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22) 통하다通 67 : 사람끼리 통하는 정


사람끼리만이 통하는 따뜻한 정을 받았을 땐 더 큰 외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권정생-몽실 언니》(창작과비평사,1984) 105쪽


 사람끼리만이 통하는

→ 사람끼리만이 맺는

→ 사람끼리만이 나누는

→ 사람끼리만이 주고받는

→ 사람끼리만이 흐르는

 …



  따뜻한 마음이란 사람끼리만 나눌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짐승이나 나무하고도 얼마든지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 보기글에서는 너무 외롭게 지내는 아이가 이웃 누군가한테서 따뜻한 마음을 받으면서 오히려 더 외롭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음은 서로 나눕니다. 마음은 서로 주고받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하면서 동무나 이웃 사이로 맺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릅니다. 아름다운 빛이 샘솟아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를 빕니다. 4347.7.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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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끼리만이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받았을 땐 더 크게 외로운 노릇이다


‘정(情)’은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한자로 옮길 적에 ‘情’이 되는 셈입니다. “더 큰 외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는 “더 크게 외로운 노릇이다”나 “더 크게 외롭다”나 “더 크게 외롭기 마련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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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질을 하는 팔


  여러 날 비가 잇달아 내린다. 해가 나지 않아도 꽤 덥다. 여름에 축축한 기운이 곳곳에 넘치기 때문이지 싶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뛰놀기에 늘 땀투성이로 지낸다. 여러 차례 씻기지만 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한 아이씩 부채질을 해 준다. 어느새 ‘부채질로 나는 철’이 되었구나 싶다. 아이들이 까무룩 잠들면 땀이 덜 돋지만, 작은아이가 자꾸 안 자면서 장난을 치려 하니 작은아이를 자꾸 부채질을 해 주어야 한다. 한 시간쯤 부채질을 하다가 팔도 아프고 졸음까지 밀려든다. 부채질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든다. 작은아이도 저 스스로 알아서 잠들었겠지. 이러다가 번쩍 잠을 깬다. 몇 시인가. 아침인가 밤인가. 아이들 이를 고치러 아침 일찍 읍내로 시외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아이들 옷과 짐은 미리 꾸렸지만 이것저것 챙겨야 하니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허둥지둥 일어나고 보니 밤 열두 시이다. 아직 멀었구나. 낯을 씻고 기지개를 켠 다음 살짝 더 누워야겠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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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3. 한여름 느티나무와 구름 2014.7.4.



  우리 시골집에 놀러오신 손님하고 걷는다. 군내버스를 타려고 걷는다. 군내버스는 못 타고 택시를 탔지만, 함께 시골길을 걸어가면서 하늘을 보았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이웃마을 느티나무를 보았다. 한여름에 더욱 짙푸르게 빛나는 느티나무를 바라본다. 언제부터인가 들을 넓히려 하면서 나무를 죄 베어 없앴는데, 논을 논대로 두더라도 길 따라 나무가 우람하게 자랄 수 있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싶다. 덩그러니 한 그루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잇달아 숲과 마을로 퍼지는 아름드리나무로 짙푸르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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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3] 토끼풀과 나비

―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곳



  어릴 적에 제가 가장 오래 살던 곳은 다섯 층짜리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에 살기 앞서 인천에서 온갖 골목집을 떠돌았다고 하는데, 주민등록 초본에만 이러한 발자국이 남고, 내 머릿속에는 몇 가지 일을 빼고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릴 적 살던 다섯 층짜리 아파트에는 계단만 있고 연탄으로 불을 땝니다. 겨울을 앞두고 집집마다 연탄을 들이느라 부산해요. 1층집은 1층에 연탄을 두면 되지만 5층집은 5층까지 연탄을 쌓느라 늘 애먹어야 했습니다.


  다섯 층짜리 작은 아파트는 동마다 꽃밭이 퍽 넓게 있습니다. 아파트 넓이만큼 꽃밭이 꼭 있습니다. 꽃밭이 아니어도 빈터에는 흙이 쌓이고 시멘트가 깎여 풀밭이 됩니다. 풀밭이나 흙밭이 된 곳은 우리들 놀이터입니다. 잠자리와 나비를 잡고, 토끼풀을 고르면서 놀았어요.


  시골마을에서 토끼풀은 무척 흔합니다. 논둑이나 밭둑에서도 잘 자라고 빈터에서도 잘 자랍니다. 토끼풀에서 꽃이 피어나면 벌과 나비가 모여듭니다. 흰나비와 노랑나비도 몰려들고, 부전나비와 제비나비도 찾아듭니다.


  집에서도 토끼풀꽃과 나비를 바라봅니다. 대문 바깥 마을 들판에서도 토끼풀꽃과 나비를 만납니다. 가만히 지켜봅니다. 나비는 팔랑팔랑 날다가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나비가 날갯짓을 그치고 꽃송이에 내려앉을 적에도 소리가 나겠지요? 사람 귀에는 도무지 들리지 않을 만큼 조그마한 소리가 나겠지요?


  나비가 내려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어떠할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그윽할는지, 얼마나 살가우면서 보드라울는지 생각해 봅니다.


  풀꽃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이 느긋합니다. 풀꽃에서 노는 나비를 바라보는 동안 몸이 넉넉합니다. 풀꽃과 함께 내 마음은 푸르게 흐르고, 나비와 함께 내 넋은 가볍게 움직입니다.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란 사랑스러운 곳이 되리라 느낍니다. 즐겁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란 아름다운 곳이 되겠다고 느낍니다. 따로 꽃밭을 가꾸어도 좋을 테지요. 그러나 풀밭만 있어도 좋습니다. 넓게 꽃밭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너른 빈터에 풀이 스스로 어깨동무하면서 자라나서 고운 풀내음을 나누어 주면, 풀벌레와 벌나비가 찾아들면서 푸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4347.7.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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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한테 베푸는 선물, 갯기름나물



  갯기름나물을 된장으로 버무려서 먹는 분들이 곧잘 있지만, 잘 모르는 분이 퍽 많다. 남녘 바닷마을에는 흔한 풀이지만, 위쪽으로 갈수록 드물다. 우리 집 뒤꼍에서는 해마다 조금씩 퍼진다. 우리 식구는 해마다 조금씩 먹는다. 해마다 꽃을 더 피워서 이듬해에 더 퍼지기를 바라고, 갯기름나물 큰줄기에서 새롭게 뻗기를 기다린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서 함께 밥을 먹을 때에, 갯기름나물을 톡톡 끊는다. 꽃망울이 터지지 않은 녀석을 몇 끊고, 잎만 새로 돋은 데를 톡톡 끊는다. 갯기름나물은 줄기와 잎이 도톰하다. 두껍다고 할 만하다. 다른 풀이라면 이만 한 두께일 때에는 씹기 어렵지만, 갯기름나물은 물을 많이 머금으면서 통통하기에 잘 씹히고 입에서 녹는다고까지 할 수 있다. 냄새도 무척 향긋하다.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우리 식구가 아껴서 즐겁게 먹는 풀을 손님과 기쁘게 나눌 수 있다. 4347.7.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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