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서 교사로 일한 삶을 산문으로 풀어낸 책이 나왔다고 한다. 놀랍고 반갑다. 서울에서 살던 이가 고흥에 뿌리를 내리는구나. 예쁘게 잘 살아가시기를 빈다. 좋은 보금자리에서는 좋은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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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 조경선 교육산문집
조경선 지음 / 살림터 / 2012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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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6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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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재우는 예쁜 손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재우곤 한다. 다만, 아직 재우는 시눙일 뿐이나, 제 어머니아 아버지가 둘째를 재우는 모습을 꼭 따라한다. 아버지로서 둘째를 예쁘게 자장노래 부르며 재우면, 첫째 아이도 제 동생이 꾸벅꾸벅 졸다가 픽 하고 잠들 때에 예쁘게 자장노래 부르며 한손으로 가슴을 토닥여 준다.


  삶이란 무엇이겠는가. 가르침이란 무엇이겠는가. 사랑이란 무엇이겠는가. 하루하루 고마운 나날 즐거이 누리면 모두 삶이요 가르침이고 사랑일 테지. 첫째 아이야, 네가 네 동생한테 하듯 네 어버이는 너를 그렇게 재우고 노래 부르며 오래오래 사랑을 나누어 주었단다. (4345.6.3.해.ㅎㄲㅅㄱ)

 

(이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는 없어요 ^^;;;;

 

 자전거를 몰며, 한손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한손으로 사진기를 쥔 채 뒷거울을 찍거든요.

 자동차 많이 다니는 곳에서는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그리고, 사진기는 늘 목걸이로 건 채 자전거를 몰아야 하고,

 앞뒤로 자동차 없는 줄 살핀 다음

 비로소 재빨리 사진으로 옮겨야 합니다.

 ...

 누군가 이런 사진 찍고 싶다면... 한번 즐겁게 찍어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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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1.
 : 짧게 달려도 좋은 나들이

 


- 자전거마실은 짧게 달려도 언제나 좋다. 돌이켜보면, 걷기마실 또한 짧게 걸어도 좋다. 두 다리로 들판을 느끼고, 자전거로 논밭을 느낀다. 두 다리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전거로 흙을 헤아린다.

 

- 살짝 면내마실을 하는 김에, 우리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 책 갈무리를 하려고 들르지 않는다. 도서관으로 쓰는 옛 초등학교 나무숲 한쪽에 조그맣게 딸밭이 있기 때문이다. 딸밭에서 들딸을 딴다. 한 주먹 따서 첫째 아이 손바닥에 안긴다. 첫째 아이더러 동생이랑 나누어 먹으라 이야기한다. 거의 첫째 아이가 먹었을 테지만, 동생도 조금 나누어 먹었겠지.

 

- 마을마다 논을 갈고 삶느라 바쁘다. 일손이 빠른 집은 벌써 모내기까지 끝냈다. 아직 논을 갈지 않은 데도 꽤 있다. 요사이는 논일을 몽땅 기계로 하니까 차례를 기다리며 느즈막하게 갈아엎은 다음 삶고 모내기를 하는 집이 있을 테지. 논을 삶는 곁에 하얀 새들이 잔뜩 내려앉아 지켜본다. 기계가 논을 가로지를 때마다 개구리가 죽지 않으려고 뛰쳐나올 때에 잡아먹으려고 지켜보리라. 어느 개구리는 기계 쇳날에 그대로 찔려 죽을 테고, 문득 두려움을 느낀 개구리는 뛰쳐나가다가 새한테 잡아먹힐 테지. 개구리는 꽤 많이 죽을 텐데, 꽤 많이 죽더라도 저녁이 되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온 마을을 우렁차게 울린다.

 

- 둘째는 자전거로 면에 닿기 앞서 잠든다. 함께 앉은 누나가 동생을 닥독이며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 준다.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재우지요?”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자라고 노래 불러 주었어요.” 뒤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아이야, 잘 자다가 네 큰소리에 동생이 깰랴.

 

- 면 소재지를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화중학교 다니는 가시내 하나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다.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구나. 그런데 치마가 너무 밭네. 좀 나풀나풀 치마를 입어야 페달을 밟을 때에 수월할 텐데. 어쨌든, 홀로 자전거 타고 씩씩하게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예쁘다. 다만, 이 아이한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어른은 둘레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가 손잡이 잡고 달리는 품새가 너무 아슬아슬하다. 자꾸 옆으로 덜덜 떨린다. 아직 자전거 탄 지 얼마 안 되었을까. 안장 높이가 아이한테 좀 낮구나 싶기도 한데,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몸에 잘 맞추어 자전거를 타도록 이끌 수 있기를 빈다. 학교에서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자전거 수업을 열면 참 좋을 텐데.

 

-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앞에서 둘째가 깬다. 깬 둘째를 본 마을 할머니가 고놈 예쁘다고 인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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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2-06-03 15:46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 잠든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워요~~

파란놀 2012-06-03 15:48   좋아요 0 | URL
잘 때도 놀 때도
참 귀엽습니다~

밥도 예쁘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빕니다~~~

책읽는나무 2012-06-05 07:27   좋아요 0 | URL
동네 아주머니도 빠꼼 쳐다보시네요.^^
아이들이 동네 스타겠어요? 그죠?
한 번씩 아이들을 저렇게 좀 풀어놓고 키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네요.

전 솔직히 성격이 까탈스러워 그런지 아이들 흙에서 뒹구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아직 그렇게 키워보질 못했던 것같아요.
놀이터에서 흙놀이하는 정도랄까요?
암튼..한 번씩 님께 많이 배웁니다.^^

파란놀 2012-06-05 07:29   좋아요 0 | URL
아.. 마을 할머니예요.
마을에는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랍니다.

가장 젊은 분이 예순아홉!

마을 분들이 마을에 아이들 있어 참 좋아해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올여름에 시골에 가서
가만히 풀어놓아 보셔요.
처음에는 얌전히 있더라도
이내 '아이답게 마구 헤집으며 흙을 밟고 놀'리라 느껴요!
 


 푸른개구리 (도서관일기 2012.6.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교실 넉 칸 가운데 마지막 칸을 치우면서 책꽂이 자리를 잡기로 한다. 어쨌든 바닥을 쓸고 책꽂이를 놓는다. 마지막 칸에 남은 걸상은 한쪽 벽에 높이 쌓는다. 내 것으로 사들인 옛 학교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옛 학교가 문을 닫으며 남긴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해서 한쪽 벽에 쌓는다.


  먼지를 잔뜩 마시며 일한다. 오늘은 아이들 안 데리고 와서 혼자 일하는데, 외려 잘 한 노릇이라고 느낀다. 아이들까지 이 먼지를 마시도록 하고 싶지는 않다. 며칠쯤 혼자 먼지를 실컷 마시며 치우고 나면, 이제 아이들이 와서 뒹굴거나 기어다녀도 이럭저럭 괜찮을 만큼 될 테지.


  면내 철물점에서 나뭇가지 자르는 가위랑 낫을 장만했다. 학교 나무를 우리가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되지만, 등나무 가지와 덩쿨이 너무 뒤죽박죽 뻗기에, 때때로 이 가지를 치고 잘라야겠다고 생각한다.


  교실 넉 칸 가운데 마지막 칸을 조금씩 치우기로 하니, 이제 어느 만큼 꼴을 잡는다 하겠지. 올여름이 다 갈 무렵이면 사람들을 부를 만큼 갈무리 마칠 수 있을까. 오늘은 책꽂이며 이것저것 사진으로 찍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세 시간 즈음 쉴새없이 일하다가 땀에 젖은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무렵, 빗물 새는 벽 한쪽에 조그마한 푸른개구리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본다. 그래, 네 모습은 사진으로 찍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살갗으로 느끼는 이야기만 스스로 알아챌 수 있다. 몸으로 부대끼고 마음을 기울여 사랑할 때에만 책 한 줄 내 삶으로 스며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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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83 : 책에 담는 이야기

 

 

  스웨덴 할머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남긴 보배와 같은 이야기책 가운데 《그리운 순난앵》(열린어린이,2010)이 있습니다. 순난앵 이야기가 애틋해 여러 차례 읽었고, 따로 그림책으로 나온 판은 아이한테 곧잘 읽어 주었습니다. 순난앵마을 작은 아이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그마한 아이가 “오빠, 내 발이 그러는데, 보드라운 모래랑 푹신푹신한 잔디가 너무 좋대(26쪽).” 하고 읊는 대목이 있습니다. 나는 이 글월에 밑줄을 천천히 긋고는 오래도록 곱씹습니다. 나도 맨발로 보드라운 흙을 밟고 보드라운 가랑잎을 밟을 때에 참말 좋습니다. 내 발가락과 발바닥이 좋아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일본사람 콘노 키타 님이 그리는 만화책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대원씨아이,2012) 셋째 권을 읽다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걸 깨닫게 돼요. 난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고 화내고 언성을 높이는 아직 부족하고 못난 엄마지만, 마음은 언제까지나 중력을 거스르고 위로 위로 뻗어 나가고 싶어요(58쪽).” 하고 흐르는 대목을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만화책이라 차마 밑줄을 긋지는 못합니다. 그저 곰곰이 되씹습니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날마다 깜짝 놀랍니다. 맑은 넋을 헤아리고 고운 꿈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꾸로 아이들이 어버이인 나를 바라볼 때에 어떤 넋과 꿈을 돌아볼 만한가 하고 되뇝니다. 나 스스로 고운 넋과 맑은 꿈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들 또한 즐겁게 좋은 이야기 물려받을 수 있어야 기쁜 하루가 되리라 느낍니다.


  책에 담는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내가 아이들하고 누리는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아로새기는 내 좋은 이웃들 삶을 생각합니다. 내가 아이들하고 늘 어울리며 새롭게 되새기는 삶을 생각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에 기쁠까요. 어떤 삶을 일굴 때에 기쁠까요. 어떤 책을 장만해서 읽고 책꽂이에 곱게 꽂으면 즐거울까요. 어떤 삶을 누리면서 아이들과 이야기꽃 피울 때에 즐거울까요.


  모든 길은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부터 ‘책에 길이 있다’고 말했겠지요. 내 마음속에 길이 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아하, 오늘 내 삶이 바로 내가 찾던 길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그래, 오늘 내가 즐겁게 누리는 삶이 내가 찾던 길이네’ 하고 알아챕니다.


  마음으로 읽을 때에 비로소 책입니다. 마음으로 읽을 때에 비로소 삶입니다. 사랑도 믿음도 꿈도 이야기도 모두 마음으로 읽습니다. 책이든 신문이든 지식을 얻자며 읽을 수 없습니다. 붙잡는다 싶으면 가루처럼 바스라지는 지식은 붙잡을 수 없거니와, 어떠한 책도 지식을 담지 못합니다. 지식으로 보이는 헛것을 담으려 할 뿐입니다. 어떠한 책도 사랑을 담습니다. 오래도록 따숩게 돌아보면서 껴안을 사랑을 담습니다. 글을 쓰는 이부터 스스로 즐겁고, 글을 읽는 이까지 모두 즐거울, 가장 빛나는 사랑을 담는 책입니다. 애써 책을 읽으면서 내 씩씩하고 어엿한 길을 찾고 싶은 사람이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내 하루를 씩씩하고 어엿하게 돌보면서 아끼고픈 사랑을 빛내는 사람입니다. (4345.6.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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