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92] 한목소리

 


  시골집 밤하늘 별밭 보며
  한목소리로
  아이 밝구나 곱구나 하얗구나.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목소리를 냅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태어나 다 다른 삶을 일구는데, 다 다른 목소리를 내야 마땅하기도 해요. 다 다른 사람을 다 같은 학교에 몰아놓고 다 같은 교과서로 가르치더라도 다 다르게 느끼고 깨달으면서 다 다른 넋과 빛을 받아들여야 옳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삶을 가꾸며 살더라도 다 같은 목소리가 될 때가 있어요. 바로 ‘사랑’ 하나를 놓고는 다 같이 고운 목소리 되어요. 다 같이 밝은 눈빛 되어요. 다 같이 하얀 마음 됩니다. 이리하여, 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다 같은 사랑은 새삼스레 다 다른 이야기빛 되어, 다 같은 웃음과 눈물과 즐거움과 꿈을 베풀어 줍니다. 4346.12.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흙놀이 4

 


  이 겨울에 흙놀이에 사로잡힌 두 아이가 맨발로 마당 한쪽에 털푸덕 주저앉아서 흙놀이를 한다. 큰아이는 바닷가 모래밭에라도 온 양 몸에다 흙을 끼얹는다. 마당에서 흙을 뒤집어쓰는 큰아이가 문득 “아, 바다에 가고 싶어. 바다에서 모래로 놀고 싶다.” 하고 말한다. 얘, 바닷가에 가서 모래놀이 할 수는 있지만, 바닷가에서는 따순물을 못 쓰고 찬물만 쓸 텐데, 찬물로 모래를 씻을 수 있겠니? 4346.12.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625) 건乾- 1 : 건포도

 

큼직한 삼베 자루 안에는 피스타치오 열매와 말린 살구와 녹색 건포도가 들어 있다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권민정 옮김-카불의 책장수》(아름드리미디어,2005) 115쪽

 

  ‘녹색 건포도’에서 ‘녹색(綠色)’은 ‘풀빛’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그러니까, ‘풀빛 마른포도(말린포도)’라 하든지 ‘말린 푸른포도’로 고치면 됩니다. “삼베 자루 안에는”은 “삼베 자루에는”으로 손보고, “들어 있다”는 “들었다”나 “있다”로 손봅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건포도(乾葡萄)’를 “건조시킨 포도. ‘마른 포도’, ‘말린 포도’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건포도’는 한국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사전에는 ‘건(乾)’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실어요. “(1) ‘마른’ 또는 ‘말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 하고, 보기글로 “건가자미·건과자·건바닥·건어물·건포도” 들을 실어요.


  ‘건포도’가 올바르지 못한 낱말이라면, ‘포도’ 앞에 붙인 ‘乾’이라는 한자 때문입니다. 곧, ‘乾’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올바릅니다. ‘말린-’이나 ‘마른-’을 한국말사전 올림말로 실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올바로 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지 싶어요.

 

 말린 살구와 녹색 건포도
→ 말린 살구와 말린 푸른포도
→ 말린 살구와 푸른포도

 

  오징어를 말리면 ‘말린오징어’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마른오징어’가 올림말로 나옵니다. ‘마른미역’이나 ‘마른밥’이 나오고, ‘마른안주·마른신·마른침·마른하늘·마른논·마른날’ 같은 낱말이 나와요. 그러나, ‘마른-’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마른포도’와 ‘마른살구’처럼 쓸 수 있기를 빕니다. ‘마른-’과 ‘말린-’이 씩씩하게 올림말로 실리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새롭게 가꾸거나 빛내는 바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9.8.24.나무/4346.12.2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큼직한 삼베 자루에는 피스타치오 열매와 말린 살구와 말린 푸른포도가 들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0) 건乾- 2 : 건초

 

교사는 원 안을 돌며 아이들 발 앞에 건초를 놓는다
《안드레아 에르케르트/장희정 옮김-숲으로 가자》(호미,2012) 101쪽

 

  ‘원(圓)’은 ‘동그라미’로 다듬습니다. ‘건초(乾草)’는 한국말사전에서 낱말뜻을 찾아보면 “베어서 말린 풀. 주로 사료나 퇴비로 쓴다. ‘마른풀’로 순화”로 나와요.

 

 건초를 놓는다
→ 마른풀을 놓는다
→ 짚을 놓는다
 …

 

  열매나 이삭을 떨군 풀포기를 ‘짚’이라고 해요. 말린 풀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말린 풀을 써서 놀이를 한다면 ‘마른풀’이라 하면 되고, 말리지 않고 열매나 이삭만 떨군 폴을 써서 놀이를 하면 ‘짚’이라 하면 돼요. 그냥 풀을 뜯어서 놀이를 하면 ‘풀’이라 하면 될 테지요. 4346.12.2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교사는 동그라미 안을 돌며 아이들 발 앞에 마른풀을 놓는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책 하나 (도서관일기 2013.1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 하나 도서관으로 옮긴다. 살림집에 이 사진책을 둔 지 이태쯤 되었지 싶은데, 책꽂이에 꽂기만 하고서, 또 책꽂이에서 책상맡으로 옮기기만 하고서, 막상 이 사진책 이야기를 아직 쓰지 못했다.


  이야기 하나 쓰기는 어렵지 않다. 이야기 하나 쓰기까지 품은 그리 많이 안 든다. 다만, 사진과 삶과 넋과 빛을 어우르면서 빚은 사진책 하나를 이야기하기까지 곰곰이 생각을 갈무리한다. 어떠한 길을 걸어 태어난 사진책인가를 돌아보고, 이 사진책을 껴안은 내 삶은 어떻게 빛나는가 헤아린다.


  마가렛 버크 화이트라는 분은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이녁은 어떤 마음으로 한국땅을 밟으며 전쟁을 지켜보았을까. 이녁 자서전에는 안 실린 끔찍한 모습 사진들을 싸움터에서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사진으로 담았을까. 이녁 사진과 삶을 다룬 사진책 하나 한국말로 ‘해뜸’이라는 출판사에서 내준 적 있지만 그리 오래 사랑받지 못하다가 사라졌다. 헌책방에 《마가레트 버그-화이트》라는 책이 가끔 들락거리기는 하는데 얼마나 두루 읽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앞으로 이 책이나 다른 책이 한국말로 나올 수 있을까. 이분 자서전이 한국말로 나올 수 있을까. 이분 사진책이 한국말로 나올 수 있을까.


  우리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분 가운데 이 책을 알아볼 분이 있겠지. 우리 도서관에 마가렛 버크 화이트 님 자서전과 해뜸 사진책이 하나씩 있으니, 이 책 하나를 만나려고 먼길을 마다 하지 않는 분이 있겠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91. 2013.12.21.ㄴ 함께 읽어 재미있네

 


  아직 작은아이는 혼자 먼저 책을 펼치는 일이 없다. 만화책도 그림책도 스스로 펼치지 않는다. 누나가 한참 책에 빠져서 혼자 놀면, 어쩔 수 없이 슬쩍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기웃거리지만, 으레 거꾸로 들고는 장난을 친다. 큰아이는 동생하고 신나게 놀다가도 어느 때에는 조용히 앉거나 엎드리거나 누워서 만화책을 펼친다. 곁에 동생이 살그마니 붙으면 만화책에 나오는 글밥 가운데 읽을 수 있는 대목을 짚으면서 읽어 주기도 한다. 둘이 함께 읽으면 둘이 함께 뛰어놀 때처럼 재미있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순이 책돌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3-12-24 20:22   좋아요 0 | URL
다정한 모습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무슨 만화인지 몰라도 푹 빠져 있네요.ㅎㅎ

파란놀 2013-12-25 01:48   좋아요 0 | URL
아톰 만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