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별과 살아갈 때에
별빛을 받는다.
달과 살아갈 때에
달빛을 받는다.

 

짙누런 땅에
뿌리내리는
풀과 나무가 꽃을 피우면
파란하늘 흰구름은
낮 동안
고운 내음 듬뿍 마시고는
깊은 밤에
맑고 환한 빛살
어두운 마을에
곱게 나누어 준다.


4345.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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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17 22:59   좋아요 0 | URL
참 아름다운 시군요.
된장님처럼 그런 곳에 사셔야 이런 시를 짓는 게 가능할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경치가 마음을 아름답게 물 들여 놓겠죠.ㅋ

파란놀 2012-02-18 06:52   좋아요 0 | URL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아름다울 터에서 살아가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176번째 글을 올리고 보니 174번째 글을 빼먹었다. -_-;;;; 바보로군...

 


 책으로 보는 눈 174 : 자연을 버린 책읽기

 


 케라 에이코 님이 그린 만화책 《あたしンち(私の家》가 있습니다. 이 만화책 이름을 한국말로 옮기면 “우리 집”입니다. 그런데 이 만화책을 한국말로 옮긴 곳에서는 “우리 집”도 “우리 엄마”도 아닌 “아따맘마’로 옮겼어요. 케라 에이코 님은 ‘와타시노’를 줄여 ‘아타(아따)’로 적고, 이녁 어머니와 식구들이 부대끼는 삶을 만화로 빚어 “우리 집”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따맘마”라는 한글판 만화책 이름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밝힐 수 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아따맘마”는 일본말 ‘아따’랑 영어 ‘맘마’를 더한 이름입니다. 일본사람이 영어쓰기를 좋아한대서 “우리 엄마”를 “아따맘마(私の母)”처럼 적을는지 모르지만,  이 만화책을 내놓은 분은 영어로 이름을 적지 않았어요. 한글판 “아따맘마”에 나오는 사람들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붙이고, 어머니 아버지 고향을 전라남도로 삼으면서, 왜 책이름은 엉뚱하게 붙여야 했을까요.

 

 수수한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수수하며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다가 자꾸자꾸 책이름이 걸립니다. 우리한테는 참말 훌륭하거나 놀랍거나 멋지거나 아름다운 글과 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카와 아키코 님이 쓴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 펴냄,2011)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일본에 있다는 ‘숲 유치원’, 곧 자연 놀이터에서 자라며 뛰도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도시 물질문명이 한국보다 훨씬 앞선 일본은 ‘숲 유치원’ 또한 한국보다 훨씬 앞서 태어납니다. 일본에서는 ‘숲 유치원’ 말고도 ‘멧골학교’도 꽤 일찍부터 생겼습니다. 일본에서는 ‘생활협동조합’도 아주 일찍부터 이루어졌습니다. ‘푸른정당(녹생당)’ 또한 참으로 일찍부터 만들었고, 일본 책마을은 아이와 어버이와 교사가 나란히 읽을 그림책을 꽤 예전부터 알차게 빚었습니다.

 

 “부모가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뭇 생명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과 태도는 크게 달라진다(24쪽).”는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땅에서는 ‘아이 낳은 어버이’가 자연을 어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는가 하는 몸가짐과 눈길이 달라진다고 느낄 일이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시골마을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줄어들며, 온통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에서 북적거려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동물 캐릭터 같은 인공적인 것에 아주 익숙하다(25쪽).”는 말마따나, 오늘날 아이들은 ㅃㄹㄹ라느니 무엇이라느니 새겨진 신이나 옷이나 밥그릇이나 놀잇감을 뀁니다. 아이들은 자연하고 동떨어집니다. 아니, 아이들에 앞서 어른부터 자연하고 등을 져요. 자연하고 등을 지니 자연을 파헤치는 정책이 끊이지 않는데, 이보다 ‘사람인 이웃’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말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서로 도우며 품앗이하는 넋이 잊힙니다.

 

 집이 배움터가 되지 못하는 요즈음 한국입니다. 집이 삶터 노릇하고 동떨어지는 요즈음 한국이에요. 여기에, 마을도 학교도 공공기관도 문화시설도 배움터나 삶터나 사랑터나 만남터나 어울림터나 꿈터 노릇을 하지 못합니다. (4345.1.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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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17 23:03   좋아요 0 | URL
“부모가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뭇 생명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과 태도는 크게 달라진다(24쪽).”- 이것, 맞아요.

제가 밤길에 고양이를 무서워했더니 어릴 적 아이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턴 예쁜 야옹아, 하면서 불러 주고 그랬어요. 아이가 고양이를 예뻐하라고... 동물을 사랑하자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그랬다기보다 무엇을 무서워한다는 게 대단한 스트레스잖아요. 하지만 무엇을 예뻐하면 행복해지잖아요. 요즘은 아이가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자고 조를 정도이니, 성공한 것이죠. 제가 잘 했죠? ㅋ

파란놀 2012-02-18 06:51   좋아요 0 | URL
좋은 사랑은 삶 곳곳에 예쁘게 자리하면서
아이들하고 기쁜 웃음을 피어냈으리라 믿어요~~
 


 책으로 보는 눈 176 : 작은 마을 작은 책숲

 


 어릴 적부터 꿈을 하나 꾸었습니다. 어른이 된 내가 돈을 많이 번다면, 많이 버는 돈만큼 땅을 사야겠다고 꿈을 꾸었어요.

 

 땅장사를 하려는 마음으로 사고프다는 꿈이 아닙니다. 내가 조금씩 사들이는 땅뙈기는 사람 손길이 닿지 않도록 놓아 주고 싶다는 꿈입니다. 어린 나는 ‘내셔널 트러스트’ 같은 이름은 알지 못했습니다만, 정치를 꾸리거나 경제를 이끈다는 사람들이 땅을 옳게 건사하지 않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몹시 슬펐어요. 왜 땅뙈기로 장사를 하지? 왜 좋은 땅에서 살아갈 좋은 생각을 안 하며 애꿎은 땅놀이를 하지?

 

 내가 돈을 모을 수 있을 때에는 숲이 숲 그대로 이어가고, 논밭은 논밭 그대로 돌보며, 멧자락과 갯벌과 바다는 멧자락과 갯벌과 바다 그대로 살리고 싶다고 꿈을 꾸었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지키는 숲이 아니라, 자연이 자연스레 싱그러이 살아나는 숲을 바랐어요. 나는 이 들판과 숲과 갯벌과 바다와 멧자락이 어우러지는 한쪽에 조그맣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살아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고마워 듀이》(걷는책,2011)를 읽습니다. 첫머리에 “내가 사랑하는 아이오와 주 스펜서는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이다(32쪽).”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사람이 되어 작은 숲을 사랑하며 살아갈 때에 참 예쁘겠다고 느낍니다. 굳이 커다란 도시를 이루어야 한 나라가 대단해지지 않을 테니까요. 애써 커다란 도시로 찾아가야 내 밥벌이를 이룬다거나 내 뜻을 편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버지는 자긍심을 가진 농부의 후예였으나 1950년대에 대형 탈곡기와 바인더 기계가 등장하면서 농업의 성격과 경제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큰 농기구를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농작물 생산량은 그대로이고 가격은 떨어지니 농장의 근간이 흔들렸다(355쪽).” 하는 이야기를 읽다가 바로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느낍니다. 아니, 이 나라에서 똑같이 일어난 일은 먼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났다고 깨닫습니다.

 

 조용히 착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즐거울 텐데요. 내 손으로 흙을 일구어 내 몸을 살찌울 밥을 나 스스로 얻으면 기쁠 텐데요. 왜 커다란 농기계가 나와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왜 경제와 산업과 수출과 무역을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더 맛난 밥을 먹어야 할는지요. 얼마나 더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아야 할는지요. 얼마나 더 멋스레 보인다는 옷을 걸쳐야 할는지요. 얼마나 더 빠르고 번쩍거리는 자가용을 굴려야 할는지요.

 

 사진쟁이 강운구 님은 《자연기행》(까치,2008)이라는 책에서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란 이들은 꿀풀이나 다른 꽃을 따서 향기로운 꿀을 빨아먹곤 했었다(38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꼭 시골이 아니더라도 흙을 밟거나 푸나무랑 벗삼던 사람이라면, 꿀풀도 먹고 까마중도 먹었어요. 풀내음과 꽃내음을 코로 입으로 손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였어요. 우리 집 아이들이 작은 시골마을 보금자리에서 햇살과 바람과 흙과 나무와 풀과 멧새가 골고루 들려주는 노래를 마음껏 들으면 좋겠습니다. (4345.2.17.쇠.ㅎㄲㅅㄱ)

 

- 시민사회신문에 싣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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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하늘 빨래줄, 하얀 기저귀

 


 아이 둘을 낳아 함께 살아가는 나날이 아니었으면, 여느 골목집 사진에 널쩍하게 펼쳐진 하얀 기저귀천이 바람에 흩날리는 사진을 바라보며 ‘어, 여기 아기가 있구나. 참 복닥거리며 바쁘고 재미나겠구나.’ 하고 느끼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 오줌기저귀를 빨아 햇살 머금는 마당에 내다 널며 파란하늘을 올려다볼 때에, ‘이렇게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나오면서 햇살을 느끼고 햇살을 기저귀에 담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첫째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나서 둘째 아이를 맞이했습니다. 어느덧 다섯 해째 기저귀 빨래를 잇습니다. 둘째가 기저귀를 떼자면 이태는 있어야 하니, 앞으로 두 해를 더해서 일곱 해 동안 기저귀 빨래를 하며 살아간다 하겠군요. 그즈음 셋째를 낳는다면 아마 열 해 남짓 기저귀 빨래로 한삶을 누리겠구나 싶은데, 셋째를 낳을는지 못 낳을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넘치는 빨래를 어찌 짊어지느냐 싶으나, 생각해 보면 첫째 때와 견주어 둘째 기저귀 빨래는 한결 수월하게 해요. 셋째가 우리한테 찾아오면 셋째 기저귀 빨래는 두 아이 기저귀 빨래보다 조금 수월하게 하리라 생각해요.

 

 마당에 드리운 후박나무 빨래줄에 대나무 바지랑대를 겁니다. 기저귀가 한결 잘 마르라고 바지랑대를 받치고는 기지개를 켭니다. 기지개를 켜면서, 기저귀 말려 주는 파란하늘 햇살이 참 곱다고 느낍니다. 파란하늘 사이사이 하얗게 붓질하는 구름을 바라보며,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누런 흙땅 사이사이 하얗게 펄럭이는 기저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햇살을 머금고 바람을 마시며 흙내음 맡는 기저귀는 아이가 엉금엉금 기는 나날 곁에서 예쁘게 어루만지는 포근한 손길이 되어 주기를 빕니다. (4345.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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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2-17 16:42   좋아요 0 | URL
햇살이 참 따스해요 보여요,

파란놀 2012-02-17 18:07   좋아요 0 | URL
오늘 어제도 햇살은 따스한데
바람은 싱싱 부네요.. ㅠ.ㅜ

하늘바람 2012-02-17 18:17   좋아요 0 | URL
참 이쁘네요. 하늫도 기저귀도
그런데 빨아 쓰시기 참 힘드실텐데
정말 대단하셔요

파란놀 2012-02-17 18:52   좋아요 0 | URL
빨래는 그리 힘들지 않아요.
이래저래 하다 보면,
아이들하고 더 오래 더 따스히
놀 겨를을 제대로 못 내는 일이
미안해요..
 

(앞선 느낌글에 이은 덤입니다~ ^^ 한결 재미난 사진읽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아이가 읽어 주는 책

 


 다케타쓰 미노루(竹田津 實) 님 사진책 《北國からの動物記 ② キツネ》(アリス館,2008)를 한 해 동안 읽는다. 한 해 동안 책시렁에 꽂고는 틈틈이 들추었다. 훗카이도 들판에서 살아가는 여우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담은 자그마한 사진책이다. 아이는 처음에는 “멍멍이야?” 하고 묻는다. 둘레에서 멍멍이는 볼 수 있으나 여우는 볼 수 없으니까. “멍멍이 아니고 여우야.” “여우야?” 아이는 제가 책을 읽겠다며 달란다. 나는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아이한테 책을 넘긴다. 아이는 책을 펼치면서 “여기도 여우 여기도 여우 여기도 여우.” 하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는다. “오, 여기 여우 있어.” “아, 무섭다.” “여우가 입을 쩍 벌렸어.” 하면서 내가 묻지 않은 말을 혼자서 종알종알 읊는다. 아이를 바라보고 책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 아이는 아버지한테 책을 읽어 주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4345.2.17.쇠.ㅎㄲㅅㄱ)

 

 

 

 

 

 

 

 

 

 

 

 

 

 

 

 

 

 

 

 

 

 

 

 

 

 

 

 

 

 

 

다케타쓰 미노루(竹田津 實) 님 사진책 《北國からの動物記 ② キツネ》(アリス館,2008)

 

(으째, 한 권만 겉그림이 뜨는군요... -_-;)

 

 

 

 

 

 

 

 

 

 

 

 

 

한국에 번역된 이분 책으로는...

<아기 여우 헬렌>은 겉그림 사진이 안 뜨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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