만할까. 이 그림책을 아이한테 읽히는 어버이는 어떤 넋을 가꿀 만할까. 4347.6.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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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나는 누구와 어떤
재미난책보 지음 / 어린이아현(Kizdom) / 2013년 12월
8,700원 → 7,830원(10%할인) / 마일리지 430원(5% 적립)
2014년 06월 2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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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푸른길을 걷다가



  아파트로 그득한 일산인데, 곳곳에 나무가 우거진 푸른길이 있다. 이 푸른길이 풀밭이나 흙길이 아닌 시멘트돌바닥이라서 아쉽지만, 둘레로 나무가 우거지니 무척 싱그럽다. 나무가 이만큼 우거지기까지 몇 해쯤 걸렸을까. 푸른길은 이 나라 시골이나 도시에 얼마나 있을까. 시골이든 도시이든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건사하거나 돌보거나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 보금자리가 있는 마을에 푸른길이 있으면 애써 여행을 다니지 않아도 되고, 굳이 수목원이나 공원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4347.6.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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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3] 자라는 어른



  늙는다고 생각하며 늙고

  배운다고 생각하며 배우고

  자란다고 생각하며 자라고



  나이를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을 깊이 다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꿈을 넓게 키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을 가두는 사람이 있고, 생각을 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맺은 이야기를 풀려고 살아갑니다. 그저 늙기만을 바라면서 늙을 수 있고,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면서 배우는 빛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듯이 어른들도 자라는데, 아이들만 자란다고 여기면 어른은 오늘 이 땅에서 어떤 숨결일까 궁금해요. 자라지 않는다면 배우지 않는다는 뜻이고, 배우지 않는다면 사랑이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4347.6.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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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드롭스 8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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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45



사랑을 아끼는 마음

― 토끼 드롭스 8

 우니타 유미 글·그림,양수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2.5.11.



  가게나 저잣거리에서 파를 샀는데 뿌리가 그대로 있으면, 뿌리를 심을 수 있습니다. 파뿌리는 흙을 만나면 다시금 기운을 내어 흙을 단단히 움켜쥡니다. 뿌리 쪽을 남기고 위쪽을 잘라서 먹더라도, 파뿌리는 흙에서 새롭게 기운을 얻어 줄기를 올려요. 차근차근 새 잎이 돋습니다.


  상추이든 부추이든 잎을 톡톡 끊더라도 새 잎이 다시 돋습니다. 씀바귀이든 고들빼기이든 잎은 새로 돋아요. 민들레이든 머위이든 새로운 잎이 꾸준히 자랍니다. 나무도 줄기에서 새 줄기와 잎이 돋습니다.


  뜯기거나 꺾이거나 끊긴 줄기나 잎이 다시 돋지 않는다면, 아마 지구별에서 풀과 나무는 모두 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풀과 나무는 끝없이 다시 돋고 새로 자라기 때문에 지구별을 푸르게 덮습니다.



- “물론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건 마사코도 알아. 하지만 자신이 택한 길을 가면서 린을 위해 해 줄 수 있었던 건 이것밖에 없었을 거야.” (12쪽)

- “어떤 사람이었어?” “에이, 딱 한 번 보고서는 모르지. 하지만 만나 보길 잘했어. 내 자신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됐으니까.” “린. 엄마랑 같이 살 거야?” “응? 아니야. 그런 거. 그쪽에겐 이미 다른 삶이 있고.” (19쪽)




  손에 무엇을 쥐면 손을 덮은 살이 눌립니다. 손에 쥔 것을 놓으면 손을 덮은 살이 눌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자리에 앉으면 엉덩이가 살며시 옆으로 퍼지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엉덩이가 제자리로 돌아와요.


  다쳐서 살이 찢어지더라도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찢어진 자리는 아뭅니다. 헌 살이 떨어지면 새 살이 돋습니다. 무릎이 까져도 새 살이 돋아 말끔하게 되어요. 머리카락이 빠지면 새 머리카락이 돋고, 손톱을 깎으면 새 손톱이 자랍니다. 우리 몸은 늘 꾸준하게 새로 자랍니다. 돌고 돌면서, 자라고 자라는 세포입니다.


  졸리기에 잠을 잘 테지요. 잠을 푹 자면 개운합니다. 배고프기에 밥을 먹을 테지요. 밥을 넉넉히 먹으면 배가 부르며 새롭게 기운이 솟습니다. 우리 몸은 밥과 물과 볕과 바람을 받아들이면서 움직입니다. 우리 몸이 움직이면서, 이 몸에 깃든 넋은 날마다 새로운 일을 합니다.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하면서 생각을 마음에 하나둘 갈무리합니다. 이 일을 하고 저 일을 하면서 마음에 온갖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습니다.



- ‘다이키치 냄새. 다이키치의 이불 냄새. 잠이 오게 만드는 냄새.’ (39쪽)

- ‘학교 남자애들을 봐도, 다른 애들이 멋있다고 하는 사람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건 다이키치 때문일까? 연애엔 흥미 없었는데, 이렇게 돼 버리다니.’ (63쪽)

- “다이키치, 저녁밥 뭐 할까?” “아무거나.” “김빠지게.” “린이 만든 건 뭐든 맛있으니까 아무거나 괜찮다, 는 뜻이야. 이제 나보다 더 잘하잖아.” (74∼75쪽)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돌고 도는 흐름으로 살아갑니다. 먹으면 눕니다. 누고 다시 먹습니다. 살고 죽으며, 죽음 뒤에 삶이 찾아옵니다. 늘 함께 움직여요. 따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는 말이란 오는 말이고, 오는 말은 다시 가는 말입니다. 내 몸에 새로운 목숨이 깃들고, 내 목숨은 새롭게 흙으로 돌아가면서 또 다른 목숨을 낳습니다. 몸은 끝없이 되풀이되면서, 마음은 한결같이 흐른다고 할까요. 몸은 스러진다고 하지만, 몸에 깃든 마음은 다른 몸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빛이 된다고 할까요.


  돌고 도는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대수로이 바라볼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돌고 도는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아끼거나 보살필 만할까 생각해 봅니다.


  전쟁을 아낄까요? 돈이나 이름값을 아낄까요? 힘이나 경제발전을 아낄까요? 그렇지 않다면, 사랑과 꿈을 아낄까요? 믿음과 노래를 아낄까요? 평화와 민주를 아낄까요?



-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전 코우키랑 사귄 적 없고 앞으로도 절대로 없을 거예요. 남매나 같은 사이예요.” “흐음.” “그리고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85∼86쪽)

- “나 그 사람을 특별히 ‘엄마’로 생각하진 않아. 기억도 안 나니까. 하지만 태어난 아기랑은 형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 자매지 참. ‘엄마’와는 전혀 추억이 없으니 실감도 안 나지만, 그 애와는 이제부터 시작이잖아.” (99쪽)

- “저 그 목소리, 저 알고 있어요. 정말로. 죄송해요. 계속 실감하지 못했는데, 방금 처음으로 진짜 엄마라고 깨달은 것 같아요.” (117쪽)




  우니타 유미 님이 빚은 만화책 《토끼 드롭스》(애니북스,2012) 여덟째 권을 읽으면, 만화책 주인공이 아끼려는 한 가지가 환하게 드러납니다. 주인공 ‘린’은 늘 한 가지를 아낍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주인공 ‘린’과 한집에서 지내는 ‘다이키치’도 언제나 한 가지를 아껴요. 바로 ‘사랑’이지요.


  아주 어렸던 린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랍니다. 바로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린 린을 돌보는 아저씨 다이키치도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요. 모든 살림과 일과 생각이 어설프거나 낯설던 다이키치였으나, 어린 린을 맡아서 건사하는 나날을 누리면서 차츰차츰 자랍니다. 어린 린한테 사랑을 베풀면서, 어린 린한테 베푼 사랑은 언제나 다이키치한테 베푸는 사랑인 줄 깨닫습니다. 주면 줄수록 받는 사랑이라고 할까요. 아낌없이 주면 줄수록 아낌없이 받는 사랑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샘바른 사랑을 주면 샘바른 사랑을 받습니다. 다라운 사랑을 주면 다라운 사랑을 받아요. 좁쌀만큼 작구나 싶은 사랑을 주면 좁쌀만큼 작구나 싶은 사랑을 받을 테지요. 



- “난 알았어! 확실해졌어!” “린?”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일하고 싶어. 되도록 다이키치 가까이에서 다이키치의 노후를 돌봐 줄까 해. 대학도 그걸 기준으로 지원할 거고.” (153∼154쪽)

- ‘어쩌지. 전혀 안 내켜. 그럴 시간 있으면, 집에서 바느질이나 하는 게 더.’ (188쪽)





  어린 린은 어릴 적부터 다이키치 곁에서 사랑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조건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사랑이란 가없는 사랑이면서 오롯한 사랑인 줄 배우며 자랐어요. 스스럼없이 받는 사랑으로 언제나 둘레에 스스럼없는 웃음과 노래를 돌려준 린은 웃음과 노래 또한 베풀고 베풀어도 마르지 않을 뿐 아니라 더 크게 샘솟는 줄 배웁니다.


  사랑을 아끼는 마음이 흐르는 삶일 때에 즐겁습니다. 어린 린은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고, 이제 고등학교를 마칠 나이가 되는데, 그동안 어렴풋하게 느끼던 빛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어렴풋하게 느끼던 빛을 똑바로 바라본 끝에, 이 빛이란 사랑인 줄 알아차립니다. 그러고 나서, 이 빛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해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웃음이 되었고 노래가 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즐겁게 웃고 기쁘게 노래하고 싶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셔요.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를 다 같이 바라보셔요. 아이 손을 잡은 내 손을 바라보셔요.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 손을 잡으면서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셔요.


  어떤 느낌인가요. 어떤 마음이 드는가요. 이 아이들과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요. 이 아이들과 이 땅에서 어떤 빛을 누리고 싶은가요. 아이들한테 주고 싶은 빛은 무엇인가요. 아이들 곁에서 내가 나한테 스스로 주고 싶은 빛은 무엇인가요.


  풀과 나무는 우리가 따사로운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맑은 눈빛으로 바라볼 적에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우리가 따사로운 손길로 어깨동무하면서 밝은 눈망울로 마주할 적에 새롭게 기운을 차리면서 사랑을 꽃피웁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일구면서 지내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가슴속에서 빛이 터져나올 때에 삶이 아름답습니다. 4347.6.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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