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은 '스시 걸'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수 있으면, 한국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만화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빚을 수 있을까. '된장국 아가씨' 이야기? '나물 아가씨' 이야기? 우리 겨레 재미난 이야기를 누군가 언제쯤 길어올릴까 하고 곰곰이 헤아려 본다. <스시 걸> 2권도 아름답고 재미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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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걸 2
야스다 히로유키 글.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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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20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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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길타래 1, 읍내 나무전봇대 (13.2.5.)

― 사람들 살아가는 오늘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살아갑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늘 누리는 삶’을 새롭게 이야기로 갈무리합니다. 옛사람은 옛날에 누리던 삶을 그무렵 이야기로 갈무리해서 옛이야기를 빚어 물려주고, 오늘 우리들은 ‘오늘이야기’를 날마다 즐겁게 빚어 우리 아이들하고 이웃한테 나누어 줍니다.


  천 해나 만 해를 잇는 옛이야기일 때에 빛나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고이 이어 앞으로 천 해 뒤나 만 해 뒤에까지 즐거이 나눌 수 있어도 빛나는 이야기 됩니다.


  어떤 유물이나 유적이 있어야 문화유산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되새길 수 있을 때에 ‘싱그러이 숨쉬고 빛나는 이야기보배’를 일굴 수 있습니다.


  문화재 번호를 받아야 문화재가 되는 고인돌은 아니에요. 고흥 시골마을 곳곳에는 문화재 번호를 안 받거나 못 받은 고인돌이 무척 많아요. 거금도 몽돌은 처음부터 문화재 대접을 받지 않았어요. 고흥 바닷가는 처음부터 국립공원이지 않았어요. 시골마을 시골사람 스스로 정갈하게 돌보고 사랑한 삶터가 시나브로 아름다운 문화재 이름을 받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마당으로 거듭나요.


  읍내 한켠 천천히 거닐며 ‘고흥읍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고흥군청 앞마당 옆에 있는 농협 건물 앞쪽 조그마한 빌라와 조그마한 살림집 사이에 나무전봇대 하나 있습니다. 나는 아이들과 저잣거리 나들이를 하러 읍내에 올 적, 가끔 이 나무전봇대 옆으로 지나갑니다. 팔을 뻗어 나무전봇대 몸통을 쓰다듬습니다. 나무전봇대에 씩씩하게 붙은 이름표를 올려다봅니다. 어느덧 시멘트전봇대로 바뀌어 거의 다 사라지지만, 이 나무전봇대 하나 고흥읍 한켠에 있어, 고흥읍이 지나온 발자취 하나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 쇠딱지 하나에는 어떤 손길과 땀방울이 묻은 채 오늘까지 이어졌을까요.


  읍내 옛 소방서 건물 한쪽에는 오래된 소방차 한 대 먼지를 먹습니다. 옛 소방서 건물은 한국땅에 몇 군데쯤 남았을까요. 또, 옛 소방서 건물에 깃든 옛 소방차는 한국땅에 몇 대나 남았을까요. 옛 소방서 건물은 고스란히 박물관이 될 만하고, 옛 소방차 한 대도 먼지를 먹기보다 고흥 아이들 어여쁜 손길을 타며 오래오래 사랑받는다면 한결 아름답겠지요.


  머잖아 시골마을 우체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손으로 종이에 글월 한 쪽 적어 우표 한 닢 붙이고는 우체통에 두근두근 설레는 즐거움으로 부치는 사람 거의 없어요. 우체국에서 글월 한 통 부치려 해도 우표 아닌 종이딱지를 기계로 뽑아서 붙여 주어요. 고흥에서라도 우체국에서 종이딱지 아닌 우표를 곱다시 붙인다면, 고흥우체국 도장 콩 찍힌 글월이 이 나라 곳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아마 2013년뿐 아니라 2010년대와 2020년대에도 환하게 빛날 새 이야기 길어올릴 만하리라 생각해요. 서류봉투에도, 관공서 간행물에도, 국회의원 의정보고서에도, 모두 우표가 붙고 손글씨로 주소를 적어 집집마다 띄운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지겠지요.


  금산우체국 앞에서 빨간 우체통 바라봅니다. 도화초등학교 앞에 있는 옛 문방구이자 구멍가게였던 자리에 아직 남은 빨간 우체통 바라봅니다. 살짝 어루만집니다. 4346.2.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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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2.18. 큰아이―두 자리 숫자와 동그라미

 


  이제 두 자리 숫자를 쓴다. 방 한쪽 벽에 1부터 100까지 적힌 숫자판을 붙였더니, 큰아이가 이 숫자를 바라보며 옮겨적더니 제법 또박또박 깍두기 칸에 잘 맞추어 차근차근 적바림한다. 여섯 살 어린이가 깍두기 칸에 숫자 예쁘게 적어 놓는 모습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내 여섯 살 적에 나는 어떤 숫자놀이를 했을까. 나는 일곱 살 여덟 살 적에 얼마나 예쁜 글놀이를 했을까. 한참 숫자놀이를 하더니, 눈사람을 그리고, 눈사람 밑에 동그라미를 앙증맞게 그린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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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살리는 이야기와 책 (도서관일기 2013.2.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전남 곡성 죽곡마을에 있는 어느 도서관에서 낸 책이 있다. 마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시골살이를 시로 써서 책 하나로 엮은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강빛마을,2011)로, 어느새 새책방 책시렁에서 사라진다. 재미난 책이로구나 싶어 미리 장만하기를 잘 했구나 싶지만, 다른 시골 이웃이나 도시 이웃은 이 책을 만날 수 없겠지. 이러한 예쁜 책이 널리 사랑받으면서, 시골사람도 도시사람도 시골살이를 새롭게 되새기도록 이끌면 좋을 텐데. 작은 마을 작은 사람 작은 이야기가 이 나라에서 널리 사랑받으며 읽히기는 아직 많이 힘든 일일까.


  신문이라는 데에, 방송이라는 데에, 인터넷이라는 데에, 책이라는 데에, 온통 정치판 뒷이야기가 빽빽하다. 정치판 뒷이야기 다음으로는 연예인 뒷이야기와 스포츠 뒷이야기가 촘촘하다. 이 다음으로는 돈벌이 뒷이야기 가득하고, 부동산이나 자기계발 뒷이야기가 이어진다. 삶을 즐기거나 빛내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어설 자리가 없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작은 마을 작은 사람 작은 이야기를 아낄 수 있기를 빈다. 저마다 작은 이야기를 자그마한 책으로 묶어, 오늘 우리들이 즐기고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기를 빈다. 오늘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새롭게 이야기 빚어 누리면서, 이 이야기를 뒷사람한테 곱게 물려준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옛이야기란 옛날 살던 옛사람이 ‘그무렵 오늘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이어올 수 있듯, ‘오늘이야기’를 저마다 오늘 이곳에서 빚을 수 있기를 빈다.


  나도 나대로 살가운 살붙이와 오늘 하루 누리는 이야기를 알뜰살뜰 갈무리해서 마을 살리는 이야기와 책으로 빚자. 나부터 내 이야기를 곱게 여미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이야기를 어여삐 일굴 수 있도록 돕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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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2.18.
 : 내가 바라보는 길

 


- 우체국에 가려고 짐을 꾸리니,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 같이 가겠다며 부산을 떤다. 자전거수레를 마당에 내리고, 소포꾸러미를 가방에 담는다. 지난 설을 앞두고 몹시 추웠을 적에는 뒷멈추개가 얼었다. 오늘은 그리 춥지 않으니 뒷멈추개도 앞멈추개도 잘 듣는다. 꽁꽁 얼어붙는 날에는 자전거도 몸도 언다고 새삼스레 느꼈는데, 춥거나 덥거나 아이들은 자전거마실을 즐겁게 따라다닌다.

 

- 동백마을을 벗어난 뒤 신기마을로 접어든다. 천등산 어귀까지 갔다가 신호리 돌기둥 옆을 따라 논둑길을 달린다. 비스듬히 내리막길 이어지는 논둑길에서 큰아이가 “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작은아이도 누나 따라 “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덜컹거리는 논둑길을 달리면 판판한 찻길을 달릴 때보다 한결 재미나 한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릴 적에 덜컹덜컹 달리는 길에서 콩콩 튀는 느낌이 재미났다고 여겼다. 들새 노랫소리 고즈넉히 퍼지는 들길은 온통 우리 차지가 된다. 가다가 서고, 또 가다가 서면서 봄을 앞둔 겨울들 마지막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담는다.

 

- 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싯누렇던 들판이 푸릇푸릇 빛난다. 머지않아 온 들판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릴 테지.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다가 노란 물결이 넘실거릴 테고, 다시금 짙누런 물누리가 이루어지다가는 촘촘히 모가 들어서리라. 나도 아이들도 겨울들을 한껏 누리고서 봄들을 맞이한다. 봄들을 맞이하고 나면 여름들을 맞이할 테고, 가을들을 새롭게 맞이하리라. 봄이 가기에 여름이 오고, 겨울이 가니까 봄이 온다. 바람내음이 다르고, 바람맛이 새롭다. 구름결이 다르고, 구름빛이 새롭다.

 

- 우체국에서 소포꾸러미 부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 둘 모두 조용하다. 둘 모두 졸린가. 큰아이는 꾸벅꾸벅 졸며 수레에 머리를 기댄다. 작은아이도 머리를 수레에 기대며 조용하다. 작은아이는 낮잠 한숨 잤지만 큰아이는 오늘도 낮잠을 거른다. 큰아이가 낮잠 자기를 바라며 천천히 달린다. 그러나 집에 닿으니 큰아이가 눈을 번쩍 뜬다. 조금 쉬었다가 놀지. 낮잠 없이 하루 내내 놀면 힘들지 않니.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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