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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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삶으로 좋은 이야기 피우는 좋은 책
 [책읽기 삶읽기 100] 물만두 홍윤, 《별 다섯 인생》(바다출판사,2011)

 


  스스로 짓고 싶은 삶을 지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키우는 덧없는 생각은 삶으로 짓지 못합니다. 가장 고우며 가장 빛나며 가장 착한 생각은 언제나 삶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어리숙하거나 어리석거나 어설픈 생각은 삶으로 짓지 못합니다.


  좋은 삶이란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삶은 있으나, 좋으니 나쁘니 하고 가를 만한 삶은 딱히 없다고 느낍니다. 나 스스로 좋아하기에 내가 바라는 길로 꾸리는 삶이 있어요. 나 스스로 사랑하기에 내 온마음을 기울여 보살피는 삶이 있어요. 나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 나머지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 삶이 있어요. 나 스스로 사랑하지 못하기에 이냥저냥 흘리고 마는 삶이 있어요.


  삶을 가꾸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말이 있는데, 스스로 제 삶을 좋아할 때에 글을 쓸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으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속뜻을 담아요. 삶을 담는 글이기에 앞서, 삶을 좋아할 때에 글을 쓰는 나날이 돼요. 글은 삶을 드러낸다고 말하기 앞서, 글을 쓰려면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며 아낄 수 있어야 해요.


.. 10억으로 무얼 하겠는가. 10억을 번 다음에도 행복하지 않다면 말이다 …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어쩌면 누군가의 등을 밟고 올라서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내가 남긴 날들보다 나를 기다리는 날들이여, 내가 너희를 더 기쁘게 맞이하마. 이제야 그걸 알다니. 나이 든다는 건 좋은 거란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  (14, 33, 217쪽)


  좋아할 수 있는 매무새라면 누구나 내 삶을 글로 담습니다. 좋아할 수 있고 아낄 수 있을 때에는 누구나 내 삶을 글로 차곡차곡 담으며 갈무리해요. 그러나, 좋아할 수 있는 자리를 넘어, 사랑하며 빛내려 한다면 한결 거듭나야 합니다. 이렇게 나 스스로 좋아할 만한 삶을 어떻게 일구고 싶은가 하고 꿈꾸어야 해요. 나 스스로 좋아하며 누릴 삶을 어떻게 짓고 싶은지 생각해야 해요.


  도토리 예배당 종기기 아저씨로 살아가며 할아버지가 된 권정생 님은 언제나 당신 마음밭에 씨앗을 심었어요. 그림책으로도 나오고 만화영화로도 나온 《강아지똥》은 다른 누구도 아닌 권정생 님 스스로를 사랑하며 빚은 글이에요. 이리 구르고 저리 뒹굴며 쓸모없다고 버려진 당신 몸뚱이라 하지만, 이 당신 몸뚱이를 어떻게 아끼고 사랑하며 좋아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꿈꾸며 ‘강아지똥’ 하나를 빚었어요. 이 강아지똥이 밑거름이 되어 동시를 쓰고 동화를 쓰며 수필을 썼어요.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을 쓰고 《몽실 언니》를 쓰며 《우리들의 하느님》을 썼어요. 권정생 님 책을 읽는 사람은 많아도 권정생 님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함께 읽는 사람은 퍽 드문데, 스스로 가장 사랑하고 싶은 삶을 생각하며 누린 나날이 고스란히 깃든 글줄이라고 읽을 때에 내 마음밭에도 내 손으로 씨앗 하나 심을 수 있어요.


  내가 심을 내 마음밭 씨앗 하나는 내 삶을 가장 예쁘게 빛낼 씨앗 한 알입니다. 때로는 두 알이 될 수 있고, 어쩌면 석 알이나 넉 알이 될 수 있어요. 한 알은 내 삶을 북돋우고 한 알은 들꽃을 빛내며 한 알은 들새를 살찌울 씨앗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석 알 모두 내 배를 불리는 쪽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든 좋아요. 맨 처음부터 가장 사랑스레 빛날 수 있고, 차츰차츰 고운 빛을 찾을 수 있으며, 느즈막하게 아리따이 빛나는 햇살을 나눌 수 있어요.


.. 안락사에 찬성한다. 아파 보지 않은 사람, 아픈 사람을 돌봐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 장애인을 배려한다고 하더니만 우리 구역 투표소는 계단이 많은 교회였다. 휠체어를 들고 가나, 업고 가나, 장애인은 사람도 아닌가. 장애인이 투표하는 곳에서는 비장애인도 투표할 수 있다. 장애인만 불편할까? 임산부, 노약자 모두 불편하다. 왜 모르는 걸까? … 다른 것보다 장애아 어머니의 마음만 갖는다면, 다리에 점점 힘이 빠져 가는 부모님 생각을 조금만 한다면 이건 분명 고치기 쉬운 일이다. 왜 모든 관공서와 은행 같은 편의 시설에 계단이 있는지 ..  (19, 26∼28쪽)


  날마다 얼마나 괴롭고 힘든 삶자락인가 하는 이야기가 아주 짙게 드러나는 글을 쓴 미우라 아야코 님이 있어요. 한창 눈부시게 빛난다는 아가씨 나이에 그만 드러눕고 말아 일곱 해를 내리 침대살이만 했다던가요. 이제 죽나 저제 죽나 하고 기다려야 하던 눈부신 젊음이었다고 하는데, 당신을 침대에서 일으켜 꽤 기나긴 해를 살아가며 옆지기를 만나고 책을 내놓으며 문학을 일구고 편지를 쓰도록 이끈 힘은 병의원 처방이나 수많은 약품이 아니라고 했어요. 아픈 몸이건 안 아픈 몸이건, 당신이 이 땅에 태어나 이렇게 숨을 쉬고 햇살을 먹으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하루란, 얼마나 대단히 고마운 선물이며 아름다운 삶인가 하고 느끼며, 마음속으로 깊이 사랑하고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다만, 미우라 아야코 님은 침대에서 일어나 걷고 밥먹으며 여행까지 다닐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움직이고 나면 며칠을 드러누우며 쉬어야 했답니다. 이레나 보름을 내리 쉬며 몸을 달래는 일이 잦았다고 해요. 아픈 몸으로 수필을 쓰고 소설을 씁니다. 아픈 몸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믿음을 꿈꿉니다.


  문득 돌아보면, 미우라 아야코 님은 당신 몸이 씻은 듯이 낫기까지는 바라지 않았구나 싶어요. 아픈 몸이든 튼튼한 몸이든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여겼으니까요. 아픈 몸이기 때문에 당신 몸을 더 사랑할 수 있다고 깨달았으니까요. 아픈 몸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아픈 동안 당신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더 사랑스레 헤아리며 어깨동무하는 길을 보았다고 하니까요.


  누구라도 몸이 아파 드러누워야 한다면 괴롭겠지요. 나도 몸이 아파 집일을 못하며 꼼짝없이 끙끙 앓아야 하면 괴롭고 힘듭니다. 누가 이 집일을 맡아서 하나 걱정스럽고, 아픈 몸을 쉰다며 드러눕는 일이 안 아픈 몸으로 온갖 집일을 맡아서 할 때보다 훨씬 짐스러우며 무겁다고 느껴요. 그런데, 이렇게 무겁고 짐스러우면서, 어느 한편으로는 몹시 홀가분하고 기뻐요. 내 곁에 좋은 사람이 있어 나를 보살펴 주고, 집일이나 집살림을 거느리니까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제 몫과 길과 삶을 예쁘게 건사하니까요.


  줄 수 있는 사랑은 참 좋은 사랑입니다. 받을 수 있는 사랑 또한 참 좋은 사랑입니다. 돈이 많아 돈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도 좋은 사랑이요, 돈이 없어 돈을 나누어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좋은 사랑이에요. 가난한 살림이란 얼마나 좋은 사랑인가요. 가멸차서 돈을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이 기꺼이 돈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좋은 빛줄기이거든요. 가난한 살림인 탓에 둘레에서 돈이나 여러 가지를 기쁘게 얻는다면, 받으면서 사랑스럽고, 나한테 주는 사람도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낄 테니, 서로 즐거운 나날이 되리라 생각해요.


.. 내가 만든 서재는 내 얼굴이다. 내 얼굴에 남의 눈과 코를 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 우리 나라의 장애인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생긴다. 장애인 자식을 귀하게 여기면 사회 또한 그들을 귀하게 여길 것이다 … 이사 오면서 옛날 집 사진을 제대로 찍어 놓지 못한 게 제일 안타까웠다. 철문이 나무문으로 바뀔 때도 못 찍고, 장독대도, 펌프가 있던 수돗가도, 아궁이도, 쪽마루도 못 찍었다 … 그동안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을까. 그 많은 책 중에 얼마나 많은 보석이 숨어 있을까. 그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빛내지 못한 것이 가슴에 박혀 아프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좋은 독자가 아니어서 죄송하다고. 그래도 제발 책을 쓰시라고 말씀드리면 너무 뻔뻔할까? ..  (25, 195, 226, 321쪽)


  창호종이 문살로 아침햇살을 느낍니다. 저 멀리 멧등성이 너머로 새벽마다 보얀 빛이 서립니다. 창호종이 바른 문을 안 열면 희뿌윰히 밝다가는 노랗게 되는 결을 살짝 느끼고, 이내 온 방이 환해지는 빛을 느껴요. 창호종이 바른 문을 열고 대청마루에 앉아 저 먼 멧등성이를 바라보면, 새까만 밤하늘이 보라빛으로 물들다가는 노르스름한 빛깔로 바뀝니다. 이내 발그스름해지다가는 새하얀 빛으로 젖어들고, 시나브로 파아란 하늘이 됩니다. 밤하늘에서는 똑같이 시커멓게만 보이던 구름이 하얀 솜빛이 되는 모양새를 느낍니다.


  밤이 있어 아침이 있습니다. 달이 있어 해가 있습니다. 풀싹이 있어 풀꽃이 있습니다. 열매가 있어 씨가 있습니다.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좋은 짝꿍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은 서로 예쁘게 어울립니다. 아이와 어른은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님입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따사로이 누리는 봄입니다. 후끈후끈 달아오른 여름을 지나 시원한 산들바람 보드라이 누리는 가을입니다.


  하루하루 기쁜 꿈입니다. 언제나 좋은 이야기밭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사랑입니다. 늘 빛나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모든 삶은 어여삐 책입니다.


.. 책 사는 돈은 아깝지 않은데, 나 혼자만 보는 게 아까울 때가 있다 …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제목도, 주인공도, 줄거리도 기억 못하게 될지언정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 냄새, 내 기억의 편린 한 조각만 남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책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어떤 지식도 지혜도 경험도 아닌 나 자신과의 소통, 내 과거와의 만남이다 … 내가 바라는 건 좋은 작품뿐이다 … 책만으로도 좋았던 그때, 아무것도 바라지 않던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니까 ..  (44, 46, 265, 273쪽)


  물만두 홍윤 님이 쓴 글을 갈무리해 엮은 《별 다섯 인생》(바다출판사,2011)을 읽습니다. 아픈 몸으로 살아낸 마지막 발자국을 담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문득, 홍윤 님이 아프지 않은 몸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할 때에도 이렇게 글을 썼을까 궁금합니다. 아프지 않은 몸으로 글을 썼다면 어떠한 결로 어떠한 꽃을 피우는 삶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아픈 몸이요 아픈 삶이기에 마지막에 ‘안락사’로 느긋하게 쉬도록 해 줄 수 있는 일을 나쁘게 볼 수 없다는 글줄을 읽다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걷는 길’을 받아들여야겠지만, 나는 ‘안락사’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꿈을 꾸는 얼굴로 조용히 잠들어 숨을 거둘 생각이거든요. 내 곁 아픈 사람이 아파 괴롭다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힘들지 않습니다. 내가 아파 괴로울 때에 내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 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아플수록 하루하루가 더 고맙습니다. 힘들수록 한 시간 한 분 한 초가 더 애틋합니다.


  괴로운 몸이 되는 까닭은 하루라도 더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괴롭게 몸부림치는 까닭은 한 분 한 초라도 더 버티고 싶기 때문이에요. 나는 살 만큼 살고서 조용히 삶을 놓고 싶어요. 삶과 다른 누리로 새롭게 이어가고 싶어요. 내 곁 좋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바라보며 마음으로 담고 싶어요. 아이들 똥오줌기저귀 빨래하는 일이란 수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종이기저귀를 쓸 수 없어요. 날마다 내 두 손과 몸뚱이는 아이들 똥오줌 냄새 짙게 배요. 첫째하고 네 해를 똥오줌 냄새를 맡았고, 둘째하고 앞으로 세 해 더 똥오줌 냄새를 맡겠지요.


  좋은 삶을 좋은 사랑으로 빛내고 싶어요.


.. 다른 건 다 지나쳐도 아버지 생신만은 챙겨야 한다. 왜냐하면 울 아버지가 삐지면 무섭기 때문이다 … 아침부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던 엄마는 활짝 핀 꽃이 눈에 띄어 집에만 있는 내게 보여준다며 사진을 잔뜩 찍어 오셨다 … 내가 안 봐도 감나무에는 감이 열린다 ..  (78, 184, 264쪽)


  수필책이라 할 《별 다섯 인생》을 가만히 덮으며 생각합니다. 홍윤 님은 어떤 꿈을 꾸며 살았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합니다. 아마, 대단하다 싶은, 또는 거룩하다 싶은, 아니면 놀랍다 싶은 꿈을 꾸었을까 안 꾸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바라보는 눈길에 따라 다를 테지만, 삐지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삶은 ‘보잘것없’거나 ‘수수하’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삐짐쟁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삶이 참 대단하고 거룩하며 놀랍다고 느껴요. 아침에 쓰레기 버리러 나간 어머니가 꽃 사진 찍어 오는 모습을 생각하는 삶은 ‘하찮’거나 ‘흔하’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꽃송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삶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믿음직하다고 느껴요.


  홍윤 님이 애써 들여다보지 않아도 감나무에는 감꽃이 피고 감잎이 흐드러지며 감열매가 맺습니다. 홍윤 님이 모르는 봄꽃이 온 들판과 멧자락에 가득합니다. 홍윤 님이 굳이 봄들을 누비며 냉이와 달래와 쑥과 씀바귀를 캐거나 뜯지 않더라도, 훙윤 님 어머님이 저잣거리에서 소담스레 장만해서 소담스레 된장국 끓여 내놓을 수 있어요.


  좋은 삶이고, 좋은 사랑이며, 좋은 글입니다. 좋은 사람이며, 좋은 이야기이고, 좋은 책입니다. (4345.3.12.달.ㅎㄲㅅㄱ)


― 별 다섯 인생 (물만두 홍윤 글,바다출판사 펴냄,2011.12.13./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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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는 사진

 


  두 아이를 씻기고 빨래를 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빨래나 밥하기나 청소처럼, 집에서 날마다 으레 자주 하는 일거리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첫째 아이가 통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에 얼른 사진기를 가져온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이렇게 씻기면서도 막상 아이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하루 내내 아이랑 복닥이며 아이들 온갖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왜 아이들 씻길 때에는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지 못할까. 아무래도 후다닥 씻기고 재빨리 빨래를 마쳐야 다른 집일을 더 일찍 끝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사진으로 찍자면 가장 쉽게 가장 흔히 찍을 만한 집일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막상 ‘사진쟁이가 가장 안 찍는’ 모습이 바로 집안일 하는 삶. 저마다 집에서 날마다 으레 하는 일을 사진으로 담아서 나눈다면 얼마나 재미날까. 다 다른 살림새와 다 다른 이야기를 꽃피우며 얼마나 앙증맞고 놀라울까.


  이른바 ‘생활사진’이니 ‘다큐멘터리’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는 사진을 들여다보아도, 빨래하는 삶이나 밥하는 삶이나 밥먹는 삶이나 설거지하는 삶이나 아이들이랑 노닥거리는 어버이 삶이나, 이런저런 흔하고 수수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일이 아주 드물다. 골목길 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는 사람들조차, 골목집 빨래줄마저 사진으로 그닥 안 찍기 일쑤이니, 이 나라에서는 아무 할 말이 없는 셈일까. (4345.3.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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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손

 


  바야흐로 따뜻한 날을 맞이하니, 여러모로 할 일이 많다. 그러고 보면, 어느 시골집이나 겨울철에는 곰이나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듯 웅크리며 느긋하게 쉬고, 들꽃 흐드러지는 새봄부터 차츰 바빠지기 마련이다. 언제나 맞아들일 집일은 날마다 같은 크기요, 우리한테 논은 없으나 뒤꼍 땅뙈기가 있어 밭으로 삼자면 일거리가 꽤 될 테고, 이제부터 도서관 책꽂이랑 책을 알뜰히 갈무리해야 한다. 첫째 아이는 아주 쉬잖고 뛰어놀아야 할 나이요, 둘째도 무럭무럭 자란다. 마음을 제대로 건사하지 않는다면 이 숱한 일을 치르지 못한다.

 

  봄맞이 빨래를 실컷 하느라 손가락 마디가 쩍쩍 갈리지며 트는가 하고 생각했다. 가만히 보니 빨래는 빨래대로 두툼한 겉옷을 많이 빨아야 하니 팔뚝이 저리기까지 하지만, 다른 일거리가 줄줄이 잇다는 만큼, 손가락이며 손바닥이며 손목이며 쉴 겨를이 없다. 글을 쓴다는 일이란, 어떤 삶을 꾸린다는 이야기가 될까. 밥을 마련하고 옷을 짓고 집을 돌보는 손으로 글까지 쓴다고 하는 일이란, 어떤 사랑을 펼치겠다는 이야기가 될까. 옆지기를 아끼고 아이들을 어루만지는 틈을 다시금 쪼개어 글을 쓴다고 하면, 어떤 꿈을 이루려는 나날이 될까.


  이제 시골마을 흙일꾼이라면 누구나 실장갑을 끼고 일한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실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가락 마디마디 트고 갈라지며 쑤시지 않은 데가 없으리라. 헌책방 일꾼은 실장갑을 여럿 끼고, 실장갑 사이에 비닐장갑을 덧낀다. 하루 내내 쉴 짬이 없을 뿐더러 물을 자주 만져야 하는 일꾼들 손이란, 한결같이 숨을 들이마시는 염통처럼, 한결같이 핏망울 흐르는 핏줄처럼, 한결같이 움직이는 온몸 힘살처럼, 목숨 하나 받아 마지막 숨을 쉬고 고요히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씩씩하고 튼튼하게 일하는 손이라 하겠지.


  문득 아이 손을 잡는다. 아이 손이 참 작다. 아직 어리니 손이 작을 테지. 하루하루 손이 커질 테고, 머잖아 아버지 손보다 커질 수 있겠지.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손을 얼마나 잡아 주었을까 궁금하다. 나는 내 아이들과 옆지기 손을 얼마나 자주 오래 따사로이 잡는지 궁금하다. 서로서로 손마디와 손가락과 손바닥과 손등을 따사로이 느끼며 저녁나절 곱게 접으며 잠자리에 든다. (4345.3.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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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

 


도마에
먹다 남은 다시마 조각
올려놓고
칼로
토막토막 썬다.

 

이윽고
빈 도마에
아무것 없지만
작은 나무칼로
마늘을 다지듯
통통통통 내리친다.

 

곧이어
작은 접시
작은 밥그릇
작은 수저
작은 국자
방바닥에
죽 늘어놓는다.

 

예쁘게 차린 밥
예쁘게 먹는다.
곱게 먹은 밥상
곱게 치운다.

 

다섯 살 사름벼리
두 살 산들보라
소꿉놀이 한창.

 


4345.3.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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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암, 청춘은 청춘 - 오방떡소녀의 상큼발랄한 투병 카툰
조수진 글.그림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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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
 [만화책 즐겨읽기 124] 조수진, 《암은 암, 청춘은 청춘》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이 아파서 힘들어 할 때에 참 슬픕니다.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이 아플 때에도 기운을 차리면 좋겠어요. 아프다고 괴로울 까닭이 없고, 아프니까 서러워야 하지 않아요. 아픈 일도 즐거운 삶이요, 아픈 나날도 고마운 하루예요.


  참말 몸이 아파 아무것 못하고 드러눕는 일이란 고달픕니다. 고달픈 나머지 몸이 더 축 처지기까지 해요. 아이들하고 더 살가이 놀기를 하나, 아이들 옷가지 빨래를 하나, 아이들을 씻기거나 먹이기를 하나, 집안을 치우거나 이불을 털기라도 하나, …… 참으로 깝깝합니다.


  그러나, 몸이 아픈 채 살아가며 내 둘레 좋은 사람들한테서 좋은 사랑을 받습니다. 때로는 좋은 사랑 아닌 모진 손길이나 거친 막말을 듣기도 할 테지요. 기쁜 삶을 즐거이 못 누리고, 아픈 삶이 더 아프고 피멍이 들는지 몰라요.


  꿈이 없는 나날이 될 수 있어요. 꿈하고 동떨어진 하루로 젖어들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나는 꿈을 놓을 마음이 없어요. 앓아누워 손끝 하나 못 움직이며 끙끙거리지만, 내 둘레에는 틀림없이 나를 아끼며 믿고 돌보는 따스한 손길이 있다고 느끼며 기다리니까요.


- 밤새 노는 거,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거, 맛집 찾아다니는 거, 그런 거 무지무지 좋아하고, 운동이라고는 고등학교 이후로 끝, 뾰족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니고, 약속 없을 땐 집에서 TV만 보고 앉았던, 공부랑 일은 악착같이 하면서 건강 챙기는 일은 무조건 귀찮아했던. (10쪽)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이 좋은 밥을 먹기를 꿈꿉니다. 나쁜 밥은 안 먹고, 나쁜 일은 안 하기를 꿈꿉니다. 무농약 유기농 곡식이라서 좋은 밥은 아니에요. 내 끼니를 내 땀을 흘려 거둔 곡식으로 챙길 수 있으면 좋은 밥이라고 느껴요. 내 손으로 내 땀을 흘리지 못하더라도, 내가 마련한 먹을거리를 내 좋은 사랑을 담아 차릴 수 있으면 좋은 밥이 된다고 느껴요.


  부디 가장 좋은 길을 걸어가면 좋겠어요. 일부러 덜 좋은 길을 가지는 않기를 빌어요. 애써 더 좋은 길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구태여 나쁘거나 궂은 길에 휩쓸리지 않기를 빌어요.


  모두들 기쁜 사랑이 열매를 맺어 태어나잖아요. 누구나 고운 사랑이 씨앗이 되어 자랐잖아요.


  가장 좋은 말을 나누고, 가장 좋은 웃음을 나눌 때에 즐겁습니다. 가장 좋은 일을 찾아, 가장 좋은 힘을 들여 어깨동무할 때에 즐거워요.

 

 


- 회사를 다니면서 아플 때는 참 눈물나게 서럽더니만, 그만두고 나니까 또 좋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거 있지요. (39쪽)
- 환자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나 봐요.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어쩐지 마음을 쓰기도 하고, 또 누군가 잘해 주면 금방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요. (92쪽)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이, 다툼도 미움도 시샘도 없이 살아가면 좋겠어요. 전쟁으로 지키는 거짓 평화가 아니라, 평화로 사랑하는 평화를 누리면 좋겠어요. 전쟁무기 잔뜩 갖추어 평화를 지킨다고 둘러대지 말고, 참말 사랑스러운 보금자리를 사랑스레 돌보면서 평화를 누리면 좋겠어요.


  전쟁무기 만드느라 돈을 쓰지 말고, 마을을 살찌우고 가꾸는 일에 돈을 쓰면 좋겠어요. 전쟁무기 만드느라 머리를 쓰지 말고, 이웃과 동무를 사랑하는 꿈을 키우는 데에 머리를 쓰면 좋겠어요. 전쟁무기 만드느라 공장을 세워 품을 팔지 말고, 내 보금자리를 보살피는 일에 품을 팔면 좋겠어요.


  시험점수 잘 따려 하는 일은 공부가 아니에요. 아니, 공부인지 모르지요. 다만, ‘배움’이나 ‘가르침’은 못 될 테고요. 슬기롭게 배울 이야기는 시험점수가 아니에요. 아름답게 나눌 이야기는 시험성적이 아니에요. 대학생이라서 일을 잘한다면, 고등학생이나 초등학생은 일을 못하나요. 대학생이 풀베기를 잘하나요. 대학생이 무농약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을 줄 아나요. 대학생이 농약을 만들고 항생제를 만들며 비료를 만들지 않나요. 대학생 아닌 사람이 손으로 모를 심고 손으로 낫질을 하지 않나요.

 

 


- 제가 암에 걸리기 전부터도 항상 언니는 절 무진장 돌봐줬어요. 그리고 요즘 언니는, 열심히 일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각종 암 관련 정보 검색 중. (136쪽)
- 그렇게 장만한 두 장의 두건. 일상의 행복은 작은 것에서 오는 건가 봐. 두건 두 장을 장만하고 금세 행복해진 오방떡 소녀! (207쪽)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이 스스로 착한 벗님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스스로 이웃하고 살가이 사귀고, 스스로 살붙이를 어여삐 아끼면 좋겠어요.


  남들을 탓하며 하루를 보내기에는, 내 좋은 하루가 너무 아깝잖아요. 남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리기에는, 내 기쁜 나날이 너무 아쉽잖아요. 나부터 스스로 내 삶을 일구면 좋겠어요. 나부터 스스로 내 넋을 아끼면 좋겠어요. 좋은 살림을 좋은 사랑으로 보듬으면서, 좋은 이야기를 좋은 말마디로 영글면 아름다우리라 믿어요.


  오늘 바로 이곳에서 살며시 손을 맞잡고 들길을 걷는 아이들이 예뻐요. 오늘 바로 이곳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옆지기가 예뻐요.


  좋은 삶일 때에 좋은 꿈을 꿔요. 좋은 사랑일 때에 좋은 책을 찾아서 읽고, 좋은 말로 좋은 편지를 써요. 좋은 눈빛으로 좋은 땀을 흘리고, 좋은 발걸음으로 좋은 마을을 일구어요.


- 당신들 잘못이 아니야. 단지, 무슨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거야, 난. (16쪽)

 

 


  조수진 님 만화책 《암은 암, 청춘은 청춘》(책으로여는세상,2009)을 읽습니다. 만화를 그린 조수진 님은 끝내 암으로 죽습니다. 이 책이 나오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조용히 흙으로 돌아갑니다.


  암은 암이고 젊음은 젊음이라 했는데, 곰곰이 더 살피면, 암도 내 젊음이면서 내 삶이에요. 슬픔도 내 삶이면서 내 젊음이에요. 웃음도 기쁨도 괴로움도 고단함도 모두 내 삶이자 내 젊음이에요.

  따로 의사한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조수진 님 스스로 왜 암이라 하는 병에 걸렸는지 알아요. 그렇지만, 조수진 님은 이 까닭을 찬찬히 더 깊이 파고들면서 다스리지는 못했어요. 병원을 다니고 항암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이제껏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던 조수진 님 어여쁜 삶을 어여삐 사랑하는 길로 접어들지는 못하고 말아요.


  밥 한 그릇 더 좋게 챙겨서 먹고, 일이든 사랑이든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 여기는 곳에서 이루는 길을 찾아나서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해요.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벗어나 일산 호수공원 옆에서 지내는 데에서 그치거든요. 억지로 돈을 퍼부어 지은 못물이 아닌, 봄에는 봄빛을 담고 겨울에는 겨울빛을 실으며 천천히 이루어진 냇물과 멧자락과 들판이 어우러지는 삶터를 찾아나설 수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요. 스스로 좋은 삶터를 꿈꾸고, 스스로 좋은 삶길을 걸어갔다면 한결 즐거울 텐데요.


  그러나, 조수진 님 또한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앞만 보고 달렸어요. 다른 길은 하나도 못 보면서 살았어요. 나는 조수진 님을 탓할 수 없어요. 조수진 님이 더 넓고 깊이 꿈꾸지 못한 대목이 슬플 뿐이에요.


  다만, 앞만 보고 달리던 길에서, 암이라는 병이 도드라지면서 비로소 돈벌이와 악다구니 같은 도시살이에서 조금은 풀려났어요. 이러면서 만화를 그렸고, 이 만화에 조수진 님 삶을 찬찬히 실었어요. ‘잘나’지도 않으나 ‘못나’지도 않은 삶을, 스스로 바라보며 느끼는 대로 담았어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담지는 못했어요. 암이 잦아들면 무엇을 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암이 그대로 몸속에 녹아들면 이때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이런저런 꿈까지 그리지 못했어요.


  몸에 깃든 병을 스물다섯 살에 알아채어 스무 해 가까이 아픈 채 살다 떠난 홍윤 님이 남긴 《별 다섯 인생》이라는 책을 읽으면, 이 책에는 아파하는 슬픔도 틀림없이 있지만, 아파하는 삶을 스스로 아끼며 좋아하는 꿈도 나란히 있어요.

 


- 한 번은 제가 어떤 요양원에서 얼마 동안 지내면서 그곳에 자주 방문을 와서 찬양을 불러 주고 말씀을 나누는 젊은 전도사님을 혼자서 좋아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함께 요양원에 있던 어떤 언니가 그걸 알고는, “넌 좋아하는 사람의 짐이 되고 싶니?”라고 묻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뭐랄까, 제 자신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그렇지만! 울 언니는 단호하게 이렇게 이야기해요. “정신이 아파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는 몸은 아프더라도 마음이 훌륭한 사람이 더 나은 거야!” (221쪽)


  미우라 아야코라 하는 일본사람은 일찌감치 ‘죽은 목숨’이었다지만 참 오래오래 살았어요. 권정생이라 하는 한국사람은 참말 젊은 나이에 ‘죽은 목숨’이었다지만 참 오래오래 살았어요.


  두 사람 모두 더없이 아파 미칠 노릇인 몸뚱이를 늘 붙잡으면서 날마다 아파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아파 미칠 노릇이면서 즐거움에 겹고 웃음이 넘치는 글을 남겼어요. 아플 때에는 아무것 못하고 자리에 드러눕지만, 겨우 손끝을 움직일 만하다 싶으면 글조각을 여미었어요.


  마음 여린 착한 사람들은 스스로 더 높이지 않고 스스로 더 낮추지 않아요. 언제나 스스로 가장 좋아할 만하고 가장 사랑할 만한 길을 찾아요. 늘 오늘 하루가 마지막일 수 있거든요. 노상 오늘로 삶을 마감할 수 있거든요. 날마다 가장 좋은 삶을 누리려 애써요.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온힘과 온사랑 가득 담는 마지막 글이 되도록 했어요.


  《암은 암, 청춘은 청춘》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멧새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으며 만화를 그릴 수 있었다면, 여름바람이 후박나무 잎사귀 스치며 춤추는 노랫가락을 한 번이라도 들으며 만화를 그릴 수 있었다면, 가을햇살이 벼이삭 따사로이 보듬는 손길을 한 번이라도 곁에서 나란히 누리며 만화를 그릴 수 있었다면, 하얀 눈송이가 온 들판 고요히 덮고 흰별 숱하게 빛나는 밤하늘을 한 번이라도 바라보면서 만화를 그릴 수 있었다면, 《암은 암, 청춘은 청춘》이라는 만화책은 한 권으로 끝맺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4345.3.11.해.ㅎㄲㅅㄱ)


― 암은 암, 청춘은 청춘 (조수진 글·그림,책으로여는세상 펴냄,2009.5.18./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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