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빨래

 


  음성 할아버지 생일에 맞추어 고흥부터 나들이를 온다. 먼길을 오는 동안 아이들은 마음껏 뒹구느라 옷이 지저분하다. 고흥 시골집에서 음성 시골집에 닿아 느긋하게 노는 작은아이는 틈틈이 오줌을 누어 옷을 버린다. 아이가 틈틈이 옷을 버리기에 틈틈이 빨래거리를 모아 빨래를 한다. 여관에서 묵을 때면 이듬날 아침에 부산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몸이 아무리 고단하다 하더라도 집식구 온갖 빨래를 밤에 다 마치고 옷걸이에 꿰어 말린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머물 때에는 이듬날 아침에 홀라당 움직일 생각이 아닌 만큼, 몸이 얼마나 고단한가를 헤아려 빨래를 조금씩 나누어 한다. 저녁에 아이들 씻기고 내 몸을 씻으며 조금 빨래한다. 새벽에 아이 기저귀를 갈고 나서 조금 빨래한다. 아침에 일어나 낯을 씻고 머리를 감으며 빨래를 마저 한다. 아이들은 아침이 되어 일어난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뛰면서 옷을 버린다. 바야흐로 새날을 맞이해 새롭게 빨래를 한다. (4345.9.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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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구나 글 한 조각

 


  시를 쓰는 박노해 님이 내놓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2010)를 읽는다. 날마다 예닐곱 꼭지씩, 때로는 열다섯 꼭지나 스무 꼭지씩 읽는다. 아침에 〈무엇이 남는가〉를 읽다가 오래도록 생각에 잠긴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공 하나씩 쥐며 뛰논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려는 따사롭고 시원스러운 나날, 좋은 숨결 느끼며 좋은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는다. 나도 아이들도 모두 싱그럽다. 박노해 님은 시를 쓰며 노래한다. “정치가에게 권력을 빼 보라 / 무엇이 남는가” 하고 노래한다. 이윽고 “나에게 사랑을 빼 보라 / 나에게 정의를 빼 보라 // 그래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하고 노래한다.


  나한테 책을 뺀다면, 나한테 집안일을 뺀다면, 또 나한테 사랑을 빼고 꿈을 뺀다면, 나는 무엇이 될까. 나한테 뺄 만한 권력이나 돈이나 직위나 이름이 있을까 헤아려 본다. 나한테 연필을 빼거나 사진기를 뺀다면, 또 나한테 자전거를 빼고 기저귀를 빠는 손을 뺀다면, 나한테 무엇이 남을까. 아니, 이것저것 모두 빼더라도 나는 오롯한 나로서 남을 수 있을까. 나한테서 모든 것을 송두리째 뺀다 하더라도 나는 참다운 알맹이로서 남을 수 있을까.


  나를 느끼는 글을 쓰며 내가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를 느끼도록 이끄는 글을 읽으며 나와 이웃과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놀고 놀며 또 논다. 이것을 만지고 저것을 줍는다. 여기에서 땀을 내고 저기에서 땀을 쏟는다. 바람은 아이들 이마를 간질인다. 아이들은 땀을 흠뻑 쏟다가 바람이 산들산들 어루만지는 손길을 누리며 땀을 말끔히 씻는다.


  이제 밥을 안쳐야지. 이제 국을 끓여야지. 이제 풀물을 짜서 식구들 다 함께 마셔야지. 이제 짐을 꾸려 충청도 음성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한테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하러 길을 나서야지. 이제 마알간 햇살 곱게 누리며 숲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를 타야지. (4345.9.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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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추꽃송이 손에 쥐고

 


  텃밭에서 스스로 씩씩하게 자라나는 부추꽃은 해맑게 하얀 봉오리를 터뜨린다. 이제 거의 모든 부추풀이 하얀 꽃봉오리로 잔치를 벌인다. 큰아이는 이 가운데 하나를 똑 하고 딴다. 꽃대를 조금 짧게 끊는다. 그러고는 손에 감싸쥔다. 자전거에 탄다. 자전거 발판을 구른다. 부추꽃송이 손에 쥐고 세발자전거를 타며 마당을 빙빙 돈다. 작은아이가 큰아이 뒤를 따른다. 누나를 따를까, 누나 자전거를 따를까, 누나가 손에 쥔 하얀 부추꽃송이를 따를까. (4345.9.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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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누나랑 우산 쓰고

 


  누나가 씌우는 우산을 쓰고 마당에서 노는 산들보라. 그런데 누나가 우산을 씌우든 말든 이리 가고 저리 간다. 나중이 되면 누나가 우산 씌우는 줄 잘 깨달을 수 있을까. (4345.9.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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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9-01 17:18   좋아요 0 | URL
대문의 파란색과 뒤에 보이는 초록색 논.
마치 그림책 표지 같습니다.

파란놀 2012-09-03 08:24   좋아요 0 | URL
네, 날마다 좋은 그림을 보며 살아가며 즐거워요~~
 


 마당에서 춤추는 어린이

 


  태풍이 지나간 마당에서 춤을 추는 어린이. 바람이 시원하다고 말하면서 춤을 춘다. 참말 바람은 시원하다. 바람은 차갑지 않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요 겨울에는 따스하게 부는 바람이다. 바람은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려고 분다. 바람은 우리 몸을 예쁘게 어루만지려고 분다. 작은 몸짓으로 바람을 반기며 춤을 춘다. (4345.9.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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