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다



비가 그친다

지붕이 조용하다

풀벌레 노래한다

잠자리가 떼지어 난다


구름이 천천히 걷힌다

하늘이 파랗게 물들고

해가

스무 날만에 비춘다


눈부시다

눈부셔

파란하늘이 아이들 노래처럼

쨍쨍 빛난다



4347.7.19.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살이 일기 65] 불어난 골짝물
― 장마가 끝난 골짜기에서


  장마가 오기 앞서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골짜기는 물이 아주 얕았습니다. 이러다가 스무 날 남짓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습니다. 골짜기는 물이 얼마나 많이 불었을까요. 비가 그친 이튿날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골짜기로 갑니다. 아, 골짜기에 닿으니 골짝물이 아주 엄청납니다. 스무 날 남짓 쏟아부은 빗물이 흐르는 골짜기는 마치 폭포와 같습니다. 골짝물 흐르는 소리도 여느 때와는 사뭇 달리 아주 큽니다. 이곳까지 자동차를 끌고 와서 술과 고스톱을 즐기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보이지만 아랑곳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니까요.

  고흥에서 지내며 스무 날 넘는 장마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골짝물이 이렇게 불어난 모습을 처음 만납니다. 아이들은 무척 거세게 흐르는 골짝물을 보면서 섣불리 물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살짝 궁둥이를 담그고 나서는 “추워.” 하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면서 슬슬 차가운 골짝물에 몸을 맞춥니다. 물을 튀기고 깊은 물에 잠기면서 놉니다.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골짝물을 바라봅니다. 장마가 길었을 적에는 날마다 고단했는데, 장마가 끝난 뒤 이렇게 멋진 골짝물을 베풀어 주는군요. 이튿날에도 다음날에도 해가 뜨겁게 내리쬐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골짜기에 가려 합니다. 집과 더 가까운 데에 골짜기가 있으면 더 자주 마실을 할 테고, 아이들은 여름 내내 골짜기에서 살겠구나 싶습니다. 아니, 어른도 골짜기에서 여름 내내 살겠지요. 4347.7.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153]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쉰다.

  쉬다가 걷는다.

  푸른 숲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즐겁게 걸어가면 됩니다. 빨리 걸어도 되고 천천히 걸어도 되는데, 즐겁게 걸어가면 됩니다. 다리가 아프면 쉬면 됩니다. 다리가 풀리면 다시 걸으면 됩니다. 많이 걸었다 싶으면 그만 걸으면 됩니다. 더 걸을 만하면 더 걸으면 돼요. 빙글 돌아가도 되고, 가로질러 가도 됩니다. 어느 길로 가든 스스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갈 수 있으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들듯이, 차근차근 걸어가면서 내 삶을 가꿉니다. 4347.7.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우고 천등산 꼭대기를 오른다. 곧 닿겠지 했는데 두 시간이 든다. 하하하. 팔다리에 힘이 풀릴 적마다 '이웃걷기' 훈련을 한다. 네 차례 쉰다. 마지막에 도랑을 만나 고맙게 물통을 채운다. 꼭대기에 닿은 두 아이는 술래잡기를 하다가 드러눕는다. 여수와 맞닿은 여자만을 바라보며 멧바람을 마신다. 온몸은 땀으로 젖고 잠자리와 풀벌레 노래를 듣는다. 내려가는 길도 즐겁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로 꽂는 마음 (사진책도서관 2014.7.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을 옮길 생각으로 상자에 싼 책을 끌른다. 책을 상자에 담아 끈으로 묶을 적에도 힘을 많이 써야 하지만, 책상자를 도로 끌러 다시 꽂을 적에도 힘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내 책들을 다시 끌러 꽂으면서 무척 새삼스럽다고 느낀다. 나한테 이렇게 대단한 책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나 스스로 내 책에 놀란다. 1938년에 한국말로 옮긴 성경책도 나한테 있었네 하고 놀란다. 해방 앞뒤로 나온 온갖 ‘한국말사전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괜히 놀란다.


  그렇다. 나는 이 책들을 장만하려고 모든 돈을 들이면서 살았다. 나는 이 책들을 하나하나 챙겨서 장만하려는 마음에, 집살림은 엉성하게 꾸리면서 책만 신나게 사들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겠는가? 아마 없겠지. 그러나 책 좋아하는 누군가는 이런 책을 깨끗하거나 정갈한 판으로 갖추어서 곱게 모시리라 본다. 나는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책길을 닦으려고 자주 들여다보거나 만지작거리면서 책이 많이 다쳤고 낡다.


  돈으로 건물을 짓기는 쉽다고 할 만하다. 요즘 같은 문명사회에서 건물 하나 뚝뚝뚝딱 참 쉽게 짓는다. 도서관 건물도 으리으리하게 얼마든지 짓겠지. 그런데, 도서관에 들여놓을 책은 어떻게 건사할까. 책은 없이 건물만 으리으리한 도서관이 한국에 넘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책을 지키지 못한 채 건물만 지키는 도서관이 한국에 너무 많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책만 돌보고 지키느라 살림집과 도서관 건물은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이 책들뿐 아니라 살림집과 도서관 건물을 함께 돌보는 길을 슬기롭게 생각해야겠다고 느낀다. 곁님은 이곳에서 ‘ㅍㄹㅅ 학교’를 가꾸고, 나는 이곳에서 ‘ㅍㄹㅅ 도서관’을 일구면서 새로운 빛을 열어야겠다고 느낀다.


  서두를 일은 없으니 찬찬히 하나씩 헤아리면서 다시 꽂는다. 아니, 새롭게 꽂는다. 내 책이지만 스스로 내 책인 줄 제대로 깨닫지 못하던 아름다운 책과 자료를 차근차근 천천히 제자리를 헤아리면서 꽂는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