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단추 꿰기’를 쳐다보지 않던 네살배기 작은아이가 며칠 앞서부터 제 어머니 옷에 있는 단추를 제가 꿰거나 풀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아직 하나도 못 한다. 차근차근 손을 놀리며 놀다 보면 곧 ‘단추’를 아이 스스로 ‘내 것’으로 삼으리라.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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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그릇은 책이다. 밥을 지어 차리는 사람 숨결이 깃든 책이다. 밥이 될 쌀을 빻고 까부르는 사람 손길이 깃든 책이다. 밥이 되어 주는 쌀로 자라도록 볍씨를 심고 돌보아 이삭이 패고 알이 여물기를 기다려 알뜰히 베어 햇볕에 말린 사람 사랑이 깃든 책이다. 그리고, 밥그릇은 누가 지었는가? 밥그릇을 놓는 밥상은 누가 지었는가? 밥그릇에 담은 밥을 푸는 수저는 누가 지었는가? 가만히 헤아려 보면, 옛날에는 집집마다 밥그릇도 밥도 밥상도 수저도 손수 지어서 썼다. 오늘날에는 집집마다 밥그릇도 밥도 밥상도 수저도 손수 짓지 않는다. 옛날에는 모든 집에 모든 책이 다 있었고, 오늘날에는 모든 집에 아무 책이 없다고 할 만하다. 밥그릇은 책이니까.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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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경전- 2010 제4회 시작문학상 수상작
이덕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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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아이들이 많이 고단하겠구나 싶어, 마을 어귀에 닿은 뒤 얼른 짐을 꾸려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방을 내리고 아이들 씻기려고 하면, 여름날 논개구리 노랫소리를 하나도 못 듣는다. 아이들을 다 씻기고, 아이들이 입던 옷을 다 빨래하고, 이 옷가지를 모두 널어서 말린 뒤 기지개를 켜고 한숨을 쉴라치면 비로소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 개구리는 틀림없이 아까도 노래를 했을 텐데, 나는 아까 개구리 노랫소리를 못 들었구나.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을 읽는다. 이 동시집을 내놓은 분은 어떤 소리를 들어서 동시를 썼을까. 이 동시집을 내놓은 분이 못 들은 소리는 무엇이요, 들은 소리는 무엇일까. 도시와 시골에서, 집과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떤 소리를 듣는가. 어른들은 아이한테서 어떤 소리를 듣는가.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을 찬찬히 헤아려 본다. 아무래도 이 동시집에서는 소리와 빛깔과 냄새를 얼마 못 느끼겠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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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까치의 우산
김미혜 지음, 한수진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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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숲이 우거지고 푸른 바람이 불며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는 별빛이 늘 잔치를 벌이는 시골에 보금자리를 두어 살아가니 얼마나 즐거운가요.

  도시에서 살기에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습니다. 비록 숲이나 냇물이나 골짜기나 바다가 없다 하더라도 마음 가득 따사롭게 마주하는 눈빛이라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숲집을 누립니다.

  우리는 숲집을 누립니다. 나무와 풀과 꽃이 있는 부동산을 누리지 않습니다. 나한테 있는 돈으로 지구별을 통째로 사들여야 숲이나 바다나 꽃을 누리지 않아요. 마음을 활짝 열어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을 적에 비로소 삶을 누립니다.

  시외버스는 도시를 벗어나고 더 벗어나며 자꾸 벗어납니다. 우리 시골집과 가까울수록 시외버스에서 우리 집 풀내음을 맡습니다. 네 식구가 함께 탄 시외버스에 탄 다른 분들이 시외버스에서는 냄새가 안 좋아 머리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아, 그렇지요. 참말 나도 얼마 앞서까지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달리 말해요. 나는 내가 누리고픈 냄새를 맡아요. 나는 내가 보고픈 빛을 봐요. 나는 내가 먹고픈 밥을 기쁘게 차려서 먹습니다. 돌아갈 시골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시골빛이 사랑스럽습니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살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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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 마음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가를 읽으면서 책을 만난다고 느낍니다. 우리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읽는 동안 책을 알아차린다고 느낍니다. 여느 때에 늘 숲을 마음에 담은 사람은 어느 곳에 가든 숲을 다루는 책을 한눈에 알아봐요. 언제나 시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도서관에서든 학교에서든 시를 노래하는 책을 시나브로 알아내지요.

  구름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도시를 벗어나 너른 들녘을 마주하더라도 구름을 알아보지 못해요. 들꽃을 마음에 심지 않으면 골목에서나 숲에서나 들꽃을 알아채지 못할 뿐 아니라 꽃집 옆에 서더라도 꽃내음을 못 맡습니다.

  마음 가는 곳을 읽습니다. 마음으로 읽기에 줄거리 아닌 글쓴이 넋과 얼을 책에서 헤아립니다. 마음으로 읽으니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아닌 책을, 말 그대로 책을 읽어요. 인기도서나 비인기도서를 읽을 까닭이 없어요. 인문책이나 처세책을 읽을 까닭도 없어요. 그저 책을 읽어요. 오롯이 책을 만나요. 마음이 사랑스레 피어나도록 책을 읽습니다.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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