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7] 책걸상

 


  일곱 살 큰아이가 밥을 먹는 자리에서 문득 묻습니다. “아버지, 왜 책하고 컴터(컴퓨터로 보는 만화영화)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라 안 하고 ‘엄마 아빠’라고만 해?” “그래, 왜 그렇게 나올까.” “음, ‘어머니 아버지’라고 나오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이나 만화영화를 보면 ‘책걸상’ 가운데 걸상을 걸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으레 ‘의자’라고만 나오며, 둘레 어른들도 걸상이라 말하지 않아요. 책을 보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든 아이들은 걸상이라는 말을 모르는 채 의자라는 말만 듣고 익숙합니다. 폭신하게 앉는 걸상도, 조그마한 걸상도, 나무로 짠 걸상도, 여럿이 앉을 만한 긴 걸상도, 그루터기로 삼는 걸상도 모두 걸상이지만, 걸상은 제 이름을 못 찾습니다. 걸터앉으면서도 걸상이 되지 못합니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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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2.25. 큰아이―하늘과 구름

 


  평상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가 파란 하늘을 그림으로 담는다. 파란 하늘 사이사이 흐르는 구름을 마주하는 아이가 하얀 구름을 그림으로 옮긴다. 동백꽃을 한 송이 그려 넣는다. 천천히 천천히 붓을 놀리면서 그림을 마무리짓는다. 붓질을 한 번 하고 웃는다. 다시 붓질을 한 번 하면서 웃는다. “나 잘 그리지요?” 하고 묻는다. 아무렴, 잘 그리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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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01 22:06   좋아요 0 | URL
그림 정말 잘 그리네요.^^

파란놀 2014-03-01 22:34   좋아요 0 | URL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라면
모두 이렇게 즐겁게 잘 그리리라 생각해요.

어제 오늘 비가 오는 바람에
평상에 앉아 이렇게 그림을 못 그렸지만,
내일 날이 개면
다시 평상에 앉아서
멋지게 그림을 그리리라 생각해요 ^^
 


  냇물에서 퍼지는 숨소리를 읽는 이가 있기에, 이이는 냇물이 더는 더러워지지 않도록 온힘을 바친다. 이와 달리, 이 나라 한국에는 냇물에서 흐르는 숨소리를 읽지 않거나 읽을 생각이 없는 공무원과 정치꾼과 개발업자와 여느 회사원이 너무나 많은 탓에, 온나라 구석구석 끔찍한 막공사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4대강만 말하지만 시골마을에서도 ‘4대강 지류사업’을 어마어마하게 벌인다. 조그마한 논도랑 같은 시골 냇물바닥에 시멘트를 퍼붓고 산에서 캐낸 커다란 돌을 때려박느라 수십억 원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4대강사업 이야기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썩하지만, 시골마을 골짜기와 냇물과 논도랑을 망가뜨리는 ‘4대강 지류사업’을 제대로 취재하거나 알리는 중앙일간지 기자도 시골신문 기자도 없다. 시골 어르신조차 ‘풀 안 뽑아도 되니 좋지’라느니 ‘일자리 생겨서 좋지’라고 말할 뿐이다. 물고기 사라진 냇물에서 다시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젊은이 눈빛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4347.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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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물고기가 사라진 강의 부활에 인생을 건 남자 이야기
야마사키 미쓰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4년 03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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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그림책을 그려서 선보이는 분들이 많다. 이 많은 아름다운 분들 가운데 ‘사노 요코’라는 분은 퍽 남다르다고 여겼는데, 왜 이분 그림책이 남다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이분 그림책을 볼 적마다 이런 생각날개는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러다가 이녁이 그림이 아닌 글로 이녁 어머니와 얽힌 지난날을 조곤조곤 풀어내어 쓴 《나의 엄마 시즈코상》을 읽으면서, 이녁 어머니가 이녁을 오늘날과 같이 만들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는 오빠가 열한 살 나이에 죽고, 그무렵부터 어머니가 집일을 모질게 잔뜩 시키느라, 온갖 일을 다 치러내야 하는 어린 나날을 보내면서, 이를테면 한겨울에도 어린 동생 기저귀를 빨래하고 물을 길으러 다니고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짓고 하는 동안, 사노 요코라고 하는 조그마한 가슴속에 커다랗게 빛나는 별이 돋았구나. 사노 요코 님은 ‘돈으로 실버타운에 이녁 어머니를 넣었다’고 말하지만, 이런 말은 곧이 들리지 않는다. 이 말마디에 묻어나는 촉촉한 기운을 오래도록 곱씹는다. 4347.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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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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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씨앗이 터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생태놀이터 1
곤도 구미코 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0

 


씨앗 한 톨이 살리는 숨결
― 톡 씨앗이 터졌다
 곤도 구미코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한울림어린이 펴냄, 2007.5.2.

 


  봄이 되어 빈터마다 새싹이 돋습니다. 논둑과 밭둑에도 새싹이 돋습니다. 마당과 숲에서도 새싹이 돋아요. 새싹은 풀싹이면서 나물입니다. 새싹은 푸르게 돋으면서 싱그러운 풀내음을 퍼뜨립니다. 새싹이면서 풀싹이요 나물을 톡톡 손가락으로 끊습니다. 곧바로 입에 넣기도 하고, 물로 헹구어 하얀 접시에 올려 밥상에 놓기도 합니다. 나물이자 풀싹이요 새싹을 입에 한 줌 넣어 야금야금 씹으면 온몸으로 봄내음이 확 퍼집니다.


.. 씨앗들아, 반가워 ..  (4쪽)


  가을에 떨어진 씨앗이 봄에 돋습니다. 겨울을 견딘 씨앗이 봄부터 하나둘 깨어납니다. 모두들 겨우내 찬바람과 흰눈을 먹고 마시면서 흙 품에서 봄을 기다렸습니다. 저마다 겨울 동안 흙 품에서 시든 풀잎 이불을 덮고는 포근하게 쉬면서 봄을 바랐어요.


  사람들은 봄을 맞이해 씨앗을 심기도 합니다. 손수 길러서 먹고 싶은 푸성귀 씨앗을 심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심는 씨앗은 알뜰살뜰 보살피는 손길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심은 씨앗에서 돋는 싹이나 잎이나 줄기가 아니라면 석석 베어서 없애곤 합니다. 때로는 약을 뿌려 태워 죽이기도 합니다. 농약을 맞는 풀은 그냥 죽지 않습니다. 잎사귀와 뿌리가 농약 기운에 타서 지글지글 까맣게 죽습니다.


  논일과 밭일을 하며 김매기로 고단하다고도 하는데, 김매기를 하면서 뽑는 풀이란 모조리 나물입니다. 여느 때에는 나물이지만, 밭이나 논을 가꿀 적에는 ‘김(잡풀)’이 됩니다.


  언제부터 풀은 풀이 아닌 김이 되어야 했을까요. 여느 때에는 온갖 나물을 훑어서 먹는데, 왜 밭을 가꿀 적에는 농약을 뿌리거나 김매기를 해야 할까요. 식구가 많고 아이들이 여럿이라면 나물뜯기나 나물캐기를 할 텐데,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면서 일손 또한 사라져, 풀을 싫어하는 삶으로 바뀌지 않나 싶습니다. 시골에서도 푸성귀를 내다 팔아야 하기에, 여느 나물을 뜯어서 먹는 흐름이 사라지지 싶어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북적거리고, 굳이 푸성귀를 내다 팔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오붓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늘면, 김이나 잡풀이란 말은 사라지면서 나물살이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 쉬잇! 모두 잠들었어 ..  (19쪽)


  곤도 구미코 님이 빚은 그림책 《톡 씨앗이 터졌다》(한울림어린이,2007)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씨앗이 처음 톡 터지면서 얼마나 어떻게 퍼지는가를 아기자기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풀씨는 아주 작은 만큼, 이 그림책에는 ‘사람’은 나오지 않습니다. ‘풀벌레’가 그림책 주인공입니다. 풀벌레는 저마다 풀씨 둘레에서 즐겁게 어우러져 놉니다. 풀벌레는 봄에 깨어나 여름에 놀다가 가을에 천천히 쉬고는 겨울에 잠듭니다. 곰곰이 따진다면 씨앗도 이와 같아요. 씨앗은 봄에 깨어나 뿌리를 내리면서 싹을 틔우고, 여름에 한껏 뻗은 다음 가을에 다시금 톡톡 터뜨려 퍼집니다. 겨우내 고이 잠들었다가 새봄에 새삼스레 깨어나요.


  씨앗 한 톨이 살리는 숨결입니다. 풀벌레도 씨앗 한 톨이 살립니다. 사람도 씨앗 한 톨이 살립니다. 밭에 푸성귀 씨앗을 심든, 풀씨가 들판에 풀풀 날리든, 씨앗이 땅에 떨어져 푸르게 돋지 않으면, 풀벌레도 사람도 살아갈 수 없어요. 풀씨와 나무씨가 날려 지구별이 푸르게 물들어야 풀벌레와 사람 모두 살아갈 만합니다.


  풀바람이 불어 모든 목숨이 살아요. 풀내음이 번져 모든 목숨이 노래합니다. 풀빛이 밝으면서 모든 목숨이 까르르 웃습니다.


  풀잎을 어루만집니다. 풀줄기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풀꽃을 빙그레 웃으며 들여다봅니다. 두 손 가득 풀물이 들도록 풀을 만집니다. 풀이 자라면서 푸른 마음이 되고 푸른 사랑을 그립니다. 풀과 함께 삶이 빛납니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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