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이나 금을 먹을 수 없다. 우리는 돈이나 금으로 밥을 사서 먹을 수는 있다. 우리는 돈이나 금을 벌면서 살 수 없다. 우리는 밥이 될 곡식이나 푸성귀나 열매를 얻어야 살 수 있고, 우리는 바람과 물을 마셔야 살 수 있다. 우리는 고속도로나 공장이 없어도 살지만, 해나 달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우리는 숲이 있어야 살고, 못과 내와 바다가 있어야 산다. 그러면,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어른들은 무엇을 누리면서 살아야 즐거울까. 아이들은 무엇을 누리면서 삶을 지어야 아름다울까. 어른과 아이는 다 함께 어떤 꿈을 키워야 사랑스러울까. 이러한 길을 살며시 밝히는 그림책 하나는 참으로 예쁘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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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다 먹어 버린 날
알랭 세르 글, 실비아 보나니 그림, 박희원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4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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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하나 타샤 튜더 클래식 6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05



하나와 하나가 모여 사랑

― 1은 하나

 타샤 튜더 글·그림

 공경희 옮김

 윌북 펴냄, 2009.5.30.



  아이와 함께 숫자를 읽습니다. 아이가 궁금해 할 때에 비로소 알려줍니다. 나는 아이한테 우리 숫자를 알려줍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숫자를 알려줍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시골빛을 누릴 아이가 앞으로 즐겁게 쓰면서 생각을 밝힐 이야기를 물려줍니다.


  자, 아이들아, 우리 함께 숫자를 세 볼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그리고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온. 예부터 한국말에는 ‘온’이 있었단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온’이라는 말을 잃고 ‘백’이라는 한자를 써.


  너희들은 ‘온’이라는 낱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니? 이 낱말은 옛말이라고 밀어 놓을 수 없어. ‘온누리’를 말할 적에 바로 그 ‘온’이야. 한국말 ‘온’은 “모두”를 가리키기도 하지. 그래서, ‘온마음’을 쏟아 사랑을 하고, ‘온힘’을 기울여 삶을 짓는단다.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빛을 지을 수 있어. ‘온빛’을 짓고 ‘온꿈’을 짓지. ‘온글’을 쓰고 ‘온말’을 나눈단다. 온통 넘치는 사랑으로 온갖 빛깔로 무지개를 그려.



.. 1은 접시에서 헤엄치는 아기 오리 한 마리 ..



  숫자는 등급이 아니란다. 숫자는 삶이란다. 숫자는 계급이나 신분이나 은행계좌가 아니란다. 숫자는 빛이란다. 하나 하면 어머니 하나, 아버지 하나. 둘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로 어버이가 둘. 셋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와 나, 이렇게 셋. 넷 하면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 한 분과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 한 분과 어머니를 낳은 아버지 한 분과 아버지를 낳은 아버지 한 분, 이렇게 넷. 그러면 다섯은 무엇일까? 내 손가락이 왼손에 다섯 오른손에 다섯. 여섯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너희가 스스로 숫자로 삶을 지어 보겠니?



.. 3은 하늘을 나는 제비 세 마리 ..



  타샤 튜더 님 그림책 《1은 하나》(윌북,2009)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 집 큰아이가 일곱 살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아이와 어떤 숫자놀이를 했는지 돌아봅니다. 나는 큰아이한테 숫자를 꽤 늦게 이야기했습니다. 다섯 살일 무렵 비로소 숫자를 몹시 궁금해 한다고 느껴, 이때부터 시골길에서 보는 숫자를 함께 읽었어요. 내 마음을 오롯이 담아 숫자를 읽고, 내 사랑을 살포시 담아 숫자를 이야기했습니다.


  타샤 튜더 님도 이녁이 할머니로 살며 마주하는 아름다운 빛을 《1은 하나》라는 그림책에 가만가만 담았으리라 느낍니다. 이녁이 아이들한테 물려줄 가장 멋있는 선물로 그림책을 빚었구나 싶습니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사로운 눈길로 숫자와 삶과 꿈과 빛을 이야기로 엮었구나 싶어요.



.. 20은 새벽을 향해 나는 기러기 스무 마리 ..



  아이들이 숫자를 익혀야 한다면,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글을 익혀야 한다면, 대학졸업장을 거머쥐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문학을 하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예술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가꾸려고 삶을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사랑을 지으려고 사랑을 물려주면서 물려받습니다.


  하나와 하나가 모여 이루는 사랑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서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도 스스로 서는 사람입니다. 두 하나는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둘이면서 하나가 되고, 둘이면서 하나인 숨결은 새로운 하나를 낳고 새로운 둘을 낳습니다.


  제비가 새끼를 깝니다. 개구리가 알을 낳습니다. 잠자리가 사랑을 속삭입니다. 지렁이가 흙을 먹으면서 꿈을 짓습니다.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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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책’과 ‘관심 대통령’과 ‘10종 등급’



  군부대에서 젊은이가 총을 손에 쥐고는 이웃 젊은이를 죽였다. 군부대라는 곳은 이럴 수밖에 없다. 군부대는 젊은이 손에 총을 쥐어 주고는 ‘적군을 죽이는 훈련’을 시키기 때문이다. 총을 손에 쥔 젊은이한테는 이녁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사람이 ‘적군’이다. 누가 적군이겠는가?


  우리들은 책을 읽는다. 우리가 읽는 책을 가리켜 ‘관심 책’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읽는 ‘관심 책’은 그야말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돌본다. 따사로운 손길로 어루만지고, 즐거운 눈빛으로 마주한다.


  군부대에 있다는 ‘관심 사병’은 어떤 사람일까. 아주 마땅히 이 아이들은 사랑받을 목숨이다. 이 젊은이들은 보살핌을 받으면서 아낌을 받아야 할 숨결이다.


  한자말 ‘관심(關心)’은 무엇을 뜻할까?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뜻풀이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으로 나온다. ‘주의(注意)’란 또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을 뜻하고,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뜻한다. 돌림풀이로 나온 엉터리 말풀이로구나 싶은데, 이러구러 살피면, ‘관심 사병’이란 ‘지켜볼 사병’이요, ‘알뜰히 살펴보는 사병’이며, ‘사랑스레 마주할 사병’이다. 마음을 기울여 따사롭게 보듬을 사병인 셈이다.


  가만히 보면,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는 이들은 으레 ‘관심 대통령’이다. 그냥 대통령이란 없다. 우리들이 지켜보거나 아끼거나 사랑할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 다만, 대통령 자리에 있는 이들이 썩 아름답지 못하며 그리 사랑스럽지 못할 뿐이다. 그러니까, 사랑스럽지 못한 대통령이니까 앞으로 사랑스러운 길을 걸어갈 수 있게끔 우리가 지켜본다고 할까.


  생각해 보라. 대통령 자리에 있는 그분께서 총칼을 마구 휘두르면 어찌 되는가? 대통령 자리에 선 그분께서 경찰과 검찰과 전투경찰 따위를 부려서 이 사회를 시커멓게 휘감거나 짓밟으면 어찌 되는가? ‘관심 대통령’께서 우리한테 총질을 하지 못하게끔 잘 ‘지켜보’면서 살살 어루만지고(?) 달래야(?) 할 노릇이다.


  그나저나 참 궁금하다. 왜 ‘관심 사병’이라는 이름을 쓸까? 막상 그 젊은이를 따사롭게 보듬거나 사랑스레 어루만지지도 않을 생각이면서, 왜 이런 이름을 쓸까? 더욱이, ‘관심 사병’이 되는 아이들은 A등급과 B등급과 C등급으로 나뉜다. 언론보도에는 안 나오지만, 군부대에서는 D등급과 E등급도 있다. D등급이란 ‘안전한 사병’이요 E등급이란 ‘걱정 없는 사병’이다. 군부대에서는 ‘안전하다’거나 ‘걱정 없다’는 아이들한테도 등급을 똑같이 붙인다. 그러니까, 고깃집에서 고기 등급을 나누듯이, 군부대에서는 젊은이들을 등급으로 나누어 숫자(군번)로만 바라보고 다룬다.


  한편, 군대에는 또 다른 등급(숫자)이 있다. 이른바 ‘10종 등급’이다. 군대 보급품을 열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서 가른다. 1종 등급에 드는 보급품을 잃거나 망가뜨리면 엄청나게 죄값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1종부터 10종으로 가른 등급에서 ‘10종 등급’은 바로 ‘사람’이다. 일반 사병이다. 그래서 군대에서 사람이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한다. 군대에서 사람 목숨값은 개 목숨값보다 못하다. 군부대에 있는 개는 ‘9종 등급’이다. 사람(일반 사병)보다 외려 등급이 하나 높다.


  군부대에서 대대장이 키우는 개는 대대장하고 계급이 같다. 군부대에서 행정보급관이나 중대장이 키우는 개는 행정보급관이나 중대장하고 계급이 같다. 그리고, 이들 개는 일반 사병보다 계급이 높다. 일반 사병은 전투식량을 먹지만, 간부들이 키우는 개는 ‘일반 사병한테 나오는 보급품에서 떼어낸 고깃살’을 먹는다.


  책이란 무엇일까. 사람이란 무엇일까. 군대란 무엇일까. ‘총기 사고’란 무엇일까. 그리고 ‘대통령 그분’은 무엇일까.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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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2] 함께 걷는 논둑길

― 손님이랑 빗길 나들이



  논둑길을 걷습니다. 우리 시골집으로 마실을 온 손님과 함께 논둑길을 걷습니다. 비가 내리는 길이라 논둑길은 질퍽거리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빗물이 고인 자리는 일부러 찰박거리며 뜁니다. 어머니 손을 잡다가 아버지 손을 잡다가 손님 손을 잡으면서 깔깔깔 웃습니다. 우산을 써도 즐겁고, 우산이 없이 비를 맞아도 즐겁습니다. 그저 즐겁게 뛰놀며 걸어갈 수 있는 놀이입니다.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가니, 손님과 함께 걷는 길은 시골길입니다. 논둑길이나 들길이나 숲길을 걷습니다. 논둑길을 걷고 들길을 걸으며 숲길을 걷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을 걸을 수 있습니다. 마당에 걸상을 놓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없으니 큰길에서도 거리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 목소리가 고스란히 서로한테 닿습니다.


  나는 네 목소리를 듣고 너는 내 목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끼리 속닥속닥 노래하는 사이사이 멧새가 날아들면서 보드라운 빛을 흩뿌립니다. 구름이 흐르고 풀잎이 사그락사그락 흔들립니다.


  메꽃을 봅니다. 나리꽃을 봅니다. 싱그러운 볏포기를 봅니다. 들꽃을 바라보고 들풀을 마주합니다. 풀내음을 마시고 빗내음을 먹습니다. 이야기꽃은 어느덧 이야기밥이 되어 배가 부릅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안아 주거나 업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은 스스로 삶을 가꾸는 노랫가락입니다.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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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이야기꽃



  손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제 오셨고, 어제와 그제 밤을 밝히며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오늘 낮에 손님 한 분이 더 오고, 오늘 저녁에는 아이 넷을 이끄는 손님이 더 온다. 곧 열일곱 평짜리 자그마한 집은 여러 손님으로 복닥거리리라. 우리 작은 시골집도 복닥거릴 테고, 우리 서재도서관도 북적거릴 테지.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열두 시 즈음 잠든다. 곁님은 손님하고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손님도 곁님도 대단하다. 아니, 시간을 따지지 않고 삶을 밝히는 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몸이 힘들거나 졸음이 오거나 할 일이 없으리라.


  즐겁게 새 하루가 찾아온다. 저녁에 처마 밑 둥지로 돌아온 제비는 새벽 일찍 부산스레 노래하더니 포로롱 날아간다. 요 귀여운 녀석들은 하루 내내 실컷 온 고을과 마을을 날아다니리라. 우리 식구들은 손님들과 도란도란 새롭게 하루를 지을 테고.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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