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6.26. 큰아이―몸과 집



  곁님이 큰아이더러 그림을 그리라고 이야기한다. 큰아이더러 스스로 ‘몸’을 그리고, 몸에 어떤 빛이 감도는가를 그린 다음, 이 빛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흐를 수 있도록 하라고 이야기한다. 큰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몸과 빛을 그린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잘 그렸네 하고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큰아이한테 이 그림에 ‘우리가 다 함께 넉넉하게 지낼 큰 집을 그려 보렴’ 하고 이야기한다. 큰아이는 큰 집을 그린다. 그런 뒤, 내가 큰아이 그림에 이래저래 살을 붙인다. 아기자기하면서 이쁜 숨결이 감돌기를 바라면서 덧그림으로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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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28 00:06   좋아요 0 | URL
와~ 정말 벼리의 그림에 이야기꽃이 활짝 폈네요~
같이 보고 있으니~ 참으로 그림에 즐겁게 담긴 빛이 마음에
스르르 담뿍 들어 옵니다~*^^*

파란놀 2014-06-28 06:53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도 마음을 살리고 살찌우는 그림으로
하루를 빛내 보셔요~
 

한글노래 19. 어린이날



탱자꽃 지며
탱자알 맺고
매화꽃 지며
매화알 맺어 푸르게 빛나는
오월로 접어든다.
종이비행기 둘 접어서
동생하고 나란히 날린다.
바람이 싱그러이 불어
우리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시원하게 식히네.
햇볕 따스하고
하늘 파란 어린이날.


2014.5.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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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에 와서 놀기


  저전거를 끌고 골짜기로 온다. 우리 마을 옆으로 있는 천등산 골짜기로 온다. 고흥군청은 멧길을 넓힌다면서 나무를 베고 길을 갈아엎는다. 이런 막개발은 언제쯤 끝날까. 골짜기는 조용하다. 아이들은 신난다. 이곳에는 아직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안 닿는다.

   물은 시원하다. 햇볕이 따사롭다. 나무는 우거지고 풀빛이 싱그럽다. 관광지가 아닌 숲과 골짜기이면 어디나 아름답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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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밥



  칠월을 코앞에 둔다. 한낮이 가까우면 꽤 덥다. 여름이니까 덥겠지. 아이들과 함게 먹을 밥을 차리느라 부엌에서 불을 켜고 끓이거나 익히거나 지지거나 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은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이며 풀버무리와 이것저것 차리고 나서 찬물로 몸을 씻는다. 그야말로 덥구나. 더운 여름이로구나. 처마 밑 제비집은 이제 조용하고, 제비들은 날갯짓이 즐거워 훨훨 하늘을 가르는구나.


  며칠만에 해가 난다. 이불을 내다 널자. 해바라기를 시키자. 서재도서관에 책을 옮겨 놓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골짜기에 가 보아야겠다. 골짜기는 어떤 모습일까. 골짜기에는 물이 얼마나 흐를까.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할는지 모르니 옷을 더 챙겨서 가야겠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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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꼬맹이 마음 42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3



사랑으로 짓는 삶

―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서하나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2011.5.17.



  우에가키 아유코 님이 빚은 그림책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어린이작가정신,2011)을 읽습니다. 아이들한테 읽히기 앞서 아버지가 먼저 읽습니다. 방바닥에 모로 누워서 천천히 살피며 읽는데,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옆에 달라붙습니다. 뭐야 뭐야 하면서 이 더운 여름에 두 아이는 찰싹 붙습니다. 나도 읽을래 나도 보여줘 하는 말에, 보고 싶으면 같이 보면 되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일본사람 우에가키 아유코 님은 1978년에 태어났다 하고,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2008년에 처음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린이가 서른 살 무렵에 내놓은 그림책입니다. 서른 살 나이에 ‘할머니 이야기’를 그리다니, 재미있네, 하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린이는 서른 살 나이에 아이를 낳았을는지 모르고, 서른 살 무렵에 어릴 적 일을 떠올렸는지 모릅니다.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사랑과 할머니한테서 이어받은 생각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일구던 삶을 이웃하고 나누고 싶었을는지 모릅니다.



..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을 잘하기로 소문났어요. 옷은 물론 앞치마며 쿠션, 커튼까지 뭐든지 잘 만들어요 ..  (3쪽)





  그림책에 나오는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을 잘 한다고 합니다. 아마, 바느질뿐 아니라 뜨개질도 잘 하시리라 봅니다. 게다가, 밥하기라든지 빨래하기라든지, 집안을 건사하는 모든 살림을 잘 하시리라 봅니다. 그림책을 펼쳐도 알 만하거든요. 스미레 할머니가 지내는 집을 보면 아주 깔끔해요. 책도 가지런하면서 알뜰히 있고, 온 집안에 따사로운 기운이 감돕니다.


  그러니까, 스미레 할머니는 못 하는 일이 없는 분입니다. 스미레 할머니 손에 닿기만 하면 무엇이든 반짝반짝 빛이 나리라 느껴요. 스미레 할머니가 살그마니 쳐다보기만 해도 무엇이든 새롭게 빛이 나리라 느껴요.


  이리하여, 숲속 개구리는 스미레 할머니를 부릅니다. 도와 달라고 합니다. 직박구리도 스미레 할머니를 부르지요. 나비도 스미레 할머니를 불러요. 모두모두 할머니 손길을 기다리고 바랍니다. 모두모두 할머니 손길을 받으면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참말 그래요. 예부터 우리 겨레도 이런 말이 있는걸요.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또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약사나 의사는 아닐 테지만, 할머니나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를 따순 사랑으로 보듬습니다. 그리고, 따순 사랑은 늘 아이들을 살찌웁니다. 따순 사랑으로 쓰다듬는 손길이 아픈 곳을 말끔히 낫도록 이끕니다.



.. 연못에 도착하자, 아기 개구리가 수련 잎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할머니, 제 침대가 찢어져 버렸어요. 고칠 수 있을까요?” “그럼, 그럼. 쉽지. 한번 고쳐 보자꾸나.” ..  (10쪽)



  스미레 할머니네 손녀는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을 입고 춤춥니다. 손녀는 가게에서 사 입는 옷도 좋아할 테지만, 무엇보다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을 몹시 좋아하리라, 아니 사랑하리라 느껴요.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을 입으면서 하늘하늘 날아오를 테고, 할머니가 손수 떠 준 옷에 서린 사랑을 담뿍 받아먹으면서 날마다 즐겁게 노래할 테지요.





.. 할머니와 친구들은 거미가 살고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로 갔어요. 직박구리가 부탁했어요. “거미야, 실 좀 나누어 주렴.” ..  (25쪽)



  사랑으로 짓는 삶입니다. 사랑으로 짓는 옷입니다. 사랑으로 짓는 밥입니다. 예부터 우리 겨레는 언제나 ‘짓는’ 삶입니다. 삶짓기를 합니다. 그렇지요? 집짓기·밥짓기·옷짓기예요.


  사람들은 집과 밥과 옷을 지으면서 사랑을 짓습니다. 권력을 짓지 않습니다. 전쟁이나 전쟁무기는 짓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흙도 지어요. ‘농사짓기’라고 하지요. 흙을 지어서 열매를 지어요. 흙을 지어서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는 숲을 지어요.


  이리하여, 사람들이 글을 익혀서 쓸 적에도 ‘글짓기’인데, 그만 한국에서 글짓기는 뒤틀리고 말았어요. 사람들을 짓누르는 감옥과 같은 얼거리인 입시지옥에서는 글을 짓는 삶이 ‘시험점수 높이기’나 ‘반공 웅변’ 따위로 뒤바뀌었거든요.


  글을 ‘짓는’ 삶이 사그라들면서 사람들은 자꾸자꾸 ‘짓는 삶’과 멀어집니다.


  사랑짓기·꿈짓기·이야기짓기·노래짓기처럼, 차근차근 삶을 아름답게 짓는 길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렇게 나아가지 못합니다. 자꾸자꾸 쳇바퀴만 돌아요. 다달이 돈을 벌어야 하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요. 돈벌이 쳇바퀴에 스스로 갇히다 보니, 스미레 할머니처럼 옷짓기를 즐기지 못합니다. 스미레 할머니처럼 옷짓기를 즐기지 못하다 보니, 딸아들한테뿐 아니라 손녀한테도 옷을 손수 지어서 선물하는 사랑을 누리지 못해요.



.. “고마워요, 할머니!” 손녀가 원피스를 입고 빙글빙글 돌았어요. 수를 놓은 실이 반짝반짝 빛났지요. 마치 빗방울이 튀어오르는 것 같았어요 ..  (30쪽)



  글을 지어 책을 짓습니다. 책을 지어 도서관과 책방을 짓습니다. 도서관과 책방을 지어 마을을 짓습니다. 마을을 지으니 지구별을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꿈터로 짓습니다.


  노래를 지어 춤을 짓습니다. 춤을 지어 이야기를 짓습니다. 이야기를 지어 사랑을 짓습니다. 사랑을 지어 아이를 낳고, 사랑으로 지은 아이와 하루하루 오순도순 지내면서 꿈을 짓습니다.


  우리 곁에는 어디에나 스미레 할머니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이틀 나이를 먹으면서 스미레 할머니가 됩니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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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28 00:1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이 책 참으로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딱 첫 장부터 스미레 할머니의 방 모습에 화르륵, 마음을 뺏겼구요.
제가 딱, 이런 방을 너무나 좋아해서요~ㅎㅎ

그림도 이야기의 빛도 모두, 참 예쁘고 아름다운 책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함께살기님의 고운 느낌글로 보니 한층 더 즐겁습니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이상하게도 직접 보았던 그림책의 그림들보다
함께살기님의 느낌글에 있는 사진으로 찍은 그림들이 더 아름다우니 신기합니다~*^^*

파란놀 2014-06-28 06:5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저는 그림책 여러 대목 가운데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바라보면 즐겁겠구나 하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으니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

때때로 절판된 그림책이 있기에,
절판된 그림책을 장만할 수 없는 분들로서
제가 찍어서 함께 걸치는 사진으로라도
이 그림책을 누려서
나중에 헌책방에서 기쁘게 찾아내시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스미레 할머니 그림책은
그야말로 '전체 화면을 그대로' 보여줄 때에
가장 고운 빛이 드러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더없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이 작가 분이 '할머니 나이'가 아닌
'서른 살 나이'에 알뜰히 그린 대목이
참으로 놀랍고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