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17. 풀밭에서 자전거 끌기 (2014.3.26.)

 


  네 살 산들보라는 자전거를 탈 생각을 안 한다. 끌고 다니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비알진 풀밭으로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넌 어쩜 그런 생각을 다 하면서 노니? 산들보라한테 말한다. “보라야, 밟는 자리만 밟고 다른 자리는 우리가 먹는 풀이니까 밟지 말렴. 자전거로 먹는 풀을 밟으면 풀도 아야 하고 우리가 이 풀을 못 먹어.” 이렇게 말하면 그때그때 “응.” 하고 말하지만, 안 보면 또 풀밭을 밟으면서 논다. 흙과 풀을 밟을 적에 한결 느낌이 싱그러우면서 좋으리라. 그러니 자꾸 밟겠지. 물끄러미 지켜보니, 비알진 곳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가 내려오자니 그만 미끄러져 고꾸라진다. 저런, 하고 생각하면서 기다린다. 울지 않는다.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옷을 턴다. 그러고는 돌돌돌 세발자전거를 굴리며 내려온다. 너는 아주 멋진 자전거돌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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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1 13:52   좋아요 0 | URL
넘어져도 울지도 않는 산들보라~ 너무 기특하고 예쁩니다!!!^^

파란놀 2014-04-02 00:43   좋아요 0 | URL
애틋하며 사랑스럽습니다~
 

책아이 130. 2014.3.23.ㄷ 나도 빼꼼

 


  아버지가 밥을 차리면서 틈틈이 보다가 내려놓은 책을 큰아이가 집어들면서 구경한다. 글밥이 가득한 책인데 사이사이 그림이 있다. 큰아이는 그림이 더러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이모저모 살피면서 제가 읽을 만한 글을 읽는다.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엉겨붙으면서 살며시 기웃기웃한다. 너도 보고 싶니? 너도 글을 읽고 싶니? 스스로 글을 깨치며 글을 잘 읽는 누나 옆에서 귀를 기울여서 듣고 때때로 글을 살피면, 너도 머잖아 술술 글을 읽으며 책놀이를 할 수 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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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38. 그림을 그리는 사진

 


  사진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마음속에 깃든 이야기를 사진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겪거나 느낀 이야기를 사진을 빌어 그림으로 그립니다. 늘 마주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진이라는 틀에 맞추어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마음속에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마음속에 이야기가 피어나지 않으면 사진을 못 찍습니다. 스스로 즐겁거나 아름답게 누린 삶이 없으면 사진을 안 찍습니다.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도 해요. 그런데,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지다고 느끼려면, 이런 모습을 마음속으로 바라거나 담으려고 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다면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보더라도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지다고 생각하지 못해요.


  이야기가 있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붓을 들어 종이에 그림을 그립니다. 이야기가 있기에 비로소 글을 쓰고 노래를 불러요.


  그림은 두 가지입니다. 종이에 붓이나 연필로 빚는 그림이 하나 있고, 마음속에 이야기로 엮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진이란, 마음속에 엮은 이야기를 그린다는 뜻입니다. 마음속에서 자라는 이야기가 있을 때에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그림놀이를 할 적에 마냥 그림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이야기가 있기에 그림놀이를 해요. 아이 스스로 제 얼굴을 그리든 어머니나 아버지 모습을 그리든 풀이나 꽃이나 나무를 그리든 하늘이나 빗방울을 그리든, 스스로 보거나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가 있어야 그림놀이를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으로 담으려는 주제’를 먼저 찾으라고들 말해요. ‘사진으로 담으려는 주제’란 ‘내가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나 스스로 ‘삶을 누리면서 즐긴 이야기’입니다. ‘내가 누구보다 나한테 속삭이고 싶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길 수 있고, 그림이나 글이나 노래나 춤으로 옮길 수 있어요. 마음그림이 시나브로 사진빛이 됩니다.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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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79) 기질적 1 : 기질적으로 갈구하다

 

이전의 덜 복작거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뉴욕은 불쾌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기질적으로 편안하고 편리한 것을 갈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살 테니까
《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여기, 뉴욕》(숲속여우비,2014) 57쪽

 

 뉴요커들은 기질적으로 갈구하지 않는다
→ 뉴요커들은 바라지 않는다
→ 뉴요커들은 바라는 마음씨가 아니다
→ 뉴요커들은 바라는 마음이 없다
 …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기질적’은 안 나옵니다. ‘기질(氣質)’만 나오고, 이 한자말은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 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이라고 풀이합니다. 이 보기글을 돌아본다면 “뉴요커들은 편안하고 편리한 것을 갈구하지 않는 기질이다”처럼 적어야 맞겠구나 싶습니다. 글 사이에 집어넣자니 ‘기질적으로’처럼 적는데, 이와 비슷한 꼴로 ‘성격적으로’처럼 적을 수도 있겠지요.


  한국말사전 뜻풀이에 나오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은 무엇을 가리킬는지 궁금합니다. ‘성격’도 ‘소질’도 아닌 ‘성격적 소질’이란 무엇일까요.


  ‘성격(性格)’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이라 하고, ‘소질(素質)’은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이라 합니다. ‘고유(固有)’는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유한 것”을 뜻하고, ‘본래(本來)’는 ‘본디’로 고쳐써야 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한자말로 적는 ‘성격’과 ‘소질’은 같은 낱말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자꾸 다른 한자말로 풀이를 하는데, 이 낱말을 보든 저 낱말을 보든, 모두 ‘마음씨’나 ‘마음결’을 이야기하는구나 싶습니다.


  이 보기글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뉴욕사람들은 느긋하고 더 좋은 것을 바라지 않는 마음(마음씨/마음결)이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뉴욕사람 마음씨를 말하는 대목이고, 뉴욕사람 마음결을 짚는 대목이에요. ‘마음가짐’이나 ‘매무새’나 ‘모습’ 같은 낱말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4347.4.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예전처럼 덜 복작거리던 때와 견주면 뉴욕은 거북하고 안 좋다. 그렇지만 뉴욕사람들은 느긋하고 더 좋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살 테니까

 

‘이전(以前)의’는 ‘예전처럼’이나 ‘예전 같은’으로 다듬고, ‘시절(時節)’은 ‘때’로 다듬으며, ‘비교(比較)하면’은 ‘견주면’으로 다듬습니다. “불쾌(不快)하고 불편(不便)하다”는 “거북하고 안 좋다”나 “못마땅하고 싫다”로 손볼 만합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바로잡습니다. ‘뉴요커’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뉴욕사람’으로 손볼 수 있어요. “편안(便安)하고 편리(便利)한”은 “느긋하고 더 좋은”으로 손질하고, ‘갈구(渴求)하지’는 ‘바라지’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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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77) 이상주의적 1 : 이상주의적 환상

 

책 속의 세상이 그 무엇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감각을 통하지 않고서야 그 현실은 어디까지나 이상주의적 환상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65쪽

 

 이상주의적 환상에
→ 꿈 같은 생각에
→ 꿈나라 이야기에
→ 부질없는 꿈에
→ 덧없는 생각에
 …


  ‘이상주의적(理想主義的)’은 “현실은 무시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태도를 가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상(理想)’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를 뜻한다고 해요. 완전하다는 생각이란 오롯하거나 옹근 생각이며 빈틈이 없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마음에 품은 대로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일 테고, 이러한 생각은 예부터 으레 ‘꿈’이라고 일컬었어요. 그래서 ‘꿈’ 뜻풀이 (2)을 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 나옵니다. 이루고 싶은 생각이 바로 ‘꿈’이요 ‘이상’인 셈입니다.


  두 가지로 나눈다면 꿈과 삶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꿈은 이상이요, 삶은 현실입니다. 꿈을 품으면서 살고, 살면서 꿈을 품습니다. ‘이상주의’라면 ‘꿈바라기’라 할 만하고, ‘현실주의’라면 ‘삶바라기’라 할 만해요.


  보기글에서는 ‘이상주의적 환상’이라고 나옵니다. 뜻과 느낌을 곰곰이 살피면 ‘이상’과 ‘환상’은 같은 말입니다. 두 가지 모두 아직 삶에서 이루지 못한 생각을 가리키거든요.


  이 자리에서 ‘이상주의’를 그대로 두고 싶다면 “이상주의 같은 생각에 머무르고”로 손봅니다. “이상주의에 머무르고”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손보아도 뜻이나 느낌을 짚기 어렵다면 ‘꿈’이라는 낱말을 알맞게 넣어 손질해 줍니다. 4347.4.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책에 나오는 나라가 그 무엇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살갗으로 느끼지 않고서야 이 현실은 어디까지나 꿈 같은 생각에 머무르고 만다

“책 속의 세상(世上)”은 “책에 나오는 세상”이나 “책에 나오는 나라”로 손보고, “감각(感覺)을 통(通)하지 않고서야”는 “감각을 거치지 않고서야”나 “느낌을 거치지 않고서야”나 “느끼지 않고서야”나 “살갗으로 느끼지 않고서야”로 손봅니다. ‘환상(幻想)’이나 ‘현실(現實)’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꿈’으로 손질하거나 ‘삶’이나 ‘우리 모습’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말 것이다”는 “만다”나 “말기 마련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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