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뜰에는 무엇이 살까? - 학교에 살고 있는 풀.꽃.나무 이야기 쪽빛문고 15
손옥희.최향숙.이숙연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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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읽기 57

 


학교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 우리 학교 뜰에는 무엇이 살까
 손옥희·최향숙 글
 이숙연 그림
 청어람미디어 펴냄, 2012.4.5.

 


  나무 한 그루 안 심은 학교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학교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작은 방이나 건물만 빌려서 쓰는 야학도 나무를 심을 자리가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학교를 세운다 할 적에, 학교를 숲과 같이 되도록 가꾸는 곳이 아주 드뭅니다. 초등학교도 대학교도 똑같습니다. 새롭게 건물을 더 올리거나 높이려 할 뿐, 건물 둘레에 나무를 알뜰히 심어 가꾸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봄에는 노란 울타리였다가 차츰 초록 울타리였다가, 가을에 물들고 겨울에 잎을 떨어뜨리는 변화무쌍한 개나리 울타리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우리의 학교를 지켜 주는 고마운 지킴이란다 … 너희는 토끼풀 들판을 본 적이 있니? 토끼풀은 줄기가 땅을 기며 군데군데 뿌리를 내리면서 점점 퍼지며 자라는 식물이란다. 그렇게 퍼져 나간 토끼풀은 금방 들판을 뒤덮지. 잔디를 심고 잘 가꾸어 놓은 곳에도 토끼풀이 퍼져 나가 잔디를 키우는 사람들은 토끼풀을 싫어하기도 해 … 양버즘나무의 큰 이파리에 물이 고이면 새들은 이 나무 밑에 와서 물을 마신단다 ..  (13, 19, 33쪽)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굳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한국에도 ‘숲 유치원’이 생기기는 하지만, 시골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라 해서 숲이나 들이나 바다로 날마다 마실을 가지 않아요. 교실에서만 무언가 ‘교육을 시킵’니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아이들은 바깥에서 뛰놀며 숨을 쉴 수 있어야 해요. 덥건 춥건, 아이들은 마당이나 운동장에서 뛰놀며 바람을 쐴 수 있어야 해요.


  비가 온대서 들일을 안 하지 않습니다. 덥거나 춥대서 바깥일을 안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건물 안쪽에서 비디오만 보거나 그림책만 읽거나 이런저런 체험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다.


  흙을 만지고 흙을 밟아야지요. 풀을 만지고 풀을 밟아야지요. 나무를 만지고 나무를 타야지요.


  아이들한테는 따로 이것저것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은 배울 때가 되면 다 배울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저희가 먹고 입고 자고 누리는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하나하나 느끼고 보아야 합니다. 밥이 이루어지는 흐름을 알고, 옷과 집을 이루는 얼거리를 알아야지요.


  교육은 힘이라고 합니다만, 다른 문명사회 지식과 제도를 안대서 힘이 되지 않습니다. 문명사회 지식과 제도를 모르더라도, 스스로 삶을 짓고 일굴 수 있으면 힘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못 짓고 못 일굴 때에는 힘이 없습니다. 비싼 소작료를 물면서 허덕여야 하는 살림이라면 힘이 없어요. 조그마한 땅뙈기라도 손수 가꾸고 일구면서 보듬을 수 있을 때에 힘이 있어요.


  대학교까지 다녀서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되어야 마을과 사회와 나라를 잘 가꿀까요?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되어 정책을 잘 세워야 마을과 사회와 나라를 잘 가꿀까요? 공무원은 어떤 돈으로 정책을 세우나요? 회사원은 어떤 돈으로 회사를 꾸리나요? 예부터 중앙권력이 시골사람 품과 땀을 그러모아서 정책을 펼치고 행정을 했다지만, 여느 시골사람 살림살이가 넉넉하거나 푸진 적은 없었다고 느낍니다. 중앙권력은 예부터 당파싸움을 비롯해 전쟁놀이를 할 뿐이었어요. 교육을 받거나 정책을 펼친대서 이 나라와 사회와 마을이 아름답도록 이끌지 않았어요.

 


.. 잔디는 겨울에는 누렇게 색깔이 변해. 하지만 그것은 죽은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내는 것이란다. 겉모습은 누렇지만 그 뿌리는 땅속 깊이 내려 추운 겨울을 잘 버티지 … 은행나무에도 작고 예쁜 꽃이 핀단다. 은행나무 꽃을 찾아 잘 살펴보면, 나무마다 꽃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 ..  (24, 41쪽)


  학교 둘레에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를 나무 그대로 가꾸는 곳이 드뭅니다. 모두들 가지치기를 할 뿐 아니라 줄기를 뎅겅 자르기까지 합니다. 조경이니 정원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며 나무를 괴롭힙니다.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이름만 내걸 뿐, 막상 하는 일이라고는 입시지옥으로 아이들 내몰며 괴롭히는 짓이듯, 학교에서 나무를 보살피거나 돌보는 일이 없어요. 애써 나무를 잘 가꾼 사람이 있어도, 이이가 학교를 떠나면 나무는 다시 괴롭습니다. 교사와 학생 몇몇이 나무를 알뜰히 아껴도 교육정책과 교육제도는 교사와 학생을 모두 들볶습니다.


  학교 둘레에 살구나무나 복숭아나무 심는 일이 없어요. 학교 둘레에 포도나무나 능금나무가 자라지 않아요. 학교 둘레에 미루나무나 버드나무가 있을까요. 학교 둘레에 감나무나 잣나무나 물푸레나무가 있는가요.


  대나무가 자라는 학교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소나무를 심었어도 소나무 가지를 함부로 안 잘라 줄기가 곧게 오르도록 보살피는 학교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수수꽃다리 어여쁜 학교라든지, 탱자나무 울타리나 찔레나무 울타리가 곱게 어우러지는 학교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네 학교에서는 어떤 나무를 심어 어떤 나무내음을 맡으려 하나요. 우리네 학교에서 교사들은 어떤 나무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어떤 숲노래 듣도록 이끄는가요.

 


.. 남방부전나비는 괭이밥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나온 애벌레는 괭이밥의 이파리를 먹고 자라. 그런 다음 작은 돌 틈이나 낙엽 밑에 붙어 겨울잠을 자고 그 이듬해에 나비가 되어 날아간단다 … 우리가 키워서 먹는 식물의 경우 먹는 부분만 주로 보기 때문에 예쁜 꽃이 피는지 모를 때가 많아 ..  (133, 159쪽)


  손옥희·최향숙 님이 글을 쓰고 이숙연 님이 그림을 넣은 《우리 학교 뜰에는 무엇이 살까》(청어람미디어,2012)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학교 둘레에 있는 나무를 찬찬히 바라보면서 이야기꽃 펼치는 책입니다. 예쁩니다. 이야기가 예쁘고, 나무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쁩니다. 나무를 아끼는 눈빛이 예쁘고, 나무를 사랑하려는 손길이 예쁩니다.


  웬만한 어느 학교를 보더라도 나무 몇 그루쯤 있지만, 교사도 학생도 나무이름 제대로 모릅니다. 나무이름도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나무 둘레에서 돋는 풀마다 어떤 이름인지 제대로 모릅니다. 운동장에 돋는 풀을 “잡초 뽑자!” 하고 말하며 아이들더러 뽑도록 시키기는 하지만, 운동장에 돋는 풀이 어떤 풀인지 제대로 살피거나 들여다보는 교사도 학생도 없습니다. 이제 흙운동장을 없애고 우레탄을 까는 학교까지 퍽 늘었어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부터 나무와 풀과 꽃을 모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 또한 나무와 풀과 꽃을 모릅니다. 교과서 지식은 머릿속에 잔뜩 넣겠지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붙을 만한 시험성적은 거두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바람을 마시도록 푸른 숨결 내뿜는 나무를 모른다면, 연필과 종이와 책이 되는 나무를 모른다면, 책걸상과 옷장과 책꽂이가 되는 나무를 모른다면, 기둥이 되고 땔감이 되는 나무를 모른다면, 교사와 학생은 무엇을 가르치거나 배운 셈일까요. 나무를 가까이하지 못한다면, 나무를 돌보지 못한다면, 나무와 어깨동무하지 못한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메마르거나 쓸쓸할까요.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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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따뜻한 기운이 몸으로 들어온다.

 

풀내음이
빗내음이
햇살내음이
골고루 섞이고 어우러진.

 

밥 한 그릇
밥상에 올린다.

 

곁님과 두 아이하고
수저를 든다.

 

겨울이 지나간다.

 


4347.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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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1. 큰아이―책에서 옮겨적기

 


  날마다 글을 조금씩 익히는 큰아이는 만화책을 펼치면서 이래저래 궁금한 말이 많다. 그림으로 얼핏 알기는 하겠으나 말로는 알 수 없어서 자꾸 묻는다. 묻고 물으며 다시 묻는 동안 아이는 저한테 익숙한 글을 머릿속으로 외운다. 퍽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알려주기를 하다가, 이제부터는 그만두자고 생각한다. “벼리야, 이제부터는 네가 궁금한 말은 공책에 옮겨적어. 그러고 읽어 달라 하면 그때에는 읽어 줄게.” 큰아이가 열 칸짜리 깍두기공책을 펼친다. 창호종이문으로 스며드는 빛살에 기대어 한 글자 두 글자 또박또박 옮겨적는다. 공책을 들고 온다. 한 줄씩 읽어 준다. 또 적고 또 온다. 또 읽어 준다. 벼리야, 네가 스스로 공책에 글을 적어 보고 읽어 달라 해야, 그런 뒤 너도 스스로 읽어야 비로소 글을 익힐 수 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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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1-18 09:16   좋아요 0 | URL
또박또박 예쁘게 쓰네요.
우리집 아이는 초등1학년인데요, 한참 글배우기를 할 때 공룡책만 들고 다녔답니다.
여자아이인데도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이름을 기억하려니 글을 읽어야했고, 그렇게 글을 읽으니 자기가 그린 공룡그림에 글자를 쓰더라구요.
글쓰기도 재미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파란놀 2014-01-18 09:50   좋아요 0 | URL
여자와 남자라고 해서
딱히 무엇을 더 좋아해야 하거나 좋게 느끼는 틀은 없지 싶어요.
거의 다 부모가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서느냐에 따라 다르지 싶어요.
아이들한테는 선입관이나 편견이 없어서
무엇이든 다 좋아할 수 있는데,
둘레 어른들이 여자는 이것 남자는 요것
틀을 섣불리 나누거든요.

글을 배우는 길은 참 여러 가지로 많고,
그 길을 즐겁게 누리면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구나 싶어요~~~
 

[시골살이 일기 39] 나무가 베푸는 숨빛
― 나무가 해맑기에 시골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따분하거나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아름드리 나뭇줄기를 안으면서 춥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느낌이었는지 예전에는 찬찬히 헤아리지 못했어요.


  고즈넉한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가끔 대문 앞으로 짐차나 오토바이 지나갈 때가 있지만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갑니다.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자동차도 아주 드뭅니다. 자동차 소리가 아예 없지 않으나 거의 없어요.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아무 자동차도 지나가지 않아요. 오직 바람소리가 감돕니다.


  한낮에도 자동차 소리 없이 멧새가 우리 집 둘레에서 지절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시골살이란 바람살이일까? 시골노래란 바람노래일까? 시골빛이란 바람빛일까? 그리고, 시골살이란 풀살이일까? 시골노래란 풀노래일까? 시골빛이란 풀빛일까?


  나무가 있기에 숨을 쉽니다. 풀이 있기에 밥을 먹습니다. 풀밥을 즐겨먹든 고기밥을 즐겨먹든 풀과 나무가 있어서 밥 한 그릇 누립니다. 풀을 그대로 먹으면 풀이 있어야 하고, 고기를 먹자면 고기를 살찌우는 풀이 있어야 합니다. 풀밥이든 고기밥이든 모든 사람은 언제나 풀숨을 받아들이는 셈이에요.


  나무가 있어 집을 짓습니다. 나무가 있어 불을 피웁니다. 나무가 있어 종이와 연필을 얻습니다. 나무가 있어 호밋자루와 삽자루로 삼습니다. 나무가 있어 지게를 만들고 배를 뭇습니다. 석탄이 없고 석유가 없더라도 나무와 풀은 있어야 해요. 석탄과 석유 또한 나무와 풀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기에 생겨날 수 있어요.


  도시에서 문화나 정치나 사회나 예술을 꽃피우는 밑바탕이란, 제도와 시설과 돈이 아닙니다. 시골을 이루는 풀과 나무로 이루어지는 들과 숲이 바로 문화나 정치나 사회나 예술을 꽃피우는 밑바탕입니다. 시골들이 푸르고, 시골나무가 아름다울 적에 시골살이가 빛나고 도시살이가 알찹니다.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하루 내내 재미나게 놉니다. 나뭇줄기를 쓰다듬으면서 어제도 오늘도 맑게 웃습니다. 나무 곁에서 숨을 쉬고, 나무 둘레에서 밥을 먹습니다. 아이는 나무 곁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놉니다. 어른은 나무 둘레에서 밝은 얼굴로 일손을 놀립니다. 시골에는 나무가 있어 푸릅니다. 시골은 나무가 우거져서 포근합니다. 도시에도 나무가 있으면 푸릅니다. 도시에서도 나무가 우거지면 사람들 마음에 따스한 사랑이 새록새록 퍼지리라 생각합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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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99] 이야기

 


  뗏목을 엮어 냇물을 건너고
  헤엄을 쳐서 냇물을 가로지르며
  물을 길러 냇가로 가는 이야기.

 


  냇물을 건너려고 뗏목을 엮는 삶이 이야기입니다. 헤엄을 배워 냇물을 가로지르면서 노는 하루가 이야기입니다. 동이를 이고 냇가로 가서 물을 긷는 나날이 이야기입니다. 물소리를 듣고, 물빛을 누리며, 물숨을 마시면서 이야기입니다. 비가 내려 냇물이 불고, 가물어 냇물이 줄어듭니다. 냇가에는 새들이 내려앉고, 냇물에는 물고기와 가재와 다슬기가 삽니다. 다 함께 어우러지는 냇가에 풀이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립니다. 냇물 하나를 둘러싸고 들과 숲이 이루어집니다. 들과 숲 곁에 조그마한 보금자리 생기면서 마을이 태어납니다. 조그마한 물줄기 하나에서 이야기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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