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괴동 3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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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후쿠시마·서울·영광 아이들
 [만화책 즐겨읽기 117] 모히즈키 미네타로, 《동경괴동 (3)》

 


 아이들이 흙 한 줌 느긋이 밟지 못하게끔 도시로 내모는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자면 더 커다란 도시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더 커다란 도시로 아이들을 내몰면,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더 커다란 도시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치는지 궁금합니다.

 

 자그마한 도시 어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배운 다음 교사라는 자리에 서며 아이들을 가르치나요. 커다란 도시 어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고서 교사라는 자리에 서는가요.

 

 더 커다란 도시로 나와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나중에 저희들 고향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더 커다란 도시에서 지내며 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난 뒤 저희들 고향마을을 어여삐 북돋우는 참답고 슬기로운 어른으로 우뚝 설까요.


- “이봐, 너한테 친구 따윈 없어. 넌 우정도 쥐뿔 기억 못 하잖아. 넌 죽을 때까지 평생 고독해. 네 인생은 산 지옥이라구. 저기 마요네즈처럼 생겨서 마요네즈를 들고 가는 저 녀석도 똑같아. 메모해 둬.” “으으으, 저기, 사람은 왜 늘 다들 서로서로 심한 말을 하는 걸까. 네 경우 세상 모두를 바보 취급하는 것도, 대중적인 것에 대한 경멸도, 그것도 역시 그냥 겁쟁이라서 그래?” (5쪽)
- “무서워 하지 마. 난 네 친구야. 난 알아. 너는 언젠가 날 진짜로 볼 수 있게 될 거야. 그때까지 계속, 매일매일 놀러올게. 널 외톨이로 만드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297∼298쪽)


 도시로 내몰린, 더 커다란 도시로 내몰린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틀에 얽매이도록 길들여진다고 느낍니다. 더 낫다는 가르침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힘과 사랑힘과 믿음힘을 북돋우지 못하도록 꽁꽁 옭죄이고 만다고 느낍니다.

 

 도시로 내몰린, 더 커다란 도시로 내몰린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이 시키는 일만 하도록 길들여지는구나 싶습니다. 더 낫다는 가르침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어른들이 내주는 시험공부와 숙제와 논술시험 들에 사로잡히는 넋이 되고 마는구나 싶어요.

 

 아이들을 더 커다란 도시로 내모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더 너른 품으로 껴안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더 커다란 도시 학교에 집어넣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더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더 커다란 도시 학교와 학원에 오래도록 집어넣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더 보드라운 손길로 어루만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아이들을 사랑어린 눈길로 바라보지 못하는걸요. 처음부터 아이들을 꾸밈없는 믿음으로 마주하지 못하는걸요. 처음부터 아이들을 기쁜 웃음으로 맞이하지 못하는걸요.


- “난 비겁한 인간이니까 혼자가 되고 싶어서 도망쳤어.” (13쪽)
- “모르겠다니. 당신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 당신 환자들은 병 때문에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실은 당신도 환자 쪽이었다는 거야?” “지금까지 거짓말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어. 하지만 병원에서 애들을 치료하는 사이에 나도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123쪽)


 도쿄 아이들은 괴물로 길들여집니다.

 

 서울 아이들은 괴물로 길들여집니다.

 

 후쿠시마 아이들 또한 괴물로 길들여졌으나, 하루아침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영광 아이들 또한 괴물로 길들여지는데, 언제 어떻게 간곳없이 사라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을 없애자고 하는 목소리를 놓고, 학교에서는 ‘님비 현상’이라는 학문과 이론으로 지식을 가르칠 뿐입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어야 한다면, 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세울 노릇입니다. 핵폐기물처리장이 있어야 한다면, 바로 아이들과 어른들 살아가는 커다란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 지을 노릇입니다. 쓰레기를 파묻을 곳은 도시 바깥이나 시골 논밭이나 멧등성이여서는 안 됩니다. 쓰레기는 쓰레기가 나온 도시 한복판과 아파트 주차장에 묻어야 하고 태워야 합니다. 쓰레기를 왜 도시 바깥으로 실어내나요. 아파트와 건물마다 어마어마하게 쏟아내는 똥오줌을 왜 도시 바깥으로 내보내나요. 아파트와 건물에서 엄청나게 쓰는 전기를 왜 멀디먼 시골자락에 발전소를 세워서 끔찍하게 높다란 송전탑을 수없이 세워서 끌어들이나요.

 

 원자력발전소가 곁에 없어도 전기를 펑펑 쓰며 걱정없는 도쿄 아이들은 몽땅 괴물로 길들여집니다.

 

 핵폐기물처리장이 어디 있는 줄 알지 못해도 전기를 마구 쓰며 근심없는 서울 아이들은 모조리 괴물로 길들여집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던 후쿠시마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먼지조차 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영광 아이들은 날마다 무슨 바람과 물과 햇살을 먹으며 살아야 하나요.


- ‘빌어먹을! 난 수술해서 착한 사람이 될 거야!’ (117쪽)
- ‘자는 일이나 먹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 따위 다 궤변이라는 건 나도 안다.’ (177쪽)
-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로 완전히 달라지는 거 같아.” (266쪽)


 어른들은 아이들 목소리를 듣고 나서 더 커다란 도시로 살림집을 옮기나요. 어른들은 아이들 목소리를 들은 뒤에 아파트를 장만하거나 자가용을 굴리나요. 어른들은 아이들 목소리를 들은 다음 회사원 일자리나 공무원 일자리를 거머쥐나요.

 

 아이들 목소리를 듣고 나서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어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풀과 꽃과 나무 목소리를 들은 다음 핵폐기물처리장을 짓는 어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꼭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만이 아니에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 눈길과 마음길과 사랑길과 생각길과 꿈길을 어느 만큼 헤아리는가요. 우리 어른들은 정작 ‘어른인 내 목소리와 눈길과 사랑길과 꿈길’을 조금이라도 옳거나 바르게 살피기는 하는가요.

 

 왜 살아가는 사람인가 궁금합니다. 누구하고 살아가는 사람인가 궁금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가 궁금합니다.


- “참, 다음 주말에 수술하기로 했다면서? 만약에 그걸로 나으면 넌 변하겠지? 지금이랑은 다른 네가 되는 거야? 그럼, 난 널 어떻게 대하면 돼? ……. 아무렴 어때. 나랑은 상관없는데.” (190∼191쪽)
- ‘사람이 없는 세계. 가능하다면 나도 그런 세계에서 살고 싶었는데.’ (197쪽)
- ‘주위 사람들은 다들, 늘 항상, 나를, 마치, 징그러운 거라도 보는 양 꺼리며 말했는데, 그 중 단 한 사람만이 거침없이 상처 주는 말을 했어.’ (210∼211쪽)


 모히즈키 미네타로 님 만화책 《동경괴동》(삼양출판사,2010) 셋째 권을 덮습니다. 모두 세 권으로 이루어진 만화책 《동경괴동》입니다. 아픔을 먹고 아프게 살아가고야 마는 아이들 나날을 담은 만화책입니다. 어른들 바라보기에 ‘정신병’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라 할 만하겠으나, 아이들 바라보기에 이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누리’에서 꿈꾸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바라보는 자리에 따라 다른 아이들이 아닙니다. 바라보는 자리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할 테지만, 사랑하려는 손길과 마음길에 따라 사뭇 달리 보이는 아이들이라 할 테며, 이보다는 서로 사랑하며 아끼는 꿈길과 생각길에 따라 그야말로 곱게 껴안을 아이들이에요.


- ‘그거야말로, 고흐처럼 죽는 건 너무 슬프잖아.’ (220쪽)
- “남을 슬프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남을 상처 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니, 지긋지긋해. 나도 인간이니까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으으, 계속, 사랑받고 싶었어.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만, 사람을 사랑, 하고 싶어.” (234∼235쪽)


 사랑하며 살아갈 아이들이에요. 점수따기를 하며 살아갈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받으며 살아갈 아이들이에요. 더 높다 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도록 푸른 나날을 시험공부에 목매여야 할 아이들이 아니에요.

 

 사랑하며 살아갈 아이들이지, 학교에 다니거나 학원에 얽매일 아이들이 아닙니다. 사랑받으며 살아갈 아이들이지, 더 커다란 도시로 내몰린다든지 어른들 자가용에 짐짝처럼 실려 이리저리 끌려다닐 아이들이 아니에요.

 

 그런데, 어른들은 무엇보다 한 가지를 잊어요. 아이들은 누구나 사랑하며 살아야 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야 하는데요, 어른들 또한 누구나 사랑하며 살아야 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 사랑하며 살아갈 때에 즐거워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 사랑받으며 살아갈 때에 맑고 밝은 빛을 누려요. (4345.2.15.물.ㅎㄲㅅㄱ)


― 동경괴동 3 (모히즈키 미네타로 글·그림,이지혜 옮김,삼양출판사 펴냄,2010.12.6./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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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 책 없는 책읽기

 


 집을 떠나 며칠 먼길 마실을 하는 동안 읽을까 싶어 책 두 권 챙긴다. 되도록 얇고 가벼운 책으로 골라 가방에 챙기는데, 얇고 가벼운 책을 챙겼기 때문은 아닐 테지만, 잠자리맡에서 펼치고 집으로 오는 고속버스에서 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운 다음 읽어 보지만 좀처럼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내 마음에 새로운 넋과 얼을 불러일으킬 만한 삶이 드러나지 않는 글이기 때문이다.

 

 무겁고 두껍더라도 내 마음 사로잡는 책을 골라서 가방에 챙겨야 한다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먼길 마실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하고 어우러지는 나날이 즐거우니 굳이 종이책은 없어도 될 만하다. 다만, 숨을 돌리는 짬이라든지 느즈막하게 잠자리에 드는 때라든지 아침에 혼자 일찍 일어난 때라든지, 하루 가운데 몇 분쯤 책장을 넘길 겨를이 있다. 이동안 읽을 책을 한 권쯤 챙기려 한다.

 

 읽을 책 없는 책읽기는 너무 고단하다. 눈도 마음도 머리도 몸도 몹시 고단하다. 읽을 만한 책이어야 비로소 책읽기를 즐길 만하다. (4345.2.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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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구산동에서 마두역으로 나오고, 마두역에서 7412번 버스를 타고 신사역에서 내린 다음, 신사역에서 전철로 강남역으로 온다. 강남역에서 고흥 가는 고속버스표를 넉 장 끊는다. 어른 둘, 어린이 둘. 버스 타기까지 한 시간 사십 분을 기다린다. 버스에 오르고는 네 시간 오십 분을 달린다.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부른 우리는, 마지막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옆지기 살붙이가 살아가는 일산으로 마실을 다녀온 머나먼 여러 날 길. 아이들은 다섯 시간 가까운 고속버스에서 아주 죽어나야 했으나 잘 견뎌 주었다. 옆지기도 이 힘든 길을 잘 버티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라고 안 힘들겠느냐만, 세 사람 힘든 티를 이맛살 꼭 한 번 찌푸리며 왔다고 느낀다. 꼭 한 번조차 안 하며 잘 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둘째 아이 똥오줌 기저귀를 따순 물에 담그고 헹구어 애벌빨래 하는 사이 옆지기가 미역국이랑 찬밥을 끓여서 늦저녁 밥상을 차렸다. 좋은 하루로 마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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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15 11:10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셨어요? 먼길,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마두역이나 대화역에서 강남역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9700번) 있는데
그거 타셨으면 좋았었을 것을. 많이 갈아타셨네요. 강남역이 아니라 고속터미널 가신건가요?

따순 미역국 드시고 좀 쉬세요...

파란놀 2012-02-16 03:01   좋아요 0 | URL
집에 와서 해롱해롱거립니다 @.@
 


 맑은 날씨 빨래

 


 창호종이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느끼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창호종이를 바른 나무문살문은 여느 유리문이나 쇠문이나 샤시문하고 견주면 퍽 얇습니다. 바람이나 추위를 썩 알뜰히 막아 준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창호종이문은 꼭 알맞게 바람과 추위를 가려 주고,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날씨를 포근히 갈무리해 준다고 느낍니다.

 

 아이들 보러 찾아오신 외할아버지와 이모와 외삼촌하고 지난밤 늦게까지 어울리던 아이들은 좀처럼 잠을 자러 하지 않습니다. 불을 다 끄고 모두 누운 뒤에도 한참 지나서야 겨우 잠듭니다. 모두들 아주 늦게 잠듭니다. 둘째는 밤오줌을 기저귀에 누고 자다가 칭얼거리며 몇 차례 웁니다. 첫째는 한 번 잠들고 나서는 그예 곯아떨어집니다. 등허리가 뻑적지근합니다. 자리에 한동안 엎드린 채 등허리를 폅니다. 슬 일어납니다. 축축하고 따땃한 오줌기저귀 한 장을 들고 씻는방으로 갑니다. 지난밤 나온 오줌기저귀 일곱 장을 빨래합니다. 문득, 빨래거리가 좀 적네, 하고 생각합니다. 아차, 엊저녁에 두 아이를 안 씻겼기에 아이들 옷가지가 없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아이들 모두 노느라 바쁜 나머지 씻자고 해도 안 씻었을 테고, 나도 나대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리느라 아이들 씻긴다는 생각을 잊었습니다.

 

 기저귀 일곱 장만 빨래하자니 너무 미안합니다. 홀가분한 아침빨래가 아닙니다. 이래서야 아버지 구실을 한다고 어찌 말하느냐 싶습니다. 나는 이 한 가지만 놓치며 살아가지 않겠지요. 내 몸과 내 마음에 기울어지며 아이들 몸과 마음을 잊거나 젖히면, 아이들이 사랑을 참답고 착하게 물려받아 살아가는 길을 제대로 보여주거나 나누지 못하겠지요.

 

 빨래를 마친 기저귀 일곱 장을 들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여섯 장은 후박나무 빨래줄에 빨래집게 셋씩 집어 넙니다. 한 장은 빨래대에 넙니다. 아침햇살이 포근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날씨 참 좋구나. 반가운 손님에 반가운 날씨로구나. 따뜻한 손님에 따뜻한 날씨로구나. 기저귀야, 좋은 날 좋은 바람을 쐬며 좋은 기운 듬뿍 받아먹으렴. (4345.2.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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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13 13:56   좋아요 0 | URL
저라면 오늘은 기저귀 일곱 장 밖에 없네 하고 얼씨구나 하겠는데,
그걸 또, 아이를 생각하시며 미안해하시네요... 아유 참.

파란놀 2012-02-15 07:52   좋아요 0 | URL
아이들 옷가지 빨래는 날마다 끝없이 나와야 맞으니까요 ^^;;;;

기억의집 2012-02-14 22:53   좋아요 0 | URL
전 후박나무 향기를 좋아해요. 후박나무가 이름이 후덕해서 그렇지 5월에 뿜어나오는 후박나무의 향기는 늦봄과 초여름의 상징이죠. 5,6월에 후박 나무 향기와 함께 하얀 기저귀 빨래 너른 모습이 연상됩니다.

파란놀 2012-02-15 07:51   좋아요 0 | URL
아직 꽃이 피지 않고 봉오리만 맺혔지만,
지난 늦가을부터 맺힌 봉오리를 올려다보면서
날마다 즐거이 빨래를 널어요.
새봄을 기쁘게 기다려요~
 
너에게 닿기를 4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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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좋아하는 사람과
 [만화책 즐겨읽기 113]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4)》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나날은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나날은 사랑스럽습니다.

 그지없이 마땅한 소리인데, 참 쉽게 잊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지없이 마땅하기에 날마다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지내기도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하루가 좋은 삶이라 여긴다면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 내 곁 좋은 사람들 마음에 좋은 사랑이 싹트도록 힘을 쏟을 수 있겠지요. 내 하루가 사랑스러운 삶이라 느낀다면 나부터 사랑스러운 일놀이를 붙잡으며 내 둘레 사랑스러운 사람들 가슴에 좋은 꿈이 피어나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겠지요.

 

 곧,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야 할 노릇이구나 싶어요.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짝을 짓고 집을 지으며 사랑을 지어야 할 노릇이구나 싶어요.

 

 가장 좋아하지 않으면서 돈에 휩쓸린다든지 이름값에 휘둘린다든지 무슨무슨 끈 때문에 얽매인다면, 서로서로 슬픔과 생채기와 아픔만 쌓이리라 느껴요. 가장 좋아하는가 하는 대목이 아닌, 얼굴을 본다거나 몸매를 본다거나 껍데기를 보았다면, 서로서로 아픔과 미움과 시샘이 생겨나리라 느껴요.


- “네가 훨씬 잘 어울려.” “사와코, 그럼.”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어. 카제하야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야.” (8∼9쪽)
- ‘혹시 카제하야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치절하게 대해 줬다면, 난 같은 마음을 갖게 됐을까?’ (16쪽)


 가장 좋아하는 사람하고 살아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살아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밥을 먹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꿈을 꾸어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살림을 꾸려야 해요.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를 즐기고, 가장 좋아하는 말마디로 내 넋을 가꿔야 해요.

 

 오직 하나 아닌가 싶어요. 내가 낳은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곁에서 돕고 보살피는 길은 오직 하나, 아이들 스스로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삶을 찾도록 하는 데에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굳이 영어를 잘 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꼭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학원뿐 아니라 학교조차 애써 다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직 하나,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야 해요. 아이들 어버이를 둘러싼 여러 어른한테서 즐거이 사랑을 받아야 해요.


- ‘처음으로 또렷하게 한 마디의 단어로 의식한 말.’ (62∼63쪽)
- “어떻게 특별하단 걸 알아?” “그거 꼭 논리정연하게 대답해야 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아주 특별해져 있었어.” (104∼105쪽)
- ‘눈앞의 카제하야를 느끼는 이 마음이 전부 사랑이겠지?’ (132∼133쪽)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넷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첫째 권부터 넷째 권에 이르기까지 이 만화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오로지 하나예요. 가장 좋아하는 삶, 가장 좋아하는 사람,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좋아하는 꿈, 가장 좋아하는 길, 가장 좋아하는 말, 가장 좋아하는 나날이에요.

 

 둘째로 좋거나 셋째로 좋을 만한 삶은 찾지 않아요. 가장 좋아할 만한 삶을 찾아요. 넷째로 좋거나 막째로 좋을 만하다 싶은 삶은 헤아리지 않아요. 저마다 한 번씩 누리는 이 좋은 삶이니까, 이 좋은 삶이 그야말로 빛나도록 도울 가장 좋은 일을 찾아요.

 

 내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좋아할 만한 사람은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둘이서만 지내는 삶은 아니에요. 좋은 동무는 차례를 매기거나 번호를 붙이지 못하거든요. 누가 누구보다 더 좋다고 가를 수 없거든요.

 

 함께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동무이자 이웃이요, 가장 좋아하는 꿈을 실어 가장 아리따이 빛날 이야기를 이루는 옆지기예요.


- “사와코, 꼬임에 넘어가지 않게 조심해. 넌 그저 네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91쪽)
- “친구한테 말한다는 건,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구나. 나한테 말해 줬을 때, 너도 이랬겠지?” “친구 아니라고, 그러니까 너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고 했잖아.” “긴장, 되지 않았어? 조금 쑥스럽지 않았어? 조금 기쁘지 않았어?” (192∼193쪽)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아이들은 고등학생입니다. 어른들이 바라보기에 ‘기껏 열대여섯’ 또는 ‘고작 열예닐곱’ 또는 ‘이제 열일고여덟’밖에 안 된 철부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자리에서 아이들 삶으로 바라보자면 어느 하루라도 놓칠 수 없이 고맙고 좋으며 기쁘고 사랑스러운 꿈이에요.

 

 먼 앞날 연봉 높은 회사에 들어갈 일을 꾀하며 오늘 하루는 시험공부로 내다 버려야 하지 않습니다. 시험성적을 높이고자 오늘 하루를 흘려보내도 되지 않아요.

 

 온 하루를 즐길 삶입니다. 모든 하루를 고맙게 맞아들일 삶입니다. 나한테 즐거운 하루이고, 너와 함께 기쁜 나날입니다.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좋은 빛을 네 가슴속에 조그마한 씨앗 하나로 심어 함께 돌보고픈 꿈입니다.


- ‘처음 겪는 일이라, 정말 그런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마음이 사랑이면 좋겠고, 사랑이길 바란다고 강하게 아주 강하게 생각했다.’ (110∼111쪽)
- ‘나 있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해. 카제하야를 좋아하는 것도,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모든 걸 혼자서 완결하지 않는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행복하구나.’ (148∼149쪽)


 아이들 마음속에서 푸른 사랑이 자랍니다. 어른들 마음속에서 붉은 열매가 맺습니다. 아이들 마음밭에서 새싹이 틉니다. 어른들 마음밭에서 곧고 씩씩하게 줄기가 뻗어 이윽고 우람한 나무로 자랍니다.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을 품어요.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을 튼튼하고 우람한 나무로 키워요. 누구나 푸른 사랑 예쁜 씨앗에서 비롯한 튼튼하고 우람한 나무에서 맺는 싱그럽고 달콤한 열매를 맛보면서 아름다이 누리는 삶이에요. (4345.2.11.흙.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4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2.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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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올~된장님께서 이런 책을 보신다니! ㅎㅎ
새롭습니다 ㅋㅋㅋㅋ
초딩,중딩 여학생들만 보는 게 아니었군요~오글오글 간질간질 ㅋㅋㅋ

파란놀 2012-02-15 08:23   좋아요 0 | URL
벌써 4권째 느낌글이거든요.
(앞 세 권도 느낌글을 썼어요)

그런데 이 만화책은 초중딩을 넘어 고딩이나 대딩
아이들도 즐거이 읽을 만하지 싶어요.

남자 아이들이 좀 이런 만화라도
읽어 주면 좋겠구나 싶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