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가 바알갛게 졸던
아이들
하나는 내 가슴에 포개고
하나는 팔베개를 하며,

 

작은 가슴
콩콩 닥닥
소리를 느낀다.

 

작은 볼에
작은 핏톨
작은 핏줄기 따라
예쁘게 뛰고,

 

작은 머리카락
작은 눈썹
작은 손톱
작은 두 다리.

 

조그맣게 피어나는 사랑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조그마한 종이에
조그마한 이야기
그린다.

 


4345.4.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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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세븐 클로커즈 87 Clockers 1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왜 서로 치고받으며 올라서려는가
 [만화책 즐겨읽기 140] 니노미야 토모코, 《87 clockers (1)》

 


  첫째 아이를 재우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깊이 곯아떨어지곤 합니다. 아직 갓난쟁이라 할 둘째 아이를 재우면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마다 꼼틀꼼틀하면서 잠을 깨니 다시 다독이며 재웁니다. 돌이키면 첫째 아이도 둘째 아이와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여러 해 밤잠 다독이기를 한 끝에 이제 혼자 오래오래 잘 자는 삶이 되었어요.


  밤새 둘째 아이를 끌어안아 다독이고 다시 재우기를 되풀이합니다. 어느덧 새벽 여섯 시 반이 됩니다. 이래서야 어디 잠이나 이루겠느냐 싶지만, 자꾸 깨고 또 깨기를 되풀이하면서도 이럭저럭 잠을 자며 하루를 보냅니다.


  무릎에 누워 새근새근 자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자는 아이가 입을 살짝 벌리며 싱긋 웃습니다. 꿈나라에서 하늘을 날거나 바다를 누비거나 무언가 신나는 삶을 빛내는 듯합니다. 좋은 꿈을 즐겁게 꿀 때에는 자면서 빙그레 웃음이 묻어나니까요.


- “나, 이제 슬슬 취업 생각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봄부터는 4학년이니까. 그런데 왠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나 할까.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고 해야 하나.” “오빠가 구직 활동. 풋. 이 취업난 시대에 베짱이 같은 음대생이 유유자적 활동해 봤자지.” “어머, 그런 거라면, 엄마가 하고 있는 피아노 학원 일 좀 도와주련? 나중에 아예 다 물려줄 테니까.” (23쪽)
- “비싸잖아. 이 CPU. 당신 부자야?”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 “안 하는데요.” “역시 부자 맞네.” “나도 여대생이지만, 이걸 위해 아르바이트도 뛰고, 별별 노력을 다 하고 있다구! 이런 부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169쪽)

 

 


  누구나 잠을 잡니다. 누군가는 조금 더 많이 잘 테고 누군가는 조금 더 적게 잘 테지요. 하루 여덟 시간을 잔다면 하루 가운데 1/3을 자는 셈이고, 서른 해를 살아가면 열 해를 자는 셈입니다. 예순 해를 살아가면 스무 해를 잠자는 데에 들이는 셈이에요. 아흔 해까지 살아간다면 서른 해를 잠을 자며 꿈누리에서 보냅니다.


  누구나 밥을 먹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버이가 차리는 밥상을 받지만, 이윽고 스스로 밥상을 차립니다. 흙을 일군다면 푸성귀나 여러 먹을거리를 스스로 마련하기까지 할 테니, 먹을거리를 마련해서 밥으로 먹기까지 품과 겨를을 퍽 많이 들입니다. 잠자는 겨를 못지않게 밥먹는 겨를을 들여요.


  누구나 똥오줌을 눕니다. 먹고 마시는 만큼 뒤를 봐요. 살아가며 똥오줌을 누는 데에 들이는 겨를도 퍽 많으리라 느껴요. 손발톱을 깎는 데에 들이는 겨를이라든지, 빨래를 하거나 몸을 씻는 데에 들이는 겨를도 무척 많겠지요. 이러구러하게 꽤 자질구레하다 싶은 데에 들이는 겨를이 참 많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나는 왜 태어나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싶어 궁금합니다. 아이들을 낳아 함께 살아가노라니, 아이들한테 들이는 겨를이 무척 많습니다. 아니, 이모저모 할 겨를을 못 내며 거의 아이들하고 붙어 지냅니다. 내 몸을 다스리거나 씻거나 먹이는 겨를보다 아이들 몸을 다스리거나 씻거나 먹이는 겨를을 무척 많이 들여야 해요.


  그러면 우리 삶이란 무엇일까요. 내 어버이는 나와 형을 낳아 돌보느라 기나긴 나날을 들였어요. 나는 내 아이들을 낳아 돌보느라 기나긴 나날을 들여요. 이런저런 겨를을 뺀 나머지는 얼마나 되고, 나머지 겨를에 걸쳐 내 꿈과 사랑을 빛내는 어떠한 삶을 누린다 할 만할까요.


  잠을 자는 데에 들이는 겨를은 삶을 부질없이 흘리는 셈일까요. 밥을 차리거나 먹거나 설거지를 하는 데에 들이는 겨를은, 또 똥오줌을 누거나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몸을 씻는 데에 들이는 겨를은 내 삶을 어떻게 보내는 셈일까요.

 

 


- “느려! 언제까지 만들고 있는 거야? 굶겨 죽이려고 작정했어? 대체, 우동은 왜 밀고 앉아 있는 거야?” “죄송해요. 근데 지금 밀가루밖에 없어서.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33∼34쪽)
- “그럼 그 사람이 1등이 아니게 되면, 제가 1등이 되면 그 사람과 헤어지고 저랑 같은 팀이 되어 주실래요?” (148쪽)


  잠을 자는 아이는 꿈을 꿉니다. 잠을 자는 어른도 꿈을 꿉니다. 누구나 잠을 자며 꿈을 꿉니다. 눈을 뜨고 지내는 곳에서 바라보는 삶 못지않게, 눈을 감고 지내는 꿈누리에서 바라보는 삶이 매우 길다 할 만합니다. 눈을 뜨면서 지구별 땅에 발을 디디고, 눈을 감으면서 어딘가 꿈누리를 훨훨 날아다닌다 할 만해요.


  눈을 뜨면서 지구별 땅에 발을 디딜 때에만 삶일까요. 눈을 감으면서 꿈누리를 훨훨 날아다닐 때에는 삶이 아닐까요. 거꾸로, 눈을 감으면서 꿈누리를 훨훨 날아다닐 때에 삶이요, 눈을 뜨면서 지구별 땅에 발을 디딜 때에는 삶이 아니지는 않을까요.


  밥 한 그릇에 쌀알이 몇 알 더 들었대서 더 배부르지 않습니다. 국 한 그릇에 국물이 조금 적게 담겼대서 덜 배부르지 않습니다. 잠을 1분 더 잔다거나 1분 적게 잔대서 더 느긋하거나 더 고단하지 않습니다.


  내 생각이 이끄는 삶입니다. 내 마음이 일구는 삶입니다. 누군가하고 겨루며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거나 3등이 될 때에 빛나는 삶이 아닙니다. 달리기를 해서 1등을 하거나 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서로 겨루는 달리기부터 부질없는 노릇이라 할 만합니다.


  회사원으로 일할 때에 달삯을 1만 원 더 받으니 더 좋은 일자리가 아니에요. 달삯으로 10만 원 더 받는다거나 10만 원 덜 받는다고 더 좋거나 더 나쁜 일거리가 아니에요. 내 마음이 넉넉한 일자리일 때에 넉넉한 일자리입니다. 내 마음이 즐거울 때에 즐겁게 삼는 일자리예요.


  때로는 무슨무슨 경연대회에 나갈 수 있겠지요. 서로 재주를 뽐낼 수 있어요. 그런데, 노래 한 가락을 두고, 더 멋지게 불러 더 많은 사람한테 더 뭉클한 이야기를 베푼다 할 수 있을까요. 100만 사람 가슴을 적시는 노래가 내 가슴을 나란히 적시는 노래랴 할 만할까요.


  들새는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지저귀지 않습니다. 햇살은 사람들 따스하라고 내리쬐지 않습니다. 나무는 사람들 먹기 좋으라고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들새는 저희 삶을 일구면서 지저귀는데, 이 소리가 사람한테까지 좋은 결로 스며들곤 합니다. 햇살은 햇살 나름대로 따스한 기운인데, 이 기운을 날마다 고맙게 받아들이려는 사람한테 고맙게 스며들곤 합니다. 나무는 한 해를 살아내며 일군 빛을 씨앗 하나로 갈무리하면서 이 씨앗이 널리 뿌리내리기를 꿈꾸며 열매를 맺는데, 이 열매를 맛나게 누리는 사람이 맛난 열매 맺는 나무가 오래오래 튼튼하기를 빌며 씨앗을 흙으로 돌려주니 사람한테 맛난 느낌으로 스며들곤 합니다.

 

 


- ‘꿈이 없으면 안 되는 거야?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매일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 가사의 노래도 엄청 많잖아. 나도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놈인지는 알아. 음악을 좋아하지만, 남들과 경쟁하면서까지 뭐너가를 얻어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샘솟질 않는다.’ (41∼42쪽)
- “초심자가 됐든 초짜가 됐든 어떤 오버클록을 할지는 내 맘이잖아. 주제가 어쩌고저쩌고 할 거면 아까 그 CPU 도로 내놔! 점심은 내가 쏠 테니까.” (168쪽)


  서로 치고받는다 해서 더 높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서로 치고받을 때에는 그저 서로 맞고 때릴 뿐입니다. 서로 겨룬다 해서 1등부터 꼴등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서로 겨루며 마음이 다치거나 아프거나 고단하거나 조마조마할 뿐입니다. 1등이라서 홀가분하지 않고 꼴등이라서 걱정스럽지 않아요.


  서로 사랑하려 할 때에 사랑을 합니다. 서로 좋아하려 할 때에 좋아하는 마음이 오갑니다. 서로 즐거이 누리는 삶을 꿈꿀 때에 참으로 즐거이 누리는 삶을 나날이 맞이합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을 벌 노릇이지, 남을 누르며 혼자 차지하려고 바둥거릴 까닭이 없습니다. 이름을 얻고 싶으면 이름을 얻을 노릇이지, 내 이름값 키우면서 다른 이들을 깎아내릴 까닭이 없습니다.

 


- ‘정말 밋밋하다. 게다가 이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98쪽)
- ‘컴퓨터를 인터넷에도 연결하지 못해 여동생한테 무시당했던 내가, 설마 자작 컴퓨터를 만들어 내다니. 그리고, 또 오버클록을 시작해야 하나?’ (128쪽)


  니노미야 토모코 님 만화책 《87 clockers》(대원씨아이,2012) 첫째 권을 읽습니다. 오버클럭을 한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책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오버클럭을 한다 하고, 이 오버클럭을 하면서 지구별을 더 나아지도록 이끌 수 있다고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하든 지구별을 더 나아지도록 이끌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하든 지구별을 더 나빠지도록 이끌 수 있어요. 가장 빼어난 솜씨를 보인대서 더 나아지는 아름다운 길이 되지 않아요. 좀 덜 떨어져 보이는 재주라 해서 아무것도 못 이루지 않아요.


  솜씨가 빼어난 사람이 사진을 찍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빚는 사진을 일구지 않습니다. 재주가 없는 사람이 글을 쓰기에 사랑과 꿈이 피어나는 이야기를 못 빚지 않아요.


  기계가 좋대서 더 나아 보이는 사진이 태어나지 않아요. 대학교를 다니거나 문예창작 강의를 들었기에 더 좋아 보이는 글이 나오지 않아요. 삶을 사랑하는 결대로 사진이 태어나고 글이 나와요. 삶을 아끼는 매무새대로 사진이 거듭나고 글이 빛나요.


  1등이란 그저 1등입니다. 2등 또한 그저 2등입니다. 오버클럭은 오버클럭입니다. 삶은 삶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바이올린을 켜든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든 좋아하는 마음을 북돋웁니다. 사랑 싣는 꿈이라면 바이올린을 켜든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든 사랑 싣는 꿈을 나눕니다. (4345.4.15.해.ㅎㄲㅅㄱ)


― 87 clockers 1 (니노미야 토모코 글·그림,오경화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2.5.15./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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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1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을 벌 노릇이지, 남을 누르며 혼자 차지하려고 바둥거릴 까닭이 없습니다. 이름을 얻고 싶으면 이름을 얻을 노릇이지, 내 이름값 키우면서 다른 이들을 깎아내릴 까닭이 없습니다. - 맞아요, 맞아...ㅋ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지요.

파란놀 2012-04-17 21:20   좋아요 0 | URL
서로 아낄 수 있을 때에
즐겁게 피어나는
예쁜 꿈이 되리라 믿어요~
 


 그림 글쓰기

 


  첫째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머리카락을 함께 그려 넣는다. 아이는 이제 치마도 그림에 그린다고 말한다. 그래? 치마도 그렸니? 그렇지만 치마는 아직 잘 드러나지 않는걸. 아이 제 모습을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고, 동생을 그린다. 그러고 나서 이모랑 삼촌이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그린다. 아이 스스로 마음에 품는 좋은 사람들과 둘레 사람들을 하나하나 그린다. 아이 마음에 담기지 못한 사람을 굳이 그리지 않는다. 아이 마음에 담길 만하지 않은 사람을 따로 그리지 않는다.


  가장 사랑스러울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좋아할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빛나는 삶이 그림으로 드러난다. 가장 맑은 이야기가 그림으로 태어난다. 가장 애틋한 꿈이 그림으로 피어난다. (434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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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15 11:33   좋아요 0 | URL
아이의 그림 하나하나 발전 모습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사진 찍는 아빠 정말 멋져요.

파란놀 2012-04-16 07:23   좋아요 0 | URL
예쁘게 잘 노니까요~
 


 둘째 아이 책읽기

 


  둘째 아이가 한손에 볼펜을 쥐고 다른 한손에 빈책을 쥐며 논다. 마치 제 누나가 둘째 아이 무렵일 때에 놀던 모습하고 같다. 아이들은 어버이 모습을 늘 곁에서 지켜보며 하나하나 배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다면 어린이집 어른들이나 동무들을 바라보면서 또 무언가를 배울 테지. 아이들하고 나란히 들판에 들놀이나 들마실을 간다면 아이들은 들을 바라보고 느끼며 배우리라. 아이들이랑 뒤꼍 밭뙈기 흙을 갈거나 씨앗 한 알 심는다면 아이들은 흙삶을 바라보고 느끼며 배우리라.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를 몰면 아이들은 자전거 타는 삶을 바라보고 느끼며 배우겠지.


  내 모든 좋은 모습을 아이들이 바라보고 느끼며 배운다. 내 모든 궂은 모습 또한 아이들이 바라보고 느끼며 배운다. 곧, 나 스스로 오늘 하루를 어느 만큼 아끼고 사랑하느냐에 따라, 아이들 또한 스스로 아끼고 사랑할 하루가 달라진다. 나 스스로 내 꿈을 즐겁게 빚는다면 아이들 또한 저희 꿈을 즐겁게 빚는다. 나부터 예쁜 넋이요 고운 말이라면 아이들은 시나브로 예쁜 넋이랑 고운 말로 저희 마음을 빛내리라.


  둘째 아이도 첫째 아이도 새삼스럽게 새로 배우고픈 이야기가 많다. 두 아이와 살아가는 옆지기와 나 또한 새삼스럽게 새로 배울 이야기가 많다. 아름다운 삶을 새로 일구면서 배우고, 좋은 사랑을 새로 지으면서 배운다. 따스한 봄날이 하루하루 이어진다. (4345.4.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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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49) 퇴보적 1 : 완전 퇴보적이다

 

“달리 하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고, 구직활동 같은 것도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서.” “완전 퇴보적이다. 그래서, 그래서? 오카모토는 연극 연습 같은 것도 해?”
《니노미야 토모코/오경화 옮김-87 clockers (1)》(대원씨아이,2012) 40쪽

 

  “하고 싶은 건”은 “하고 싶은 일은”으로 다듬습니다. “구직활동() 같은 것도”는 “일자리 찾기도”나 “일할 곳을 찾는 삶도”나 “일거리 찾아 뛰어다니기도”로 다듬을 수 있고, “안 맞는 것 같아서”는 “안 맞는 듯해서”로 다듬을 만합니다. ‘완전(完全)’은 ‘아주’나 ‘참’이나 ‘매우’로 손질하고, “연습 같은 것도 해”는 “연습도 해”로 손질해 줍니다.


  짧게 주고받는 말마디인데 ‘것(건)’이 곳곳에 지나치게 나타납니다. 오늘날 사람들 말투로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얄궂거나 흔들리는 말마디가 널리 퍼지는 일은 슬픕니다.


  국어사전에는 ‘퇴보적’이라는 낱말이 안 실립니다. 한자말 ‘퇴보(退步)’만 “(1) 뒤로 물러감 (2) 정도나 수준이 이제까지의 상태보다 뒤떨어지거나 못하게 됨” 두 가지 뜻으로 실립니다. 요사이 적잖이 쓰인다 싶기도 하는 ‘퇴보적’이라 여길 수 있는데, 이 낱말도 일본사람 입과 손을 거쳐 한국으로 스며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완전 퇴보적이다
→ 아주 고리타분하다
→ 참 구리다
→ 되게 낡았다
 …

 

  한자말 ‘퇴보’ 뜻을 헤아립니다. 누군가 이 한자말을 그럭저럭 쓸 수 있으나, 굳이 이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로 ‘뒤로 물러감’이나 ‘뒤떨어지다’ 같은 낱말을 쓰면 넉넉합니다. 뒤로 물러가는 모습이란 ‘뒷걸음’입니다. 뒤떨어진 모습이란 ‘고리타분하’거나 ‘낡’은 모습입니다. ‘구리다’라 할 수 있고, ‘구리구리하다’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낡아빠졌다’라든지 ‘헌털뱅이’처럼 쓸 수 있어요.


  ‘퇴보적’이나 ‘퇴보’와 같은 낱말을 어떻게 다듬느냐 하고 생각할 일이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예부터 살아오던 사람들이 이러한 한자말로 가리킬 만한 모습을 예부터 어떤 낱말과 말투로 즐겁게 나타냈을까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생각을 어떻게 나타낼 때에 즐겁고, 서로서로 뜻과 넋을 어떠한 말씨로 담아서 나눌 때에 기쁜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의 퇴보적 민주주의
→ 뒷걸음치는 한국 민주주의
 퇴보적이고 시키는 대로 사는 로봇이 좋습니까
→ 고리타분하고 시키는 대로 사는 로봇이 좋습니까

 

  앞으로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입니다. 내 좋은 앞날을 꿈꾸며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삶입니다. 어여쁜 삶을 어여쁜 넋으로 꿈꾸면서 어여쁜 말을 빚습니다. 빛나는 삶을 빛나는 얼로 바라면서 빛나는 글을 일굽니다.


  생각 하나 씨앗 되어 다른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좋게 뿌리는 말씨앗이라면 좋게 거두는 숱한 말열매를 맺습니다. 얄궂거나 뒤틀린 채 뿌리는 말씨앗이라면 자꾸자꾸 얄궂거나 뒤틀리고 마는 말마디가 됩니다.


  말을 빚는 삶을 어떻게 다스려야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기를 빕니다. 글을 엮는 꿈을 어떻게 북돋울 때에 흐뭇할까 하고 살피기를 빕니다. 스스로 아름다이 살아가려고 애쓸 때에 아름다이 살아갑니다. 스스로 알맞고 해맑게 말글을 빚자고 생각할 때에 비로소 알맞게 해맑게 빚을 말글을 찾습니다.

 

 퇴보적 환경정책을 버릴 것이다
→ 한물 간 환경정책을 버릴 생각이다
→ 낡은 환경정책을 버리려 한다

 

  흙을 살리면서 삶을 살립니다. 넋을 살리면서 말을 살립니다. 흙을 돌보면서 삶을 돌봅니다. 얼을 돌보면서 글을 돌봅니다. 흙을 가꾸면서 풀과 나무가 기쁘게 뿌리내릴 터전을 가꿉니다. 말과 글을 가꾸면서 내 이웃과 동무가 즐거이 어깨동무할 삶터를 가꿉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밭을 알뜰살뜰 여미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5.4.15.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달리 하고 싶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일자리 찾기도 나랑 안 맞는 듯해서.” “되게 고리타분하다. 그래서, 그래서? 오카모토는 연극 연습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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