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3. 2013.6.25.

 


  국수를 끓여 내놓는다. 산들보라는 처음에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써서 먹으려고 애쓴다. 이윽고 숟가락에 국수가락 얹기 힘드니 손바닥을 펴서 국수가락 얹는다. 그러고 나서 젓가락질도 쉽잖으니 손가락으로 국수를 떠서 손바닥에 얹는다. 나중에는 그냥 손으로 퍼서 입으로 욱여넣는다. 어느새 바닥까지 삭삭 훑어 다 먹고는 마지막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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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2. 2013.6.29.

 


  마당에 친 천막에서 노는 아이들한테 접시에 네모빵을 담아 건넨다. 딸기잼 든 병과 숟가락도 준다. 큰아이가 네모빵에 딸기잼을 척척 발라 동생 하나 주고 저 하나 먹는다. 또 동생 하나 발라 주고 저 하나 먹는다. 곱게 잘 바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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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 우리 집 풀밭 2013.6.30.

 


  풀밭을 바라본다. 제멋대로 자라는 풀이라 여길 수 있는데, 아마 풀은 제멋대로 자란다고 해야 옳다. 왜냐하면 ‘풀 나름대로 제멋’으로 자라니까 제멋대로 자란다. 풀은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다. 풀은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리는 대로 자란다. 풀은 사람 손길을 보며 자란다. 풀은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리더라도 사람들이 어떤 손길로 저희를 쓰다듬거나 마주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자란다. 우리 집 풀밭은 좀 내버려 두는 풀밭이다. 땅심을 북돋우고 싶기에 한동안 내버려 두는 풀밭이다. 오래도록 농약과 비료에 길든 땅뙈기에 숱한 풀이 나고 자라다가 겨우내 시들어 죽기를 되풀이하면서 차근차근 기운이 살아나기를 바라며 내버려 두는 풀밭이다. 이 풀도 좋고 저 풀도 좋지. 이 풀도 반갑고 저 풀도 고맙지. 다만, 나무한테 가는 길은 낫으로 벤다. 매화나무, 뽕나무, 감나무, 탱자나무, 여기에 올해에 우리가 심은 어린나무로 가는 길만큼은 거님길을 낸다. 매화나무에 노랗게 익는 열매가 얼마나 말랑말랑한가 만져 보려고 풀밭을 낫으로 베면서 지나간다. 큰아이가 따라온다. 우리 집은 워낙 풀밭이니 이제 아이들은 이럭저럭 익숙하다. 늘 맡는 내음을 느끼고, 늘 보는 빛깔을 마주한다. 얘, 사름벼리야, 이 풀이 바로 풀빛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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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5) -의 : 아버지의 나지막한 말에

 

아버지의 나지막한 말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벼락같이 터져나온다
《리혜선-사과배 아이들》(웅진주니어,2006) 6쪽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할아버지 목소리”로 적으면 됩니다. 따로 토씨 ‘-의’를 안 붙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들려주는 목소리도 “어머니 목소리”나 “아버지 목소리”처럼 적으면 돼요. 개구리가 노래를 부를 적에는 “개구리 노랫소리”라 하면 되고, 나뭇잎이 바람 따라 촤라라 나부끼는 소리는 “나뭇잎 소리”라 하면 됩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주고받을 적에는 “아버지 말소리”와 “할아버지 말소리”를 들어요.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 나지막히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아버지의 나지막한 말에
→ 아버지가 나지막히 말하니
→ 아버지가 나지막히 말하는데
 …

 

  이 보기글은 중국조선족 작가가 썼습니다. 곧, 중국조선족도 토씨 ‘-의’를 그닥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많이 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남녘에서 내면서 토씨 ‘-의’를 모조리 그대로 둡니다. 이렇게 되면 이 어린이문학 읽을 남녘 아이들은 토씨 ‘-의’를 한결 익숙하게 여깁니다. 어른들이 슬기롭지 못하게 쓰는 말투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습니다. 어른들이 잘못 쓰는 말씨를 아이들이 모두 이어받습니다. 문학을 하는 분은 말투와 말씨를 더욱 살필 노릇이요, 어린이문학을 책으로 엮는 분은 문학작품에 드러나는 말투와 말씨를 더욱 깊이 헤아리면서 차근차근 바로잡아 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7.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버지가 나지막히 말하니 할아버지 목소리가 벼락같이 터져나온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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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앞

 


  집앞이 어떤 곳인가를 생각한다. 아이들과 집앞에 서면 으레 사진을 한 장 찍고 본다. 날마다 다른 빛이고 철마다 다른 모습이라, 집앞을 나서는 모습을 한 장씩 찍고 보면, 우리가 지내는 시골마을 이야기가 저절로 이루어지겠다고 느낀다.


  시골마을에 우리 집 논이나 밭은 없다. 우리 집만 덩그러니 있다. 그러나 우리 집을 둘러싼 논이나 밭이나 길이나 숲은 모두 우리가 함께 누리는 터전이다. 이웃집 할배가 논밭이나 길가에 농약을 치면 고스란히 우리 집으로 흘러들고, 이웃집 할매가 논둑이나 밭둑에서 쓰레기를 태워도 고스란히 우리 집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이런 농약 기운과 쓰레기 태우는 냄새는 이웃집 어디에나 가만히 흘러든다.


  집앞이 자가용 세우는 곳이 되면 집은 어떤 삶터가 될까 생각한다. 집앞이 자동차 싱싱 달리는 찻길이 되면 집은 어떤 보금자리가 될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집앞에서 놀 수 없다면, 집집마다 아이들이 집앞에서 못 논다면, 어느 집이건 어른들이 집앞에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나무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는 하루를 누리지 못한다면, 이런 집들 모인 마을은 얼마나 사람이 살 만한지 생각한다.


  집안도 잘 가꾸고 마당도 잘 돌볼 노릇인데, 집앞이 어떤 자리가 되도록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모두 똑같다. 그런데, 도시사람은 집앞을 어떻게 두는가? 도시사람 집앞은 으레 찻길이나 주차장 아닌가? 집앞에서 들이나 숲이나 나무나 꽃밭을 누리는 도시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날마다 늘 보는 ‘집앞 모습’이 살갑거나 사랑스럽거나 푸르거나 맑은 도시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4346.7.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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