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를 들여다보면 풀살이를 읽을 수 있다. 풀살이를 읽으려면 풀벌레를 들여다보면 된다. 작은 풀벌레는 작은 풀잎을 타고 오른다. 풀벌레는 풀잎을 보금자리로 삼는다. 풀밭이 풀마을이요, 풀잎이 풀집이 된다. 풀벌레를 풀잎을 집으로 삼을 뿐 아니라 먹이로 삼는다. 다른 풀벌레를 잡아먹는 풀벌레도 있으나, 꽤 많은 풀벌레는 풀을 밥이자 집이자 마을이자 온누리로 삼아서 살아간다. 사진책 《섬서구메뚜기의 모험》을 들여다본다. 메뚜기 가운데 섬서구메뚜기가 겪는 아슬아슬한 나날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오래도록 풀벌레를 지켜보았기에 이렇게 사진으로 하나하나 찍어서 이야기를 엮었겠지. 요즈음은 시골마다 농약을 너무 뿌려대느라 메뚜기 한 마리 보기 수월하지 않지만, 풀벌레를 사귀고 싶은 마음으로 풀밭에서 풀놀이를 하면, 고운 풀동무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풀벌레와 놀면서 풀사랑을 깨닫고 풀꿈을 꾸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4347.3.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섬서구메뚜기의 모험
김병규 글, 황헌만 사진, 김승태 감수 / 소년한길 / 2009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3월 25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16) 혼신의 3 : 혼신의 힘을 다해

 

시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대지의 정령을 감동시키고, 대지의 정령이 시인의 입을 빌어서 그 마음을 노래한 듯한 구절뿐이다
《나카노 고지/서석연 옮김-청빈의 사상》(자유문학사,1993) 164쪽

 

 혼신의 힘을 다해
→ 온힘을 다해
→ 모든 힘을 다해
→ 있는 힘을 다해
→ 마지막 힘을 다해
→ 낼 수 있는 힘을 다해
 …


  예부터 “젖을 먹던 힘”을 말했습니다. 저 또한 젖을 먹던 힘을 내면서 살고,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용을 쓰는 “젖을 먹는 힘”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갓난아기일 적에 힘차게 젖을 빠는 모습을 보면, 젖을 빨면서 스스로 지쳐서 쉬었다가 빨고 또 쉬었다가 빨고 합니다. 아기로서는 젖을 빨아먹는 일도 벅찹니다. 이 “젖을 먹는 힘”이란 아이한테는 목숨이 달린 일이고, 이 일을 제대로 해내어야 비로소 몸에 살이 붙고 뼈가 굵으며 단단합니다.


  “젖을 빨아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어떤 일을 한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몸에 깃든 모든 힘을, 또 마음을 바치는 온갖 힘을 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내려는 매무새이며, 있는 힘이란 힘은 다 끌어낸다는 모양새입니다.


  온갖 힘을 이처럼 진땀을 빼면서 낸다면, 삶을 가꾸거나 말을 가꿀 적에도 온갖 꿈과 사랑과 넋을 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아름답게 이루려는 생각으로, 마지막 힘을 다하거나 낼 수 있는 힘을 쏟을 수 있어요. 4342.3.21.흙/4347.3.2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시인이 온힘을 다해 땅에 깃든 넋을 움직이고, 땅에 깃든 넋이 시인 입을 빌어서 이녁 마음을 노래한 듯한 글월뿐이다

 

“대지(大地)의 정령(精靈)”은 “이 땅에 깃든 넋”이나 “땅기운”으로 다듬고, ‘감동(感動)시키고’는 ‘마음을 움직이고’나 ‘마음을 적시고’나 ‘마음을 흔들고’나 ‘마음을 건드리고’로 다듬습니다. “시인의 입”은 “시인 입”으로 손보고, ‘구절(句節)’은 ‘글월’이나 ‘대목’으로 손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0) 혼신의 4 : 혼신의 힘

 

그러한 나를 제압하기 위해 어머니 또한 혼신의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현기영-똥깅이》(실천문학사,2008) 59쪽

 

 혼신의 힘을 쏟지 않으면
→ 온힘을 쏟지 않으면
→ 젖먹던 힘을 쏟지 않으면
→ 죽을힘을 쏟지 않으면
 …


  ‘젖먹다’는 한 낱말이 아닙니다. “젖 먹던 힘”처럼 띄어서 적어야 맞춤법에 맞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젖먹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젖떼기’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젖먹기’라는 낱말이나 ‘젖먹다’ 같은 낱말을 얼마든지 쓸 만하리라 느낍니다. ‘죽을힘’이라는 낱말을 한 낱말로 삼듯이 ‘젖힘’ 같은 낱말을 지을 만해요. 젖힘이란 바로 아기들이 젖을 빨아서 먹으면서 숨을 이으려고 애쓰는 힘입니다.


  그야말로 온힘을 다하기에 죽을힘이요 젖힘입니다. 온힘을 다하면서 어떤 일을 이루고 싶습니다. 온힘을 다하듯이 온넋을 바칩니다. 온몸을 쓰고 온마음을 기울여요. ‘온’이라는 낱말을 잘 살리면 “온땀을 쏟다”처럼 말할 수 있어요. 모든 땀을 쏟듯이 힘을 쓴다는 뜻에서 ‘온땀’이 됩니다. 한자말 ‘혼신’에서 홀가분할 수 있으면 토씨 ‘-의’를 털어낼 뿐 아니라, 알맞고 바르며 어여쁜 한국말을 새롭게 빚습니다. 4347.3.2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한 나를 누르려고 어머니 또한 젖먹던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제압(制壓)하기 위(爲)해”는 “누르려고”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96) 혼신의 1 : 혼신의 힘을 다한다

 

혼신의 힘을 다한다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0쪽

 

 혼신의 힘을 다한다
→ 온몸에 있는 힘을 다한다
→ 온힘을 다한다
→ 젖먹던 힘을 다한다
→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

 

  흔히 듣거나 쓰는 말이라 할 ‘혼신’이고 “혼신의 힘을 다하다”입니다. 그런데 이 ‘혼신’은 ‘온몸’을 한자말로 담아낸 말일 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혼신 = 온몸”으로 풀이해요. 사람들이 퍽 많이 쓰는 여러 한자말 가운데에도 이런 말이 제법 많습니다. 딱히 다른 뜻이 없는 낱말, 한국말을 밀어내고 들어서는 한자말이 꽤 많아요.


  한자말 ‘혼신’은 우리가 얼마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한국말 ‘온몸’이 그다지 쓸 만하지 않기에 ‘혼신’을 쓰는가 궁금합니다. 한국말 ‘온몸’만으로는 우리 느낌이나 생각을 알뜰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느끼기에 ‘혼신’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혼신의 힘을 쏟다 → 온힘을 쏟다
 혼신의 노력을 다하다 → 온힘 다해 애쓰다
 혼신을 바쳐 → 온몸을 바쳐

 

  때와 곳을 살펴 ‘온몸’을 넣을 수 있고, ‘온힘’이나 ‘온마음’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젖먹던 힘”을 넣어도 되고,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를 넣어도 됩니다. “있는 힘껏” 애쓰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을 알맞게 지어서 쓰면 돼요. 4339.5.15.달/4342.3.20.쇠/4347.3.2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온힘을 다한다

 

한자말 ‘혼신(渾身)’은 ‘온몸’을 가리킵니다. 다른 뜻이 더 없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265) 혼신의 2 : 혼신의 용기

 

슈베르트는 혼신(渾身)의 용기를 냈다
《폴 란돌미/김자경 옮김-슈베르트》(신구문화사,1977) 138쪽

 

 혼신(渾身)의 용기를 냈다
→ 마지막 기운을 냈다
→ 다부지게 기운을 냈다
→ 다시금 힘을 모았다
→ 젖먹던 힘까지 냈다
 …

 

  ‘혼신’ 뒤에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으면 이 낱말이 무슨 뜻을 가리키는지 한결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처럼 묶음표를 붙일 일이 아니라, 묶음표를 벗기고 한자도 털면서 쉽고 또렷하게 글을 쓸 때에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온몸’을 가리키는 한자말 ‘渾身’입니다. 그러니 이 낱말을 넣으면, “온몸에 있는 기운을 낸다”는 소리입니다. 온몸에 있는 기운을 낸다고 한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힘껏 쥐어짜낸다”는 소리, 곧 “젖먹는 힘을 다한다”는 이야기예요.


  이렇게 맨 밑바닥에 있는 힘까지 뽑아내려고 하는 일은, 다부지게 마음을 먹으면서 하는 일입니다. ‘야무지’게, ‘야물딱지’게, ‘당차’게 하는 일입니다.


  글흐름을 살피면, 슈베르트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운을 내어 어떤 일을 하려고 합니다. 자꾸자꾸 힘들고 고달프지만 ‘다시금’ 기운을 낸다고 할 수 있어요. ‘굽히지 않고’ 기운을 내거나 ‘다시 기운을 차리고 주먹을 불끈 쥡’니다. 마지막으로 더 기운을 낸다는 뜻을 살리자면 ‘마지막’이라는 낱말을 넣어야 알맞고, 씩씩하게 다시 일어서겠다는 뜻을 살리자면 ‘다시금’이나 ‘새롭게’ 같은 낱말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4341.3.14.쇠/4347.3.2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슈베르트는 마지막 기운을 냈다

 

한자말 ‘용기(勇氣)’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을 뜻합니다. 이 한자말을 그대로 써도 되지만, “씩씩하게 기운을 내다”라든지 “씩씩하다”라든지 “기운을 내다”처럼 쓰면 한결 낫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갑니다. 두 사람은 ‘먹고 자는 사이’일 수 있고, ‘함께 사는 사이’일 수 있습니다. 한집에서 지낸대서 더 가깝거나 살갑지 않습니다. 한집에서 지내기에 더 사랑스럽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가까울 때에 가깝습니다. 마음으로 아끼며 사랑하기에 사랑스럽습니다.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은 한집에서 지내는 두 사람이 서로 어떤 마음과 눈높이와 생각과 사랑인가를 보여줍니다. 두 사람 목소리로 나란히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어떤 대목에서 다르게 보고 똑같이 느끼는가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따로 떨어지려는 길이 아닌, 함께 어깨동무하려는 길을 걷는 두 사람이 밝게 웃는 삶을 보여줍니다. 4347.3.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1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2014년 03월 25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살이 일기 46] 풀밥을 먹자
― 얘들아 밥이 다 되었어

 


  밥을 다 차릴 무렵 풀을 뜯습니다. 풀을 미리 뜯을 수 있지만, 밥이랑 국이랑 다 될 무렵 비로소 풀을 뜯습니다. 어느 때에는 아이들이 너무 배고파 하기에 미처 풀을 못 뜯고 밥이랑 국부터 먹이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혼자 마당으로 내려서서 풀을 뜯어서 헹군 뒤 송송 썰어 올리기도 합니다. 풀을 일찌감치 뜯는 적이 없습니다.


  여러 해째 이렇게 풀을 뜯으며 생각합니다. 왜 미리 풀을 안 뜯을까? 왜 미리 풀을 뜯는 버릇을 들이지 못할까?


  새봄을 맞이해 봄풀을 뜯다가 문득 한 가지 떠오릅니다. 어떤 풀을 뜯어서 먹든, 뜯는 자리에서 바로 입에 넣으면 가장 맛있습니다. 뜯어서 밥상맡까지 가지고 올 적보다 풀밭에서 뜯어 곧바로 먹으면 가장 맛있어요.


  밥을 차려야지 하고 생각하는 ‘머리’에서는 미리 풀을 뜯으면 밥상 차리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여깁니다. 밥을 차리는 ‘마음’에서는 갓 뜯은 풀이 가장 맛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머리보다 마음이 늘 앞서기에, 풀을 맨 나중에 뜯어서 차리는구나 싶어요.


  풀 뜯는 데에는 몇 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슥 한 바퀴 돌면 됩니다. 아이들은 곧잘 풀뜯기를 거듭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먹을 풀을 스스로 뜯으면 더 맛있습니다. 남이 차려서 내미는 밥도 맛나지만, 손수 차려서 먹는 밥이란 더없이 맛있어요. 손수 씨앗을 심어서 거둔 푸성귀라면 훨씬 맛있을 테지요.


  풀을 뜯으며 생각합니다. 풀은 사람이 따로 풀씨를 뿌리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려 자랍니다. 풀은 사람 손길을 타야 잘 자라지 않습니다. 풀은 스스로 돋고 스스로 푸릅니다. 사람이 이런 씨앗 저런 씨앗을 심어 거두어 먹어도 좋을 텐데, 스스로 돋는 풀만 뜯어서 먹으려 해도 다 못 먹습니다. 풀밥을 먹고 풀물을 마시기만 하더라도 사람은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고속도로를 늘리거나 아파트를 더 지어야 할 이 땅이 아니라, 풀밭과 숲을 가꾸고 돌보면서 누구나 풀밥을 실컷 누릴 수 있을 때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 땅이 되리라 느껴요. 논둑과 밭둑을 시멘트로 덮으려 애쓰지 말고, 논둑과 밭둑에서 자라는 풀을 즐겁게 맞이해서 기쁘게 먹으면 넉넉하리라 느껴요.


  풀을 먹는 몸에서는 풀내음이 납니다. 풀을 먹는 사람은 풀내음이 나는 글을 씁니다. 풀을 먹는 사람은 풀내음이 감도는 책을 사귑니다. 풀을 먹는 사람은 풀내음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7.3.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동백마을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