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3.6.9. 큰아이―빛글

 


  큰아이와 글씨쓰기를 한다. 큰아이가 오늘은 색연필로 쓰고 싶단다. 그래, 너 하고픈 대로 하렴. 큰아이는 글씨 하나마다 다른 빛깔로 그리려고 애쓴다. 다른 빛깔로 알록달록 그리면서 좋아한다. 좋지? 재미있니? 네가 좋으면 다 좋지. 네가 재미있으면 모두 재미있지. 네 마음으로 스며드는 빛글을 네 두 손으로 씩씩하게 쓰자.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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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6-10 14:23   좋아요 0 | URL
글 쓰면서 그림 그리는 즐거움도 느끼고 싶군요 사름벼리가 ^^
어떤 글자를 따라쓰고 있는지도 보고 있답니다.

파란놀 2013-06-10 18:43   좋아요 0 | URL
아이도 어른도
늘 좋은 생각 불러일으키는 낱말
가슴속에 곱게 담으면
온누리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시외버스 텔레비전 책읽기 2

 


  시외버스를 한 번 타고 나면 여러 날 시달린다. 사람들은 ‘여행 독’이 있다 하는데, 나는 ‘버스 독’에 시달린다. 시외버스 달리는 길은 숲을 짓밟아 닦은 아스팔트덩이요, 시외버스는 석유를 태워서 달리는데다가, 시외버스는 텔레비전으로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우등버스이든 일반버스이든 똑같다. 너덧 시간 달리니 텔레비전 보며 심심해 하지 말라는 뜻 알겠지만, 텔레비전 보려는 사람만큼 텔레비전 안 보려는 사람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텔레비전 볼 사람만 보도록 할 노릇 아닐까. 걸상 뒷자리에 작은 화면을 붙이든지, 자리마다 이어폰을 놓아 이어폰 꽂아 소리 듣고픈 사람만 소리 듣도록 해야 옳다.


  자고 싶은 사람은 자야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책을 읽어야지. 울렁이는 속 다스리고 싶은 사람은 조용히 속을 다스려야지. 보채는 아이들 달래려는 사람은 보채는 아이들 달래야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화면을 쳐다보도록 하고 똑같은 소리를 듣도록 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생각해 보라. 모든 아이들한테 똑같은 교과서를 읽히고 똑같은 시험문제를 외우도록 해서 똑같은 점수를 받게끔 내모는 학교교육을 교육이라 말할 수 있는가.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노래를 즐기면서 부르고 싶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체육을 누리면서 다 다른 몸을 북돋우고 싶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다 다른 꿈 키울 다 다른 삶 일구고 싶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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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6-10 23:10   좋아요 0 | URL
예전에 시외버스 많이 탈때 책을 좀 읽을려고 했는데 시골길을 덜컹덜컹가다보면 아무래도 눈이 어질어질해 지더군요.그래서 전 버스만 타면 바로 자는 습관이 들었습니당^^

파란놀 2013-06-11 00:22   좋아요 0 | URL
코코 자면 좋은데
텔레비전 켜시면
참 괴롭습니다 @.@
 

풀밥잔치

 


  도시에는 흙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없지 않았지만, 도시로 커지고 또 커지면서 흙을 밀어냅니다. 흙 있던 자리에 시멘트를 붓고, 흙 있는 길에 아스팔트를 깝니다. 신이 더러워지고 자동차 다니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흙이 더러울까요. 흙 때문에 자동차 다니기 힘들어서 나쁠까요. 흙이 없으니 신에 흙 묻을 일 없을 테고, 흙이 없기에 자동차 싱싱 달리겠지요. 그런 만큼, 도시사람은 풀하고 멀어집니다. 들풀을 잊고 들꽃을 잃어요. 상추도 배추도 무도 쑥갓도 미나리도 시금치도 모두 풀인 줄 잊고 잃어요. 그림책으로 아이들한테 풀과 텃밭을 가르친다지만, 막상 도시사람 스스로 텃밭을 일굴 자리가 없어요. 자동차를 댈 자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언제나 자동차가 맨 앞에 서요. 골목길 거닐 적에도 ‘사람이 저 앞’에 있었어도, 어느새 자동차는 빵빵거리며 ‘사람을 비키라 하면서 새치기’를 하지요. 아이들이 골목에서 놀더라도 어른들은 자동차 들이밀며 아이들 놀이를 헤살 놓아요.


  흙 없는 도시인데, 골목사람은 골목집 담벼락에 바싹 붙여 헌 꽃그릇(알고 보면 고무대야) 놓고는 흙을 져 나릅니다. 벽돌 몇 주워서 텃밭을 마련합니다. 여러 날 흙을 어디에선가 퍼 날라서 텃밭과 꽃밭을 보듬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꽃을 봅니다. 풀내음 맡으며 손에 흙을 묻힙니다.


  골목사람은 스스로 풀밥잔치를 벌입니다. 골목이웃은 골목길 거닐다가 텃밭과 꽃밭을 만나면서 새롭게 풀바람 쐬고 풀내음 맡습니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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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92) 그녀 42 : 그녀 → 할머니

 

세월의 풍파가 그녀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패인 주름을 가져다주었어도 그녀의 눈에서 총기를 빼앗진 못했다
《조선희-조선희의 힐링 포토》(황금가지,2005) 104쪽

 

  “세월(歲月)의 풍파(風波)가”에서 ‘풍파’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뜻해요. ‘세월’은 “지나온 나날”을 뜻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세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곧, 이 글월은 겹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월이”나 “풍파가”라고만 적어야 올바르다 할 테고, “기나긴 세월이”나 “거친 풍파가”처럼 적을 수 있으며, “기나긴 삶이”나 “거친 삶이”나 “힘든 나날이”로 손볼 수 있어요.


 ‘총기(聰氣)’는 “총명(聰明)한 기운”을 뜻한다 합니다. ‘총명’은 “(1) 보거나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는 힘이 있음 (2) 썩 영리하고 재주가 있음”을 뜻한다 해요. ‘영리(怜悧)’는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똑똑함’이나 ‘해맑음’이나 ‘맑은 빛’으로 손질해 줍니다.

 

 그녀의 이마에
→ 할머니 이마에
 그녀의 눈에서
→ 할머니 눈에서

 

  할머니는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를 ‘할머니’ 아닌 ‘그녀’로 적는다면 글멋이나 글맛이 달라진달 수 있을 테지만, 할머니는 언제나 할머니입니다. 보기글에서는 할머니를 이야기하는데, 글쓴이는 자꾸 할머니를 가리켜 ‘그녀’라고 말합니다.


  서양사람이라면 할머니이든 언니이든 누이이든 ‘she’로 적을 테지만, 한국사람이라면 할머니한테는 ‘할머니’라 하고 언니한테는 ‘언니’라 하며 누이한테는 ‘누이’라 해요. 살갑게 부르든 그냥 그렇게 부르든, 서로를 꾸밈없이 바라보며 마주하는 이름이 있어요. 4346.6.10.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힘든 나날이 할머니 이마에 깊은 골이 패인 주름을 가져다주었어도 할머니 눈에서 맑은 빛을 빼앗진 못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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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돋을 자리

 


  면소재지나 읍내 버스역에서도 ‘풀 돋을 자리’는 없다. 고흥을 벗어나 순천으로 가면, 또 광주로 가면, 큰도시 버스역에는 아주 ‘풀 돋을 자리’ 없다. 부산이나 서울 같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도시 버스역을 보면 빈틈 하나 없이 ‘풀 돋을 자리’ 없다.


  인천이나 수원 같은 곳에서 전철을 타면 곧잘 풀을 본다. 뜨겁고 시끄러우며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전철 틈바구니에서 푸른 잎사귀 용하게 뻗고, 하얗고 노란 꽃송이 앙증맞게 매단 풀포기를 곧잘 본다. 너무 마땅할는지 모르는데, 서울 지하철에서는 풀포기를 못 본다. 어두컴컴한 깊은 땅속 돌무더기 사이로도 씨앗을 날려 뿌리내리거나 자랄 풀포기 있을까. 앞으로 지하철이 더는 다니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에는 지하철역 곳곳에 풀포기 돋을 수 있을까. 햇볕 한 줌 들지 못하는 깊은 땅속 시멘트덩어리 사이에 풀씨 드리울 수 있을까.


  시청이나 국회의사당이나 병원이나 아파트에도 ‘풀 돋을 자리’란 없다. 고속도로나 공항에도 ‘풀 돋을 자리’는 없다. 이제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고등학교 운동장마저 흙을 갈아엎거나 내다버리면서 아스콘이나 인조잔디를 까는 만큼, 학교 운동장에서까지 ‘풀 돋을 자리’는 없다. 예전에는 대학교에도 흙운동장 있었지만, 이제 대학교 흙운동장 하나둘 사라지고 시멘트 건물이나 아스팔트 주차장으로 바뀌니, 대학교에서도 ‘풀 돋을 자리’란 없다.


  풀은 어디에서 돋아야 할까. 풀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풀을 밀어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숨을 마실까. 풀을 싹 짓밟고 깔아뭉개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얼마나 아끼거나 보살피거나 사랑할 수 있을까. 풀바람 마시지 않고 풀밥 먹지 않으며 풀숨 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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