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81. 2014.7.26.ㄷ 차근차근



  우리 도서관 한쪽에 ‘도라에몽 책꽂이’를 마련한다. 아이 키높이에 맞는 자리에 마련한다. 이 자리는 이제 사름벼리가 건사한다. 책이 예쁘게 있도록 살피고, 번호에 맞추어 곱다라니 돌본다. 하나하나 알뜰히 살피고 어루만져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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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80. 2014.7.26.ㄱ 내 책은 없어



  누나가 재미나게 보던 만화책을 억지로 빼앗은 산들보라가 히죽거린다. 누나가 책만 읽으니 재미없어서 곧잘 이런 짓을 한다. 함께 뛰놀자는 뜻으로 자꾸 누나를 들쑤신다. 이럴 때마다 일곱 살 누나는 “내 책이야! 가져가지 마!” 하고 외치는데, 우리 집에는 내 책도 네 책도 없다. 우리 책이 있을 뿐이다. 어느 책 하나를 동생이 가져가면 그냥 주면 된다. 다른 책을 보면 되지. 다른 책을 가져가면 또 다른 책을 보면 된다. 그렇게 백 권 천 권 만 권 다른 책을 보면 된다. 그래도 자꾸자꾸 가져가면, 이제 책은 그만 내려놓고 깔깔 웃으면서 뛰놀면 되고.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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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개구리 두 마리



  서재도서관 문간에 놓은 나무작대기 끝에 풀개구리 두 마리가 앉는다. 이 아이들은 이곳이 좋을까. 가만히 보면, 우리 네 식구가 고흥에 온 첫 해부터 풀개구리는 서재도서관 문간에서 놀았다. 이 아이들은 이곳에서 태어났을는지 모른다. 이 자리는 학교 건물이 서기 앞서 논이었을 테고, 온갖 개구리가 이 터에서 나고 자라면서 살아왔으리라 느낀다.


  도시를 떠나지 않는 참새나 비둘기나 직박구리나 딱새나 온갖 새들이 있다. 이 새들이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 새들은 먼먼 옛날부터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살피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만 고향을 잃지 않는다. 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고향을 잃는다. 개똥벌레와 다슬기도 고향을 잃는다. 미꾸라지와 멸치도 고향을 잃는다. 넙치와 해오라기와 두루미도 고향을 잃는다. 자꾸자꾸 도시가 커질수록 고향을 잃는 사람과 목숨이 늘어난다. 끝없이 도시가 자랄수록 고향뿐 아니라 삶터를 잃는 사람과 목숨이 늘어난다.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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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살리는 길 (사진책도서관 2014.7.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여러 날에 걸쳐 만화책 자리를 다 손질한다. 진땀을 뺐다.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바깥벽에 금이 간 데를 타고 빗물이 스며드는데, 이 빗물은 만화책을 꽂은 책꽂이 아래쪽까지 퍼진다. 이태 넘게 이런 줄 모르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 맨 아래쪽에 꽂은 묵은 만화책이 꽤 다쳤다.

  둘째 칸 벽을 따라 책꽂이를 받치고 문화 갈래 책을 꽂았는데, 자꾸 곰팡이가 피는 듯해서 책꽂이를 빼내어 들여다보니, 벽 아래쪽을 따라 물방울이 맺힌다. 건물이 낡아서 빗물이 스며들기 때문일까.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벽돌을 받치고 책꽂이를 올린다. 다른 책꽂이도 아래에 벽돌을 대든 어떻게든 바닥하고 띄워야 하는구나 싶다. 바닥하고 띄우지 않으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물기 때문에 책꽂이와 책이 모두 다치겠네.

  아버지가 진땀을 빼는 동안 큰아이는 치맛자락에 고양이 인형을 놓은 채 작은사다리에 앉아서 만화책을 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앉아서 만화책을 보았을까. 놀라운 그림이로구나 싶어 일을 멈추고 큰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는다. 이때 작은아이가 알아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나도 찍어야지요!” 하면서 끼어든다. 누나만 사진을 찍는다면서 샘이 났을까? 아무렴, 네 아버지가 누나만 찍고 너를 안 찍겠니. 너희 둘 모두 애틋하게 사랑하는걸.

  만화책 꽂는 자리에 책상을 하나 놓아 본다. 걸상을 하나만 놓아 본다. 책상이 허전해서 만화책 두 권을 올려 본다. 꽤 보기 좋다고 느낀다. 그야말로 ‘만화책 연구실’ 같은 느낌이다.

  만화책 《도라에몽》을 골마루 책꽂이에 옮긴다. 왜 이곳에 옮기느냐 하면 눈에 잘 뜨이기 때문이고, 밝은 곳이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도라에몽》 만화책을 보고 싶다면, 빛이 잘 들어 밝은 이곳에서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큰아이더러 숫자를 잘 맞추어 보라고 시킨다. 그런데 빠진 책이 꽤 많다. 1권부터 45권까지 틀림없이 한 질을 장만했는데, 빠진 책은 어디로 갔을까. 알쏭달쏭하다. 빠진 책 번호를 살펴서 다시 갖추어야겠다.

  한 가지를 마쳤으나 다른 일이 기다린다. 다른 책도 잘 갈무리해야겠고, 다른 책꽂이도 물기에 다치지 않도록 새롭게 손질해야겠다. 번듯한 건물에 깃든 도서관이 아닌 터라 손이 갈 데가 많다. 도시 한복판에 도서관을 두었으면 빗물이나 물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었으리라 본다. 숲과 같이 풀밭이 이루어진 시골 폐교 건물에 도서관을 들였으니 여러모로 생각하고 살필 대목이 많다. 하루빨리 이 폐교 건물을 우리 것으로 장만해서 바깥벽과 옥상에 방수페인트를 바르고, 금이 간 곳을 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옥상에 지붕을 씌워야 할는지 모른다.

  도서관을 살리고, 책을 살리며, 우리 살림과 삶을 살려야지. 생각을 살리고, 사랑을 살리면서, 우리가 시골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살려야지. 삶과 꿈을 살릴 때에 책을 살릴 수 있다고 느낀다. 마음과 사랑을 살릴 때에 책이 깃든 터, 그러니까 도서관을 살릴 수 있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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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4-08-0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아이들......... 고흥이면 고향이 지척인데 한 번 찾아 가도 되나요?

파란놀 2014-08-06 02:39   좋아요 0 | URL
네, 즐겁게 마실을 하시면 되옵니다~ ^^
 

[시골살이 일기 68] 왜 시골에 왔느냐 하면

―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보려고



  엊그제부터 면사무소에서 방송을 합니다. 태풍이 올라오니 모두들 집단속과 문단속을 잘 하랍니다. 바람에 날아가는 것 없도록 하라는 얘기가 흐르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얘기가 떠돕니다. 오늘도 새벽부터 마을 이장님이 방송을 하고, 면사무소에서 두어 차례 더 방송을 합니다. 참말 태풍이 걱정스럽기는 걱정스러운가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 식구는 태풍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태풍은 한 해에 한두 차례쯤 이 나라를 지나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왜냐하면, 풀도 나무도 드센 바람을 한두 차례쯤 맞으면서 한결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더욱 씩씩하게 줄기와 가지를 뻗거든요.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가 몇 해만 살다가 꺾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후박나무와 초피나무를 비롯해 감나무도 모과나무도 살구나무도 복숭아나무도 매화나무도 탱자나무도, 모두모두 천 해쯤 너끈히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나무 한 그루가 천 해쯤 살아가자면, 드센 비바람을 해마다 한두 차례 맞이하면서 더욱 튼튼하면서 야무진 넋이 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줄기가 짧고 알곡이 많이 달리는 나락’을 심습니다. 유전자를 건드린 나락입니다. 농협에서는 이런 나락을 ‘개량종’이라 말하지만, 이 볍씨는 개량종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골 할매와 할배가 ‘개량종 나락 볍씨’를 거두어 이듬해에 다시 심으면 제대로 자라지 않거든요. 해마다 농협에서 볍씨를 새로 사다가 심어야 비로소 알곡을 맺습니다.


  ‘개량종’이라면 씨앗을 받아서 갈무리한 뒤 이듬해에 다시 심어서 거둘 수 있어야 합니다. 유전자를 건드린 씨앗은 한 번 심으면 새로운 씨앗을 받아서 갈무리하지 못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걱정할 일은, 온 나라 들판에서 자라는 나락이 ‘유전자 건드린 씨앗’인 대목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가 걱정할 일이라면, 유전자 건드린 씨앗이 자라는 들에다가 농약을 엄청나게 많이 치는 모습이어야지 싶습니다. 태풍은 한 차례 휘몰아치다가 지나가요. 그렇지만 유전자를 건드린 나락은 우리 몸을 아프게 하고 땅을 망가뜨립니다. 들에 뿌리는 농약은 우리 몸으로 스며들 뿐 아니라, 땅을 무너뜨립니다.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시골에서 살고 싶기에 시골로 와서 살아가면서, 도서관을 꾸리고 글을 써서 책을 내놓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까닭을 들자면 여럿 있을 텐데, 맨 첫째로 꼽는 까닭은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보고 싶다’입니다. 내 마음을 파랗게 물들이고 싶습니다. 내 넋을 파랗게 밝히고 싶습니다. 내 사랑을 파랗게 가꾸고 싶습니다. 내 가슴속에 파란 별이 자라도록 돌보고 싶습니다. 4347.8.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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