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1. 풀방아깨비 2013.7.31.

 


  방아깨비는 풀숲에서 살아간다. 풀숲 아닌 데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풀숲에서 만나는 방아깨비를 보니 입에서 저절로 ‘풀방아깨비’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풀잎도 풀빛이고 방아깨비도 풀빛이로구나. 서로서로 풀내음이 풍기는 숨결이로구나. 너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풀을 몽땅 벨 테지. 너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기계로 풀을 베면서 네 몸을 조각조각 부수고 말 테지. 너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농약 듬뿍 치면서 풀이며 방아깨비며 싸그리 죽이고 말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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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듣는 마음

 


  졸린 아이들을 재울 무렵, 아버지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습니다. 아이들 오줌그릇 비우고, 설거지 마무리지은 뒤, 냄비에 남은 국이나 밥이 있는가를 살피며, 마당에 넌 빨래 다 걷었는지 돌아봅니다. 부엌과 방과 마루를 한 번 슥 둘러보면서 ‘이제 다 되었네’ 싶으면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적에도 아이들 베개와 이불을 살피고, 이것저것 더 건사한 뒤에, 부채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두 아이한테 찬찬히 부쳐 주면서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오늘과 어제와 그제 저녁,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릅니다. 집살림 마무리짓고 잠자리에 들기 앞서, “아버지 빨리 와요. 아버지 같이 누워요.” 하고 부릅니다. 그래, 너희 곁에 곧 갈게. 그런데 아버지는 이모저모 집살림을 다 건사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가지. 그동안 너희끼리 놀든지 먼저 잠들든지 하렴.


  아이들끼리 먼저 잠드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함께 눕거나 곁에 있으면서 자장노래 불러 주기를 바라요. 이리하여, 나는 큰아이 이야기대로 얼른 집일을 마무리짓습니다. 아이들 곁에 누워 조곤조곤 자장노래 부르면서 다 함께 즐겁게 잠들며 새롭게 꿈나라에서 놀다가 이튿날 씩씩하게 일어나자고 생각합니다. 4346.8.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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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학교


 

진학율 100%
취업율 100%

 

현수막 붙이고 싶어

아이들 몽땅
도시로 내쫓는,

 

요즘 시골학교.

 


4346.7.3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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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일 자전거마실인데, 오늘 문득 사진을 갈무리할 수 있어, 이렇게 느즈막한 자전거쪽글을 올립니다 ..

 

..

 

자전거쪽지 2013.4.3.
 : 봄을 달리는 자전거

 


- 시골에서 봄은 고즈넉하면서 포근하고 시원하다. 알맞게 따스하고 알맞게 시원하다. 이 시골길은 두 다리로 거닐면 온몸으로 느긋한 이야기와 소리가 감돌고, 이 시골마을은 자전거로 두루 오가는 동안 살가운 빛과 무늬가 스며든다.

 

- 하늘이 파랗게 탁 트여 자전거를 몰고 나온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본다. 아직 아무것도 안 심은 논에서 스스로 피어나는 봄꽃을 바라본다. 논 한복판에 들꽃이 자라기도 하고, 논둑 언저리에 자운영이 줄지어 피어나기도 한다. 이 들꽃은 해마다 온갖 농약을 얻어맞으면서도 용케 가을과 겨울 잘 견디고는 새 봄이 찾아오면 씩씩하게 돋는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 동안 다른 풀이 한껏 자랄 뿐 아니라, 여름 동안 논에 물이 찰랑찰랑 고이는데, 흙 품에 안긴 풀씨는 참 잘 살아남는다. 게다가 경운기와 트랙터와 콤바인이 땅을 파헤치는 데에도 풀씨는 삽날과 바퀴에 다치지 않는지, 아니 다쳐서 죽는 풀씨도 있을 테지만, 더 많은 풀씨는 튼튼히 살아남는 듯하다.

 

- 들길을 가로질러 달리는 동안 자전거수레에 앉은 작은아이는 잠든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봄노래를 부른다. 그래, 봄 들길 달리는 자전거이니, 우리는 봄을 노래하고, 봄을 맛보며, 봄을 누리는구나.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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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군내버스도 타고 걸어서 다니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씩씩하고 즐겁게 타면서 살아간다. 두 아이는 아직 많이 어려 스스로 자전거를 몰지 못하고, 샛자전거에 타는 큰아이도 아직 발판을 굴러 아버지를 거들지 못한다. 오직 내 두 다리에 기대어 큰자전거 하나와 샛자전거 하나에 자전거수레, 이렇게 세 가지를 끌고 다닌다.


  길게 늘어서서 달리는 자전거는 큰길도 달리지만, 고샅도 마을길도 달린다. 이 자전거로 가파른 비탈이나 높다란 오르막도 오르곤 한다. 골짜기 찾아가느라 우둘투둘한 멧길을 달리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달리느라 아버지는 늘 땀투성이 된다. 땀이 비오듯이 흐른다. 비오는 날에 자전거를 몰면 빗물에 땀방울 씻길 테지만, 아이들은 비를 쫄딱 맞아야 하니까, 아직 비오는 날에 아이들과 자전거를 달리지는 않는다.


  자전거로 이 마을 저 마을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우뚝 멈춘다. 하늘을 바라보고 들을 둘러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다른 빛을 느낀다. 맑은 바람을 마시고, 시원한 그늘을 누린다. 자전거와 함께 살아가며 하루하루 새로운 빛과 결을 맞아들인다. 4346.8.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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