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5.24.

 : 씩씩한 이웃과 씩씩하게



- 네 식구가 람타학교 기초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배움삯을 마련하지 못한다. 작은아이 어금니가 많이 썩어서 크게 고쳐야 하는데, 아이 이를 고칠 돈도 마련하지 못한다. 이도 저도 못하면서 돈 나올 곳을 생각한다. 우리 시골집을 팔면 될까. 우리가 이 집에서 살려고 지붕을 새로 하고 천장을 고치고 전기와 부엌 시설을 고쳤으니, 시골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럭저럭 우리 집을 장만해서 지낼 만하리라 본다. 이렇게 하면 숨가쁜 우리 살림을 한동안 펼 만하다. 그러면, 우리 삶터는? 이 집을 팔면 우리가 새로 살 곳을 찾아야 한다. 이 집을 사겠소 할 사람이 곧장 나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작은아이 이를 고치며 들일 목돈을 따지려니 뾰족한 수가 없다. 아무튼 치과를 여러 날 들락거려야 할 테니, 치과가 많은 일산으로 가려고 짐을 꾸린다. 곁님 식구가 살아가는 일산에 며칠 머물러야지 싶다. 그러나 일산으로 떠났다가 돌아올 찻삯 마련하는 일도 만만하지 못해 뭉그적거린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겁다. 집에 있을 바에는 바람을 쐬야겠구나 싶어,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 먼저 우리 도서관으로 간다. 두 통 가득 들딸기를 딴다. 아이들은 딸기밭에서 곧바로 따서 먹도록 한다. 면소재지로 간다. 면소재지에서 가게와 빵집에 들러 들딸기를 나누어 준다. 면소재지 가게 아주머니가 고맙다면서 아이들 먹으라고 얼음과자를 둘 선물로 주신다. 오월빛 머금은 빨간 열매를 함께 나누려는 생각이었는데, 뜻밖에 받는 선물이다.


-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작은아이는 가게 아주머니가 준 얼음과자를 모른다. 다 녹겠네. 큰아이한테 하나를 주고, 내가 하나 먹기로 한다. 얼음과자를 손에 쥐고 자전거를 달린다.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자전거를 돌린다. 이웃 봉산마을 꼭대기에 빈집을 얻어 바지런히 고쳐서 지내는 분한테 찾아가기로 한다.


- 발포 바닷가에서 막공사를 한창 벌인다. 그곳으로 가는 커다란 짐차가 휭 지나간다. 먼지바람이 크게 날린다. 누렇게 익은 보리밭을 스친다. 푸른 물결이 가득한 멧자락을 바라보면서, 모내기를 앞둔 논 옆을 지나간다. 이윽고 봉산마을에 닿는다. 마을 꼭대기에서 지내는 이웃이니 꼭대기까지 자전거를 끈다. 자전거를 더 달릴 수 없어 내려서 걷는다. 땀이 줄줄 흐른다. 꼭대기집에 닿으니 작은아이가 잠에서 깬다. 잘 잤느냐.


- 마을 꼭대기에 있던 빈집을 고쳐서 지내는 이웃은 씩씩하다. 차근차근 하나씩 고친다. 서둘러야 할 일이 있겠는가. 즐겁게 지내고 싶은 집이니 즐겁게 손질하면서 지내면 넉넉하다. 풀냄새와 흙냄새를 느낀다. 두 아이는 이곳 마당과 부엌 사이를 오가면서 쉬잖고 뛰논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참 잘 뛰어논다. 예쁘다.


- 오늘 큰아이는 혼자서 우리 집 대문을 열었다. 대문을 잠그는 빗장은 위와 아래에 하나씩 있다. 아래쪽 빗장은 쉽게 열지만, 위쪽 빗장은 높아서 아이들이 못 여는데, 받침대를 놓고 까치발을 해서 오늘 처음으로 연다. 큰아이가 제법 자랐구나. 대문을 연 아이들은 대문 언저리에 있는 공이나 자질구레한 것을 스스로 치운다. 이제 두 아이 모두 뭔가를 ‘치울’ 줄 조금 안다.


- 신나게 뛰논 아이들은 해가 지도록 놀이를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말야, 아이들아, 우리는 집으로 가야 한단다.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잖니. 이웃집이잖니. 시골마을 꼭대기집에서 씩씩하게 지내는 이웃들과 인사를 한다. 우리도 씩씩하게 돌아가야지.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을 다시 씩씩하게 달려야지. 이웃집 언니들이 입던 옷을 한 꾸러미 얻었다. 수레에 옷을 싣는다. 취나물도 한 꾸러미 얻었다. 취나물도 수레에 싣는다. 작은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밤길이 무서울 만할 테지만, 함께 발판을 구르며 달린다. 불빛은 없어도 달빛과 별빛이 있다. 불빛은 없으나 우리는 이 자전거를 함께 밟는다.


- 집에 닿는다. 큰아이가 대문을 연다. 고맙게 자전거를 들인다. 작은아이를 안고 자리에 눕힌다. 옷을 갈아입힌다. 졸음이 넘친 작은아이는 잠을 안 깨고 그대로 뻗는다. 큰아이는 조금 더 놀다가 잔다. 나도 아이들 사이에 드러눕는다. 하루가 저문다. 개구리 노랫소리가 우렁차다. 나도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살아야겠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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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24. 대문을 드디어 열다 (2014.5.24.)



  수레를 붙인 자전거를 타려면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큰아이는 껑충 뛰어도 대문 위쪽 걸쇠를 열지 못한다. 손이 안 닿으니까. 대문을 타고 오르면서 손을 뻗어도 안 닿는다. 그런데 받침대를 놓고 올라가니 까치발을 해서 겨우 손이 닿는다. 얼마 앞서까지도 이렇게 했으나 손가락이 안 닿더니 이날 드디어 처음으로 대문을 연다. 누나가 대문 윗 걸쇠를 여니 작은아이는 아랫걸쇠를 열며 대문을 손으로 밀어 함께 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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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23. 잘 붙잡아 주렴 (2014.5.24.)



  자전거마실을 가려다가 집에 놓고 온 한 가지를 떠올린다. 큰아이를 부른다. “벼리야, 자전거 좀 붙잡아 주렴.” “얼른 갔다와요.” 빠뜨린 짐을 챙겨서 돌아온다. 큰아이는 동생을 불러 함께 붙잡으라고 말한다. 둘이 나란히 자전거를 붙잡는다. 이쁜 손길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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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30] 웃보



  작은 일에도 으레 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울음이 많은 아이를 가리켜 ‘울보’라 합니다. 작은 일에도 으레 웃는 아이가 있습니다. 웃음이 많은 아이를 가리켜 곧잘 ‘웃보’라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울보’는 실어도 ‘웃보’를 안 싣습니다. 우는 아이를 가리키는 이름은 한국말사전에 나오지만, 웃는 아이를 가리키는 이름은 한국말사전에 안 나옵니다. 예부터 누구나 흔히 웃으면서 살아가니 “잘 웃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은 따로 없을까요. 누구나 웃으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잘 웃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을 만하지 않을까요. 아이와 살을 부비면서 놀면 아이는 끝없이 웃습니다. 웃고 또 웃으며 자꾸 웃습니다. 웃다가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너무 웃은 탓에 힘들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서로 웃보가 되어 하루를 즐깁니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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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말괄량이 삐삐 (6disc)
올레 헬봄 감독, 잉거 닐손 외 출연 / 엠앤브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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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

Pippi Longstocking, 1968



  아이들과 〈말괄량이 삐삐〉를 볼 적마다, 이 영화가 자그마치 쉰 해를 넘은 작품인 줄 깨달으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쉰 해가 훨씬 더 묵은 영화이지만, 언제 보아도 새로우면서 새삼스럽다. 삐삐가 하늘을 나는 까닭은 삐삐 스스로 하늘을 날겠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삐삐 스스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알기 때문이다. 삐삐네 동무인 토미와 아네카는 ‘사람은 하늘을 못 날아’ 하고 생각하니까 하늘을 못 난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갑갑하거나 메마른 학교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삐삐는 억지스레 학교에 붙잡히지 않아도 된다. 삐삐가 학교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교사는 차분하게 아이들을 마주한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삐삐 같은 아홉 살짜리 아이가 신을 신고 책상에 발을 척 올리면 무어라 할까? 예전이라면 교사가 손찌검을 하며 거친 말을 일삼을 테지만, 오늘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리라 느낀다.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살아가는 삐삐이다. 삐삐와 동무가 되는 아이들도 삐삐와 함께 노래를 하면서 논다. 놀 적에는 늘 노래가 뒤따른다. 아니, 노니까 노래를 부른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은 대중노래나 유행노래에 매달리기만 한다. 삶을 빛내는 노래는 즐거운 놀이에서 태어나고, 즐겁게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아름답게 사랑을 밝히는 길을 걷는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


나는 디브이디 넉 장 있는 상자로 장만했는데

디브이디 여섯 장짜리가 새로 나왔네.

여섯 장짜리와 넉 장짜리는 얼마나 다를는지 모르겠으나

둘은 똑같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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