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52. 2014.1.5.

 


  볼에 밥을 한 가득 물고 오물오물 씹는다. 아이고 볼따구 터지겠다. 그런데 이렇게 밥 먹는 모습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니.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너와 같은 볼따구로 밥을 먹었을까? 아무렴, 그랬겠지. 네 할아버지도, 네 할아버지를 낳은 할아버지도 모두 이런 볼따구로 어린 나날 예쁘게 누렸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제는 긴젓가락 어린이

 


  일곱 살이 된 큰아이는 긴젓가락을 쓴다. 동생과는 사뭇 다르다며 어린이 젓가락 아닌 어른 젓가락을 쓴다. 처음에는 제대로 못 놀리더니,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니 제법 잘 놀린다. 아직 큰아이한테 긴젓가락은 살짝 무거운 듯 보인다. 그러나, 처음 젓가락을 쓸 적에도 무거웠으니, 쓰고 또 쓰고 자꾸 쓰면서 익숙하게 잘 놀리리라 생각한다. 아무렴, 잘 하겠지.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 콧물 훌쩍

 


  밥상맡에 앉은 산들보라가 콧물 훌쩍인다. 아직 밥상을 다 차리지 않았지만, 배가 고픈지 당근부터 집어든다. 그러고는 “무지개야.” 하면서 두 손으로 살짝 구부린다. 당근은 톡 부러진다. 부러진 당근무지개를 입에 쏙 넣고 냠냠 씹는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0) 몇 번의 1 : 몇 번의 생

 

새들은 몇번의 생을 살다 가는 것일까
《백무산-거대한 일상》(창비,2008) 8쪽

 

  ‘생(生)’은 ‘삶’을 가리킵니다. “생을 살다”란 “삶을 살다”입니다. “잠을 자다”와 “꿈을 꾸다”처럼 “삶을 살다”처럼 쓰는 분이 많기는 한데, 굳이 이렇게 써야 할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삶은 예부터 ‘누린다’고 했어요. “가는 것일까”는 “갈까”로 다듬어 봅니다.

 

 몇번의 생을 살다
→ 몇 번 삶을 누리다
→ 몇 번씩 삶을 누리다
→ 몇 번째 삶을 누리다
→ 몇 번이나 삶을 누리다
 …

 

  토씨 하나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말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무엇보다 토씨 하나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말뜻과 말결이 달라요. 함께 나누려는 이야기는 낱말과 말투를 잇는 토씨로 살리고 가꿉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새들은 몇 번 살다 갈까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

 


  날마다 글을 씁니다. 언제나 새롭게 글을 씁니다. 같은 작가가 선보이는 같은 이름 붙인 만화책을 놓고 1권부터 12권까지, 또는 1권부터 30권까지 새로운 느낌글을 쓰기도 합니다. 언뜻 보기로는 같은 작가 작품 이야기라 할 수 있고, 번호만 더 붙은 같은 만화책이라 바라볼 수 있지만, 번호도 이름도 모두 떼어놓고 들여다보면 다 다른 책과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새로운 마음 되어 새롭게 느낌글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후박나무를 바라보면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 담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이름은 ‘후박나무’라 붙인 뒤 한 시간에 한 꼭지씩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바라보는 후박나무와 어제 바라본 후박나무가 같지 않거든요. 모레에 바라볼 후박나무하고 글피에 바라볼 후박나무도 같지 않아요. 아침과 낮과 저녁으로 흐르는 후박나무 또한 늘 다릅니다. 후박나무 곁에 서도 후박나무 이야기가 다르게 샘솟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데에 있어도 후박나무를 그리는 이야기가 남달리 샘솟습니다.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이란 새롭게 사랑하는 마음일까요.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은 즐겁게 마주하는 마음일까요.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인 나도 날마다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새롭게 웃고 노래합니다. 아이들과 복닥이는 어버이인 나 또한 언제나 새롭게 웃고 노래합니다.


  바람이 불어 겨울 날씨 차갑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러께에도 올해에도 새삼스럽고 새롭게 받아들입니다. 동짓날 지나 해가 차츰 길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곧 봄이 새롭고 새삼스럽게 찾아오겠다고 깨닫습니다. 다음해에도 다다음해에도 새봄은 또 찾아오겠지요.


  이야기가 새롭게 흐릅니다. 삶이 늘 새롭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을 열 차례 되풀이해서 읽어도 새롭게 스며듭니다. 날마다 새롭게 자라나는 삶이기에, 같은 책만 끝없이 되읽어도 새로운 느낌과 꿈과 사랑을 받아먹습니다. 끼니마다 똑같다 싶은 밥상을 차려도 언제나 새롭게 먹는 밥인 만큼, 늘 새롭게 숟가락을 듭니다. 사랑이란, 늘 새로운 빛일 테지요.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3minee 2014-03-16 16:37   좋아요 0 | URL
후박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