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x츠바사 2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03

 


마음을 읽을 때에 사랑
― 유키×츠바사 1
 타카하시 신 글·그림
 편집부 번역
 대원씨아이 펴냄, 201.2.28.

 


  마음을 읽을 때에 사랑입니다. 마음을 읽으니 사랑입니다. 마음을 읽는 사람들은 애틋한 사랑과 따사로운 사랑을 속삭입니다. 마음을 읽는 사람들은 넓은 사랑과 깊은 사랑을 베풉니다.


  마음을 읽기에 사랑이 자랍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사랑을 키웁니다. 이 땅에 민주와 평화와 자유와 평등이 있다면, 서로 마음을 읽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민주가 없거나 평화가 없다면, 서로 마음을 안 읽기 때문이지 싶어요.


  마음을 읽지 않으면서 사랑을 하지 못합니다. 마음을 안 읽는데 사랑으로 흐르지 않아요. 마음을 안 읽는 동안 미움이나 다툼이 불거집니다. 마음을 안 읽으니 전쟁과 푸대접과 따돌림이 판칩니다. 괴롭힘과 해코지도 서로 마음을 안 읽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 ‘내 목소리, 누군가에게 닿지 않으려나? 목소리를 잃어버렸지만, 더럽혀지고 너덜너덜해져 외톨이가 된 내 울음소리에 그날, 츠바사가 알아차려 준 것처럼. 부디 나의 이 작은 힘과 함께해 줘.’ (8∼9쪽)
- ‘강간범 따위는 그냥 죽었어야 되는데. 아아, 그래, 만약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응, 내 초능력으로 죽였을지도 몰라. 그런 인간.’ (58쪽)

 

 

 


  마음을 읽어야 서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마음을 읽어야 두레를 하고 품앗이를 합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마을을 가꾸고, 마음을 읽는 동안 숲과 들을 푸르게 돌봅니다.


  마음을 안 읽는다면 서로 어깨동무를 안 하겠지요. 마음을 안 읽는 사람들이 두레나 품앗이를 할 까닭이 없어요. 마음을 안 읽으니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기도 하지만, 쓰레기를 자꾸 내놓는 물건을 끝없이 만듭니다.


  풀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 보셔요. 나무가 외치는 소리를 들어 보셔요. 냇물과 바다가 앓는 소리를 들어 보셔요. 풀벌레와 멧새가 아프게 지르는 소리를 들어 보셔요.


  풀마음을 읽고, 나무마음을 읽으며, 냇물마음과 바다마음을 읽을 때에, 비로소 이 지구별에 사랑이 싹틉니다. 풀벌레와 멧새가 어떤 마음인가를 읽을 때에, 바야흐로 이 땅에 아름다운 빛이 흐릅니다.


- ‘너, 왜, 울고 있니? 불쌍하게.’ (29쪽)
- “어릴 적, 여기처럼 눈이 많이 오는 데에 살지 않았을 때, 눈사람 만들고 하도 기뻐서, 눈사람한테 목도리를 둘러 줬는디, 집으로 돌아가 엄니한테 죽도록 얻어터졌다 아이가.” (86쪽)

 

 

 

 


  타카하시 신 님이 빚은 만화책 《유키×츠바사》(대원씨아이,2013) 둘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가 나오고, 목소리를 좀처럼 안 내려는 아이가 나옵니다. 둘은 굳이 입을 안 엽니다. 하나는 목소리를 못 내고, 다른 하나는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둘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눠요. 마음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마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꿈틀거립니다. 마음에서 자라는 꿈이 있어요.


- ‘선배가 마음속으로 하는 말은 나한테밖에 안 들려서, 가끔 너무나 창피하다. 그런데, 너뮤 유치하고 창피하지만, 두근두근 설렌다.’ (113쪽)
- ‘덕분에 바보 같은 나도 깨달았다. 선배가 그토록 도둑맞은 악기를 찾고 싶어하는 이유. 선배에게 이 악기는 목소리라는 걸. 언제나 언제나 이렇게 큰 목소리로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부르짖었다는 걸. 마치 노래처럼.’ (152쪽)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목이 터져라 입으로 외치면 사랑일까요. 민주란 무엇일까요. 정당 이름에 넣거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세우면 민주일까요. 평등이란 무엇일까요. 남들 앞에서 보여주거나 말하면 평등일까요.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학교에 넣기만 하면 교육일까요. 농사란 무엇일까요. 농약을 치든 화학비료를 뿌리든 아무튼 땅에서 거두기만 하면 농사일까요.


- ‘하지만 내 마음 저 밑바닥에선 분명 선배의 그 깊숙한 내면을 알고 싶었나 보다.’ (204∼205쪽)


  마음을 알기에 사랑이 됩니다.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으니 사랑이 안 됩니다. 마음을 아끼기에 사랑으로 자랍니다. 마음을 아끼려 하지 않으니 사랑이 안 됩니다. 마음을 보듬고 보살피려는 눈빛이 맑기에 사랑이 됩니다. 마음을 보듬으려 하지 않고 보살피려 하지 않으니 흐리멍덩한 눈빛이 되고 말아 사랑하고 멀어집니다.


  그리고, 마음을 알 때에 민주를 이룹니다. 마음을 나누면서 평화로 나아갑니다. 마음을 보듬으면서 정치도 교육도 경제도 문화도 복지도 올바로 세웁니다. 마음을 보살피지 않는 이들은 아무것도 못 합니다. 마음을 따스하게 품지 않는 동안에는 스스로 무너집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해요. 그래야 함께 웃습니다. 마음을 활짝 펼쳐 꿈을 키워야. 그래야 서로 즐겁습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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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열매 책읽기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다. 열매를 맺으면 씨앗을 떨군다. 씨앗을 떨구면 새롭게 자라날 어린나무를 보듬는다. 돌고 돌면서 푸른 숨결이 자란다. 흐르고 흐르면서 붉은 빛이 짙다. 작고 하얀 찔레꽃이 남기는 찔레 열매는 붉다. 가을날 숲과 들에 붉은 빛깔 남기는 찔레 열매는 작은 새들을 부른다. 큰 새는 가시 비죽비죽 돋은 찔레나무 덤불로 깃들지 못한다. 가볍게 나뭇가지에 앉아 콕콕 부리질 할 수 있는 작은 새들이 찔레 열매를 차지한다.


  붉은 열매 한 톨 톡 딴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아이한테 내밀어 맛을 보라 한다. 어떤 가을빛이 이 열매에 스몄을까. 어떤 가을빛이 이 열매에 깃들었을까. 새들은 이 열매를 먹으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작은 열매를 먹는 작은 새는 배고픔을 달래면서 어떤 기운을 차릴까. 숲은 언제나 모든 목숨을 살뜰히 아낀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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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아끼는 어린이

 


  졸린 작은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들마실 나온 날, 자동차 없는 호젓하고 판판한 시골길을 지나다가 문득 수레에서 손을 뗀다. 알아서 천천히 잘 굴러가겠거니 하면서. 큰아이는 “안 돼, 보라야!” 하면서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굴러가는 수레 앞으로 달려간다. 살짝 비알이 진 길에서 수레는 우뚝 멈춘다. 동생은 수레에서 아무 걱정이 없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큰아이는 동생을 알뜰히 아껴 준다. 벼리야, 설마 네 아버지가 동생을 저 멀리 보내겠니.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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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룬파 유치원 내 친구는 그림책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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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1

 


그냥 다 좋아
― 구룬파 유치원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1997.8.1.

 


  무엇을 하면서 놀면 즐거울까요?


  누군가 무엇을 하며 놀겠어요 하고 묻는다면 “음, 그냥 놀게요.” 하고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 어른들이 “너희 무얼 하며 놀겠니?” 하고 물을 적에 “그냥 놀아요.” 하고 말했지 싶어요. 딱지를 꼭 쳐야 더 재미있지 않아요. 오징어놀이를 해야 더 신나지 않아요. 공놀이를 하든 공차기를 꼭 해야 하지 않아요. 땅따먹기나 돌치기나 구슬치기나 자치기를 굳이 해야 하지 않아요.


  골마루를 달리거나 운동장을 달리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집부터 학교까지 한 차례도 안 쉬고 달음박질을 해도 즐겁습니다. 학교부터 동무네 집까지 숨이 차도록 달려가도 놀이가 됩니다. 조약돌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넣고는 하루 내내 만지작거리기만 해도 놀이입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무엇이든 놀이이기 때문에 ‘무엇을 따로 하면서 논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 “구룬파는 다 컸는데도 늘 빈둥빈둥거려요.” 친구 코끼리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훌쩍훌쩍 울어.” “그럼, 일을 하게 내보내자.” “그래, 그래.” ..  (4쪽)

 


  놀자고 하면 놀 뿐입니다. 꼭 무엇을 하면서 놀지 않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합니다. 이것은 이 놀이가 되고 저것은 저 놀이가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도 놀이입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속으로 어떤 이야기를 지어내도 놀이입니다. 눈알을 빙글빙글 돌려도 놀이입니다. 무언가 뚫어져라 바라보아도 놀이요, 벽종이 무늬를 따라 눈알을 움직여도 놀이입니다. 가만히 앉을 적에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먼지 꽁무니를 좇아도 놀이입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물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아닌 물방울을 읽어도 놀이입니다. 바가지에 푼 쌀을 씻으면서 쌀알을 손끝으로 느낄 적에도 놀이입니다. 걸레를 쥐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슥슥 먼지를 훔쳐도 놀이입니다.


  빨래를 널며 기지개를 켜는 놀이입니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쳐다보는 놀이입니다. 자전거로 달려도 놀이요, 두 다리로 걸어도 놀이예요.


  참말 온누리 모든 삶은 놀이예요. 언제 어디에서나 놀이예요. 누구하고라도 놀이입니다. 어른들이 노래방에 가거나 찻집에 가거나 술집에 가야 놀이가 되지 않아요. 골목을 걸어도 놀이요, 밭에서 풀을 뽑아도 놀이입니다. 쑥을 뜯고 봄딸기를 훑어도 놀이입니다. 개구리 노랫소리 듣는 놀이입니다. 제비 날갯짓 구경하는 놀이입니다. 무지개를 찾아 소나기를 맞으며 이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 놀이입니다.


.. 구룬파는 있는 힘을 다해서 피아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커다란 피아노는 웬만큼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누구도 칠 수 없습니다. 피 아저씨는 “구룬파야, 이제 피아노 만드는 일은 그만두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17쪽)

 


  니시우치 미나미 님이 글을 쓰고 호리우치 세이치 님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 《구룬파 유치원》(한림출판사,1997)을 읽습니다. 일곱 살 큰아이를 옆에 앉히고 함께 읽습니다. 나는 책에 적힌 글을 읽어 주지만, 아이는 책에 적힌 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만 들여다봅니다. 그림을 보며 왜 이래 왜 그래 하고 묻습니다.


  그래요, 글을 아는 어른은 글을 먼저 읽으려 할 테지만, 글을 모르는 아이라면, 또 글을 알더라도 여느 아이라면 그림으로 그림책을 읽으려 하겠지요.


  구룬파는 혼자 똑 떨어져 외로운 코끼리예요. 곁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습니다. 틀림없이 어미 코끼리가 사랑을 속삭이며 낳았으니 구룬파가 태어났어요. 그러나, 구룬파한테는 구룬파 몸을 씻기거나 보살피는 어버이나 어른이 없어요. 동무들도 구룬파를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습니다.


  구룬파는 외롭게 지내다가 마을을 떠납니다. 구룬파는 코끼리 마을을 떠나 사람들 사는 마을로 가서 일자리를 얻습니다. 구룬파는 늘 있는 힘껏 일합니다. 아마 구룬파라는 ‘아이 코끼리’는 이런 날을 기다렸는지 몰라요. 누구한테라도 도움이 되고 빛이 되며 사랑이 될 수 있기를 꿈꾸었지 싶어요. 온힘을 쏟아 과자를 굽고 접시를 빚으며 자동차까지 만들어요. 그러나, 구룬파가 흘리는 땀방울을 알뜰히 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


  구룬파는 다시 외롭습니다. 기운이 없습니다. 풀이 죽어요. 쓸쓸하게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길을 나서요. 외톨이 되어 조용히 길을 가요.

 


.. 한참 가자 아이가 12명이나 있는 엄마가 “아, 바쁘다, 바빠. 셔츠가 12장에 반바지도 12장, 앞치마가 12장, 양말을 24짝. 바쁘다, 바빠.” 하며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구룬파를 보자 “미안하지만 아이들과 같이 놀아 주겠니?” 하고 부탁했습니다 ..  (22쪽)


  코끼리 구룬파는 열두 아이를 혼자 돌보는 아줌마를 만납니다. 열두 아이를 혼자 돌보는 아줌마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구룬파를 보더니 반깁니다. 아이들과 놀아 주기를 바랍니다. 이동안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고 집일을 하고 밥을 차리려 했겠지요. 구룬파는 피아노를 칩니다. 구룬파는 제 과자를 아이들한테 나누어 줍니다. 구룬파는 저처럼 외톨이인 아이들을 모두 부릅니다. 구룬파는 어느새 ‘유치원을 열어 모든 아이들하고 동무가 되어 신나게 어울리고 놀면서 하루를 누리는 빛’이 되었습니다.


  외톨이였던 아이들은 이제 더 외톨이가 아닙니다. 외톨이였던 구룬파는 이제 더 외톨이가 아닙니다. 서로 빙긋빙긋 웃습니다. 서로 깔깔 호호 하하 웃으면서 뛰놉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먹을것을 함께 나눕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함께 놉니다. ‘구룬파 유치원’은 허물도 담도 없습니다. 사랑 하나로 어우러지는 놀이터요, 꿈 하나로 함께 어깨동무하는 삶터입니다.


  그냥 웃습니다. 그냥 놉니다. 그냥 사랑합니다. 그냥 꿈을 꾸고, 그냥 손을 맞잡으면서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릅니다. 하루하루 모두 아름답습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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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물결 책읽기

 


  억새가 물결친다. 억새물결이 한들거린다. 억새가 춤추는 옆으로 논배미가 펼쳐진다. 이 논임자는 이 억새를 왜 그대로 둘까. 오늘날 같은 시골에서는 억새를 베어 지붕을 삼거나 바구니를 짤 일도 없는데. 성가시니까 그대로 둘까. 가을걷이 마친 뒤에는 굳이 건드릴 까닭 없으니 내버려 둘까. 오며 가며 마음을 포근하게 건드리면서 살랑이니 사랑스럽다 여겨 곱게 돌볼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올 무렵, 온 시골마을에 농약내음이 번진다. 기계를 들고 풀 목아지를 치는 분들도 있으나, 으레 논둑과 밭둑에 농약을 죽죽 뿌린다. 논일과 밭일을 앞두고 바야흐로 시골은 농약물결이다. 옛날 같으면 논둑과 밭둑에서 풀을 뜯느라 부산했을 테고, 논둑과 밭둑에서 자라는 억새를 낫으로 잘라 정갈하게 건사하려고 애썼으리라.


  도시에 있는 공장에서 플라스틱 그릇과 바구니를 쏟아낸다. 도시에 있는 공장에서 화학섬유 옷을 뽑아낸다. 시골사람은 이제 시골에서 억새를 벨 일도, 모시를 벨 일도 없다. 억새도 모시도 그저 잡스러운 풀 가운데 하나로 여길 뿐이다. 요즈음 삼베옷은 몹시 비싼 값에 사고팔리지만, 삼씨를 심어 삼풀을 거두는 일손이 없을 뿐더러, 물레도 베틀도 없다. 박하풀이 어느 시골 어느 밭둑에서 자랄까. 질경이가 어느 시골 어느 밭둑에서 고이 살아남을까.


  억새물결을 바라본다. 억새춤을 맞이한다. 억새는 물결치듯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른다. 사그락사그락 사락사락 싸싸 쏴라락쏴라락 온갖 소리를 들려주고 갖은 노래를 베푼다. 억새밭 곁을 지나면서 억새내음을 맡는다. 억새가 흩뿌리는 숨결을 받아먹는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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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1 12:14   좋아요 0 | URL
와우~굉장하네요! 억새물결 한들거림이!!^^
처음 봤을 때는, 파도가 치는 것도 같았고 눈들이 춤을 추는 것 같이도 보였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억새들의 춤물결이네요~ㅎㅎㅎ

억새를 베지 않고 놔 두신 논임자님께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 주신
함께살기님께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참 좋은 주말입니다~*^^*

파란놀 2014-01-11 12:38   좋아요 0 | URL
이웃마을에서 꼭 저곳만 저렇게 수수하고 조촐하게
억새밭 이루어져 억새물결이 일렁여요.
가을이면 언제나 부러 저 앞길로 돌아서 다니곤 하는데
틀림없이 일부러 이렇게 두는구나 하고 느껴요.

아름다움이란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